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ing] 바이오뉴트리온 “맞춤 영양에 인지행동 치료로 통합적 비만 관리 제공”
[IT동아 한만혁 기자] 비만은 만성질환이다.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다양한 질병을 유발하기도 한다. 하지만 치료가 쉽지 않다. 물론 최근 효과가 좋은 약이 나오고는 있지만 이마저도 복용을 중단하면 다시 체중이 증가한다. 지속적인 관리와 노력이 뒷받침하지 않으면 재발할 수밖에 없다.
김주영 바이오뉴트리온 대표는 식이대체재나 약을 통한 치료와 함께 사고방식(마인드셋)을 바꾸는 인지행동 치료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식이대체재를 연구하던 그는 임상 과정에서 인지행동 치료 기반 코칭 프로그램의 효과에 주목하고, 이를 병원에서 처방 가능한 프로그램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10년 이상 담당하던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비만클리닉을 뒤로 하고 본격적인 사업에 뛰어들었다.
현재 바이오뉴트리온은 효율적인 체중 감량을 위한 식이대체재와 최근 동향을 반영한 인지행동 치료인 ‘수용 전념 치료’ 기반의 닥터코치(Dr.Coach)를 개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효과적인 체중 감량과 감량 체중 유지는 물론 나아가 비만 예방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김주영 대표를 만나 현재 사업 진행 상황과 수용 전념 치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과학적 근거 기반의 비만 치료 프로그램
IT동아: 안녕하세요, 김주영 대표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김주영 대표: 저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가정의학과에서 전문의로 수련받았습니다. 2005년부터는 분당서울대학교병원에서 근무했는데요. 2009년 가정의학과 초대 과장을 지냈고 비만클리닉을 10년 이상 담당했습니다. 당시에는 장기적으로 안전하게 처방할 수 있는 비만약이 없었어요. 게다가 비보험 영역이어서 환자의 비용 부담이 컸습니다. 결국 식사 처방을 지속적으로 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제약이 적지 않았습니다. 환자가 꾸준히 지키기도 어려웠고요.
그러다가 2018년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열린 유럽비만학회에 갔습니다. 당시 마이클 린(Michael Lean) 내분비내과 교수가 당뇨를 없앨 수 있는 식이 프로그램을 발표했는데요. 식이대체재를 활용해 칼로리를 효과적으로 줄이고, 영양 결핍을 방지하면서 체중을 감량하는 초저열량 식단 처방법이었습니다. 별도 약 없이 해당 프로그램만으로 진행한 임상 결과를 보면 당화혈색소가 6.5% 미만으로 떨어져 당뇨가 없어진 비율이 1년에 50% 가까이 되고, 2년째에는 약 40%로 나왔습니다.
당시 당뇨약을 복용하던 환자가 당뇨를 없애는 의학적인 방법은 위 절제 수술 외에는 없었거든요. 그런데 해당 프로그램은 수술 없이 식이 조절만으로 당뇨를 없앤 것이죠. 그리고 2년간 그 상태를 유지하고요. 저에게는 그 연구가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식이 프로그램을 지키기가 쉽지는 않지만,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거든요.
그래서 식이 프로그램 연구를 제가 직접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식이대체재 ‘그린 프로테이크’를 직접 개발했고 이를 토대로 2020년 바이오뉴트리온을 창업했습니다. 그리고 2022년 병원을 그만두고 바이오뉴트리온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IT동아: 바이오뉴트리온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김주영 대표: 바이오뉴트리온은 맞춤 영양과 코칭 프로그램을 통해(BIO-NUTRI) 몸의 대사 스위치를 건강하게 켜자(ON)는 의미를 담은 이름입니다. 저희는 ‘삶을 바꾸는 비만 치료, 함께라면 가능합니다’라는 비전 아래 식이대체재와 닥터코치 앱을 개발했습니다.
초기에는 체중을 효과적으로 줄이고 병원에서 처방 가능한 식이대체재를 연구했어요. 앞서 말씀드린 영국의 연구를 참조해 칼로리는 유지하면서 근육 감소를 막기 위해 단백질 함량을 높였어요. 칼로리와 단백질을 맞추고 효과를 테스트하느라 1년 정도 걸렸던 것 같아요. 이후 지난해 10월까지 1년간 106명의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했습니다. 이를 통해 과학적 근거를 확보했고요. 지금은 논문을 완성하고 학회 저널 등에서 심사 중입니다.
임상시험 결과 단계적으로 식이대체재를 사용하면서 코칭 프로그램을 적용한 시험군의 경우 원래 체중의 8.2%를 감량했고, 일반 음식 기반의 식이요법과 코칭 프로그램을 통해 관리한 대조군은 원래 체중의 5.5%를 감량했습니다. 저희는 시험군이 7.5%, 대조군이 2.5% 정도 빠질 것으로 예상했는데 기대 이상의 결과를 얻었어요. 보통 체중감량이 5% 이상이면 의약품으로 승인받거든요.
저에게는 특히 대조군의 결과가 인상적이었어요. 별도 식이대체재 없이 코칭 프로그램만으로 5.5%라는 의미 있는 체중 감량 효과를 얻었기 때문입니다. 이를 통해 코칭 프로그램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어요. 이를 체계화해 병원에서 처방 가능한 체중 감량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그렇게 개발하기 시작한 것이 닥터코치입니다.
인지행동 치료 기법 적용
IT동아: 닥터코치는 어떤 프로그램인가요?
김주영 대표: 닥터코치는 1년간의 연구 결과를 통해 확보한 과학적 근거 기반의 식이대체재와 코칭 프로그램으로 체중 감량 및 유지를 돕는 프로그램입니다. 의료 정보 시스템과 연계한 맞춤 알고리즘을 이용해 개인의 대사 상태를 평가하고 그에 맞는 식이대체재나 맞춤 영양, 행동 처방을 제시합니다.
저희 프로그램은 감량 체중을 효과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사고방식을 바꾸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최신 인지행동 치료 기법인 ‘수용 전념 치료’를 적용했어요.
수용 전념 치료는 치료 과정의 어려움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 챙김을 통해 나의 상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수용), 나의 인생 가치를 정하고 그에 맞는 행동(전념)을 실천하는 인지행동 치료 기법입니다. 비만 연구에서 감량 체중 유지 측면에서 기존 인지행동 치료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으로 제시된 치료법이에요. 이를 통해 유연한 마음으로 스트레스에 대처하도록 도와주며 건강을 지속적으로 챙기고 관리할 수 있게 합니다. 저는 수용 전념 치료가 비만뿐 아니라 지속적인 관리와 조절이 필요한 대부분의 질환에 꼭 필요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합니다.
IT동아: 닥터코치에 간 질환 위험도를 평가하는 기능도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관련 내용도 설명 부탁드립니다.
김주영 대표: 저희 식이대체재와 코칭 프로그램을 체중 감량이 필요하면서 아직 치료제가 없는 비알코올 지방간 질환에 적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비알코올 지방간의 경우 전 세계 인구의 1/3이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비알코올 지방간은 간경화나 간암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당뇨나 심혈관 질환 발병 확률도 2배 가까이 높입니다. 하지만 아직 승인된 치료제가 없어요. 비알코올 지방간 질환의 경우 체중을 줄이는 것이 필수입니다. 체중을 7~10% 이상 감량해야 간 염증이 줄어듭니다.
지방간 질환의 중증도 평가는 조직검사뿐입니다. 저희는 지방간 질환의 중증도를 간접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능을 닥터코치에 추가했어요. 2021년 대한간학회에서 발표한 비알코올 지방간 질환 진료 지침을 기반으로, 건강검진 정보를 통해 간 섬유화 위험도를 평가하고 위험도가 높은 환자에게 추가적인 소화기 내과 평가 및 관리를 권합니다. 참고로 건강검진 정보는 의료정보시스템 회사와 업무협약을 체결하여 연계된 병원의 데이터를 활용합니다.
현재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의 실증 과제로 서울 부민병원과 함께 지방간 환자 60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 중입니다. 중간 결과를 봤는데 기대 이상이에요. 체중 감량을 통해 간 수치가 의미 있게 떨어지는 것이 관측되었습니다. 당뇨 초기 진단을 받은 환자의 경우 체중 감량으로 당뇨가 없어진 경우도 있고 최고 14kg 감량한 환자도 있습니다.
병원 처방 가능한 프로그램으로
IT동아: 현재 닥터코치 개발 상황은 어떤가요?
김주영 대표: 닥터코치 앱은 현재 2가지 버전이 있습니다. 2021년에 출시한 첫 번째 버전은 임상 영양 기반의 코칭 프로그램을 적용한 앱입니다. 두 번째 버전은 2022년에 출시했고 지방간 질환의 중증도 평가 및 맞춤 영양 처방 기능을 넣었습니다.
현재 세 번째 버전을 개발 중입니다. 이전에 선보인 두 가지 버전을 통합하고 수용 전념 치료 모듈을 보강한 것이 특징입니다. 현재 개발 마무리 단계여서 내년 상반기 내에는 출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세 번째 버전이 나오면 이를 기반으로 지방간 환자 대상 임상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식약처 인허가를 취득하고 병원에서 처방 가능하도록 제공하고자 합니다.
또한 최근에 체중조절식 ‘슬림라이트’를 출시했습니다. 끼니를 대체할 수 있는 식사 대용 제품입니다.
IT동아: 현재 보건산업혁신창업지원센터(KBIC)의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어떤 지원이 있었나요?
김주영 대표: 보건산업혁신창업지원센터의 도움으로 다양한 투자자와 미팅할 수 있었습니다. IR 자료에 대한 투자자의 조언도 매우 유용했습니다. 덕분에 IR 자료를 효율적으로 보강할 수 있었어요. 또한 바이오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여러 대표와의 네트워킹 기회도 제공했어요. 그들과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졌습니다.
IT동아: 마지막으로 바이오뉴트리온의 향후 목표 및 계획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주영 대표: 비만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는 만성질환입니다. 최근 60년간 전 세계 비만 인구는 3배 이상 증가했고 비만 인구 증가를 효과적으로 예방한 나라는 한 곳도 없습니다. 물론 최근 의미 있는 비만약이 출시되고는 있지만 비용 부담과 접근성, 복용 중단 시 체중 증가 등의 단점이 있어요. 여전히 비만 예방이나 감량 체중 유지까지는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것이죠. 닥터코치는 비만 치료뿐 아니라 예방, 감량 체중 유지에도 효과를 볼 수 있는 잠재성이 있습니다.
저희는 현재 준비하고 있는 닥터코치 세 번째 버전 앱을 출시하고 임상까지 빠르게 완료해 2년 이내에 병원에서 처방 가능한 앱으로 인증받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성인 비만은 물론 소아, 청소년 비만 문제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이와 함께 글로벌 진출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비만 인구 비중이 증가하고 있는 북미, 중동 시장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습니다. 이후 아시아, 유럽 시장까지 확장하고자 합니다.
저희는 닥터코치가 비만 관리를 필요로 하는 모든 이들의 필수 파트너로 자리매김하도록 쉬지 않고 달리겠습니다.
글 / IT동아 한만혁 기자 (m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