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찬 울산시 건설주택국장, “디자인은 산업도시 울산의 새로운 성장 기회입니다”
[IT동아 권명관 기자] 지난 2023년 1월 16일, 울산시와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 한국디자인진흥원이 울산시 남구 울산대 공장형실험동에서 ‘울산 디자인주도 제조혁신센터(Design-driven Manufacturing Innovation Center, 이하 울산센터)’ 개소식을 개최했다. 개소식에는 서정욱 울산시 행정부시장, 김기환 울산시의회 의장, 이재석 산업부 엔지니어링디자인과장, 윤상흠 한국디자인진흥원장, 오연천 울산대학교 총장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디자인주도 제조혁신센터는 디자인 역량이 취약한 중소·중견 제조기업이 디자인을 통해 신상품 기획력과 개발 경쟁력을 높여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설립한 정부 출연 기관이다. 스마트그린산단 등에 거점센터를 구축, 제조와 디자인을 융합한 제품 개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울산센터는 서울센터(2019년 6월), 경기센터(2021년 3월), 경남센터(2021년 3월), 경북센터(2021년 11월), 광주센터(2021년 12월), 대구센터(2022년 12월)에 이어 7번째로 개소했다. 서울센터는 서울과 인천, 강원 지역을, 경기센터는 경기와 대전, 충남 지역을, 경남센터는 경남 지역을, 경북센터는 경북 지역을, 광주센터는 광주와 전북, 전남, 제주 지역을, 대구센터는 대구와 충북 지역을, 울산센터는 울산과 부산 지역을 지원한다.
올해 1월 개소 후 약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울산센터는 담당 지역 제조기업에게 센터 설립을 알렸다. 또한, 지역 내 중소·중견 제조기업의 상황과 각 기업이 어떤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지 등을 파악하며, 제조기업을 위한 디자인 상담과 수요맞춤 개발, 홍보 등의 지원과 함께 제품 촬영, 상시 상담 프로그램 등을 운영했다. 이를 통해 디자인 컨설팅 40회, 역량 강화를 위한 디자인 세미나&네트워킹 5회, 기업 홍보를 위한 기획기사 15회, 제품 촬영 31건, 회의실 대여 109건 등의 성과도 남겼다.
이에 IT동아가 이상찬 울산시 건설주택국장(이하 이 국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이 국장은 “지난 2019년 서울에 1호 디자인주도 제조혁신센터 구축 소식을 접한 뒤, 우리 울산시에도 센터를 유치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라며, “울산시는 지난 60년 동안 산업수도 역할을 담당했다. 최초 산업단지였던 울산산업단지는 국내 최대 수출 거점으로 성장했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석유화학·자동차·조선 중심의 제조업 도시로 발돋움했다. 이번 울산센터 개소를 통해 투박한 제조에 미려한 디자인을 접목, 새로운 성장 기회로 삼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디자인주도 제조혁신센터 유치를 위해 2년을 준비했습니다
IT동아: 그동안 울산센터 유치를 위해 많이 노력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국장: 2019년부터 약 2년간 치열하게 준비했다. 제조에 디자인을 적용, 새로운 성장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센터 운영 목적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울산시의 국가산업단지 내 주력산업인 석유화학·자동차·조선 등의 위기 극복과 선제적 대응을 위해 새로운 성장 모멘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에 산업단지 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자생력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울산시는 기본적으로 3대 주력산업을 중심으로 대기업이 산업을 주도하는 형식을 갖추고 있고, 그에 따라 소위 협력업체라고 하는 기업은 대부분 대기업의 요구에 맞춰 생산하는 시스템을 유지했다. 서로 상생하는, 윈윈하는 관계다. 하지만, 대기업에 의존적인 중소기업의 현 상황은 자생력을 가지기 어렵다. 이를 바꾸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이 나름의 독자성을 갖추고, 자신의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색깔이 필요하다. 여기에 디자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IT동아: 확실히… 디자인주도 제조혁신센터 설립 및 운영 목적과 같은 생각이다.
이 국장: 맞다. 공모사업 소식을 듣고, 서울에 1호 센터가 개소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 울산시도 센터를 유치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 지난 2021년 울산연구원과 센터 유치 타당성 및 운영 방안에 대해서 연구했다.
연구 결과를 통해 1962년 국가산업단지 지정 이후 60년이 경과하며 생산시설뿐만 아니라 사회기반 시설의 노후화를 확인했고, 산업단지 가동률도 2014년 4분기부터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파악했다. 울산시의 제조업 생산액은 2018년 190.7조 원을 기록했지만, 2011년 이후 연평균 2.5%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울산시에 있는 중소 제조기업 105개소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도 진행했다. 제품을 제조할 때 디자인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인지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의 48%가 디자인을 고려하고 있고, 42%가 5회 이상 지식재산 출원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64%가 제품 개발 준비 단계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69%는 제품 개발 대비 디자인 비용은 전체 투자비의 15%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디자인주도 제조혁신센터를 유치하면 90% 이상 이용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연구 및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울산시의 중소 제조기업이 제품 개발과 생산에 디자인적인 요소를 고려했지만, 여러 이유로 실제 대응은 못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울산센터를 유치하면 이러한 상황에 변화를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IT동아: 단단히 준비한듯한 느낌이다.
이 국장: 하하. 연구 조사 후 포럼을 열며 기업과 시민의 공감대 형성도 함께했다. 실제로 최종 평가 심사위원회 당시 ‘울산시가 센터 유치를 위해 자료를 포괄적으로 많이 준비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실 센터 유치를 위해 타당성 조사까지 하는 지자체는 거의 없다. 정말 꼼꼼하게 챙겼다. 그렇게 지난 2022년 7월 센터 유치를 확정하고 올해 1월 개소할 수 있었다.
기업 성장 지원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IT동아: 건설주택국에서 중소 제조기업을 위한 센터 유치를 이뤄낸 것도 흥미롭다.
이 국장: 울산센터 유치와 제조 중소기업 지원에 건설이 동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건설주택국은 도로, 주택, 건축, 도시재생, 토지 관리 등 울산시 건설에 모든 것을 준비하고 마련한다. 신도시 건설 및 스마트시티 구축도 담당한다. 즉, 도시 인프라 전체를 아우른다. 여기에는 도로와 아파트 디자인뿐만 아니라 공장과 같은 생산시설도 들어간다.
도시재생을 예로 들어 보자. 도시재생 안에는 산업재생이 포함되어 있는데, 낙후된 도로, 노후화된 건물과 생산시설 등을 새롭게 정비하기 위해서는 디자인이 필요하다. 건설주택국 아래 도시재생과와 그 안에 공공디자인팀이 있는 이유다. 울산센터 유치 후 울산대학교를 찾아가 협조를 구하고 센터 설립 장소를 선정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 울산센터 위치는 지난 1998년 항공기 모형실험과 홍수에 대비한 댐, 항만의 모형실험 등을 위해 구축한 공장형실험동이다. 과거 제조와 연관되어 있던 공간을 디자인을 지원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하며 제조와 디자인의 융합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참고로 공공디자인팀은 전문성을 살리기 위해 전문직 공무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디자인 전문가가 관련 업무를 지속적으로 담당해 특화할 수 있도록 준비한 팀이다. 부서를 순환하며 근무하는 공무원이 아닌, 한 팀에서 오래 근무하는 전문직 공무원이 업무를 담당해 민간기업과의 원활한 소통과 협업에도 긍정적이다.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찾은 결과다.
IT동아: 울산센터를 방문했을 때도 느꼈던 점인데, 국장님과 대화하면서 또렷해졌다. 확실히 울산시는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 제공에 진심인 것처럼 느껴지는데.
이 국장: 그게 울산시가 ‘산업수도’인 이유 아닐까. 기업이 성장할 수 있다면, 시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준비한다. 필요하다면 현장에 담당 공무원을 직접 보내 행정 절차 처리를 돕는다. 책상 앞에만 앉아 있는 공무원이 아닌, 현장에서 (기업에게) 필요한 것이 없는지 직접 찾고, 바로 대응한다.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이 현대차 울산공장에 2조 원 규모를 투입하는 전기차 공장 설립의 기공식을 진행했는데, 공장 설립에 필요한 제조 산업시설 인허가 등 행정절차를 빠르게 처리하고자 담당 공무원을 파견했었다. 이를 통해 통상 2~3년에서 길게는 5년까지 걸리는 과정을 10개월 만에 마무리할 수 있었다.
앞서 언급했지만, 대한민국의 산업화는 울산시에서 시작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기업 삼성, 현대, SK, 에쓰오일 등의 석유화학·자동차·조선 중공업 생산시설이 울산시에 있다. 2020년 이후 전기차 생산을 위한 제조 시설도 본격적으로 조성 중이다. 올해에만 총 16조 6398억 원 규모의 기업 투자를 유치했고, 제조 시설 확충을 위해 개발제한구역 해제 권한도 확대했다.
또한, 기업 맞춤형 전략적 투자유치 활동으로 1조 원대 규모의 고려아연 고순도 니켈 생산공장 신·증설도 유치했다. 이외에도 국가 첨단전략산업 이차전지 특화단지를 지정했고, 정부 타당성 재조사 통과로 친환경 수소 트램 설치 기반 등을 마련했다.
제조 산업은 모든 산업의 근간이자, 포기할 수 없는 기반이며, 단단한 뿌리다. 수많은 일자리도 창출한다. 자동차, 조선처럼 많은 인력과 자원, 인프라가 필요한 제조 산업은 전후방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자동차 1대를 생산하기 위해서 수많은 협력 업체들이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다. 대기업과 중소·중견 제조기업이 상생하며 발전할 수 있는 산업이다.
울산의 첫 디자인 지원 기관, 울산 디자인주도 제조혁신센터
IT동아: 올해부터 울산센터는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이 국장: 울산센터는 제조기업에게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유치했다. 울산시에는 좋은 기술력을 갖춘 중소·중견 제조기업이 많이 있다. 다만, 대기업에 너무 종속적인 관계에 머물러 있어 안타까웠다. 대기업이 원하는 부품 납품, 기술 제공 등에 안주하고 있다. 한 발자국만 더 나아가면 되는데, 오래도록 답습해 온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질 않았다. 디자인 역량을 조금만 높이면, 부품이 아닌 완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제조기업이 충분히 많은데 말이다.
약 10년 전, 산업진흥과장으로 일할 때부터 대기업에 종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중소 제조기업 구조를 보완하고 싶었다. 대기업과의 관계 유지, 딱 거기까지만 한다. 그래서 울산센터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 중소·중견 제조기업에게 디자인을 심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주길 희망한다.
울산센터는 오는 2027년까지 5년간 매년 국비 10억 원을 투입해 운영하는데, 울산시도 자체 예산을 투입해 다양한 지원 사업을 제공할 계획이다. 올해 약 3억 원 규모의 예산으로 센터가 기획한 프로그램을 확대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했는데, 내년에는 지원 규모를 더 늘릴 예정이다.
IT동아: 디자인을 지원하는 기관이 이전에는 울산시에 없었던 것인지.
이 국장: 울산시 내 디자인 전담 부서는 도시재생과의 공공디자인팀이다. 디자인 연구개발, 산업단지 안전 디자인, 범죄 예방 디자인, 디자인 관련 행정 서비스, 공공 조형물, 국비 지원 공공디자인 공모사업 등을 담당했는데, 산업디자인이나 디자인 전문 회사를 대상으로 직접 지원하는 경우는 없는 실정이었다.
울산경제진흥원은 산업디자인을 위한 자금, 경영, 마케팅, 기술 개발 등을 지원했는데, 기술 위주 지원이 많아 제품 디자인 컨설팅은 다소 미흡했다. 울산테크노파크도 업무 특성상 지역 내 주력 산업과 신소재 산업 등의 지원에 특화해 디자인만의 지원은 거의 추진하지 않았다. 그나마 울산상공회의소 지식재산센터에서 브랜드, 디자인 개발 지원과 디자인 컨설팅 등을 추진했는데,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았다.
울산센터에 기대하는 바가 큰 이유다. 올해 센터와 함께 협력하며 ‘디자인주도 제조혁신 지원사업(7업 프로그램)’을 통해 총 19개 기업(울산 지역 12개 제조기업, 부산 지역 7개 제조기업)을 지원했다. 제조기업을 위한 브랜드와 디자인을 제공하고, 맞춤형 제품 개발을 통해 결과물을 선보일 수 있었다. 또한, 제조기업이 아닌 옛간(60년 전통의 참기름, 들기름 생산 기업), 트레비어(수제 맥주를 제조해 판매하는 양조장 운영)와 같은 울산만의 색깔을 간직한 새로운 기업도 발견할 수 있었다.
디자인의 범위는 정말 넓다. 단순히 제품 외형을 바꾼다는 생각은 편협하다. 새로운 소재를 적용해 제품을 업그레이드하고, 제조 과정을 보다 효율적으로 개선하는 디자인 프로세스도 있다. 또한, 제조기업이 개발한 제품과 서비스 등을 판매하기 위한 홍보, 마케팅을 뒷받침할 수 있는 디자인 역량도 필요하다. 해외 시장 진출의 실마리를 디자인에서 찾을 수도 있다.
IT동아: 올해 센터를 통해 컨설팅, 세미나, 네트워킹 등 교육 관련 지원이 많았던 것 같다.
이 국장: 디자인 함양부터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디자인에 대한 제조기업의 인식부터 변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제조 산업은 공장에서 좋은 제품을 빠르게 생산한다고 끝이 아니다. 생산한 뒤 판매하기 위해서는 좋은 옷을 입어야 한다. 사람과 사람이 만날 때 첫인상이 중요하듯, 제품의 디자인이 중요한 이유부터 알렸다.
‘디자인이 필요하다’는 정보의 부재가 컸다. 제조기업이 어디에서 도움받을 수 있는지 몰랐다고 생각한다. 울산센터는 디자인을 지원하는 기관이자 허브다. 지역의 많은 제조기업을 디자인으로 연결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제조업에 필요한 원재료와 중간재, 소재를 하나의 제품으로 디자인해 판매할 수 있고, 지역 특산물을 디자인 상품으로 개발해 선보일 수도 있다. 관광 상품도 마찬가지다.
산업수도 울산에 멋진 디자인의 옷을 입히고 싶다. 기존 방식에 정체되어 있던 것을 깨며,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창출하고자 한다. 앞으로 울산센터를 통해 울산시의 많은 제조기업이 디자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