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올 연말에 '생성형 AI' 윤곽 제시한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지난 2월 1일(현지시각), 애플이 2024년 회계연도 1분기 실적 발표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는 매출 및 수익 예상치, 중국 시장 매출 등의 주요 성과를 발표했으며, 생성형 AI의 도입 여부 및 향후 로드맵에 대해서도 처음으로 공개했다. 최근 구글, 삼성, 퀄컴 등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 및 기업들은 생성형 AI 스마트폰을 새로운 세대의 스마트폰으로 소개하며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반면 애플은 2017년 A11 바이오닉부터 기계 학습용 처리 장치인 ‘뉴럴 엔진’을 아이폰에 탑재했고, 2020년 맥북 M1 칩에도 뉴럴 엔진을 탑재해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성형 AI와 관련된 별 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애플이 생성형 AI 시장에 뛰어들 것인가를 놓고 시장에서는 엇갈린 반응이 나왔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이에 대한 해답을 내놓은 것이어서 주목을 받는다.
2024년 선방했지만, 중국 판매량이 주가에 발목
애플의 2024 회계연도 결과는 분기별 매출이 전년 대비 2% 증가한 1196억 달러(약 158조 6135억 원), 분기별 희석 주당 순이익은 전년 대비 16% 증가한 2.18달러를 기록했다. 매출과 수익 추정치는 시장이 예상했던 1179억 달러를 상회하며 호조를 기록했지만, 반대로 중국에서의 매출이 13% 감소하며 발목을 잡았다.
팀쿡 최고경영자는 “올해 애플은 유럽을 포함해 24개 이상 지역에서 최고의 수익을 올렸고, 아시아 태평양을 비롯한 많은 신흥 시장에서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유료 구독 역시 두 자릿수로 증가했으며, 현재 22억 개의 활성 장치에서 새로운 기록을 세우고 있다”라며 현황을 설명했다.
팀쿡은 아이폰 매출이 전년보다 6% 증가한 697억 달러를 기록했고, 맥 역시 매년 1%씩 성장해 77억 8천 만달러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아이패드의 경우 시장의 예상보다 3억 1천만 달러 낮은 70억 2천만 달러를 기록했고, 기타 매출이 119억 5천만 달러였다. 총이익률은 시장의 예상인 45.3%보다 높은 45.9%를 기록했다.
한편 애플의 가장 큰 고객인 중국 내 매출은 13% 감소했다. 이에 대해서는 “애플이 중국 시장에 진출한 지 30년이 넘었고, 장기적으로는 매우 낙관적이다”라면서, “다행히 아이폰은 미국과 일본의 판매 상위 5개 모델 중 4개, 중국 주요 도시 판매량의 상위 6개 모델 중 4개를 차지하고 있으며, 아이폰 판매량이 견고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소비자의 아이폰의 업그레이드 기간이 길어지고 있지만, 미국 내 활성 아이폰 사용자 수치가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향후 판매량에 대해서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점도 덧붙였다. 이날 발표로 애플은 4분기 연속 매출 감소세에서 벗어났지만, 중국 매출의 감소로 인해 주가 자체는 시간 외에서 1%가량 하락했다.
애플, 생성형 AI에도 조심스럽게 도전
이날 어닝 콜에서는 애플의 향후 시장 전략에 대한 질문들이 쏟아졌다. 최근 거의 모든 빅테크들이 생성형 AI나 대형 언어 모델을 엮어 주가가 상승하고 있지만, 애플은 뉴럴 엔진이나 애플 시리 등의 자산을 가지고도 별다른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팀 쿡 CEO 역시 이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게 시도하고 있다는 뜻을 밝혔다.
팀 쿡은 “애플은 사용자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고자 노력하고, 기술의 한계에 집중하며, 인공지능을 포함해 미래를 형성하는 모든 기술에 투자할 것이다. 우리는 계속해서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있으며, 올해 말에 진행 중인 작업의 세부 내역을 공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문장에서는 개발하고 있는 인공지능을 생성형 AI라고 정확히 지칭하진 않았으나, 추후 질의응답에서는 질문에 대해 생성형 AI(Gen AI)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생성형 AI를 놓고 추가적인 질문은 많았지만 즉답을 회피했다. 애널리스트들의 질문에 대해 팀쿡은 “우리는 그것에 대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흥분되는 몇 가지 사항을 갖고 있다”던가, “애플은 생성형 AI와 인공지능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지 않더라도 엄청난 기회가 있다”라고 에둘러 표현했다. 결과적으로는 iOS 18이 공개되는 가을쯤이면 생성형 AI와 관련한 주요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생성형 AI는 후발주자, AI 자산으로 성과낼 수 있을까
애플이 추구하는 인공지능 생태계는 폐쇄형이다. 애플은 2017년부터 인공지능을 도입해왔고, 딥퓨전이나 애플 뮤직의 AI 기반 재생 목록처럼 보조적인 기능에 AI를 도입해왔다. 반대로 생성형 AI는 사용자가 직접 개입하는 형태라서 애플이 추구하는 형태와는 사뭇 다르다.
하지만 애플 역시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니다. 애플은 지난해 12월, 애플 실리콘에서 인공지능 모델을 구축하는 프레임워크 MLX와 딥러닝 모델 라이브러리 MLX 데이터를 선보였다. 사용자는 스테이블 디퓨전이나 메타의 라마 기반의 생성형 AI를 맥북에서 쓸 수 있다.
이처럼 애플이 천천히 인공지능 시장 대응에 나섰고, 그런 상황에서 팀 쿡 최고경영자가 직접 생성형 AI에 대한 소식을 전한 것이다. 애플 역시 인공지능 기업으로 거듭날 각을 재고 있다. 애플이 생성형 AI와 온디바이스 AI 시대에서도 명불허전할 수 있을지는 올해 가을이면 윤곽이 드러날 듯하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