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모티브 “KIAT 기반구축사업 힘입어 모빌리티 생태계에 도전장”
[IT동아 김영우 기자] 4차산업혁명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다양한 산업 분야에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특히 모빌리티 분야의 변화가 눈에 띈다. 이미 전기자동차를 흔히 볼 수 있게 되었고, 최근 출시되는 완성차의 상당수는 부분적인 자율주행 기능이 탑재되고 있다. 특히 전기자동차 시장의 경우는 일반적인 승용차 외에도 특수한 산업에 특화된 차량인 ‘PBV(Purpose Built Vehicle)’의 비중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관심이 집중되는 산업인만큼, 기업들 사이의 경쟁도 치열하다. 다만, 막대한 자금과 인력을 갖춘 대기업들이 차세대 모빌리티 산업에서 독주할 경우, 규모가 작은 기업이 시장에서 소외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에, 유망한 중소기업에게 인프라를 지원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차세대 모빌리티 생태계를 고도화 하기 위한 정부 및 관련 공공기관의 정책도 주목받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하 KIAT)에서 추진하고 있는 기반구축사업, 그리고 그 일환인 ‘수요기반 협력사 밸류체인 고도화 및 자립화 패키지’ 프로그램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는 유망한 PBV 관련 부품협력사에게 개발 장비 등의 인프라를 공유하는 한편, 시제품 제작 및 시험 평가 등의 프로세서를 지원해 지속 가능한 자동차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목적이다. 광주그린카진흥원이 실무를 담당하며, 2022년 4월부터 2026년 12월까지 총 289.5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될 예정이다.
취재진은 수요기반 협력사 밸류체인 고도화 및 자립화 패키지에 선정된 기업 중 한 곳인 ㈜이노모티브 김종배 대표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들이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어떤 성과를 체감했는지, 그리고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는지 들어봤다.
- 수요기반 협력사 밸류체인 고도화 및 자립화 패키지 지원사업에 선정된 경위가 궁금하다
: 여느 기업과 마찬가지로 올해초 사업공고를 보고 우리의 사업 아이디어를 제출했는데 운 좋게도 선정되었다. 우리의 역량과 기술이 인정받은 것이라 기뻤다. 기술이 있어도 인력이나 비용의 문제로 꿈을 충분히 펴지 못하는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이 많은데, 우리가 꼭 성과를 내서 그들에게도 희망을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이노모티브는 전기자동차, 그 중에서도 마이크로모빌리티를 위한 배터리 및 충전스테이션에 특화된 기술력을 갖춘 곳으로 알고 있다. 이 분야에 집중하게 된 이유는?
: 오는 2027년에 자율주행에 대한 상업용 면허가 발급될 예정이며, 완전한 자율주행을 실현한 레벨4 수준의 차량도 돌아다니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자율주행차량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있다. 때문에 우리는 승용차보다 오히려 디지털 물류 관련 자율주행 기술이 더 각광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물품이 고객에게 배송되는 마지막 구간, 이른바 ‘라스트마일’에 최적화된 특수목적 자동차인 PBV에 주목했다. 물류업계는 EV(전기차) 기반의 소형 PBV에 기대가 크며, 우리는 이를 위한 교체 가능한 배터리 및 충전스테이션 플랫폼을 제공할 것이다.
- 전기차 관련 시장은 대기업들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이노모티브와 같은 작은 기업이 이를 극복하고 성과를 낼 수 있을까?
: 전기차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탄탄한 플랫폼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 현대자동차의 ‘E-GMP’, 폭스바겐의 ‘MEB’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이건 일반 승용 전기차를 위한 것이다. 소형 PBV 시장을 주목하는 우리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서 만든 ‘가변 아키텍처 전기차 플랫폼’에 대응한다. 이 플랫폼은 사이즈나 구조를 수월하게 조절할 수 있다. 배터리 용량이나 위치 역시 가변적이라 우리의 비즈니스 모델에 최적이다.
- 전기차와 배터리를 공급하는 기업은 많이 있다. 이노모티브에서 공급하는 배터리 플랫폼은 어떤 차별성이 있는가?
: 앞서 말한 것처럼 우리는 라스트마일에 최적화된 PBV 시장을 노린다. 이런 마이크로 모빌리티에 탑재되는 10kW 이하의 배터리는 완전 충전 상태에서 60~100km의 주행이 가능한데, 충전이 관건이다. 완전히 충전하려면 최소 4시간이 걸리는데 우리는 교환식 배터리를 통해 빠르고 손쉽게 에너지를 공급하는 플랫폼을 제공한다.
동일한 규격의 배터리를 전기자전거, 농업용 차량, 산업용 저속 운반차 등 다양한 규격의 전기차가 공유할 수 있다. 충전의 불편함과 화재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충전스테이션에서 신재생에너지로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어 탄소중립에도 기여가 가능하다.
이와 더불어 우리의 배터리팩과 충전 스테이션을 이용하면 해당 배터리를 어디서 충전했는지, 친환경 에너지원을 이용했는지 등의 히스토리 추적도 가능하다. 이를 통해 탄소배출권 거래와 같은 친환경 비즈니스도 연동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기술과 아이디어가 좋다고 해도 현실에 선보이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다. 상용화는 어느 정도 진행되었나?
: 지난 10월에 개최된 AIoT 국제전시회에 시제품을 출품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그리고 11월 23일 전남 나주에 있는 ‘에너지 자립 마을’에 우리의 솔루션이 투입되었다. 이곳은 탄소중립 실천과 신재생에너지 활용에 앞장서는 마을 공동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동수단에 우리의 배터리팩이, 충전 스테이션에는 태양광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가 적용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 파트너사들의 다양한 다목적 전기차가 이곳에서 운행될 예정이다. 전기이륜차 부문의 ‘시브코리아’와 ‘티플럭스’, 전기자전거 부문의 ‘에코브’ 등이 대표적인 업체다. 이들 차량에는 우리의 배터리팩이 호환된다. 그리고 2027년 즈음에는 우리가 만든 PBV도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이전에도 이러한 교환식 배터리팩을 내세운 국내외 업체들이 있었지만 호환성이나 플랫폼 보급률 등의 문제로 인해 제대로 활성화되지 못했다. 이노모티브는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 기존 배터리 업체들은 독자 규격을 고집하다 보니 다른 전기차와 배터리팩이 호환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전기차 제조사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는 배터리팩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만드는 것에 어려움을 겪곤 했다.
하지만 우리는 KSR6100 국가표준에 의거한 배터리팩을 공급한다. 우리의 배터리팩이 호환되는 파트너사를 다수 확보한 것도 이런 이유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우리 회사가 망하더라도 우리의 파트너사들은 동일한 표준으로 제작된 다른 배터리팩을 이용하면 되므로 사업에 지장을 받지 않을 것이다. 국가표준을 지키는 배터리 업체가 의외로 적기 때문에 이것이 오히려 우리의 차별성이 되었다.
- 위와 같은 사업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수요기반 협력사 밸류체인 고도화 및 자립화 패키지 프로그램으로부터 어떤 도움을 받았는지 궁금하다
: 해당 프로그램을 진행한 광주그린카진흥원은 친환경차의 개발 및 상용화와 관련한 장비 및 기술을 충실히 갖춘 곳이다. 우리는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장비와 공간을 활용할 수 있었고, 시제품 제작 비용도 지원을 받았다. 이를 통해 시제품을 제작하고 다양한 테스트도 할 수 있었다. 특히 배터리팩의 경우는 다양한 기기에 연동하는 것이 중요한데, 광주그린카진흥원의 인프라가 큰 도움이 되었다.
이런 장비들을 직접 마련해서 시제품을 제작하려면 최소 수억 원대의 투자가 필요한데, 중소기업 입장에선 매우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수요기반 협력사 밸류체인 고도화 및 자립화 패키지를 통해 이를 극복할 수 있었다. 다른 중소기업들도 KIAT와 같은 국책기관의 지원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 향후 계획 및 추가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 국내시장도 중요하지만 동남아를 비롯한 해외시장의 전망도 밝다. 11월 말부터 베트남 현지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그들은 신재생에너지 기반의 차량을 주요 관광지에 투입하고자 하는데, 우리 제품으로 실증 사업을 시행할 것이다. 그리고 내년 4월 인도네시아 시장 진출을 위해 현지의 상장기업과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메이드 인 코리아’ 프리미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한다.
수요기반 협력사 밸류체인 고도화 및 자립화 패키지와 같이 중소기업에게 큰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이 더욱 활성화되었으면 좋겠다. 향후에는 기반구축을 넘어 상용화, 그리고 시장활성화까지 이르는 지원이 연동된다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이를 통해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아이디어를 가진 중소기업이 더 많이 발굴되기를 기대한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