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프리미엄 폴더블 노트북의 시작, LG 그램 폴드
[IT동아 남시현 기자]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는 내구성이나 단가 문제 등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지만, 활용도 하나만으로 극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는 유리 대신 폴리이미드라는 플라스틱 재질의 기판에 OLED를 적층하고, 접거나 말 수 있다. 물론 현 시점에서는 내구성에 한계가 있어 일부분만 접히고, 내구성을 보완한 폴드형 디스플레이로 출시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폴더블 제품은 삼성 갤럭시 폴드 시리즈가 있고, 노트북으로는 레노버 X1 폴드나 에이수스 젠북 17 폴드가 있다. 해당 제품들은 모두 디스플레이를 접었다 펼 수 있으며, 고강도 경첩(힌지)과 프레임을 사용해 내구성의 한계를 보완한다. 덕분에 접어서 크기를 줄이거나, 편 상태로 화면을 넓게 활용하는 등 기존의 제품으로는 시도할 수 없는 방식으로 쓸 수 있다. LG전자가 출시한 LG 그램 폴드(Fold) 노트북(모델명 17X90R-GA50K)도 이 흐름에 발을 맞춘 제품이다.
접었을 때 12인치, 펼치면 17인치 대화면 실현
LG 그램 폴드는 접었을 때 12인치의 소형 노트북으로 쓰고, 태블릿 모드로 펼쳤을 때 17인치 대화면으로 쓸 수 있는 폴드형 노트북이다. 제품 상판과 하판은 불투명하게 표면처리한 코닝 고릴라 글라스로 마감했고, 테두리는 두꺼운 금속 재질이다. 제품을 펼쳤을 때의 두께는 9.4mm, 접었을 때 가장 두꺼운 부분의 두께가 26mm이며, 펼쳤을 때의 크기는 세로 280mm, 가로 378mm로 넓다. 무게는 키보드를 제외한 기본 기준으로 1250g이고, 키보드를 포함하면 약 1530그램이다. 다만 케이스와 키보드를 모두 포함한 무게는 약 2kg으로 제법 묵직하다.
디스플레이는 12인치일 때 1920x1280 해상도 3:2 비율이며, 17인치일 때 2560x1920 해상도 3:2 비율이다. 패널은 OLED이며, 전체 영역에서 터치를 지원한다. 각 픽셀이 모두 개별적으로 동작하는 OLED 특성상, 암부는 완전히 검은색으로 표기돼 명암비가 무한대에 달하며, 반응 속도도 0.2ms로 대단히 빠르다.
색재현력은 미국 영화협회 표준인 DCI-P3를 99% 지원하고, 디스플레이 베사 HDR 500 인증을 취득해 HDR 영상도 검증된 품질로 볼 수 있다. 밝기는 기본 기준 400니트, HDR 기준 500니트로 프리미엄 급 노트북 수준이다. 전반적인 디스플레이 품질과 성능은 영상, 사진 전문가용 디스플레이 수준이니, 폴드 스타일은 물론 전문가가 활용하기에도 적절하다.
대화면 쓰거나, 키보드 같이 활용해야
디스플레이 터치를 지원하므로 키보드가 없어도 화상 키보드나 블루투스 마우스 등을 연결해 장치를 쓸 수 있지만, 그래도 기본 제공되는 키보드를 활용하는 게 좋다. 키보드는 전용 케이스와 함께 제공되며, 자석으로 노트북 본체에 부착된다. 본체에 부착될 때에는 웹캠이 없는 아래쪽 디스플레이에만 붙으며, 부착된 상태일 때 키보드가 무선 충전된다.
키보드는 블루투스로 자동 연동되며, 별도로 켜고 끄는 버튼이 있다. 마우스 입력을 위한 터치패드가 장착돼 있고, 장치에서 분리한 상태에서도 쓸 수 있다. 키보드를 부착하면 자동으로 화면 해상도와 비율이 절반으로 줄어들고, 키보드에 깔리는 부분의 화면은 꺼진다.
키보드를 활용해야 하는 이유는 폴더블 디스플레이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 현재 모든 폴더블 디스플레이는 디스플레이가 완전히 접히지 않고 ⊃ 형태로 접힌다. 그래서 힌지 부분이 더 두껍고 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접은 상태에서도 내부에 떠있는 공간이 있는데, 키보드를 장착하고 덮으면 이 틈이 완전히 메워진다. 즉 키보드를 항상 휴대하는 것이 장치 보호를 위한 방법이다.
키보드가 없더라도 디스플레이 자체의 활용도도 상당하다. 우선 디스플레이를 책처럼 접어서 e북이나 문서 자료 등을 나눠서 볼 수 있고, 완전히 펼쳐 17인치 모니터로 쓸 수 있다. 펼친 상태에서는 기본 제공되는 커버가 스탠드 역할을 하고, 분리된 키보드는 무선으로 작동하니 놓고 쓰면 된다. 아울러 별매의 스타일러스 펜을 사용하면 17인치 화면에 드로잉 할 수 있다. 다만 정전식 터치 디스플레이임에도 패널 자체가 필름인 만큼, 실제로 드로잉 용도로 쓰기에는 쉽지 않아 보인다.
외부 입력 인터페이스는 상단에 USB 3.2 2세대 C형 단자, 우측에 썬더볼트 4 단자가 있다. 두 개 포트 모두 USB-C 케이블로 충전하는 USB-PD 기능을 지원하며, 외부 모니터를 연결하는 DP-ALT 기능도 쓸 수 있다. 외부 입력 구성이 빈약하지만, 썬더볼트 4 단자를 활용하면 외부연결의 범위를 크게 확장할 수 있다.
웹캠은 모니터 상단에 있으며, FHD 해상도를 지원한다. 또 IR 기능이 적용돼 안면 인식으로 잠금을 해제하는 윈도우 Hello 기능도 쓸 수 있다. 스피커는 1.5W 스피커 세 개가 있고,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한다.
13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 탑재, 부족함 없는 성능
LG 그램 폴드는 13세대 인텔 코어 i5-1335U 프로세서를 탑재하고 있다. i5-1335U는 2개의 성능 코어와 8개의 효율 코어로 총 10코어 12스레드 구성이며, 12MB의 스마트 캐시를 갖춘다. 메모리는 16GB의 LPDDR5 6000MHz가 적용돼 사무용 환경 수준에서는 충분한 활용도를 제공한다.
1분당 3D 렌더링을 처리한 프레임 수로 실질 성능을 확인하는 벤치마크 프로그램, 블렌더 3.6 테스트로 i5-1335U를 시험했다. 전체 분당 프레임 수의 합은 106.12점으로, 인텔 코어 i7-9700F나 i5-10400과 비슷한 수준이다. 11세대 고성능 프로세서인 i9-11900H보다도 결과가 높다. 다만 블렌더만 놓고 비교한 결과여서 다른 고연산 작업 등에서는 성능이 조금 부족할 수 있다.
효율 코어가 집중된 구조임에도 성능이 기대 이상인 이유는 DDR5의 빠른 메모리 성능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단순 영상, 사진 편집이나 작업 등에서는 3년 전 출시된 데스크톱과 맞먹는 수준이고, 노트북과 비교해도 2년 전 출시된 최상위 프로세서와 견줄 정도다.
LG 그램 폴드는 72Wh 고용량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으면서, 프로세서는 15W급의 저전력 프로세서다. OLED 디스플레이의 전력 소비가 일반 LED보다 높음에도 실사용 시간이 긴 이유다.
문서 및 화상회의, 설계, 3D 렌더링 등의 작업을 실행해 노트북의 실사용 시간을 확인하는 PC마크 10 모던 오피스 배터리 테스트를 실행했다. 테스트는 밝기 50%, ‘균형잡힌’ 배터리 설정을 활용했다. 테스트는 키보드를 제외하고 17인치 풀 스크린으로 진행했다. 그 결과 LG 그램 폴드의 실사용 시간은 10시간 13분으로 매우 긴 편으로 확인된다. 17인치를 북 형태나 전체 화면에 키보드를 연결해서 쓴다면 한나절도 충분한 수준이다.
반대로 키보드를 얹어서 쓰면 실사용 시간이 줄어든다. 동일한 테스트 조건에서 키보드를 얹은 결과에서는 9시간 16분만 동작했는데, 키보드를 충전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LG 그램 폴드는 대화면으로 쓰더라도 배터리가 특별히 빨리 닳지 않고, 키보드를 얹으면 배터리 소모가 더 빨라질 수 있다. 배터리 사용 시간은 화면의 밝기, 그리고 동작 프로그램이 더 크게 영향을 미친다.
한정판으로 출시, 실험적 성향이 강한 제품
LG 그램 폴드는 ‘LG 그램이 폴드로 나오면 이렇다’를 몸소 보여주는 제품이다. 아직까지 과도기적 기술을 활용한 만큼 크기도 크고, 무겁다. 외부에 강화유리를 덧대 내구성을 보완했지만 내부 디스플레이는 약하다. 이는 LG 그램 폴드뿐만 아니라 모든 폴더블 기기의 한계다. 물론 자체 측정으로 3만 회 정도의 접힘 테스트를 마쳤고, 이는 하루 10번 접고 펼쳤을 때 8년 4개월이 걸리는 수준이니 걱정할 정돈 아니다. 물론 사용하다 주름이 생기는 등의 문제를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
LG 그램 폴드는 한정 수량으로만 제조해 한정판으로 판매한다. 가격도 399만 원이고, 한정 판매가 끝나면 499만 원대로 가격이 오른다. 타사 17인치 폴더블 제품과 비교하면 프리미엄이 좀 붙은 느낌이다. 누구보다 앞서 폴더블 PC를 사용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거나, 17인치 대화면을 비롯한 다양한 활용도가 필요하다면 접해볼 만한 제품이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