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ing] 테서 “의료 정보 불균형 해소하는 검사 결과 해석·번역 서비스 ‘온톨’”
[IT동아 한만혁 기자] 병원에서 진료받거나 건강검진을 받은 후에는 검사 결과가 기록된 검사결과지를 받는다. 문제는 어려운 용어가 가득하다는 점이다. 의학적 지식이 없는 일반인의 경우 아무리 봐도 자신의 몸 상태를 정확히 알기 어렵다.
테서는 의료용어, 의료약어, 의료전문영어로 가득한 검사결과지를 일반인도 쉽게 이해하도록 검사 결과 해석 및 번역 서비스 ‘온톨(Ontol)’을 개발하고 있다. 환자와 그 가족은 국내 의료 분야에 특화된 AI(인공지능) 언어모델을 통해 자신의 건강 상태를 쉽고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덕분에 아직 정식 출시 전이지만 빠르게 입소문을 타면서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AI 기술로 환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다는 이수현 테서 대표를 만나 현재 사업 진행 내용과 온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환자 중심 의료 생태계를 기대하며
IT동아: 안녕하세요, 이수현 대표님. 우선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수현 대표: 안녕하세요. 테서 이수현입니다. 저는 한의학을 전공하면서 취미로 프로그램 개발을 공부했는데요. 개발과 의료 데이터를 접목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경험을 계기로 의료 데이터를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본과 2학년인 2019년에 테서를 창업했어요.
초기에는 의료 데이터 분석 관련 프로젝트를 통해 대학 연구소, 임상 연구자가 필요로 하는 임상 데이터 수집 분석 클라우드 서비스를 만들었습니다. 2020년에는 빅데이터 활용 부분에서 우수성을 인정받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어요.
이후 의료 데이터를 활용한 다양한 AI 프로젝트를 병행하면서 AI 관련 기술과 사업화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습니다. 이를 토대로 AI 기반 검사 결과 해석 및 번역 서비스 온톨을 개발했어요. 지난 6월 중소벤처기업부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 프로그램 팁스(TIPS)에 선정됐고 4월에는 보스턴 경제사절단에 동행하기도 했습니다.
IT동아: 테서라는 기업명이 독특합니다. 어떤 의미인가요?
이수현 대표: 테서는 영화 ‘인터스텔라’에 등장하는 ‘테서렉트’에서 따왔습니다. 테서렉트는 3차원의 정육면체가 4차원으로 확장한 초입방체입니다. 영화를 보면 미래의 인류가 우주의 4차원 시공간을 만듭니다. 이처럼 세상을 다음 차원으로 진화시키기 위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는 의미에서 테서라고 지었습니다. AI와 데이터 플랫폼을 바탕으로 보다 환자 중심의 의료가 이루어지는, 다음 단계의 의료 생태계를 만들어 가자는 저희의 의지를 담았습니다.
의료 정보 불균형 해소하는 온톨
IT동아: 온톨을 개발한 계기는 무엇입니까?
이수현 대표: 온톨은 ‘환자와 보호자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AI 서비스’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했어요.
중증환자와 보호자는 의료 정보에 늘 목마릅니다. 가령 지방에 사는 환자의 경우 암이 의심될 때 수일에서 수개월 전에 병원을 예약하고, 검진 하루 전에 지방에서 올라와 병원 인근 숙소를 잡고 여러 검사에 대해 준비합니다.
검사 당일 여러 검사를 마치고 전문의를 만나지만 평균 진료 상담 시간은 5~7분에 불과합니다. 충분한 설명을 듣지도 못하고 궁금한 부분을 해소하지 못한 채 돌아가야 합니다. 게다가 검사결과지에는 의료용어, 의료약어, 의료전문영어 등으로 가득합니다. 추가 설명 없이는 알아보기 힘든 탓에, 환자들은 인터넷 검색으로 적지 않은 시간을 소비합니다.
저희는 자신의 의료 데이터를 정작 자신이 알아볼 수 없는 환자의 의료 정보 불균형 문제를 개선하고 싶었고, 저희 AI 기술이 도울 방법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그 결과 환자와 그 가족이 좀 더 쉽고 정확하게 결과지를 이해할 수 있는 온톨을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IT동아: 온톨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수현 대표: 온톨은 ‘온톨로지(Ontology)’라는 단어에 착안해서 지은 이름입니다. 온톨로지는 ▲지식을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체계화하는 방법 ▲철학에서의 존재론이라는 의미입니다. 저희가 개발한 서비스가 의료 정보 데이터를 체계화하기도 하고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존재의 문제에 직면하는 환자와도 연관이 있어서, 의미 있는 단어라고 생각해 온톨이라고 지었습니다. 이와 함께 환자 스스로 자신의 질환에 대해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으로써, 의료 데이터의 근원적인 존재의 목적을 이루겠다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온톨은 기본적으로 의료용어, 의료약어, 의료전문영어로 가득한 검사결과지를 환자가 쉽게 이해하도록 해석 및 번역하는 서비스입니다. 또한 ▲건강검진 결과를 수검자가 쉽게 이해하도록 제공하는 건강검진 결과 해석 서비스 ▲궁금한 것을 물어보고 답을 얻는 챗봇 서비스 AI온톨이 ▲환자끼리 교감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커뮤니티 등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지난 2022년 2월 개념증명(PoC) 모델을 선보이고 약 1년간 환자의 검사결과지를 해석하며 데이터를 학습시켰어요. 올해 2월에 시범 테스트를 시작했고, 10월 베타 버전을 론칭했습니다.
IT동아: 온톨의 특장점은 무엇인가요?
이수현 대표: 온톨에는 환자가 촬영한 문서 이미지에서 글자를 정확하게 인식하는 OCR 기술, 인식된 글자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나열하고, 의미를 해석하는 여러 기술과 노하우가 적용되어 있습니다.
특히 국내 의료 분야에 특화되어 있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국내 대학병원에서 사용하는 각기 다른 양식의 의학 리포트를 인식하고 의학용어 및 약어를 정확히 이해하는 AI 모델을 통해 실제 임상 환경의 의료 텍스트를 정확하게 추출합니다. 그리고 의학적인 내용을 보다 자연스러운 한국어로 표현하는 자체 번역모델을 갖추고 있습니다. 또한 실제 환자의 데이터를 학습하고, 의료 전문인의 자문을 받아 보완했습니다.
물론 시중에는 다양한 번역 서비스가 있습니다. 하지만 의료 분야의 텍스트를 입력하면 잘못된 정보나 허위 정보, 오역 등이 많이 나옵니다. 온톨은 국내 의료 분야에 특화된 언어모델이기 때문에 정확도가 타 서비스 대비 높습니다. 게다가 모든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사용자 만족도가 높은 편입니다. 다른 환자에게 자발적으로 추천하기도 하고요. 특별한 마케팅을 하지 않았음에도 가입자 8500명, 일평균 해석 요청 검사기록지 수 200건을 달성했습니다. 현재 월 7000~8000장의 검사결과지 등을 해석하고 있어요.
보다 많은 사람에게 유용하도록 서비스 고도화
IT동아: 온톨의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요?
이수현 대표: 우선은 현재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의 고도화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검사 결과 자동 해석 서비스의 경우 보다 많은 환자가 쉽고 정확하게 이해하도록 고도화할 예정입니다. 검사결과지를 3D 이미지로 시각화해 환자가 보다 직관적으로 이해하도록 돕는 온톨 3D를 개발하고 있어요. 현재 베타 서비스를 시작했고, 내년에 공식 론칭할 예정입니다. 또한 챗봇의 경우 환자가 제공하는 검사결과지를 기반으로 환자가 궁금해하는 모든 질문에 답변하는 AI온톨이 서비스로 확장할 계획입니다.
IT동아: 현재 보건산업혁신창업센터 창업도약패키지의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어떤 지원을 받았나요?
이수현 대표: 업무공간부터 특허, 인허가 컨설팅 프로그램, 창업 지원금, 대기업 협업 기회 등 다양한 도움을 받았어요. 또한 해외 진출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관련 네트워크도 구축할 수 있었습니다. 보건산업혁신창업센터 창업도약패키지의 지원을 통해 한 걸음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IT동아: 테서의 향후 목표 및 계획이 궁금합니다.
이수현 대표: 의료분야에 특화된 언어모델을 통해 국내 환자뿐 아니라 전 세계 환자를 대상으로 의료정보 이해에 도움을 주는 플랫폼으로 성장하고자 합니다. 나아가 질환, 성별, 연령, 지역 등 공통 분모를 가진 환자의 모임을 통해 더욱 효과적으로 정서적 공감대를 나누고 올바른 의료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고자 합니다.
아울러 저희의 의료 분야 특화 AI 기술을 기반으로 병원과 기업 등에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환자와 데이터를 중심으로 효과적인 의료 경험을 제공하는, 환자 중심의 의료 생태계를 구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할 것입니다.
글 / IT동아 한만혁 기자 (m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