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접부터 팔레타이징까지…보폭 넓히는 ‘협동로봇’
[IT동아 김동진 기자] 급격한 고령화와 노동 인구 부족을 벌충할 방안으로 로봇이 꼽히지만, 생산 현장 전면에서 사람을 완전히 대체하는 방식의 로봇 활용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 가운데 대안으로 근로자를 도와 위험한 작업을 대신 수행하며 생산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협동로봇 활용처가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용접공 수요 지속 증가…협동로봇에 용접 애플리케이션 적용으로 해결
용접과 팔레타이징(Palletizing)과 같이 위험한 작업으로 분류되는 동시에 인력이 부족한 분야는 협동로봇의 주요 활용처다.
용접은 금속 등을 열과 압력으로 접합하는 기술로, 대형 건설 프로젝트와 선박 건조 등에 빠질 수 없는 작업이다. 용접 산업의 시장규모는 2028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약 286억6000만 달러(약 37조 64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며, 미국 용접 학회에 따르면 2026년까지 미국에는 33만6000여명의 새로운 용접 전문가가 필요할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이 같은 수요를 충족할 숙련공의 부족은 전 세계적인 추세이며, 우리나라의 경우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특히 조선업계는 위험 작업 기피 현상과 숙련자 은퇴로 인한 용접공 부족을 오래전부터 호소해왔다. 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조선업 노동자는 2014년 20만3000여명에서 2022년 9만2000여명으로 급감했다. 임시방편으로 외국 인력 도입 확대를 위해 용접공 비자 쿼터를 폐지하기도 했지만, 수요를 모두 충족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조선업계에 친환경 선박 교체 수요가 몰리면서 모처럼 선박 수주가 급증했지만, 생산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가운데 협동로봇이 인력난을 해소할 대안으로 꼽힌다. 특히 용접과 도장 등 작업자가 기피하는 직종을 중심으로 협동로봇이 집중 투입되고 있다.
일례로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은 선박의 배관 조정관을 용접하는 데 협동 로봇을 활용하고 있다. 기존에는 무게 30kg이 넘는 작업대를 사람이 직접 옮기고 위치를 맞춰 용접해야 했으므로, 산업재해의 위험이 존재했다. 대우조선은 용접 로봇 투입으로 근로자를 보호함과 동시에 작업준비 시간을 약 60% 줄여 생산성을 높일 수 있었다고 밝혔다.
현대삼호중공업 또한 인력난에 대응해 협동로봇을 도입했다. 이 기업은 올해 1분기까지 외국인 인력 제한 완화 조치 등으로 5000명 넘는 외국인 인력을 투입했지만, 연평균 약 1만명에 달하는 인력 부족을 벌충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협동로봇을 도입한 현대삼호중공업은 평판 위주의 패널조립부와 곡블록 위주의 대조립부 용접에 기기를 활용하고 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자동 용접 장치인 ‘캐리지’(기계화 설비)를 사용한 바 있으나, 캐리지는 작업자 한 명이 여러 기기를 운용하기 어렵고 가이드롤러로 인해 용접이 불가능한 부분이 발생하는 등 한계점이 있었다. 이 기업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협동로봇을 도입했다. 협동로봇의 경우, 가이드롤러로 인해 용접이 불가능한 부분이 있던 캐리지와 달리 모든 부위를 용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 사람이 여러 대를 운용할 수 있고, 용접 자세에 제한이 없어 유용하다.
류상훈 현대삼호중공업 자동화혁신센터 상무는 "시장이 원하는 기술로 조선 시장을 선도하고 경쟁력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며 "협동로봇은 조선업 생존을 위한 혁신적인 전략이라고 본다. 조선산업이 미래기술의 집합체가 될 수 있도록 첨단 기술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팔레타이징에도 효과적인 협동로봇...공정 효율 제고
많은 양의 상품을 안전하게 보관하거나 운송하기 위해 팔레트에 쌓아 올리고 고정하는 과정을 팔레타이징(Palletizing)이라고 한다. 이 작업은 공간 효율성을 최대화하면서도 상품 파손을 방지할 수 있는 방안으로, 대규모 생산과 소비를 기반으로 하는 기업에는 필수 요소다.
이 같은 팔레타이징을 여전히 수작업에 의존하는 기업이 많은데, 무거운 상품을 들어 올리고 비트는 작업을 사람이 반복하는 과정에서 근골격계 손상의 위험이 존재한다. 무엇보다 이 작업마저도 수행할 인력이 부족한 탓에 팔레타이징에도 협동로봇을 적용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일례로 글로벌 뷰티 회사 로레알은 인도 마하라슈트라주에 위치한 푸네 공장에서 생산이 완료된 화장품 제품을 팔레타이징하는 데 협동로봇을 도입했다. 기존에는 팔레트에 상자를 올려놓는 작업을 사람을 통해 수작업으로 처리했으며, 각 작업자는 8시간 교대 근무당 8500kg 무게의 제품을 들어 올렸다.
로레알은 작업자의 위험도를 줄이고, 시장에 제품을 원활하게 제공하기 위해 2016년, 사람과 협업하는 협동로봇을 도입했다. 이 기업은 이후 라인을 멈추지 않고 두 개의 팔레트를 동시에 사용하는 방식으로 교대 근무 시간당 30분을 절약하고 있다고 밝혔다. 덕분에 공장의 설비종합효율(OEE) 또한 약 5% 개선됐다고 덧붙였다.
마유르 라우트(Mayur Raut) 로레알 인디아 생산 부서 매니저는 "자사는 같은 라인에 여러 사람이 다른 교대 근무로 출근하는 방식으로 일한다. 따라서 사람이 바뀌면 라인의 효율성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협동로봇을 도입한 덕분에 작업자가 바뀌어도 라인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며 생산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협동로봇은 사람과 원활한 협업을 위해 더 작고 가볍게 제작되고 있다. 그러면서도 더 무거운 물체를 들어 올릴 수 있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일례로 협동로봇 전문 기업인 유니버설 로봇(Universal Robots)은 최근 셀 사이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으면서도 무게는 63.5kg 불과한 최신 협동로봇(UR30)을 선보였다. 이 제품은 30kg의 가반하중을 이용해 동시에 여러 개의 그리퍼를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 적용됐다.
킴 포블슨 유니버설 로봇 CEO는 “더 높은 가반하중과 유연성을 통해 자동화 수준을 높이고 사람과의 협업 범위를 대폭 확대할 수 있다”며 "전 세계적인 인구 감소 추세 속에서 협동로봇의 도입과 활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각 기업의 자동화 여정에서 협동로봇은 역할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글 / IT동아 김동진(kdj@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