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딘 수소 충전 인프라 확충 속도…평균 인·허가 기간도 최대 150일 이상
[IT동아 김동진 기자] 수소차 보급 확대가 탄력을 받지 못하는 이유로 더딘 수소 충전 인프라 확충 속도가 꼽힌다. 실제로 지난 3년간 수소충전기·충전소 설치 현황을 살펴보면, 목표치보다 턱없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충전기 설치를 위한 인·허가 기간도 최대 150일 이상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년간 수소충전기 설치…목표치 69% 불과
30일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이 환경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살펴보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최근 3년간 수소충전기 설치율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가 최근 3년간 수소충전기 281기를 설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올해 8월 말까지 집계한 설치 대수는 196기에 불과했다. 구체적으로 2021년 110기 설치 목표 중 100기를 설치해 91%의 설치율을 달성했으나, 2022년에는 80기 목표 중 59기 설치(73.5%), 올해는 91기 설치 목표 중 37기 설치(40.7%)에 그쳐 해가 갈수록 설치율이 급감하고 있다.
수소충전소 보급도 애초 계획보다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집계됐다. 2019년 9월 당시 산업통상자원부는 세계 최초로 국회 내 수소충전소를 개소하며 충전소 확산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구체적으로 수소 경제 로드맵을 통해 2022년까지 310개소, 2040년까지 1200개소의 수소충전소 구축을 목표로 삼았다. 하지만 2023년 9월 기준 전국 수소충전소는 목표했던 310개소의 절반을 조금 넘는 157개소로 집계됐다.
인·허가도 최대 150일 이상 소요
수소충전소 설치를 위해 최대 150일의 인·허가 기간이 필요한 점도 개선사항으로 꼽혔다. 현재 수소충전소를 설치하려면, 지방자치단체장의 인·허가가 필요하다. 하지만 지자체별로 수소충전소 설치 인·허가까지 걸리는 시간은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년간 구축된 수소충전소 140개소 중 세종시의 경우 인·허가까지 평균 45일이 소요된 반면 대구시는 평균 151일이 소요돼 큰 차이를 보였다.
수소 에너지에 대한 불안도 아직 지우기 어렵다.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이 한국가스안전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1년부터 2023년 8월까지 수소충전소 165곳에 대해 1만3557회의 상설점검을 시행한 결과, 1676건의 수소 누출이 발견됐다. 하지만 위험 경보 시스템은 단 한 차례도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여러 악재로 인프라 확충이 속도를 내지 못하자, 수소차 확대도 주춤하고 있다.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따르면 2022년까지 수소차 8만1000대 보급을 목표로 삼았지만, 지난 9월 기준으로 국내에 등록된 수소차는 3만3213대로 목표치에 절반도 미치지 못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수소차를 승용차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은 무리가 많았다. 에너지원인 수소를 생산하고 이동·저장하는 시설을 곳곳에 마련해야 하는데 해당 시설에 대한 지역의 거부감이 크기 때문”이라며 “일정한 차고지를 두고 운행하는 버스나 트럭, 중장비 등 상용차의 에너지원을 디젤에서 수소로 전환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며 전 세계적인 추세를 보더라도, 수소승용차와 관련 시설의 급격한 확대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수소승용차보다는 전기승용차 보급과 인프라 확대에 매진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말했다.
글 / IT동아 김동진 (kdj@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