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스타트업, 부산물로 가치 만드는 ‘업사이클링’ 맞손
[IT동아 차주경 기자] 감자와 연어, 굴과 미역, 배와 귤. 이들의 공통점은 우리나라 각지의 특산물이자 푸드 업사이클링에 유용한 식재료라는 점이다. 식재료를 가공하고 남은 부산물을 활용, 새로운 원료와 상품을 만드는 푸드 업사이클링을 지방자치단체가 주목한다. 식재료를 알차게 활용하고 부산물을 처리하는 비용을 아끼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일석삼조 기술인 덕분이다.
강과 바다, 산이 모인 강원도는 천혜의 농산물 재배지다. 그래서 푸드 업사이클링도 활발하게 이뤄진다. 강원도 강릉의 감자 가운데 크기나 모양이 불규칙해 상품성이 떨어지는 것을 가공, 감자칩과 화장품을 만든 업사이클링 사례가 돋보인다. 강원도 연어도 새로운 푸드 업사이클링 소재로 주목 받는다. 대부분 버리던 연어의 껍질에 함유된 콜라겐을 추출, 의약품과 화장품의 소재로 쓰는 기업이 강원도에 자리 잡았다.
전라남도 나주시는 특산물인 배의 활용 방안을 다각도로 고려 중이다. 부숴서 비료로 쓰던 배 나무를 가공해 공예품을 만든 것, 배 즙을 짜고 남은 배박의 활용 방안을 연구하는 것이 사례다. 스타트업 루츠랩은 배의 심지에 있는 석세포를 가공, 미세플라스틱을 대체할 새로운 물질을 추출해 활용 중이다.
경상남도 통영의 특산물 굴은 살이 통통하고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겨울이면 수많은 이들이 통영의 굴을 즐겨 먹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굴 껍데기가 매년 28만 톤씩 나온다. 이 가운데 약 18만 톤은 그냥 버려진다. 통영시는 블루랩스, 그린오션스 등 여러 스타트업과 함께 굴 껍데기의 업사이클링을 시도한다. 그 결과 굴 껍데기로 흡착제와 친환경 소재, 플라스틱 대체 소재 등을 만들었다.
경상북도 포항에서 나는 돌미역은 맛과 영양을 모두 가진 식재료다. 돌미역은 특성상, 양식하지 않고 해녀들이 직접 따서 오랜 기간 가공해 만든다. 하지만, 최근 수요가 많이 줄어들었다. 미역에서 고기 맛을 내는 소재 ACOM-S를 추출해서 각종 대체육을 만드는 기업, HN노바텍은 돌미역 업사이클링 상품 곽포를 선보였다. 요오드와 칼륨, 미네랄 등 돌미역의 영양을 고스란히 갖춘 채 육포 고유의 고기 맛을 선사하는, 게다가 칼로리까지 낮은 친환경 식품이다.
귤의 고장, 제주도도 푸드 업사이클링에 열중한다. 파트너는 스타트업 라피끄다. 식품과 주류 부산물을 업사이클링, 화장품 원료로 만드는 이들은 맥주 부산물로 만든 화장품을 업사이클 뷰티 브랜드 브루버드(Brewbud)로 선보였다. 원료화 기술로 새로운 싹(가치)을 틔운다는 의미다. 전라남도 완도군, 충청남도 태안군과 서천군과도 지역특화자원의 업사이클링 사업을 진행 중이다. SBA의 R&D 지원을 받아 새로운 업사이클링 소재를 찾던 라피끄는 제주도의 부산물 소식을 듣는다.
라피끄는 제주도 특산물 감귤과 녹차 부산물, 제주도 각지의 수제맥주 공장에서 나오는 맥주 부산물의 원료화 기술을 연구 중이다. 매년 제주 바다를 더럽히는 괭생이모자반의 활용 방안도 함께다. 제주도에서 나오는 이들 부산물의 업사이클링에 성공하면, 라피끄는 환경 보호와 특산물 수요 확대, 새로운 원료·상품 개발과 농가의 수익 증대라는 네 마리 토끼를 함께 잡는다.
라피끄는 올해 클렌징·각질제거·스킨케어를 한 번에 하는 브루버드 그레인 스크럽 바, 손 피부를 케어하는 브루버드 그레인 스크럽 핸드워시를 출시했다. 이어 2024년 상반기, 제주도 특산물의 부산물로 만든 고부가가치 업사이클링 화장품을 공개할 전망이다.
푸드 업사이클링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가 주목하는 기술이다. 기후 이변, 식량 무기화, 유통망 교란 등 각종 지정학 변수가 세계인의 먹거리를 위협한다. 이에 세계 각국 정부는 농산업에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해서 농산물 재배지 확장, 수확량 증대에 힘쓴다. 동시에 식재료를 더 알뜰하게 쓰고 환경 오염을 일으키는 부산물을 줄이는 푸드 업사이클링을 연구, 새로운 농산업 경쟁력이자 ESG 기술로 활용하려 한다.
시장조사기업 퓨처인사이트는 2022년 세계 푸드 업사이클링 시장 규모를 530억 달러(약 69조 7745억 원)로 추산했다. 그리고 이 규모가 매년 급성장해서 10년 후에는 833억 달러(약 109조 6644억 원)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여기까지 다다르려면 기업들은 업사이클링의 인식을 바꿔야 한다. 아직 업사이클링을 보는 시선은 대부분 곱지 않다. 재활용의 인식 자체가 좋지 않은데다, 버리던 소재를 굳이 다시 써야 하냐고 반문하는 이들도 많다. 그럼에도 업사이클링 기업들은 기술 연구 개발과 시장 확대가 필수라고 말한다. 기초 소재 기술이 곧 국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에 앞서나가려면, ESG 경영과 지속 가능성을 증명해 국제 사회에서의 영향력을 높이려면 업사이클링이 필수라는 주장을 내세운다.
업사이클링 스타트업 라피끄는 “지자체, SBA와 해양수산부 등 정부 기관의 도움을 받아 여러 업사이클링 사례를 만들었다. 기술을 고도화해서 더욱 다양한 업사이클링 소재와 상품을 제작, 기업과 업계는 물론 소비자들도 환경 보호에 동참하도록 이끌겠다.”고 밝혔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