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 보조 기능 강화하는 무선 이어폰
[IT동아 한만혁 기자] 무선 이어폰 제조사가 청각 보조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노이즈 캔슬링과 주변 소리 듣기 기능을 이용해, 주변 소음은 제거하고 목소리는 키우는 방식이다. 무선 이어폰 제조사는 이들 기능이 경도 난청이나 청각이 저하되기 시작한 소비자, 보청기 가격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에게 유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보청기 못지않은 무선 이어폰 청각 보조 기능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의사 진료나 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있는 비처방(Over The Counter, OTC) 일반의약품 항목에 보청기를 추가했다. 난청 환자의 보청기 구입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함이다. 미국 내 난청 환자는 약 3000만 명이지만 보청기를 사용하는 비율은 20%에 불과하다. 가격과 타인의 시선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이에 보청기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타인의 시선을 덜 받을 수 있는 무선 이어폰이 주목받고 있다. 실제 무선 이어폰이 보청기 못지않은 성능을 낸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지난 2021년 3월 삼성전자와 삼성서울병원은 갤럭시 버즈 프로, 보청기 등의 비교 테스트를 통해, 갤럭시 버즈 프로의 '주변 소리 듣기 기능'이 경도 및 중도 난청 환자 청각 능력 향상에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갤럭시 버즈 프로는 출력 음압, 주파수 범위, 입력 잡음, 전체 고조파 왜곡 등 보청기 평가 기준도 충족했다. 참여자들은 조용한 환경에서 대화할 때 도움이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해당 테스트는 평균 63세의 경도 및 중도 난청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했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 이비인후과 전문학술지 ‘씨이오(CEO)’에 게재됐다.
지난해 11월에는 애플 에어팟과 보청기 비교 테스트 결과도 나왔다. 대만 보훈종합병원, 국립간호보건과학대 등 공동연구팀이 국제학술지 ‘아이사이언스(iScience)’에 게재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에어팟 프로의 경우 고급형 보청기에 비하면 잡음 성능이 떨어지지만, OTC 보청기와는 비슷한 성능을 보였다. 소음이 심한 환경에서는 고급형 보청기보다 좋은 성능을 보였다.
연구팀은 에어팟이 보청기를 대체할 수는 없지만 보청기 구입이 부담스러운 난청 환자에게는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해당 테스트는 보청기 경험이 없는 경도 및 중도 난청 환자 21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청각 보조 기능 강화에 힘쓰는 제조사
현재 청각 보조 기능 강화에 힘쓰고 있는 무선 이어폰 제조사는 애플과 삼성전자, 젠하이저가 대표적이다.
애플은 주변 소리를 키우는 ‘실시간 듣기(Live Listen)’, 목소리를 부각하는 ‘대화 부스트(Conversation Boost)’ 등을 지원한다.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현재 제공하고 있는 에어팟의 청각 보조 기능을 더욱 강화하고 청력 상태를 진단하는 기능을 추가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주변 소리 크기 최대로 사용, 좌우 소리 균형 등의 청각 보조 기능을 제공한다. 소니의 경우 전용 앱을 통해 주변소리 기능에 음성 부각 기능을 추가했다.
아예 청각 보조 기능에 초점을 맞춘 제품도 나왔다. 젠하이저는 청각 보조 기능에 초점을 맞춘 ‘히어링 케어’ 라인업을 추가하고 ‘컨버세이션 클리어 플러스’와 ‘TV 클리어 세트 2’를 선보였다. 지난 2022년 보청기 등 토탈 청각 솔루션을 제공하는 소노바그룹과의 합병을 통해 새롭게 선보이는 라인업이다.
컨버세이션 클리어 플러스는 고급 음성 개선, 노이즈 캔슬링, 빔포밍 마이크를 기반으로 불필요한 배경 소음은 제거하고 음성 신호를 증폭시킨다. 덕분에 시끄러운 환경에서도 상대방과 수월하게 대화할 수 있다. 전용 앱을 이용하면 주변 소음을 차단하는 휴식, 상대방과의 대화를 위한 커뮤니케이션, 콘텐츠 감상을 위한 스트리밍 등의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TV 클리어 세트 2는 TV 시청 시 배경 소리가 너무 크거나 배우 목소리가 작을 때 고음을 키워 음성을 뚜렷하게 재생하는 음성 명료도 기능을 적용했다. 개인에게 적합한 볼륨으로 TV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보청기 대체보다는 초기 난청에 유리
사실 무선 이어폰이 청각 보조 기능을 강화한다고 해도 보청기를 대체할 수는 없다. 보청기의 경우 개인 맞춤형 제작이 중요하다. 개인에 따라 증폭해야 하는 영역이나 난청의 수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반면 무선 이어폰은 개인 맞춤형 제작이 어렵다. 게다가 온종일 착용하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경도 난청 환자나 청각이 저하되기 시작한 노년층 등 보청기를 착용할 정도의 난청을 겪고 있지 않은 소비자에게는 충분히 유용할 것이다. 한쪽에 수백만 원에 달하는 가격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도 마찬가지. 무선 이어폰의 청각 보조 기능이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단 난청이 의심된다면 우선은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글 / IT동아 한만혁 기자 (m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