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T 산업혁신기반구축사업, "3D프린팅과 의료 기술 융합으로 기업들의 꿈 지원한다”
[IT동아 김영우 기자] 4차 산업혁명의 시대다. 인공지능(AI)이나 사물인터넷(IoT), 로봇을 비롯한 첨단 기술을 통해 우리 생활은 물론, 기업 비즈니스, 국가 경영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가 혁신적으로 변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 혁신은 단순히 좀더 우수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런 결과물을 보다 빠르게, 그리고 한층 비용 효율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제조업의 혁명이라는 '3D프린팅' 기술이 대표적인 사례다. 예전에는 새로운 제품을 만들려면, 제품 설계 및 금형 설계, 시제품 제조, 그리고 성능 테스트 양산 라인 설치 등의 길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하지만 3D프린팅 기술을 활용할 경우, 디지털 도면만 있으면 3D프린터를 통해 곧장 물건이 만들 수 있다. 이는 특히 시제품 생산이나 다품종 소량 생산에 유용하다.
다만, 3D프린터와 같은 첨단기기는 상당히 비싸기도 하고, 이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관련 경험과 노하우도 필요하다.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 등의 소규모 사업자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는 장비임에는 분명하지만, 정작 이들이 이런 장비를 원활히 활용하기에는 그 장벽이 만만치 않다.
이런 기업들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는 정부사업도 존재한다.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 산하의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하 KIAT)이 추진하고 있는 ‘산업혁신기반구축’ 사업도 그 중 하나다. 이는 중소기업이 구축하기 어려운 연구장비 등을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을 위해 KIAT는 장비를 구축한 전국 각지의 연구 기관 및 대학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들 장비는 ‘아이튜브(i-Tube)’ 플랫폼에 등록되며, 기업 및 연구자가 간편하게 검색해 활용할 수 있다. 현재 총 3만여 개 이상의 다양한 공동 활용장비를 활용할 수 있고, 그 중에는 도입 가격이 수억 원을 넘는 고가 장비도 다수 포함돼 있다.
장비 지원기관들의 면면도 상당하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경북대학교(이하 경북대)다. 경북대는 특히 본격적인 3D프린팅 장비를 갖추고, 바이오∙헬스케어 기술과의 융합을 실현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초, 경북대 첨단정보통신융합기술원은 금속 3D프린팅 기술을 통해 인체삽입형 의료기기 양산 체계를 구축해 역량을 증명했다. 또한 경북대 산학협력단은 3D프린팅 의료기기의 개발 및 상용화에 이르기까지 최적화된 공정기술을 기업들에게 지원하고 있다.
이에 IT동아는 경북대 첨단정보통신융합산업기술원의 원장인 김현덕 전자공학부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경북대가 추구하고 있는 3D프린팅 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전해 들었다. 더불어 산업혁신기반구축 사업을 통해 기업들의 꿈을 어떻게 지원하고 있는지도 살펴봤다.
현재까지의 여정을 포함한 간단한 자기 소개를 부탁한다
2002년 한국과학기술원에서 학위를 받고, 당시 지도교수님이 창업한 기업에 재직하다 2003년부터 경북대학교 전자공학부 교수로 부임했다. 부임 초기부터 대구시와 함께 지역산업 육성을 위한 여러 사업을 기획하거나 실행한 바 있다. 그 연장선 상에서 2012년부터 3D융합산업 육성을 위해 산업부 및 KIAT에서 지원한 ‘3D융합기술지원센터 구축 사업’의 책임자 업무를 담당했다. 현재는 3D융합기술지원센터가 더 확대된 경북대학교 첨단정보통신융합산업기술원의 원장으로 근무 중이다.
경북대는 3D융합기술지원센터를 비롯, 3D 프린팅 관련 높은 수준의 기술과 장비를 갖추고 있다고 들었다. 이러한 기관의 역할은 무엇이며, KIAT와 어떤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지 궁금하다
3D융합기술지원센터는 대학의 연구조직이면서도, 순수 연구보다는 산학협력을 통한 기업 육성 활동에 더 집중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3D프린팅, 3D스캐닝 등의 신기술을 활용해서 기업의 기술/제품 개발을 지원하고, 기업이 어려워하는 애로기술 개발 등에도 협력해 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우리 3D융합기술지원센터 설립이 KIAT의 지원에서 비롯됐고, 설립 이후에도 다양하고 지속적인 사업을 통해 장비 등을 지원해주어 기업 지원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경북대의 3D프린팅 기술, 산업혁신기반구축 사업을 통해 기업이나 기관들이 얻을 수 있는 도움이나 혜택은 무엇인가
3D프린팅 기술이 등장한지 30년이나 지났는데, 최근에서야 본격으로 산업현장에 적용되고 있는 듯하다. 3D융합기술지원센터는 3D프린팅 관련 전 과정을 지원하고 있는데, 3D프린팅에 필요한 설계 및 해석, 시뮬레이션 및 데이터 검증, 제작 및 후처리, 측정 및 분석, 인허가 획득 등이 이에 포함된다. 각 기업이나 기관의 기술력이나 인재 확보 정도 등이 각기 다르기에 지원 요청도 천차만별이지만, 우리는 3D프린팅 관련해서는 거의 모든 과정을 지원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예를 들어, 종이에 스케치한 그림만 가져와도 완벽한 시제품을 가져갈 수 있다.
경북대는 3D프린터를 활용한 인체 삽입형 의료기기 양산에 성공했다. 이번 성과의 가장 큰 의의는 무엇이라 여기는가?
전 세계 선진국을 중심으로 고령 인구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어, 임플란트 같은 인체 삽입 의료기기의 수요도 크게 늘었다. 치과용 임플란트 시장에서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어느 정도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반면, 부가가치가 좀더 높은 정형외과나 신경외과 등에서 사용하는 임플란트를 제품화한 기업은 아직 소수에 불과하다. 기존 절삭가공 방식이 아닌 3D프린팅을 이용한 새로운 방식으로 고난이도 인체삽입형 의료기기를 기업들과 함께 개발했기에, 고성장 분야에서 국내 의료기기 기업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 올렸다는 데 의미를 둔다. 특히, 대구에 첨단의료복합단지 중심의 의료기업 클러스터가 조성돼 있는데, 인체삽입형 의료기기를 지역에 소개하면서, 기업들이 새로운 신성장 아이템에 투자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3D프린팅 기술과 바이오/헬스케어 분야의 접목을 통해 향후 어떤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을까?
3D프린팅은 새로운 제조기술로서 맞춤형 소량 제작에 강점이 있다. 항공, 우주 분야에 고난이도 부품 제작에 3D프린팅 기술이 활발히 적용되고 있지만, 사실은 바이오헬스 분야가 3D프린팅 활용이 좀더 적합한 분야라 생각한다. 인체는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기존의 대량 생산 방식보다는 본질적으로 3D프린팅이 훨씬 적합하다. 특히, 3D프린팅을 통한 인체삽입형 의료기기는 다른 방식의 제품보다 치료효과가 높아 바이오헬스 분야의 혁신을 선도할 가능성이 크다.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겪은 어려움은 없었나? 있다면 어떻게 극복했는지 궁금하다
3D프린팅 기술은 기계, 소재,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분야가 연계된 대표적인 융합 분야라서 초기 시작에 크고 작은 어려움이 많았다. 특히, 우리는 바이오/헬스케어 분야에 도전하면서 의료기기 관련 전문 지식이 부족해 이를 극복하려 무던히 노력했다. 수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관련 정보를 확보했고, 지금도 관련 분야의 관계자와 끊임 없이 교류하며 협력하고 있다. 우리 연구원들이 수술 현장도 직접 참관하면서 관련 지식을 익히려 했다.
향후 계획이나 따로 전하려는 메시지가 있다면?
최근에는 미국 FDA 인증도 획득해서 이제 수출용 의료기기도 제조할 수 있게 됐다.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의 의료 서비스 기술은 사실상 최고 수준인데, 의료 서비스 기술과 3D프린팅 등의 제조기술을 잘 연계해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의료기기를 만드는 게 우리의 꿈이자 목표다. 이런 꿈을 꾸고 하나씩 실현할 수 있도록 지금 이 시점까지 산업통상자원부와 대구시가 많은 도움을 줬고, KIAT도 든든한 지원을 제공했다. 인터뷰를 빌려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