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강의실] 비트코인 시세 상승 원동력 ‘비트코인 ETF’
[IT동아 한만혁 기자] 비트코인 시세가 다시 들썩입니다. 올해 최고점도 연이어 경신하는 중입니다.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기준으로 24일 4500만 원 선도 돌파했습니다. 2022년 5월 이후 처음입니다.
가상자산 업계는 비트코인 시세 상승의 주요 원동력으로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xchange Traded Fund, ETF)’를 지목합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비트코인 ETF 허용이 임박했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실제로 지난주 비트코인 ETF가 승인됐다는 가짜뉴스에 약 10%가 오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비트코인 ETF가 무엇이길래 이렇게 비트코인 시세에 영향을 미칠까요?
비트코인 시세에 연동되는 펀드 ‘비트코인 ETF’
ETF는 주식시장 지수, 채권, 원자재 등 다양한 자산에 연동되어 시세 변동에 따라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펀드를 말합니다. 투자자가 펀드에 참여하면, 전문가들은 해당 펀드를 활용해 여러 주식에 투자합니다. 또한 펀드의 가치를 지수로 만들어 증권시장에서 상장합니다. 일반 주식처럼 시장에서 쉽게 거래할 수 있는 것이죠. ETF에 투자하면, 투자자는 개별 주식을 고를 필요가 없어 편합니다.
비트코인 ETF는 비트코인 시세에 연동되는 ETF를 말합니다. 투자자가 펀드에 참여하면 펀드 운용사는 그만큼의 비트코인을 매입합니다. 펀드의 가치는 매입한 비트코인 총 수량의 시세와 동일하고요. 비트코인 ETF 역시 주식시장에 상장되어 일반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 ETF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한 투자자가 참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기관투자자나 법인의 경우 지금까지는 비트코인 투자를 기피했습니다. 규제 문제가 있고 해킹 등의 보안사고 위험이 있기 때문이죠. 비트코인 ETF는 비트코인을 직접 구매하는 펀드이기 때문에 투자자가 실제 비트코인을 사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습니다. 단 전문 운용사를 통하기 때문에 안전하게 투자할 수 있습니다. 복잡한 계좌 개설, 과세 염려 등을 우려한 일반 투자자도 보다 쉽게 참여할 수 있고요.
결국 더 많은 투자자가 비트코인에 투자할 수 있게 됩니다. 비트코인 ETF가 승인되면 신규 유입 자금이 1500억 달러(약 20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는 전문가도 있습니다. 신규 자금이 유입되면 비트코인 수요가 늘어나고, 이는 시세 상승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가상자산 시장 활성화에도 기여하게 되고요. 이런 기대감이 지금의 비트코인 시세를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캐나다·유럽의 비트코인 ETF 승인 사례
캐나다와 유럽은 지난 2021년 이미 비트코인 ETF를 승인했습니다. 주식시장에 상장해 거래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규모가 작습니다. 투자자도 많지 않죠. 미국 주식시장에서의 비트코인 ETF 승인 여부가 주목받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글로벌 ETF 시장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70%나 됩니다. 시장 규모가 크기 때문에 투자자가 많이 몰리고 대규모 자금이 유입될 수 있죠. 그만큼 영향력이 큰 시장입니다.
미국의 경우 비트코인 선물 기반의 ETF는 승인한 상태입니다. 선물은 실물이 아니라 계약을 거래하는 방식인데요. 미래 특정 시점에 정해진 가격에 매매하기로 약속하는 것이죠. 주로 원유나 곡물 등을 선물 거래에 이용합니다.
지금 승인이 임박한 비트코인 ETF의 경우 실제 비트코인을 보유해야 합니다. 실제 거래 대상이 존재하고 거래 시점을 기준으로 시세를 정하는 현물이 그 대상입니다. SEC는 비트코인 선물이 현물 대비 시세 조작이나 변동성으로 인한 위험이 낮다고 판단해 선물을 먼저 승인했습니다. 미국 첫 비트코인 선물 ETF는 2021년 10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BITO(Proshares Bitcoin Strategy ETF)입니다. 시카고거래소의 비트코인 선물 계약을 기준으로 합니다.
비트코인 ETF 승인이 임박했다
지금까지 여러 자산운용사가 비트코인 ETF 승인을 신청했습니다. 지난 2013년 가상자산 거래소 제미니 창립자 윙클보스 형제가 처음 신청한 이후 그레이스케일, 블랙록, 피델리티 등 대형 자산운용사가 지속적으로 문을 두드렸습니다.
하지만 SEC는 승인을 미루거나 거절했습니다. 비트코인 ETF의 경우 정확한 비트코인 시세가 필요한데, 변동성이 너무 크고 사기나 시장 조작에 취약하며 투자자 보호가 어렵다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자 그레이스케일이 미국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8월 연방법원은 충분한 근거 없이 거절한 것은 불합리하다며 다시 검토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이에 따라 비트코인 ETF 승인 가능성이 더욱 커졌습니다. 최근에는 블랙록이 신청한 비트코인 ETF가 미국 증권예탁결제원(DTCC)에 등록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이름은 IBTC입니다. 기존 투자자의 기대감은 한층 커졌습니다.
물론 아직 비트코인 ETF 승인 여부가 결정된 것은 아닙니다. SEC는 새로운 승인 신청이 접수되면 최대 240일 이내에 결정해야 합니다. 그 기간 내에 별도 거절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자동 승인됩니다. 지금까지 SEC는 이 기간을 최대한 활용했습니다.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은 있습니다.
참고로 현재 최종 승인 기한이 가장 빠른 비트코인 ETF는 아크인베스트먼트와 21쉐어스가 신청한 ‘ARK 21 쉐어스 비트코인 ETF’입니다. 결정 기한은 2024년 1월입니다.
글 / IT동아 한만혁 기자 (m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