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철학' 갈등이 쿠데타로…오픈AI서 무슨 일이 있었나

권택경 tk@itdonga.com

[IT동아 권택경 기자] 챗GPT를 개발한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오픈AI가 내홍에 빠졌다. 이사회가 공동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책임자(CEO)인 샘 올트먼(Sam Altman)을 내쫓으면서다. 투자자들 반발에 한때 복귀 협상도 진행됐지만 오픈AI는 새 CEO 선임, 올트먼은 마이크로소프트 합류를 택하면서 결별을 택했다.

오픈AI는 앞선 지난 17일 “올트먼이 계속 회사를 이끌 능력이 있는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올트먼의 해임 소식을 전격 발표했다. 올트먼 해임 후 공식이 된 CEO 자리는 미라 무라티(Mira Murati)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임시로 맡았었다.

샘 올트먼/ 출처=셔터스톡
샘 올트먼/ 출처=셔터스톡

이같은 해임 과정은 쿠데타를 방불케 할 정도로 기습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오픈AI 이사회 의장이자 공동 창립자인 그레그 브록먼(Greg Brockman)은 X(구 트위터)에서 당시 상황을 전하며 올트먼이 자신을 제외한 이사회 구성원 모두가 모인 화상 회의에서 해임을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브록먼 또한 올트먼과 함께 의장직에서 해임됐다. 이사회 의장조차 모를 정도로 물밑에서 은밀하게 해임 결정이 이뤄진 셈이다.

올트먼은 이달 6일 오픈AI 첫 개발자 회의에서 GPT 새 버전과 기능, 사업 계획을 발표하는 등 최근까지도 활발히 활동해 왔다. 해임 불과 하루 전까지도 오픈AI CEO 자격으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처럼 오픈AI의 얼굴 역할을 했던 올트먼 갑작스러운 해임은 회사 안팎으로 적잖은 충격과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미국 매체 디인포메이션은 올트먼 해임 이후인 지난 18일 열린 오픈AI 전체회의에서 이사회의 결정이 사실상 쿠데타라는 직원들의 성토가 공개적으로 나왔다고 전했다. 올트먼과 함께 이사회 의장에서 해임된 브록먼을 비롯한 선임 연구원 3명은 샘 올트먼을 따라 회사를 떠나기도 했다.

오픈AI의 최대 주주인 마이크로소프트조차 올트먼 해임 사실을 직전에야 전해듣고 당황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 마이크로소프트 CEO는 1분 전에야 올트먼의 해임 결정을 통보받았다. 블룸버그 통신은 나델라가 기습적인 통보에 분노했다고도 전했다.

출처=셔터스톡
출처=셔터스톡

올트먼의 해임 이유에 대한 더 구체적인 공식 설명은 나오지 않았다. 이사회는 올트먼이 이사회와의 의사소통에서 “솔직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고 있지만 이는 표면적 이유에 불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영국 매체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사태가 AI 업계의 규제론자(Doomer)와 개발론자(Boomer) 사이 갈등이 드러난 사례라고 평가했다. 규제론자가 AI의 발전에 인류에 미칠 위협을 우려하며 신중한 접근을 택한다면, 개발론자는 AI 발전이 가져다줄 잠재력에 주목하며 거침없는 개발을 주장한다.

올트먼은 겉으로는 AI의 위험성을 우려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오픈AI 사업을 확장하고 영리화하는 과정에서 개발론자에 더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올트먼의 행보가 이사회 내 규제론자들의 우려를 사면서 갈등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같은 결정이 이뤄질 수 있었던 건 오픈AI의 뿌리가 범용 AI로 인류에 혜택을 주는 걸 목표로 하는 비영리 단체이 있기 때문이다. 이사회 또한 기업 가치나 주주 가치 제고에 목적을 두지 않는 비영리 이사회다. 샘 올트먼이 사업화를 위한 별도로 영리 법인을 설립하기도 했지만 이 또한 여전히 비영리 이사회의 지배를 받는다.

이번 해임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공동 창립자이자 오픈AI 수석 과학자인 일리야 수츠케버(Ilya Sutskever)는 지난 18일 전체 회의에서 “이사회는 비영리 단체의 사명, 즉 모든 인류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범용 AI를 구축하기 위한 의무를 다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트먼의 해임 결정을 취소할 것을 투자자들이 강력히 요구하면서 한때 이사회와 올트먼 사이 복귀 협상도 진행되기도 했다. 하지만 올트먼이 요구한 조건을 이사회가 거부하면서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전해졌다. 더버지에 따르면 올트먼은 복귀 조건으로 남은 이사회 구성원 4명의 전원 사임을 요구했다.

협상이 무산된 후인 19일 오픈AI 이사회는 에멧 시어(Emmett Shear)를 임시 CEO로 임명한다고 밝혔다. 에멧 시어는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인 트위치의 공동 창업자다.

오픈AI의 발표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이크로소프트도 올트먼을 영입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사타야 나델라는 SNS에서 “샘 올트먼과 브록먼이 동료들과 함께 마이크로소프트에 합류해 새로운 첨단 AI 팀을 이끌게 됐다는 소식을 전해 기쁘다”고 밝혔다. 나델라는 “에멧 시어와 오픈AI의 새로운 리더십 팀을 알아가고 함께 일하기를 고대한다”며 오픈AI와의 파트너십 또한 유지될 것임을 시사했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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