하이퍼커넥트가 글로벌 인공지능 기술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
[IT동아 강형석 기자] ‘한류’가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다. 콘텐츠, 음식 등 우리가 흔히 알고 있을법한 문화적 요소를 넘어 기술적인 것도 여기에 포함된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인공지능 기술만 해도 타 선진국 못지않게 이름을 알려 나가는 중이다. 대표적인 사례도 있다. 지난 2021년, 매치그룹이 인수하며 서비스와 기술 모두 주목받았던 하이퍼커넥트가 그 예다.
실시간 영상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아자르(Azar)와 소셜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인 하쿠나 라이브(Hakuna Live)를 운영하는 하이퍼커넥트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해주는 과정 속에 다양한 기술을 접목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을 서비스에 자연스럽게 녹여낸 것이 주효했다.
서비스는 꾸준히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아시아, 중동, 유럽 등을 중심으로 사용자층을 탄탄하게 보유하고 있는데다 올해는 다양한 현지 마케팅과 업데이트를 더해 본격적인 이용자 확대에 나선다. 2월 기준 누적 연결(매치) 수는 1,470억 회에 달할 정도다.
아자르는 올해 스트리머와 1:1 소통이 가능한 기능을 더했다. 실시간 스트리밍 방송인 아자르 라이브에 실시간 접속 중인 비디오챗 이용자를 손님으로 초대하는 기능이다. 기존 1:1 채팅 방식과 달리 스트리머가 계속 방송을 진행하고 중간중간 참여자가 변경되는 형태라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꾸준히 성장 중인 하이퍼커넥트는 서비스만큼이나 인재를 확보하고 유지하는데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실제로 오는 3월 3일까지 인공지능ㆍ머신러닝 분야의 경력 개발자와 상품 매니저 등을 공개 채용하고 세 확장에 나섰다.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서비스, 기술 분야에서는 사람이 곧 재산이기 때문.
하이퍼커넥트가 생각하는 사람, 기술, 서비스는 무엇일까? 조금 더 자세히 확인해보고자 염기훈 머신러닝 애플리케이션팀 리더, 김범수 머신러닝 2팀 리더와 함께 이야기를 나눠봤다. 두 사람은 오랜 시간 하이퍼커넥트에 근무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염기훈 : 저는 머신러닝 애플리케이션 팀 리더로 하이퍼커넥트에서 8년째 근무 중입니다. AI-랩 스쿼드는 이용자에게 안전한 서비스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신뢰 및 안전 인공지능(Trust & Safety AI), 풍부한 서비스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 추천 시스템을 구축하는 추천(Recommendation)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제가 속한 머신러닝 애플리케이션 팀은 머신러닝 모델을 서비스에 적용하는 과정을 엔지니어링하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기술을 서비스에 도입하는 과정을 보면 반복되는 요소나 비슷한 작업이 생기는 경우가 있어요. 이 때 비효율을 줄여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저의 일입니다. 그렇다 보니 추천 스쿼드와 보다 밀접하게 협력합니다.
김범수 : 하이퍼커넥트에 합류한지 5년 정도 되었고 현재 머신러닝 2팀의 리더로서 생성형 인공지능 관련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현재 하이퍼커넥트의 인공지능 조직은 총 3개의 AI-랩 스쿼드와 머신러닝 애플리케이션 팀 등으로 운영 중입니다.
덧붙이자면 AI-랩은 하이퍼커넥트 사업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이나 발전 가능한 부분을 인공지능이라는 도구를 활용해 도움을 주는 팀이에요. 특히 이용자들이 불쾌한 경험을 하지 않도록 문제점을 미리 감지하고 미밀리초(ms) 수준으로 차단해줍니다. 생성형 인공지능 스쿼드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인공지능ㆍ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해 이용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합니다.
‘소통’ 심고 ‘기술’이라는 열매를 맺는 하이퍼커넥트
일반인이 보기에 아자르와 하쿠나 라이브는 단순한 영상 관련 서비스처럼 느껴진다. 그 안에서 어떤 인공지능 기술이 접목되어 있는 것일까? 두 개발자는 사용자의 데이터 서버를 거치지 않고 기기 자체에서 처리하는 온디바이스 인공지능으로 성능을 높인 것 외에 모욕적인 상황을 감지하는 데에 인공지능을 쓴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물었다.
김범수 : 하이퍼커넥트가 개발한 딥러닝 기반 인공지능 모니터링 시스템은 기기에 따라 최대 0.006초 이내에 콘텐츠를 사전 차단합니다. 모욕적인 상황이라는 것은 영상으로 소통하는 과정에서 상대가 외설적이거나 혹은 욕설을 하는 등의 돌발 상황을 의미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바로 영상이 흐리게 처리되거나 음소거됩니다.
먼저 궁금한 부분은 하이퍼커넥트의 소통 방식이다.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하고 사용할 준비를 마쳐도 상품화하면 의미 없다. 따라서 개발자와 상품(서비스) 기획 과정에서의 소통이 중요하다. 하이퍼커넥트가 빠르게 인공지능 기술을 서비스에 접목할 수 있었던 이유도 소통 과정에 있으리라 생각했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니 단순한 소통 수준이 아니라 거미줄처럼 끈끈하게 상호 연결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염기훈 : 조직 내에서는 정말 밀접하게 협업하고 있어요. 팀 리더 선에서 먼저 협의를 진행하고 실무자들이 빠르게 업무를 진행할 수 있도록 타이트한 소통이 이뤄집니다. 목표를 설정했어도 실제 연관된 조직과 더 가까이 소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이퍼커넥트 내에서는 다양한 창구가 있어요. 각 서비스를 담당하는 상품 매니저부터 백엔드 엔지니어와 직접 소통 가능합니다. 데이터, 인프라의 지원도 많이 받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전사적으로 협업을 원활히 진행할 수 있는 구조와 문화를 가지고 있어요.
김범수 : 생성형 인공지능은 아무래도 이용자에게 직접 보여지는 부분이 많아 팀간 협업이 정말 중요해요. 저희 팀은 기획 단계부터 사용자경험(UX), 사용자인터페이스(UI) 디자이너들과 함께 하기도 합니다. 그 외에도 타 부서 및 관계자들과 긴밀하게 협력합니다.
기획 단계에서 긴밀히 소통을 하더라도 무엇을 하는가에 따라 목표에 도달하는 시간이 다를 수 있다. 단순 기술 개발이라면 상관없겠지만, 서비스에 반영될 기술이라면 시간이 생명이다. 이용자 반응도 살펴야 하고, 서비스 중 문제를 일으키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두 사람은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편하고 빠르게 기술 개발과 서비스 적용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한다.
염기훈 : 상황에 따라 다르기는 해도 추천 시스템은 이미 모두 연결되어 있습니다. 모델의 특정 부분을 변경해보며 가설을 검증하는 과정이라면 1주일 정도면 테스트 가능합니다. 우리가 중점을 두는 부분은 같은 작업을 반복하지 않으면서 사이클을 빠르게 진행하는 겁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도 있죠. 대표적인 게 새로운 종류의 인공지능 기술을 서비스에 도입할 때입니다. 이전에 새로운 서비스를 온디바이스에 적용할 때 한 분기 정도 소요됐던 것 같네요.
김범수 : 하이퍼커넥트는 이용자 피드백을 토대로 제품을 꾸준히 업데이트하는 것을 지향합니다. 서비스를 선보인 후라도 A/B 테스트를 통해 실제 검증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요. 내부에는 데이터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기에 매우 빠르고 편하게 진행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협업 구조가 잘 되어 있어도 각 구성원간 이해도 확보 및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는 문화를 정착시키는 과정 또한 중요하다. 아주 작은 차이처럼 보이지만, 큰 결과로 이어진다. 따라서 최근 스타트업이나 기업에서도 더 긴밀한 협업을 위한 문화 정착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하이퍼커넥트는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까?
염기훈 : 저는 엔지니어니까 제 관점에서 보면 하이퍼커넥트는 저 같은 엔지니어들이 자부심을 느끼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활동이 많습니다. 잘 알려져 있는게 데브렐(DevRel, Developer Relations)죠. 내부에는 데브렐을 위한 팀이 따로 있습니다. 각 팀의 구성원은 다른 일을 해도 모두의 업무를 하나로 연결, 개발 경험을 전반적으로 개선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개발자 밋업을 열어 기술 사례를 계속 공유하고 커뮤니티, 교육, 브랜딩 등 종류도 다양해요. 창립 초기부터 있었던 오랜 문화이고 업무 전문성, 커리어 성장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생각합니다.
김범수 : 하이퍼커넥트가 스타트업으로 시작했으니 그만큼 스타트업 정신(스피릿)이 강점입니다. 개인의 아이디어나 기술적 요소를 실제 서비스에 적용할 수 있고 이것을 가시적 성과로 연결하는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어요. 아자르, 하쿠나 라이브는 글로벌 서비스지만, 매치그룹과 연합 후 더 긴밀하게 협업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개인의 글로벌 커리어를 성장하는 기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흥미롭게도 하이퍼커넥트는 자체적으로 논문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과거의 단점, 비효율을 개선하는 등 장점이 많다. 중요한 것은 질이다. 하이퍼커넥트에서 발표한 논문 일부는 저명한 학회에서 실력을 인정받았을 정도다. 김범수 리더가 작성한 논문도 그 중 하나다.
김범수 : 꾸준히 논문을 작성하고, 이를 세계적 권위의 학회에 발표하고 있어요. 저희 팀은 일상 대화 분야와 관련한 논문을 다수 작성했습니다. 그 중에 사람과 사람이 나누는 일상 대화를 기술로 구현한 서비스가 있었는데요. 당시는 최적화 엔진이 잘 발달되지 않았던 때였어요. 그래서 이걸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비용으로 결과를 효율적으로 전달하고자 다양한 최적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당시에 두 가지 방법의 최적화 기법을 연구했어요.
하나는 무겁고 느린 생성 모델을 직접 전달하는 것 대신에 더욱 가볍고 빠른 검색 모델(Retrieval)로 대체하는 방법이었습니다. 검색 모델을 사용하면 대화 성능이 크게 떨어집니다. 성능을 높이려면 생성 모델의 지식을 검색 모델에 증류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제안했죠. 이 연구는 2021년 EMNLP 학회에서 파인딩(Findings)으로 발표된 바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검색 모델과 생성 모델을 섞은 예제기반 생성 모델(‘Exemplar-based Generation Model)을 사용해 작은 크기의 생성 모델을 써도 대화 성능을 충분히 구현하는 방법을 제안한 겁니다. 이 연구는 ALC 2022에서 열린 NLP4ConvAI 워크샵에 공개됐고 아웃스탠딩 페이퍼(Outstanding Paper)로 선정됐습니다.
변화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사람에게 하이퍼커넥트는 최고의 선택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 중인 아자르, 하쿠나 라이브 등 자체 서비스 외에도 매치그룹과의 협업 등 할 일이 많은 하이퍼커넥트. 인공지능 기술을 여러 서비스에 적용하려면 많은 인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 일환으로 오는 3월 3일까지 인공지능ㆍ머신러닝 분야 경력직 개발자와 상품 매니저 등을 채용 중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관심을 보일지, 하이퍼커넥트가 생각하는 인재는 누구인지 여부가 아닐까? 두 사람의 생각을 물었다.
염기훈 : 우선 신입공채를 마무리하고 경력공채를 진행하는 상황인데요. 지원자가 의외로 많아서 놀랐습니다. 저는 빠르고 꾸준히 학습할 수 있는 분이 하이퍼커넥트에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파트는 어느 정도 주요한 기술 스택이 있어 이를 토대로 조금씩 발전하지만, 인공지능ㆍ머신러닝 분야는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르거든요.
하이퍼커넥트는 매력적입니다. 실제 글로벌 라이브 서비스에서 이 정도 대규모 데이터를 직접 활용해볼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을 겁니다. 머신러닝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점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김범수 : 어떤 한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것도 좋지만, 각각의 모델에 대해 빠르게 습득하는 러닝 커브(학습곡선)이 가파른 분을 선호합니다. 하이퍼커넥트가 다양한 도메인을 다루다 보니까요. 또 머신러닝 지식을 기반으로 실제 서비스에 적용하면서 대규모 트래픽을 가볍게 최적화할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제 생각에는 하이퍼커넥트의 인재 밀도가 매우 높습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싶어요. 다른 동료를 보며 성장할 기회를 얻을 수 있잖아요. 저 또한 그 기회를 얻고 싶어 입사했고 실제로 오니 좋은 동료가 많았습니다. 많은 회사에서 일한 건 아니지만, 이렇게 좋은 사람이 밀집된 곳은 처음이에요.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은 게 장점인 것 같습니다. 여기에서는 연구가 아니라 실제 성과로 이어지는 경험이 가능하죠. 매치그룹을 통한 글로벌 경험도 쌓을 수 있을 겁니다.
이제 기술은 ‘가치’를 생각해야 됩니다
인공지능은 우리 생활 속 깊은 곳까지 자리했다. 오랜 시간 쌓인 데이터는 다양한 서비스로 이어지고 있다. 원하는 정보와 콘텐츠를 찾아주고 심지어 생성까지 해준다. 하이퍼커넥트는 기술 구현이 쉬워지면서 연구가 아닌 실제 가치를 구현해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하이퍼커넥트가 말하는 가치는 무엇이고, 앞으로 기술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 나갈지 물었다.
염기훈 : 하이퍼커넥트는 검증된 인공지능 기술을 빠르게 제품에 적용하는 것을 지향합니다. 추천 기술, 이미지 판독을 넘어 지금은 생성형 모델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이런 기술을 어떻게 우리 서비스에 잘 녹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게 어느 속도로 제품에 도입되고 이용자 경험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는 조금 더 고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김범수 : 챗GPT 등장 이후 판도가 많이 바뀐 것 같아요. 지금은 가능성이 매우 큰 시장인데 이를 어떻게 활용할 지는 많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모든 기업이 펀더멘털 모델을 다 개발할 수 없어요. 어떤 가치를 앞세워 활용할지 고민해야 됩니다.
아자르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키는 모든 과정이 코어 경험입니다. 이용자와 잘 맞을 듯한 사람을 연결해주는 것이 중요하죠. 그래서 추천 모델 개발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어요. 그래서 어떤 이용자가 서로 만나면 좋을지 고민했고 이를 바탕으로 가장 잘 맞을 것 같은 이용자를 연결해주는 기능을 선보였습니다. 내부적으로 확인해 보니 해당 기능을 적용한 이용자간 대화 시간이 증가하는 긍정적인 결과가 확인됩니다.
염기훈 : 향후 매치그룹 내 다양한 서비스에 저희 기술이 점차 적용되어 나갈 겁니다. 하이퍼커넥트는 영상 기술을 토대로 발전한 회사입니다. 영상 및 인공지능 기술로 그룹 내 다양한 기능을 구축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영상 기술팀과 인공지능 엔지니어들이 함께 우리만의 기술을 제공할 수 있으니 기대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