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대세가 된 볼 없는 마우스 - 광 마우스(Optical mouse)
1990년대 들어 윈도(Windows)와 같은 GUI(Graphical User Interface) 기반 컴퓨터 운영체제가 대중화되면서 마우스(Mouse)는 키보드와 함께 PC의 필수 입력기기로 확실히 자리잡았다. GUI 운영체제는 화면 곳곳에 배치된 창이나 아이콘을 클릭하며 작업하기 때문이다. 초창기 마우스는 하단에 위치한 볼(Ball)을 굴려 커서를 움직이는 볼 마우스가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볼 마우스는 오래 사용하면 볼에 이물질이 묻어 오작동을 일으키거나 고장 나는 경우가 잦았고, 기계적인 구조가 복잡한 편이라 대량 생산에도 불리했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 볼이 없는 광학식(Optical) 마우스(이하 광 마우스)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 점차 볼 마우스를 시장에서 밀어내기 시작했으며 2000년대 초반에 이르자 볼 마우스는 시장에서 거의 자취를 감췄다. 2012년 현재, 마우스 시장에는 다양한 종류의 마우스가 판매 중이지만 이들은 대부분 광 마우스라는 공통점이 있다.
볼 마우스와 광 마우스의 차이
광 마우스와 볼 마우스의 결정적인 차이는 바로 움직임을 인식하는 원리에 있다. 볼 마우스는 볼을 굴려 얻은 기계적인 입력을 통해 움직임을 인식한다. 하지만 광 마우스는 볼 대신 LED(Light-Emitting Diode: 발광 다이오드)등의 발광장치와 빛을 인식하는 광학센서로 움직임을 인식한다.
광 마우스 바닥의 발광장치에서 발생한 빛은 바닥에 반사되어 광학센서에 도달, 바닥의 형태를 인식할 수 있게 한다. 만약 이 상태에서 마우스를 움직이면 광학센서로 반사되는 영상이 시시각각 변화할 것이다. 광 마우스에 내장된 프로세서(prosessor: 연산장치)는 이전의 영상과 현재의 영상을 비교 분석하며 현재 마우스가 어느 쪽으로 움직이고 있는지 판정, 그 결과를 컴퓨터에 전달하여 마우스 커서를 작동시킨다.
1980년대에 처음 등장한 초기형 광 마우스는 가격도 비싸고 전용 마우스 패드가 필수라 널리 보급되지 못했다. 하지만 1999년에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텔리 마우스 옵티컬(IntelliMouse with Optical Technology)의 출시를 시작으로 전용 마우스 패드가 필요 없는 저렴한 광 마우스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했다.
사양표에 나온 DPI, CPI의 의미
광 마우스를 구매하려 제조사에서 제공하는 제품 사양을 보다 보면 DPI(Dots Per Inch)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일부 마우스 제조사의 경우 CPI(Counts Per Inch)라고 표기하기도 하는데, 큰 차이는 없다. 이는 해당 광 마우스에 달린 광학센서의 감도가 얼마나 높은지를 나타내는 것이다. 예를 들어 800DPI 사양의 광 마우스라면 1인치를 움직였을 때 화면에서 800 픽셀(해상도)만큼 움직인다. 따라서 DPI 수치가 높은 마우스라면 아주 조금만 마우스를 움직여도 마우스 커서는 매우 많은 거리를 이동하게 되는 것이다.
DPI 수치가 높은 고감도 광 마우스는 미세한 조작이 가능하기 때문에 게임 매니아나 그래픽 디자이너를 중심으로 판매된다. 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감도가 높으면 일상적인 사용에 지장이 오기도 하므로 이런 마우스들은 대부분 사용 중에 임의적으로 감도를 조절할 수 있는 모드 전환 버튼이 달린 경우가 많다.
광 / 레이저 / 블루트랙 마우스는 다른 것?
일반적인 보급형 광 마우스는 적색 LED에서 발산하는 적색 가시광선을 이용해 바닥을 읽는다. 하지만 게임 매니아나 그래픽 디자이너용 고감도 광 마우스는 가시광선 보다 파장이 긴 적외선 레이저(눈에는 보이지 않음)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적색 가시광선을 이용한 제품과 적외선 레이저를 이용한 제품 모두 근본적인 작동원리는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두 가지 방식 모두 광 마우스의 범주에 들어간다.
하지만 실제 시장에서 ‘광(optical) 마우스’라 한다면 적색 가시광선을 이용한 제품만을 일컫는 경우가 많으며, 적외선 레이저를 이용한 마우스는 ‘레이저(Laser) 마우스’라 따로 구분해 판매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 외에 2008년부터 마이크로소프트에서는 청색 LED를 사용한 블루트랙(BlueTrack) 마우스를 출시해 판매 중이다. 이는 기존의 적색 가시광선 마우스나 레이저 마우스에 비해 다양한 재질의 표면 위에서도 사용이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대세가 된 광 마우스, 하지만 단점도
광 마우스는 볼 마우스와 달리 물리적인 구동 부분이 없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덕분에 이물질이 마우스 내부로 들어갈 염려가 없어서 고장이 적고 관리가 편하다. 그리고 기계적인 구조가 비교적 간단하므로 제조사 측면에서는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그리고 바닥 표면이 평평하지 않은 곳, 이를 테면 옷감이나 피부 위에서도 잘 작동하기 때문에 마우스 패드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이렇게 소비자는 물론, 생산자에게도 이점이 많은 광 마우스가 볼 마우스를 시장에서 밀어낸 것은 필연적인 흐름이라 할 수 있다.
다만, 광 마우스는 바닥의 ‘무늬’를 인식해 커서를 움직이기 때문에 아무런 무늬가 없는 표면 위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고감도 제품일수록 이런 현상이 상대적으로 덜하긴 하지만, 유리나 거울과 같이 빛이 그대로 통과해버리거나 난반사가 심한 물체 위에서는 고감도 제품이라도 사용이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유리가 깔린 책상 위, 혹은 대리석 표면 같은 환경에서는 되도록이면 마우스 패드를 사용하는 것이 좋으며, 아무런 무늬가 없는, 혹은 고광택 표면 처리가 된 마우스 패드보다는 그림이나 불규칙적인 패턴이 인쇄된 마우스패드를 사용했을 때 보다 원활한 작동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두도록 하자.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