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강의실] 소니 a9 III가 가진 ‘글로벌 셔터’의 장점은?
[IT동아 차주경 기자] 소니가 선보인 전문가용 미러리스 카메라 ‘a9 III’가 업계와 사용자들 사이에서 큰 화제를 모읍니다. 이 제품이 ‘글로벌 셔터’를 탑재한 까닭입니다. 글로벌 셔터가 무엇이길래 이렇게 화제를 모을까요? 이 기술은 사진에 어떤 좋은 영향을 미칠까요?
글로벌 셔터를 이해하려면, 먼저 디지털 카메라 이미지 센서의 특성과 동작 방식을 알아야 합니다. 디지털 카메라의 이미지 센서는 렌즈로 모은 빛을 전기 신호로 변환해 저장합니다. 이미지 센서에서 빛을 전기 신호로 변환하는 부품이 포토 다이오드입니다. 그러니 화소 하나당 포토 다이오드가 하나씩 있는 셈입니다.
2400만 화소 이미지 센서에는 포토 다이오드도 2400만 개 있습니다. 2400만 화소 디지털 카메라의 가로세로 해상도는 6000 x 4000입니다. 이것을 곱하면 2400만이 나옵니다. 2400만 화소 이미지 센서에는 가로 방향으로 6000개, 세로 방향으로 4000개의 포토 다이오드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 포토 다이오드는 동시에 동작하지 않습니다. 오른쪽에서 왼쪽 혹은 그 반대로, 위에서부터 아래로 차례대로 동작합니다. 화소와 포토 다이오드 2400만 개가 동시에 전기 신호를 만들고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첫 번째 화소와 포토 다이오드에서부터 2400만 개째 화소와 포토 다이오드까지 차례대로 동작합니다. 빛을 전기 신호로 바꾸고, 이 신호를 처리한 다음 저장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칠 때 시간이 필요한 까닭입니다. 물론, 포토 다이오드들이 차례대로 동작하는 시간은 우리가 느끼지 못할 만큼 아주 짧습니다.
반면, 글로벌 셔터는 모든 포토 다이오드들이 동시에 동작합니다. 즉, 렌즈로 모은 빛을 있는 그대로 즉시 저장합니다. 그렇다면 글로벌 셔터의 장점은 무엇일까요?
이미지 센서의 포토 다이오드는 순차 동작한다고 이야기했는데요, 이 탓에 생기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화면 왜곡’입니다. 포토 다이오드가 순차 동작할 때 빠르게 움직이는 피사체를 찍으면 움직임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합니다. 첫 포토 다이오드가 동작할 때와 마지막 포토 다이오드가 동작할 때의 피사체 상태가 다르다면, 피사체는 일그러진 모습으로 찍힙니다. 직선은 곡선으로, 곡선은 더욱 휘어진 모양으로 찍힙니다. 위 사진을 보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비행 중인 드론의 프로펠러가 실제 모양(직선)과는 달리 휘어진 모양으로 찍혔습니다.
골프 사진을 즐겨 찍는 사용자라면, 볼을 치는 순간 사진을 찍으면 골프 클럽 모양이 휘어진 것처럼 찍히는 것을 자주 봤을 것입니다. 이 역시 포토 다이오드가 순차 동작하는 탓입니다. 피사체뿐만이 아닙니다.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뛰면서 동영상을 찍어도 이와 비슷한 문제가 생깁니다. 화면 전체가 심하게 흔들리고 피사체가 비틀린 모습으로 찍힙니다. 반면, 글로벌 셔터는 렌즈로 모은 빛을 있는 그대로 즉시 저장하기에 화면 왜곡이 일절 없습니다.
‘플래시 촬영’ 시에도 글로벌 셔터가 유리합니다. 디지털 카메라에 플래시를 연결해 사진을 찍을 때에는 ‘동조 속도’를 살펴봐야 합니다. 플래시가 발광하는 순간과 셔터가 움직이는 순간은 정확히 맞춰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플래시의 빛이 사진에 반영되지 않아 어둡게 찍히거나, 플래시의 빛이 셔터에 가려져 사진에 줄무늬가 생깁니다. 이 동조 속도는 대부분 1/250초 가량입니다.
글로벌 셔터가 놀라운 점은, 동조 속도가 없는 점입니다. 모든 셔터 속도에서 플래시를 사용 가능합니다. 실제로 소니 a9 III의 셔터 속도는 전자식으로 최고 1/80000초인데 이 때에도 플래시를 사용 가능합니다. 한낮에, 혹은 1/1000초 이상의 셔터 스피드에 플래시까지 더해야 할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는 피사체를 찍을 때 이 기능이 활약할 것입니다.
글로벌 셔터는 ‘플리커’도 없습니다. 형광등 조명 아래에서 사진 혹은 동영상을 찍으면 검은 줄무늬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은 형광등을 포함한 특정 조명의 파장이 포토 다이오드가 순차 동작하는 타이밍과 맞지 않을 때 나타납니다.
해결 방법은 셔터 속도를 특정 조명의 파장보다 낮게 하는 것, 즉, 셔터 속도를 1/60초 정도로 느리게 하는 것입니다. 반면, 글로벌 셔터를 가진 디지털 카메라는 셔터 속도를 신경 쓸 필요 없이 그냥 사진을 찍으면 됩니다. 모든 포토 다이오드를 동시에 동작하는 덕분에 플리커가 나타나지 않으니까요.
사실 글로벌 셔터는 새로운 기술은 아닙니다. 부품을 정밀 검사할 때 쓰는 산업용 카메라 혹은 자동화 시스템 구축에 필수인 머신 비전 카메라들은 오래 전부터 글로벌 셔터를 사용했습니다. 이들 카메라의 이미지 센서 크기는 대부분 손톱 크기로 작습니다. 이미지 센서의 크기가 작을수록 다루는 정보의 양이 적으니 글로벌 셔터를 만들기 비교적 쉽습니다. 그런데, 소니는 이 기술을 35mm 규격 대형 이미지 센서에 적용했습니다. 이 점이 놀라운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글로벌 셔터가 무조건 우월한 것은 아닙니다. 글로벌 셔터는 특성상 ‘화소 수가 많거나 이미지 센서의 면적이 클수록 만들기 어렵’습니다. 소니 a9 III의 화소수가 경쟁 모델보다 다소 적은 2460만 개에 머무르는 이유입니다. 풍경, 인물 등 정적인 피사체를 찍을 고화소 디지털 카메라라면 굳이 글로벌 셔터를 탑재할 이유가 없습니다.
글로벌 셔터의 또 하나의 단점은 ‘노이즈가 많은 점’입니다. 렌즈가 받아들인 빛을 한 순간에 저장하기에 노이즈를 처리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고감도 촬영 시 사진에 울긋불긋한 점으로 나타나는 노이즈가 더 많이 생깁니다. 같은 이유로 사진의 '선명도' 역시 고화소 디지털 카메라보다는 다소 열세입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소니의 도전에는 박수를 보내야 합니다. 글로벌 셔터는 기존 사진가, 동영상 촬영자들의 골치를 썩혔던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니까요. 연속 촬영 기능이 아주 우수한 덕분에 스포츠 사진 작가나 기자, 생태 사진가들에게도 환영 받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나아가 글로벌 셔터의 단점을 보완한, 차세대 글로벌 셔터 기술까지 기대할 수 있겠습니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