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범 퓨리오사AI 이사 "내년 2분기 2세대 칩 출시··· 완벽한 데뷔에 사활"
[IT동아 남시현 기자]
"내년 2분기부터 2세대 칩으로 국내외 여러 고객들 대상으로 실리콘 샘플링을 시작한다. 내년에 출시하는 2세대 칩은 엔비디아 GPU에 대안이 될 수 있는 저전력 고성능 칩이다"
정영범 퓨리오사AI 기술영업 이사는 내년 출시될 2세대 인공신경망 반도체(NPU) 출시에 모든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그는 2018년 퓨리오사 AI에 열 번째로 합류한 초기 멤버이며, 컴파일러 엔지니어와 프로덕트 매니저를 거쳐 현재는 기술 영업과 사후지원 등 대외적인 제품 관리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워보이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함꺠해온 정 이사를 만나 퓨리오사AI의 기술 영업, 그리고 앞으로의 전략과 상황을 짚어봤다.
“퓨리오사AI의 기술 영업, 모두 말씀드리겠다”
정영범 이사(이하 정 이사)는 서울대 수학과와 컴퓨터공학을 복수 전공한 뒤, 프로그래밍 언어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프로그램 오류를 분석하고 연구하는 기술을 바탕으로 파수닷컴에서 ‘스패로우’라는 사업에 참여했고, 7년 정도 근무하던 시점에 불현듯 퓨리오사AI에 합류하게 됐다.
퓨리오사AI에 합류한 이야기는 시작부터 흥미롭다. 그는 “어느 날 함께 파수에서 일하던 팀원이 퓨리오사AI로의 이직을 선언했고, 같은 날에 옆 팀 팀장도 퇴사 통보를 했다. 나 역시 느낀 바가 있어 그날 바로 퇴사했다”라며 얘기를 시작했다. 이어서 “이직처를 찾다 보니 동료가 갔다던 퓨리오사AI가 궁금해졌고, 백준호 대표를 만나 얘기를 들어보고 곧바로 합류했다”라면서, “단순히 반도체 설계를 넘어 소비전력을 개선하고, 세상을 바꾸는 일이라는 설명에 감화됐다”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왜 엔지니어가 영업직을 하게 됐을까. 정 이사는 “처음 입사할 당시에는 컴파일러 엔지니어였고, 이어서 프로덕트 매니저도 겸직했다. 그렇게 제품을 테스트하고, 사무실을 운영하고, 영업을 하고, 사후 지원까지 하게 되면서 지금은 기술 영업으로 완전히 방향을 전환했다”라고 말했다.
이름부터 생소한 기술 영업, 일반 영업과 어떻게 다른가?
기술 영업은 일반적인 영업 업무에 기술 지원까지 함께 하는 일을 말한다. 퓨리오사AI는 크게 네 가지 방법으로 기술 영업을 진행한다. 정 이사는 “과기정통부, NIPA 등과 함께하는 정부 과제에 기술적으로 협력한다. 또 정부과제 책임자나 사전 영업을 통한 제품 소개, 요구사항 해결 등도 처리한다. 매출과 관계된 모든 만남과 업무는 물론, 사후 지원 및 기술 협력 과정도 모두 처리한다”라고 설명했다.
기술 영업의 흐름은 이렇다. 퓨리오사AI와 접점이 생기면, 온오프라인으로 만나 기술을 소개하고, 퓨리오사AI의 상품인 워보이가 요청 기업에 어떻게 적용될지 논의한 뒤 직접 제품을 시험한다. 만약 호환이 된다면 본격적으로 GPU를 대체할지, 추가로 배치할지 등을 결정한 뒤, 도입 규모와 예산 등 논의에 착수한다.
주목할만한 영업 사례로는 넥스리얼과 포바이포를 소개했다. 정 이사는 “넥스리얼은 CCTV 화상을 인공지능(이하 AI)으로 분석하는 경계 서비스다. 현재 실시간 모니터링이 필요한 분야의 인력을 AI로 대체하고 있고, 비전 인식에 워보이를 사용해 실시간 분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포바이포는 AI로 동영상을 초고해상도로 변환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변환을 거치면 화질과 노이즈는 개선되고, 용량은 줄어든다. 이외에도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등에서도 워보이 서버를 내부 테스트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에티버스 그룹과의 단독 총판 계약에 대한 설명도 부탁했다. 에티버스는 30년 연혁의 컴퓨터 시스템 통합 자문 및 구축 서비스 기업이며, 전체 매출 규모는 1조 원을 넘는다.
정 이사는 “에티버스와의 총판계약은 그동안 퓨리오사AI에 서버를 공급해온 인디넷의 최병옥 대표의 소개로 시작했다. 에티버스 이호준 대표를 만나보니 AI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고, 전폭적으로 지원할 뜻을 갖고 있었다. 총판 계약 이후에는 퓨리오사AI 전용 부서를 만들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퓨리오사AI가 기술에 중점을 둔 기업이어서 영업력이 약하지만, 에티버스의 강력한 영업망과 결합하면 양사 모두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쟁 심화되는 AI 반도체 시장, 퓨리오사AI만의 경쟁력은?
현재 AI 반도체 시장은 엔비디아의 GPU가 독식하고 있다. 여기에 도전하는 퓨리오사AI의 무기는 무엇일까? 정 이사는 “GPU는 다목적 용도며, 비효율적인 측면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새로 나온 H200 칩이 성능이 두 배여도 전력 소모가 그만큼 높다면 운용 자체가 비효율적이다. 우리가 노리는 것이 이 부분이다”라면서 설명을 시작했다.
정 이사는 “NPU는 특화된 분야에 대한 연산은 GPU보다 효율적이다. 예를 들어 오픈 AI가 챗GPT를 운용하는데 하루 100만 달러가 든다. 이를 50만 달러로 낮출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경쟁력이 된다”라면서, “내부적으로는 엔비디아의 어떤 칩보다도 가격대 성능비가 떨어진다면, 시장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있다. 운용 비용과 투자 대비 효율성, 그것이 퓨리오사AI가 노리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소프트웨어 개발 도구(SDK)를 배포하는 점도 퓨리오사AI의 강점이다. 정 이사는 “깃헙 등을 통해 SDK를 배포하고 있으며, GPU에서 NPU로 전환할 때 필요한 모델, 작업 최적화 코드 등도 직접 만들어서 제공할 예정이다. 최대한 많은 부분을 공개함으로써 사용자를 끌어모으는 것이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내년에 퓨리오사AI가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
퓨리오사AI는 내년에 2세대 반도체 ‘레니게이드’를 출시하고, 이는 창립 이래 가장 중요한 사건이다. 그는 “내년 4월부터 샘플을 받고 9월에 정식 출시하는 전체 과정의 마일스톤을 온전히 해내야 한다. 또 새로운 칩이 MLPerf를 준수한 성적으로 통과하면, 전 세계 데이터 센터에서 GPU를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2세대 반도체가 시장에서 주요 선택지로 떠오르면 이를 운용하는 인력도 중요해진다. 그래서 지난 3월부터 AI 교육 기업 엘리스(elice)와 손을 잡고 반도체 사업 및 실증 추진, 설계 전문 인력 양성 등 전방위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 오는 25일 퓨리오사AI가 진행하는 국내 최초 NPU 활용 해커톤 역시 엘리스에서 주관하는 행사다. 2세대의 완벽한 성공을 위해 계속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정 이사는 우리나라 정부의 노력에 대해서도 감사를 표했다. 정 이사는 “K-클라우드 사업, 고성능 컴퓨팅 사업 등을 비롯한 많은 정부 사업들이 퓨리오사AI, 그리고 AI 반도체 생태계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덕분에 AI가 필요한 기업들이 수혜를 보고, 우리도 카카오 등 대기업과도 연계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정부가 시장을 구축하고, 확신을 갖고 밀어주는 점에 보답할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