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VF] 에너지엑스 박성현 대표 “에너지 소비의 주체였던 건축물을 생산ㆍ관리ㆍ절감의 주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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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강형석 기자] 사람이 일반적으로 건물을 바라볼 때 생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다양한 업무를 보거나 가족 또는 지인들과 시간을 보내고 소통하는 공간의 개념이다. 즉, 소비 중심의 생활이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리고 실제 사람이 최적의 조건을 유지하고 머무는 과정에서 다양한 형태의 에너지를 소비한다. 쾌적한 온도를 확보하려면 냉난방기 가동이 필요하고 실내조명을 점등해야 자연스러운 실내 활동이 가능하다. 중요한 점은 이 과정에서 꾸준한 비용 지출이 이뤄진다는 부분이다. 쾌적한 환경을 유지하는 대가로 전기와 가스 등 에너지를 사용하고 그에 따른 비용을 지불하기 때문.
최근에는 탄소배출 절감을 앞세워 비용 절감과 친환경, 에너지 효율 확보 등에 나서는 움직임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 건축 분야도 마찬가지다 개인은 주로 태양광 시설이나 고효율 내장재를 도입함으로써 비용 절감과 에너지 효율을 구현하며, 대규모 업무ㆍ상업 시설 또한 다양한 소재와 기술을 접목해 에너지 소비에 따른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인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에너지엑스가 있다.
에너지엑스는 건축물의 에너지 소비 개념을 혁신하는데 모든 것을 쏟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IT 기술이 녹아 있는 솔루션과 첨단 소재가 접목된 엔지니어링을 앞세워 에너지 소비의 주체였던 건축물을 에너지 자립의 주체로 변신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IT동아는 박성현 에너지엑스 대표를 만나 어떻게 건축물의 에너지 효율화를 이끌어 냈는지 이야기를 나눴다.
에너지 소비 가장 많은 건축물, 완전한 에너지 자립을 향해
IT동아: 먼저 에너지엑스는 어떤 기업인지 소개를 부탁한다.
박성현 대표 : 에너지엑스는 친환경, 에너지 효율화, 탄소중립 등 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ESG) 중 환경(Environmental) 측면의 건축 관련 서비스와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우리에게는 서비스와 솔루션 모두 보유하고 있어 고객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서비스는 말 그대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측면이 있는데, 플랫폼과 가까운 내용의 사업 위주로 준비되어 있다. 솔루션은 우리가 패키지화한 형태의 제품을 서비스 형태로 제공된다. 건물 유지를 위한 장비와 소프트웨어 등을 제공한다 생각하면 되겠다.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Software as a Service) 형태로 구성됐다.
건축 플랫폼에 대해 말하자면 지속 가능한 건축 플랫폼을 통해 친환경 서비스, 에너지 효율화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형태다. 전력 절감과 생산, 관리에 이르는 모든 과정이 해당된다. 건축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가 제공되면 이를 관리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 있는데 이 때 건축 과정에서 IT 솔루션과 엔지니어링 솔루션이 투입된다.
에너지엑스의 주요 고객사는 건설사와 건축가, 건물주(건축주)이며 주 고객은 건축가라고 볼 수 있다. 고객이 기자재부터 친환경 서비스, ESG 서비스, 에너지 효율화 서비스. 건축 플랫폼 단위로 제공하고 에너지에는 IT솔루션과 엔지니어링 솔루션이 필요하다. IT 솔루션은 건물을 지을 때 들어가기도 하지만, 완성된 이후의 에너지 효율화 및 건물 자동제어도 스마트폰으로 제어와 관리가 가능합니다.
엔지니어링은 빌딩일체형 태양광발전시스템(BIPV – Building Integrated Photovoltaic)이 포함된다. 이것은 태양광 기술이지만 눈으로 봤을 때는 건물의 외장이나 창문처럼 보인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의 외관이 대표적인 예다. 태양광패널 기능을 보유하고 있는 건축자재인데 사람들이 그게 태양광 패널이라는 것을 모른다. 고양시에 있는 사옥(에너지엑스 DY빌딩)도 이를 적용해서 국내 최초 ZEB 5단계까지 달성했다.
본래 ZEB라 하더라도 에너지 자립율을 따지는데 보통 20% 정도로 본다. 태양광 건물로 유명한 전경련회관의 자립률은 4% 정도인데 고양시 사옥은 에너지 자립율이 122%다. 국내 최초로 100%를 달성한 1+ 등급 건물이다. 1등급이 최초는 아니다. 하지만 1+ 등급은 국내에서는 최초라고 말할 수 있다. 과거 한국에너지공단에서 + 등급이 없었는데 완공하고 난 뒤에 등급이 신설될 예정이다.
IT동아 : ZEB(제로 에너지 건축물)를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에게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박성현 대표 : 소비되는 모든 에너지를 자체적으로 생산해서 관리하는 건물이다. 에너지엑스가 하는 일은 그 건물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다. 제로 에너지 빌딩 말고도 우리나라에는 비슷한 건물이 많은데 친환경, 에너지효율화가 가능한 건물을 지을 때 필요한 서비스를 건축 플랫폼을 통해 제공하는 것이다.
IT동아 : 건축물에 에너지 효율화가 얼마나 필요한지 감이 잘 오지 않는다.
박성현 대표 : 우리나라에 탄소중립이 필요한 분야를 크게 3가지로 나눈다. 수송, 산업(인더스트리)과 건물이다. 에너지 소비 중심으로 보면 가장 많이 소비하는 것이 무엇일까? 가장 많이 이뤄지는 것이 건물이다. 수송은 이미 전기, 수소차가 활약 중이다. 산업은 탄소 배출권이나 다른 정책을 이야기하고 있는 상황인데 막상 건물에 대한 솔루션은 없다. 지금 막 시작하는 단계이고 이걸 에너지엑스가 이끌어 나가려고 노력 중이다.
건축물이 에너지 소비의 주체에서 생산ㆍ관리ㆍ절감의 주체로
IT동아 : 결국 전력 소비를 줄이는 일. 생산하는 걸 돕는 건가?
박성현 대표 : 다시 한 번 더 이야기하면 우리나리 정계를 포함해 전 세계가 에너지 효율화를 1순위로 꼽는다. 이게 가장 저렴하기 때문. 왜냐하면 원자력, 신재생에너지 발전소 상관없이 그리드를 통해서 왔다갔다하면서 효율이 낮아진다. 에너지 효율화는 그리드 없이 자체 생산하고 관리, 절감할 수 있으니 주목받는 것이다. 그렇기에 현장 에너지 효율화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과거 건물은 전력을 소비만 하는 소비 주체였는데 이제는 생산ㆍ절감ㆍ관리 주체로 변화해야 된다. 이렇게 되면 한국전력 입장에서는 전반적인 관리가 편해진다. 건물 자체에서 에너지를 생산하면 수익이 낮아질테니 싫어할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 관리가 편해져 오히려 선호한다. 참고로 국내 +ZEB인 에너지엑스 사옥의 시공사가 한전의 자회사인 켑코이에스다.
IT동아 : 건물이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 BIPV만 사용하면 되는 것인지 궁금하다.
박성현 대표 : 자재를 제대로 사용하려면 엔지니어링 기술이 필요한데 건축가, 건설사, 건물주와의 네트워크가 정말 중요하다. 에너지엑스는 그 기술까지 제공한다. 외장재를 시공하는 과정에 시공사와 함께 작업을 하게 된다. DDP와 시그니엘 타워처럼 말이다. 그런데 그 때와 지금의 기술은 많이 다르다. 예로 일반 태양광 패널의 효율은 약 20% 정도다. BIPV는 약간 효율이 떨어지는데 제품에 따라 14~18%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만약 창문으로 대신하면 효율은 더 낮아진다.
여기에 빌딩 에너지 관리 솔루션(BEMS-Buliding Energy Management Solution)라는 스마트폰 제어 소프트웨어가 있다. 현재는 주로 건물주가 보는데 우리는 건물 내 모든 사용자가 에너지 사용 현황을 보고 제어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전기를 사용 현황 외에도 내가 얼마나 절약하고 있는지를 한 눈에 확인하고 제어까지 가능하는 스마트한 시스템을 꿈꾸고 있다. 결국은 건물을 이용하는 모든 사람을 위한 솔루션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다.
IT동아 : 오래된 건물의 소유주에게도 연락이 오는가?
박성현 대표 : 신축 위주로만 설명했지만, 에너지 리모델링이 있다. 인테리어의 리모델링이 아니라 건물의 리모델링이다. 대표적인 예시가 건물에 공장이든 상업용 건물이든 루프탑이 있을텐데 여기에 일반 태양광이나 BIPV를 적용한다. 외벽, 창호, 내부 조명과 공조기, 히트펌프 등을 전반적으로 다룬다. 공장은 오래된 설비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적용하기도 한다. 기업은 탄소배출권 확보가 가능해 큰 관심을 보인다.
현재 문의는 신축과 리모델링이 5:5 정도다. 단기적으로는 신축 중심의 시장이지만, 장기적으로 본다면 유럽이나 미국처럼 리모델링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래된 선진국은 이미 리모델링 시장이 매우 크다. 나라마다 인식의 차이가 있음을 느낀다. 우리나라는 사실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데 에너지 사용에 대한 비용이 증가하는 상황이므로 잠재력이 큰 시장이라 믿는다.
건축과 거리가 멀었기에 오히려 ‘지속 가능한 건축’을 하고 싶다
IT동아 : 에너지엑스가 지금까지 오는데 우여곡절이 많았을 것 같은데 창업 이야기를 듣고 싶다.
박성현 대표 : 우리나라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 1학년에 혼자 미국으로 떠났다. 어학연수로 캘리포니아의 기숙사 학교에 6개월 다녀오는 과정이었는데 가보니 너무 좋더라. 그래서 눌러 앉았다. 위스콘신대학교 재학 2년차였던 2009년에 창업을 시도했다. 캠퍼스에서 다양한 경험을 했다. 그 때는 지금과 다른 금융 플랫폼 아이템이었는데 그 당시 스마트폰이 막 등장하던 시기였다. 하지만 2011년 즈음에 꿈을 접고 졸업한 뒤에는 런던에 있는 해지펀드에서 일했다.
일을 하다 보니까 창업이 너무 하고 싶었다. 그래서 2019년에 지금의 공동설립자이자 대표인 홍두화와 함께 에너지엑스를 준비했다. 사실 그는 나보다 3살 많은 형이지만, 27년 지기로 오랜 친구이자 서로 신뢰하는 사이다. 당시 그는 삼성전자에서 빅스비를 개발한 인공지능 엔지니어였으나 같이 해보자고 손을 내밀었다.
사실 나는 금융에 배경을 두고 있는데 학생일 때에도 위험(리스크)과 수익(리턴)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첫 창업 아이템도 핀테크를 생각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IT 기술을 통해서 리스크 관리와 효율화가 가능하리라 봤다. IB와 해지펀드 기업을 다니며 생각했던 것 또한 리스크-리턴(위험ㆍ수익) 프로파일이었는데 자연스레 부동산과 건물로 이어졌다. 또 다른 부분은 나와 홍두화 대표의 공통점을 살펴보면서 우리가 생각하는 가치를 구현하자고 생각했다. 선한 영향력이 그것인데 무엇으로 구현하는 게 좋을까 고민한 결과물이 지속가능한 건축이었다. 에너지와 건축의 전문가는 아니었지만 시장의 가능성을 믿었다.
IT동아 : 금융 전문가와 IT 전문가, 이게 연결이 되나? 일단 둘 다 건축관련 전문가는 아니다.
박성현 대표 : 우리 둘은 에너지와 건축의 전문가가 아니다. 하지만 우선 생각해 놓은 계획을 하나씩 구체화시키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고맙게도 구체적인 계획안에 공감하는 초기 투자자들을 통해 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고 약 10여명 남짓으로 구성된 팀을 구성하게 됐다.
하지만 투자는 받았으나 2019년말에 갑자기 팀원들이 하나 둘 떠나면서 다시 2명만 남은 소위 초기화(리셋)되는 어려운 상황으로 이어졌다. 2020년 신년회를 하는데 홍 대표의 손을 잡고 다시 창업하는 마음으로 준비하자고 말했던 게 기억난다. 이어 핀테크가 중심이었던 기존의 아이디어를 바꾸는데 주력했다.
당시 준비했던 핀테크 아이템은 지속가능 건축을 위한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이었다. 문제는 이전 창업 경험 때문에 무조건 제도권에서 시작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관련 라이선스를 받아야 하는데 이게 정말 오래 걸리더라. 모든 준비가 다 되어 있었음에도 금감원과 금융위원회를 오가니 3년이 훌쩍 지나갔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핀테크 아이템은 사라지게 됐다. 고생 끝에 결국 라이선스를 취득했는데, 3년 사이에 우리는 크게 성장했고 그 아이템은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에너지엑스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한국기술벤처재단 창업도약패키지의 도움이 있었다. 사업을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자금 지원도 필요하지만, 인적 네트워크나 컨설팅과 같은 지원도 무시할 수 없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도움을 받아 성장 동력을 얻었고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그 결과 2023년 예상 매출이 200억 원 이상 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는 제조사가 아니다. 하지만 건축 과정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예를 들어 건축가 입장에서 보면 건축만 하니 법에 의해서 혹은 건물주의 요구 등 에너지 효율과 친환경 요소를 반영하고 싶을 때 우리는 필요한 것을 제공하는 식이다. 도면도 없고 기초공사도 안 되어 있는 상태라도 가능하다. 분석 결과와 절차 방안을 논의하고 해당 건물에 필요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등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이렇게 유연하게 접근할 수 있다는 부분이 에너지엑스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앞으로도 건물의 에너지 자립을 돕고 우리가 꿈꾸는 지속 가능한 건축을 이어가도록 노력하겠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