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DP 울산] 우시산·한국몰드 “소셜 업사이클링으로 사회 기여”
[IT동아 x 울산시 x 디자인주도 제조혁신센터] 한국디자인진흥원은 울산대학교에 ‘울산디자인주도 제조혁신센터’를 마련했습니다. 유망한 중소기업·스타트업의 디자인 경쟁력 강화를 돕는 곳입니다. IT동아는 ‘디자인주도 제조혁신지원사업’ 선정 기업을 소개하고 이들의 스케일업을 지원합니다.
[IT동아 차주경 기자] 울산의 옛 지명을 회사 이름으로 쓰는 소셜 업사이클링 스타트업 우시산. 이들은 한국디자인진흥원 울산디자인주도 제조혁신센터, SK를 포함한 대기업 여러 곳과 함께 폐자원으로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업사이클링' 사업에 열중한다. 업사이클링 상품의 품질을 더 좋게 만들고 겉모습도 예쁘게 다듬는 동시에, 고래와 바다 등 울산의 상징과 매력을 알리려는 연구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우시산은 소셜 업사이클링의 범위를 더욱 넓히려 한다. 더욱 많은 폐자원을 회수해서 재활용하고, 한 발 더 나아가 지역 사회와 장애인·취약계층과의 상생(일자리 창출) 방법으로 활용하려 한다. 그래서 울산광역시 주무 기관, 울산 소재 제조 기업들과 함께 폐자원 업사이클링 기술을 고도화하고 전파한다.
우시산은 여러 업사이클링 파트너 가운데 ‘한국몰드’를 각별하게 생각한다. 우시산이 업사이클링 기술의 연구와 상품화를 한결 쉽게 하도록 적극 도운 곳이 한국몰드다. 한국몰드 역시 우시산 덕분에 업사이클링의 가치를 현실로 만들 아이디어를 얻었고, 기업이 사회에 올바르게 기여하는 방법을 배웠다며 엄지를 치켜올렸다.
울산에 뿌리를 내리고 사회에 긍정 역할을 전파하고 있는 두 기업, 우시산의 변의현 대표와 한국몰드 최규남 대표를 한국몰드 본사에서 만났다. 그리고 이들이 지금까지 힘을 합쳐 만든 업사이클링 협업 사례, 협업해서 얻은 다양한 긍정 효과와 앞으로의 사업 운영 계획을 각각 물었다.
한국몰드의 소재·금형 기술력, 우시산의 업사이클링 아이디어와 만나다
최규남 한국몰드 대표 : 한국몰드는 1987년 문을 연 자동차 금형 부품 제조 기업입니다. 범퍼, 도어 트림 등 플라스틱제 자동차 부품 전반을 만들어요. 울산 본사에서 부품 금형을 만들고, 이 금형을 이용해서 김제 공장에서 부품을 만듭니다.
자동차 부품은 아주 정밀하게, 오차 없이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한국몰드는 전담 연구 개발 조직을 만들어 새로운 부품 제조 공법과 소재를 찾는데 적극 투자합니다. 부품을 만들 소재 가공과 제조 공법 면에서 우리나라 최고 수준의 실력을 가졌다고 자부해요.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개발, 제작한 자동차 부품을 굴지의 자동차 기업에 공급한 사례가 아주 많습니다.
최근 ESG 경영 평가를 받다가 기업의 본질 가운데 하나인 사회 공헌, 이익 환원을 할 방법을 떠올렸습니다. 가장 큰 장점인 부품 제조 기술력을 활용해서 한국몰드가 사회에 기여할 방법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다가 우시산을 만났습니다. 좋은 업사이클링 상품화 아이디어를 가졌지만, 소재 가공과 제품 생산을 어려워하더군요. 그래서 손을 잡았습니다. 대표인 제가 직접 이 협업을 이끌어요. 새로운 기술과 공법을 개발하던 옛날 생각이 나고, 한편으로는 사회에 기여한다는 보람도 느낍니다.
변의현 우시산 대표 : 업사이클링 상품 기획을 마쳤지만, 설계와 생산이 난항이었어요. 그러다 울산대학교 디자인과 교수의 추천을 받아 한국몰드를 만났어요. 사실, 처음에는 협업을 크게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업사이클링은 기업이 하기에 고된 일이에요. 규모가 작고 하기 힘든데다 수익도 적게 만들어집니다. 그런데, 기우였어요. 최규남 대표가 ‘ESG를 만족할 방법을 찾고 있었다’며 흔쾌히 협업을 수락했습니다. 그게 벌써 2년 전이네요.
한국몰드와 다양한 업사이클링 제품을 상품화했어요. 공장에서 버리던 짜투리 폐플라스틱을 가공해 만든 폐건전지 수거함, 자동차 부품 제조 시 생기는 불량 부품을 가공해 만든 폴딩형 카트 등이 사례입니다. 최근에는 산업 현장에서 많이 쓰이고 또 버려지는 안전모를 가공해서 업사이클링 경량 안전모, 경작업모 '리캡(re:cap)'을 만드는 연구를 함께 했어요. 한국산업안전공단도 경작업모를 만드는데 큰 힘을 줬어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많이 썼지만, 지금은 그냥 쓰레기가 된 플라스틱 가림막도 한국몰드와 함께 업사이클링할 방법을 연구 중입니다.
한국몰드의 3D 프린팅 기술력 덕분에 아이디어를 거의 모두 현실화했어요. 더욱 고마운 것은, 업사이클링 상품을 한국몰드 임직원들이 직접 쓰면서 시험하고 피드백을 주는 점입니다. 완성도도 함께 높여요. 업사이클링 기술과 수요, 피드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원을 받았습니다.
기술 앞세워 업사이클링 인식 전환, 시장 확대 등 문제 해결
최규남 대표 : 협업을 시작하고 나니 여러가지 난제와 만났습니다. 일단 마주친 것은 폐자원의 수거와 분리 문제였어요. 이 부분은 우시산이 가진 역량을 활용해 잘 해결했습니다. 이어 업사이클링 상품을 만들 금형과 설비 투자 등 비용 문제에 부딪혔습니다. 아무리 사업의 취지가 좋아도, 기업인 이상 투자를 하면 수익을 내야 합니다. 게다가, 부품 금형 제작은 아주 하기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드는 일이지요.
그럼에도 한국몰드는 선투자 후회수를 선택했어요. 우시산의 업사이클링 상품을 만들 자신과 기술력을 가졌으니까요. 이어 실패 비용을 줄이려고 재료와 공법을 엄선했습니다. 고도의 품질 관리가 필수인 자동차 부품 제작 시장에서 40년 가까이 쌓은 역량을 총동원했어요. 이렇게 만든 상품이 업사이클링 경작업모입니다.
우시산의 업사이클링 경작업모에 한국몰드의 소재 가공, 제작은 물론 경량화 기술까지 반영했습니다. 본체에 굴곡을 새겨서 무게를 줄이는 한편 내구성은 높였어요. 일반 모자 안에 넣어 쓸 만큼 크기가 작고 무게가 가볍습니다. 하지만, 성능은 일반 작업모에 뒤지지 않아요. 기술 집약 제품이라 할 만합니다.
업사이클링 경작업모를 만들고 나니, 아주 큰 문제와 마주쳤습니다. 업사이클링의 인식을 바꾸는 일이지요. 지금까지는 다 쓴 폐안전모를 태워 없앴습니다. 이것을 가공해서 새로운 안전모를 만든다고 하니, 인식이 좋지 않았어요. 그래서 한국몰드는 기존 안전모에는 없던 새로운 장점을 업사이클링 경작업모에 넣었습니다. 신소재 그래핀을 써서 항균 성능을 추가한 것이지요. 경량, 그리고 튼튼하다는 장점도 적극 알렸습니다.
덕분에 인식 변화를 조금씩 이룹니다. 산업 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 이어 골프장 캐디들이 업사이클링 경작업모를 찾아요. 일반 모자 안에 넣어서 쓰면 되니 간편하고, 골프 볼을 맞아도 사람을 보호할 만큼 튼튼한 덕분입니다.
변의현 대표 : 한국몰드가 쌓아온 업계 최초의 기술 덕분에, 우시산 역시 세계 최초로 구상한 업사이클링 상품을 현실화했습니다. 폐안전모를 업사이클링한 사례는 세계 최초에요. 물론 아주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폐안전모를 모으는 것, 분류하는 것과 칩(원료)으로 만드는 것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었어요.
하지만, 한국몰드와 차근차근 시도하면서 답을 찾았습니다. 기술뿐만 아니라 자금 도움까지 받았어요. 덕분에 업사이클링 경작업모를 포함해 헌 작업복으로 만든 업사이클링 장갑, 베임 방지 장갑과 수거함 등을 상품화했습니다. 11월 말부터 이들 제품을 시장에 공개하고, 2024년에는 사업을 궤도에 올려놓을 계획을 세웠어요.
부품 제조 기업과 소셜 스타트업, 손 잡고 업사이클링 성공 사례 만든다
최규남 대표 : 칭찬 고맙습니다. 한국몰드도 우시산 덕분에 많은 것을 얻었어요. 먼저 사회적 기업의 성장을 도운 보람, 업사이클링의 긍정 효과를 함께 알렸다는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ESG 경영 평가에도 많은 도움을 받았고요. 중견 부품 제조 기업이 대기업처럼 울산의 사회, 환경 개선을 도울 수 있는 점을 증명한 점도 보람입니다. 그래서 우시산과의 업사이클링 협업의 규모를 조금씩 더 크게 늘리려 해요.
업사이클링과 같은 ESG 활동은 이제 기업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자동차 업계를 예로 들면, 기업들은 2025년까지 반드시 플라스틱의 재활용 비중을 높여야 합니다. 지구 온난화, 기후 변화의 속도를 늦출 탄소 중립 전략의 일환이에요. 이것을 지키지 않으면 자동차 수출이 불가능해요.
선택이 아닌 필수이기에, 한국몰드는 업사이클링과 같은 ESG 활동을 다른 제조 기업보다 한 발 앞서 시작하려고 합니다. 물론 기술 개발과 투자, 인식 개선 등 풀기 어려운 과제가 많아요. 우선은 우리의 장점인 기술력을 활용해서 좋은 업사이클링 상품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하려 합니다. 우시산과의 협업도 강화하고요. 서로 잘 하는 부분을 존중하고 배우면서 협업하면 자연스레 상승 효과가 날 것입니다.
이렇게 기본기를 다진 다음, 대기업이 하던 사회공헌과 ESG 프로젝트를 한국몰드도 하려고 합니다. 여기에서 얻은 수익은 물론 사회에 환원하고요. 우시산과 함께 만든 업사이클링의 가치와 수익을 환원해서 ESG 경영에 힘쓰면, 자연스레 미래 지속성과 성장성까지 얻을 것으로 예상해요.
물론, 기술 연구 개발도 게을리하지 않을 것입니다. 한국몰드의 성장 비결이 기술력이니까요. 평범한 부품 제조 기업이 아니라, 기술로 생산 효율을 높이고 업사이클링과 같은 사회공헌 활동까지 훌륭히 해내는 기술성장주도형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습니다.
변의현 대표 : 한국몰드 덕분에 생각을 현실로 옮겼습니다. 저희가 늘 상상만 하던 업사이클링 상품을 이런 고품질로 만들어준 덕분에, 소비자들로부터 많은 관심과 격려를 받았어요. 아직 제품화를 하지 못한 아이디어도 몇 개 있지만, 괜찮습니다. 한국몰드와 함께 하면 더 다양한 폐자원을 업사이클링할 수 있겠다는 확신을 얻었어요. 덕분에 더 큰 목표도 세웠습니다. 규모가 큰 프로젝트를 성공리에 마치는 것, 소비자들에게 더 다양한 상품을 소개하면서 업사이클링의 가치를 널리 알리는 것입니다.
세계 곳곳에서 기후 이상이 나타납니다. 각국 정부가 힘을 모아서 기후 이상에 대응하는 지금, 기업도 사회공헌과 환경보호 활동을 적극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져요. 쓰레기 줍기나 기부와 같은 단발 행사가 아니라, 지속 가능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환경보호 활동이 주목 받습니다. 그래서 세계 업사이클링 시장은 더욱 성장할 것입니다.
우시산은 한국몰드와 함께 업사이클링 우수 사례를 더 많이 만들려 합니다. 환경 보호 활동에 앞장서면서 업사이클링을 하려는 다른 기업을 돕고 싶어요. 업사이클링할 폐자원의 종류와 상품군을 늘리면서 장애인, 취약계층의 고용 규모도 더 크게 만들려고 합니다. 저희가 만든 이 협업 비즈니스모델이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의 업사이클링 우수 사례로 알려지도록, 모든 기업에게 업사이클링의 영감을 주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