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ing] 델바인 “디지털 기술 기반 새로운 치료법을 연구합니다”
[IT동아 한만혁 기자] 잘못된 습관을 고치려면 적지 않은 노력이 필요하다. 매 순간 신경 써야 하는 것은 물론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행동까지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흡연이나 비만, 섭식장애도 마찬가지다. 약물 등의 의학적 도움에 기대보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다.
헬스케어 스타트업 델바인은 약으로 완벽하게 치료하기 어렵거나 디지털 기술의 도움을 받았을 때 효과가 극대화되는 질환을 위한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델바인의 디지털 치료제는 뇌 가소성 원리를 이용하고 의식적 관리와 무의식적 치료 방식을 함께 활용하기 때문에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게다가 게임형 콘텐츠를 이용해 치료에 대한 스트레스도 줄인다.
델바인은 현재 금연, 식욕 억제를 위한 디지털 치료제를 선보였으며, 향후 식이장애, 당뇨, 비만을 위한 디지털 치료제와 시공간 인지장애 진단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디지털 기술 기반의 새로운 치료법 연구를 이어가겠다는 조성민 델바인 대표에게 현재 개발 중인 디지털 치료제와 사업 진행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뇌 가소성 이용한 디지털 치료제 개발
IT동아: 안녕하세요, 조성민 대표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조성민 대표: 안녕하세요, 델바인 조성민입니다. 저는 대학원 시절 뉴미디어 연구실에서 상호작용 기반의 새로운 기술을 연구했습니다. 특히 신체 추적 및 기계학습(머신러닝) 기반 진단 자동화, 개인 맞춤 콘텐츠 기반 재활치료 등 새로운 형태의 의료 기술 개발에 집중했습니다.
박사 학위 취득 후 당시 지도교수가 창업한 회사에 몸담으며 스타트업을 경험했지만 당시에는 대학원 시절 진행하던 연구를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 더 컸어요. 운 좋게 대학병원에서 박사후과정을 할 기회가 주어져 연구를 계속할 수 있었습니다. 개발한 제품을 환자에게 적용하고, 환자들의 임상적 변화를 분석하는 연구를 했어요.
이와 함께 뇌 활성 변화에 대한 연구 기회도 얻었어요. 행동 변화가 뇌 변화를 끌어내고, 동시에 뇌 변화로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것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 델바인이 제공하는 디지털 치료제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죠.
IT동아: 델바인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조성민 대표: 저는 환자를 이롭게 하는 새로운 기술의 개발을 통해 하드웨어 위주 의료기기 산업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자 지난 2017년 델바인을 창업했습니다. 하드웨어 의료기기는 수입 의존도가 높지만, 새롭게 성장하는 디지털 치료기기, 소프트웨어 기반 의료기기 시장에서는 우리나라가 글로벌 시장을 충분히 선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델바인이 그 중심축이 되고자 합니다.
델바인(Delvine)은 “Development of Enjoyable Life Venture Into New Everyday/Era”의 줄임말입니다. 사람들에게 새로운 매일을 선물하기 위한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해 새로운 시대로 도약하자는 의미를 담았어요.
저희는 뇌 가소성 원리를 이용해 신체 및 정신 재활을 위한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뇌 가소성 원리란 성장과 재조직을 통해 뇌가 스스로 신경회로를 바꾸는 능력을 말합니다. 저희는 이러한 뇌 가소성을 극대화해 치료 효과를 높이는 임상 근거 기반의 치료 방식을 제공합니다.
새로운 치료 경험 제공
IT동아: 현재 어떤 디지털 치료제를 서비스하고 있나요?
조성민 대표: 지난 10월, 게임을 통한 금연 인지치료 앱 ‘닉프리(NicFree)’와 식욕 억제 앱 ‘잇프리(EatFree)’를 출시했습니다. 모두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내려받을 수 있어요.
닉프리는 무의식적 치료 방식(인지 편향 수정 치료)을 이용한 금연용 디지털 치료제입니다. 매년 수많은 사람이 흡연 관련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는데요. 전통적인 금연 방법으로는 효과적인 결과를 얻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보다 효과적이고 개인화된 금연 지원을 위해 개발했습니다.
닉프리는 3가지 종류의 게임 콘텐츠와 금연 다이어리, 금연 관련 카드뉴스 및 퀴즈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이용자의 흡연 습관, 욕구, 스트레스 상황 등을 분석해 개인별로 최적화된 금연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검증을 위한 임상시험에서 2주 사용으로 82%의 흡연량 감소가 있었고, 실험군은 대조군 대비 13배의 무의식적 흡연 선호도 감소 결과를 얻었습니다.
잇프리는 식욕 억제를 통해 폭식을 관리하는 디지털 치료제입니다. 식이장애를 위한 디지털 치료제를 만드는 과정에서 테스트 제품으로 개발했어요. 역시 무의식적 치료 방식을 이용하고요. 구성은 닉프리와 비슷합니다. 게임 콘텐츠 3종, 폭식 다이어리, 식습관 관련 카드뉴스 및 퀴즈로 구성했습니다. 현재는 베타 버전을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가상현실(VR) 기반 시공간 인지장애 진단기 NeSAT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뇌졸중 편측 무시의 정밀 진단 및 치료를 위한 것으로, 의료진의 전문성을 보조해 편의성을 높이는 제품입니다.
NeSAT는 문진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시공간 인지장애 행동 양상을 VR 진단 콘텐츠 8종으로 머리, 손, 동공 움직임을 추적하면서 정밀하게 진단합니다. 동작 및 시선 분석으로 이상 여부를 파악하고, 개인 맞춤형 훈련을 제공합니다. 태블릿 등 모바일 기기를 이용해 편리하게 컨트롤 및 모니터링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장점이에요.
현재 수집된 데이터를 통한 진단 정확도는 90% 정도 확보했고, 제품 고도화 이후 허가용 임상시험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정식 출시는 2025년으로 예상하고 있어요. 의료기기 허가 절차도 진행 중입니다.
IT동아: 이들 서비스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델바인 만의 차별화된 기술은 무엇입니까?
조성민 대표: 저희는 의식적 관리와 함께 무의식적 치료 방식을 도입해 잘못된 뇌 네트워크를 정상화합니다. 특히 무의식적 치료 방식은 환자의 과도한 걱정, 스트레스로 인한 치료 중단을 예방합니다. 기존 치료 방식은 많은 노력이 필요하므로 환자의 스트레스가 적지 않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게임형 치료제를 통해 재미있고 접근이 용이한 새로운 치료 경험을 제공합니다. 기존 병원에서 진행하는 치료와 함께 활용하면 치료 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습니다. 게다가 모바일 기기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이용할 수 있어요. 병원과 일상에서 치료 및 훈련할 수 있는 전주기적인 치료법입니다.
또한 AI 기술을 활용해 개인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합니다. 의학 데이터 및 행동 데이터 기반으로, 질병에 대한 정밀 진단과 치료를 위한 개인 맞춤형 자극을 생성합니다. 덕분에 이용자는 개인 맞춤형 게임을 즐기는 것만으로 회복을 도모할 수 있습니다. 행동 분석과 모니터링에도 AI 기술을 이용합니다.
IT동아: 현재 보건산업혁신창업센터의 지원을 받고 있는데요. 어떤 내용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조성민 대표: 보건산업혁신창업센터는 보건 산업을 위한 혁식적인 기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투자 연계, 정부 지원 사업, 네트워킹 등 창업 기업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있어요. 특히 저희 같은 기술 기반 기업은 상대적으로 인허가적인 측면에 대한 대비가 취약할 수 있어요. 의료 관련 산업은 규제 산업 영역이기 때문에 허가 등 여러 절차가 필요하거든요. 이런 부분에서 보건산업혁신창업센터의 도움이 컸습니다. 관련 절차 진행을 위한 교육, 네트워킹 등 다양한 정보와 지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디지털 치료제 확대, 글로벌 시장 진출 목표
IT동아: 마지막으로 델바인의 향후 계획 및 목표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조성민 대표: 저희의 목표는 디지털 치료제 영역 확대, 글로벌 시장 진출 등을 통한 성공적인 사업 안착입니다.
저희가 개발하고 있는 디지털 치료제는 멘탈 헬스 전 분야와 뇌 질환 분야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저희는 약으로 완벽히 해결하기 어렵거나 디지털 기술이 보조했을 때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질환을 타깃으로 합니다. 현재 금연, 식욕 억제 디지털 치료제를 선보였는데요. 추후 식이장애, 당뇨, 비만 등을 위한 디지털 치료제로 확장할 예정이에요.
또한 현재 모바일 앱으로 서비스하고 있는 디지털 치료제를 기업, 보건기관용으로 제공하고자 합니다. 관리 기능을 강화한 것이 차별점인데요. 금연 지원이 필요한 임직원이나 주민에게 앱을 제공하고 관리자 사이트를 통해 활용 상태, 건강 상태 등을 관리할 수 있습니다. 보건소를 통한 금연 사업에도 참여하기 위해 준비 중입니다. 전화나 오프라인 위주인 금연 캠페인에 저희 앱을 적용하면 참여도를 더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외에도 뇌 자극 기법과 병행하는 치료법을 적용해 임상시험할 예정입니다. 뇌 자극 기법은 뇌에 고통을 주지 않고 전기적 신호를 전달하는 방식인데요. 저희 디지털 치료제는 뇌 자극 기법과 병행할 경우 더욱 향상된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병원 내원 시 뇌 자극 기법으로 치료하고 일상에서는 모바일 기기나 가상현실 등 디지털 치료제를 활용해 훈련하는 방식이죠. 이를 통해 병원 및 가정에서 모두 치료 및 훈련하는 전주기적 방식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글로벌 진출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앱 형태의 디지털 치료제는 시장에서 사용자 피드백을 빠르게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글로벌 진출에 용이합니다. 현재 닉프리의 영문 버전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디지털 기술 기반의 새로운 치료법을 지속적으로 연구 개발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기술 개발과 원천 기술 확보, 끊임없는 연구와 지속적인 환자 적용 사례 등을 만들어 의료진과 환자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를 구축하고자 합니다.
글 / IT동아 한만혁 기자 (m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