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온로드 “클라우드 기반 교통체계 시장은 블루오션, 우리가 개척 중”
[IT동아 김영우 기자] 운전을 하다 보면 여러가지 선택의 기로에 서기 마련이다. 목적지로 가는 도중에 어떤 경로를 선택할 것인지, 조만간 색깔이 바뀔 것 같은 신호기 앞에서 감속을 해야 할지 아니면 가속을 해야 할지 등의 여러가지 고민을 하기 때문이다. 이런 고민을 해소하려면 정말로 똑똑하게 안내하는 내비게이션이나 신호기, 그리고 합리적인 교통 정책이 필요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능형 교통체계(Intelligent Transportation Systems, ITS)가 주목받고 있다. 인공지능(이하 AI), 사물인터넷(이하 IoT), 빅데이터를 비롯한 정보통신 기술을 바탕으로 교통상황을 정확히 분석해 최적의 신호 테이블을 마련하고 내비게이션 길 안내를 최적화하는 등의 합리적인 교통관제를 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이러한 데이터를 향후 교통 정책에 반영하거나 자율주행차와 연동해 안전운행을 돕는 것도 가능하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한 교통 당국에서 지능형 교통체계의 도입을 추진하는 가운데, 관련 기술 및 서비스를 개발하는 기업들의 움직임도 눈에 띈다. 라온로드(LAON ROAD, 대표 이석중)도 그 중의 하나다. 이들은 비전 AI 기술 기반의 스마트 교차로를 비롯한 스마트 교통 시스템을 개발해 상당수 지방자치단체에 공급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클라우드와의 접목을 통해 기존 교통운영시스템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 취재진은 라온로드 강병기 부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세한 내용을 살펴봤다.
- 라온로드는 어떤 기업인가? 그리고 강병기 부대표는 이 곳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 지도 궁금하다
: 현재 라온로드의 사업을 총괄하고 있으며, 비즈니스 전략 및 영업을 담당하고 있다. 이전에 언론사에서 일하며 신규 사업을 기획하기도 했는데, 이를 통해 디지털 비즈니스의 가능성, 그 중에서도 스마트 도시의 미래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특히 스마트 도시의 핵심은 교통이라 관련 데이터의 활용이 중요하다고 판단, 라온로드에 합류해 관련 솔루션의 기획에 나섰다.
라온로드를 한마디로 소개하자면 교통 관련 마이크로 데이터의 수집∙정제 전문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마이크로 데이터란 단순히 시간에 따른 통행량의 변화나 사고 여부 등으로 대표되는 메타 데이터와 구분되는 것으로, 개별 차량의 종류나 차종, 운행 속도, 번호를 비롯한 세세하고 정확한 정보를 포함한다. 이를 위해 안양시, 화성시, 성남시, 남양주시, 안동시, 광양시 등의 지역에 비전 AI 기술 기반의 스마트 교차로를 600여개 설치해 운용 중이다.
- 지금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한 유관 부서에서는 교통 관제나 관련 정책 수립을 위해 많은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이런 기존의 방법에는 어떤 문제가 있나?
: 우리가 선보인 스마트 교차로 시스템을 비롯한 다양한 IoT 인프라를 통해 유관 부서에선 이미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데이터의 양만 많은 것은 의미가 없다. 데이터 수집의 목적이 불분명한데다 목적이 있더라도 이를 실현할 만한 방법론도 부족하다.
이를테면 국가교통정보센터에선 티맵, 카카오내비, 원내비 등을 비롯한 민간 기업들과 데이터를 공유하며 전국 교통을 관제하는데, 각 기업들의 데이터 수집 방식이나 수집 시점 등의 차이가 있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데이터의 평균 값을 교통 관제에 적용하곤 한다. 이 때문에 엉뚱한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각 지점 사이의 차량 이동 형태가 다를 수도 있고, 교통사고를 비롯한 다양한 변수가 있을 수 있는데 이러한 ‘디테일’을 무시하고 평균 수치를 내기 때문이다. 그 외에 샘플 데이터의 부족, 수집 단계에서의 오류 등도 문제다.
- 그렇게 기존의 교통 데이터 이용 방법에 문제가 있다면 어떻게 이를 극복할 수 있나? 라온로드가 제시하는 방법론을 알고 싶다
: 우리가 주력하고 있는 4가지 키워드는 ‘A∙B∙C∙D’로 설명할 수 있다. A는 AI다. 영상을 분석하는 AI로 스마트 교차로를 비롯한 영상을 수집하고, 이를 데이터화해 분석한다. B는 ‘빅데이터’를 의미한다. 첫번째로 데이터의 수집 및 정제를 통해 인사이트를 뽑아내 분석하고, 두번째로는 대용량 데이터를 관리하고 이를 시각화 하는 것이다.
C는 ‘클라우드’다. 빅데이터를 분석할 때 자체 데이터센터인 온프레미스 시스템을 이용하기도 했지만, 좀 더 본격적인 AI 분석을 하려면 더 높은 처리능력을 갖춘 클라우드가 필요하다. 그리고 기존에는 각 지역의 데이터센터에 데이터가 묶여 있었지만, 클라우드를 적용한다면 모든 데이터를 연동해 광역화가 가능하다. D는 ‘디지털 트윈’이다. A, B, C를 모두 실현했을 때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는데, AI를 통해 수집∙정제한 빅데이터 기반의 모델을 만들면 현실과 유사한 모의 실험이 가능하다. 이를 토대로 각종 도로나 건물을 생성하고 교통 정체를 비롯한 다양한 변수를 설정해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최적의 신호제어는 무엇인지를 비롯한 정책에 반영할 수 있고 다양한 급변 사태에 대처가 가능할 것이다.
- 라온로드가 추구하고 있는 이른바 ‘ABCD’를 확인할 수 있었다. 개념 자체는 상당히 흥미로운데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여건은 갖추어졌나?
: AI나 빅데이터에 대한 기술이나 솔루션은 상당부분 완성되었다. 다만 클라우드가 과제다. 앞서 말한 것처럼 단순한 메타 데이터 처리는 온프레미스에서 가능했지만 우리가 추구하는 마이크로 데이터를 처리하려면 클라우드가 필수다. 이를 위해 KT, 네이버 클라우드 등과 협업하고 있다. 22년 교통 업계에서는 유일하게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의 지원을 받아 공공부문 이용 SaaS(소프트웨어) 개발 검증 사업을 진행했다. 23년에는 스마트교통관제 시스템(TMaaS)을 조달청 디지털서비스몰에 등록했다. 라온로드는 네이버 클라우드의 인프라 관리 서비스에 참여하는 MSP(Managed Service Provider)로 등록되기도 했다.
- 공공 부문에 클라우드를 도입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나?
: 사실 현재 각 정부 부처나 지방자치단체의 공공 서비스 중 상당수가 KT나 SK와 같은 민간 사업자의 망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클라우드 서비스의 적용 자체가 어려운 것은 아니다. 다만 각종 규제나 보안 우려 때문에 클라우드 도입이 지체되고 있다.
이건 정부의 규제 개혁에 기대하는 한편, 사업자들의 노력도 필요하다. 우리 역시 KISA(한국인터넷진흥원)의 CSAP(클라우드 서비스 보안인증)을 획득하는 등, 우리의 기술과 솔루션을 공공부문에 문제없이 적용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 공공기관의 클라우드 도입은 공공 데이터의 개방이나 다양한 공공 서비스 간의 연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통한 파생 효과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 실제로 공공 데이터의 개방을 통해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 이를테면 교통 데이터의 공유를 통해 운송산업이 큰 혜택을 입을 수 있다. 이들은 목적지까지 제 시간에 빨리 도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텐데 우리 기술을 통해 생성된 마이크로 데이터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실제로 이미 전국 600여곳에서 운용되고 있는 우리의 스마트 교차로 솔루션은 국토부의 스마트 교차로 기본 성능 평가에서 평균 95~100%에 달하는 높은 신뢰도를 인정받았다. 이를 통해 신호 테이블을 최적화하여 일부 지역에선 12%가량 교통 지체 시간이 개선되었다는 결과도 나왔다.
그리고 비전 AI가 적용된 카메라를 통해 교통량 분석뿐 아니라 무단횡단이나 신호위반, 정지선 위반등을 찾아내 통계 데이터를 산출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특정 구간의 신호 테이블 개선이나 단속 강화, 도로 구조 변경 등의 정책 수립에 반영할 수 있다. 여담이지만 안양시에선 우리의 스마트 교차로 시스템에 탈옥범 김길수의 무단횡단이 감지되어 경찰의 범인 검거에 도움을 주기도 했는데, 이 역시 이 시스템의 또다른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는데, 클라우드 적용을 통한 서비스 연동 및 광역화가 이루어진다면 더 다양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 위와 같이 교통체계의 클라우드화가 아직 미흡함에도 불구하고 라온로드에선 기대를 가지고 한 발 먼저 여러가지 준비를 하는 것 같다. 구체적인 설명을 바란다
: 앞서 이야기한 스마트 교차로는 이미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용하고 있으며, 향후를 대비해 AI∙클라우드 기반 지능형 교통관제 시스템인 ‘TMaaS(Traffic Management as a Service)’를 개발했다. 현재 라이트 버전을 완성했으며, 고도화 과정을 거쳐 올해 3분기 즈음 출시가 예상된다.
그리고 스마트 교통 체계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드는 비용(장비 값, 공사비 등)을 걱정하는 지방자치단체를 위한 ‘엣지 AI 영상분석기(가칭)’도 개발하고 있다. 기존의 스마트 교차로 등에 적용했던 엣지 시스템에 비해 크기가 1/3 수준으로 작고 발열이나 전력 소모율, 가격도 낮아졌다. 기존에 이용했던 엔비디아 칩을 대체하는 국산 AI 반도체를 적용한 덕분인데, 6월 즈음에 시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는 AI 비전 카메라 기반의 스마트 교차로 기능 외에도 레이다나 라이다 등의 센서를 달아 자율주행차의 안전운전에 도움을 주는 협력·지능형 교통 체계(C-ITS, Cooperative Intelligent Transport Systems)를 구축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미 일부 지방자치단체와는 구체적인 구상을 주고받고 있다.
- 라온로드와 같은 AI∙클라우드 기반 교통 체계를 위한 기술 및 솔루션을 개발에 힘을 기울이는 업체는 그다지 많지 않은 것 같다. 향후 어떤 기대를 가지고 있나?
: 이 시장은 초기단계다. 이 정도로 클라우드 기반 교통체계에 전념하는 업체는 사실상 우리가 유일하다고 생각한다. 사례도 많지 않고 전반적인 인식도 희박해서 보안 인증을 받는 데 9개월이나 걸리는 등, 여러모로 어려움도 많다. 하지만 그만큼 발전 가능성이 큰 블루오션이라고 생각하며, 우리는 그 시장의 ‘퍼스트무버’가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교통 체계의 AI∙클라우드화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것을 정부 당국이나 지방자치단체 등도 빠르게 인식하기를 바란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