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VF] 에이아이비즈 “인공지능으로 한국 반도체·2차전지 발전 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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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차주경 기자] 인공지능은 올해 세계를 뜨겁게 달궜다. 방대한 데이터를 순식간에 분석, 검색해서 질문에 대답하고 문제를 해결할 가장 알맞은 방법을 찾는다. 심지어 사람처럼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프로그램 코딩을 하는 등 창작 능력도 과시했다.

인공지능은 새로운 것을 만들 뿐만 아니라, 기존의 것을 더욱 좋게 개선하는 능력도 발휘한다. 기존 산업에 인공지능을 대입하면 효용과 효율을 함께 높이고 새로운 가치도 만든다. 반도체, 2차전지 등 세계를 주도하는 주요 산업군이 인공지능을 앞다퉈 도입하려는 이유다. 우리나라에서도 스타트업 ‘에이아이비즈’가 이 기술을 연구 중이다.

산업용 인공지능 솔루션을 소개하는 하승재 대표 / 출처=에이아이비즈
산업용 인공지능 솔루션을 소개하는 하승재 대표 / 출처=에이아이비즈

하승재 에이아이비즈 대표의 이력은 독특하다. 대학교에서 축산업을 전공한 그는 하림그룹에서 스마트 공장의 관리자로 일했다. 이 때 그는 스마트 기술과 데이터가 공장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계의 양상을 바꿀 것으로 예측했다고 한다. 은퇴 후 숭실대학교 경영대학원에 입학해 만학도의 길을 걷던 그는 자신의 예측을 현실로 이루려고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박사 과정을 밟는다.

기계 설비와 장치들이 가진 데이터를 연구 분석하던 그는 인공지능으로 이들의 운용 효율을 극적으로 높일 방법을 고안했다. 오랜 기간 일한 스마트 공장의 공정 관리 경험에, 숭실대학교에서 새로 배운 지식을 더해 에이아이비즈를 세운다. 함께 인공지능을 연구 개발할 임직원도 이 때 모은다. 최현진 CTO는 인공지능 공학박사이자 10년간 경력을 쌓은 인공지능 설계 전문가다. 이종섭 CIO도 숭실대학교 교수와 25년간의 IT 컨설팅 경력을 살려 에이아이비즈에 힘을 싣는다.

연구 중인 에이아이비즈 임직원들 / 출처=에이아이비즈
연구 중인 에이아이비즈 임직원들 / 출처=에이아이비즈

하승재 대표는 먼저 우리나라 내외의 인공지능 기술과 논문을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특허를 출원·등록했다. 스마트 공장의 공정 설비를 정밀하게 감지하는 기술, 반도체 소자 제조공정의 불량 원인을 분석하는 기술 등 특허를 세 건 등록했고 열 여덟 건을 출원했다. 이어 스마트 공장의 관리자를 찾아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기술에 반영했다.

그 결과, 에이아이비즈는 반도체 제조 공정을 인공지능으로 관리하는 플랫폼, 반도체 소자의 연구개발을 인공지능으로 해결하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백신 배양 공정을 최적화하는 인공지능 솔루션과 머신비전 불량 제품 선별 기능, 빅데이터 기반 수요예측 인공지능 솔루션도 선보였다. 모두 기존 산업계에 적용해 효용과 효율을 함께 높이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 산업용 인공지능 기술이다.

에이아이비즈의 산업용 인공지능 기술의 동작 원리 / 출처=에이아이비즈
에이아이비즈의 산업용 인공지능 기술의 동작 원리 / 출처=에이아이비즈

에이아이비즈의 산업용 인공지능 기술의 동작 원리는 간결하다. 산업계의 설비가 만드는 시계열 데이터,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시시각각 바뀌는 데이터들을 풍부하게 모으고 정밀하게 분석하는 것이다.

반도체를 만드는 스마트 공장의 공정을 예로 들자. 반도체 생산 설비를 운용할 때에는 온도의 변화와 진동 유무, 공정 진행 속도와 생산량, 불량률 등 다양한 데이터가 시간 흐름에 따라 기록된다. 이들 데이터를 모아 분석하면 어떤 공정에서 어떤 변화가 생겼고, 이것이 불량을 일으켰는지 포착 가능하다. 해당 공정에서의 변화의 원인을 찾아 없앤 후 다시 설비를 운용하면서 시계열 데이터를 모은다. 이를 반복하면 불량을 일으킬 여지를 제거해 생산량과 수율을 함께 높인다.

기존 산업용 검사 기술과 에이아이비즈의 산업용 인공지능 기술간 비교 / 출처=에이아이비즈
기존 산업용 검사 기술과 에이아이비즈의 산업용 인공지능 기술간 비교 / 출처=에이아이비즈

스마트 공장의 설비 종류는 생산할 제품의 특성과 수량, 공정의 규모에 따라 다르다. 반도체를 만드는 설비와 2차전지를 만드는 설비는 다르다. 에이아이비즈의 역량은 스마트 공장마다 다른 수많은 설비의 시계열 데이터를 신속 정확하게 모으고 분석하는 것이다. 덕분에 일반 생산 공장은 물론 의약품, 반도체와 2차전지 등 첨단 설비를 갖춘 곳에서도 위력을 발휘한다.

발상을 전환, 데이터 라벨링(가공) 효율을 높인 점도 돋보인다. 대개 인공지능에게 데이터를 가르칠 때에는 비정상 데이터를 라벨링한다. 에이아이비즈는 반대로 정상 데이터를 활용해 인공지능을 가르친다. 평소에는 정상으로 동작하는지 살펴보다가 불량이 발생하면 이 데이터를 취득, 라벨링해 가르치는 것.

반도체 공정에 에이아이비즈의 산업용 인공지능을 도입했을 때의 효과 / 출처=에이아이비즈
반도체 공정에 에이아이비즈의 산업용 인공지능을 도입했을 때의 효과 / 출처=에이아이비즈

이 구조의 장점은 수 년씩 걸리는 데이터 라벨링 작업을 거치지 않고 산업 현장에 바로 투입 가능한 점이다. 설비의 불량을 즉시 알아내는 장점도 발휘한다. 반도체 공정은 200개 이상의 설비로 구성한다. 이 가운데 어느 설비의 어느 부분에 불량이 일어났는지 감지하는 것은 아주 어렵다. 에이아이비즈는 정상 데이터를 기준으로 불량 데이터를 감지하므로 이를 즉시 감지, 대응한다.

나아가, 에이아이비즈는 스마트 공장 설비의 데이터를 더 정확하게 파악하고 직관적으로 분석할 기술도 마련했다. 설비는 오래 쓰면 노후된다. 이에 따라 시계열 데이터도 조금씩 바뀐다. 그러다가 설비 일부나 부품을 바꾸면 또 한 번 시계열 데이터의 양상이 바뀐다. 에이아이비즈의 솔루션은 이처럼 세세한 변화를 모두 감지해 데이터에 반영한다. 여기에 센서를 더해 시계열 데이터의 변화 양상을 그래프로 만들고, 이를 인공지능에게 가르치는 딥러닝 모델도 만들었다.

2022 지식재산스타트업경진대회에서 수상하는 하승재 대표(오른쪽) / 출처=에이아이비즈
2022 지식재산스타트업경진대회에서 수상하는 하승재 대표(오른쪽) / 출처=에이아이비즈

하승재 대표는 에이아이비즈의 산업용 인공지능을 ‘지금까지 우리가 보지 못하던 것을 보도록 돕는 기술’로 소개한다. 너무 방대해서, 라벨링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복잡하고 자주 변해서 사람이 깨닫지 못하던 데이터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기술로 소개한다. 이것을 토대로 스마트 공장 공정의 완성도를 높이고 불량을 줄인다고, 수율과 생산량을 함께 높인다고 강조한다.

에이아이비즈는 이미 산업용 인공지능을 우리나라 주요 반도체 기업에 적용, 문제를 해결하고 수율을 확보한 성과를 거뒀다. 다만, 이 기술은 스마트 공장의 설비와 센서가 모두 연결된 상태라야 적용 가능하다. 설비와 센서마다 다른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기술도 필요하다. 에이아이비즈는 산업용 인공지능뿐만 아니라, 스마트 공장의 설비와 센서의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그러면 기업은 한결 부담 없이 스마트 공장에 산업용 인공지능을 적용, 바로 효과를 얻을 것이다.

세미콘에서 기술을 설명하는 하승재 대표(가장 왼쪽) / 출처=에이아이비즈
세미콘에서 기술을 설명하는 하승재 대표(가장 왼쪽) / 출처=에이아이비즈

기술은 곧 성과로 돌아왔다. 에이아이비즈는 예비창업패키지 최우수 판정, 초기창업패키지 우수 판정을 연이어 받고 도약패키지에서도 좋은 판정을 받았다. 2021년 SUJI IR-DAY에서 '반도체 장비의 센서데이터 활용한 불량 AI 솔루션'을 앞세워 대상을 받았다. 2022년 지식재산스타트업 경진대회 장려상, 이어 전자/ IT 부문 2023년 제 17회 대한민국 우수특허 대상, AI 반도체 공정 부문에서 2023 대한민국 우수기업 대상인공지능 대상을 받았다. 코트라(KOTRA) 한국관의 인공지능 반도체 기업에 선정돼 해외에 이름을 알렸다. 9월에는 일본 반도체 기업과 우리나라 주요 배터리 기업에 기술을 공급해 매출도 기록했다.

에이아이비즈는 최근 양재AI허브와 구로G밸리, 숭실대학교와 동작구가 주도해 만드는 ‘AI+X 클러스터’에 힘을 싣기로 결정했다. 하승재 대표 스스로가 숭실대학교에서 인공지능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숭실대학교 교수진의 멘토링과 단계별 성장 지원 프로그램을 받으며 에이아이비즈의 성장 토대를 닦았다. 서울대학교 AI CEO 아카데미를 수료한 그는 양재AI허브 소속 기업과도 여러 차례 협업하며 기술 완성도를 높였다. 이에 보답하려 AI+X 클러스터에 합류, 성공 사례와 기술을 전파하기로 결정한 것.

2022 반도체 학술대회에 참가한 에이아이비즈 / 출처=에이아이비즈
2022 반도체 학술대회에 참가한 에이아이비즈 / 출처=에이아이비즈

하승재 대표는 한국기술벤처재단에게도 고맙다고 말한다. 이들의 기술 개발과 사업화 지원을 받은 덕분에 반도체 제조 공정 관리 인공지능 플랫폼을 개발, 해외 시장에 진출 가능했다고 말한다. 에이아이비즈의 기술과 사업 역량을 강화할 멘토링과 교육 프로그램도 요긴했다면서, AI+X 부문 선도 기업으로 성장해 한국기술벤처재단에게 보은하겠다고 밝혔다.

성과를 딛고, 에이아이비즈는 여러 도전 과제를 해결한다. 먼저 산업용 인공지능을 전파하고 다양한 산업계에 접목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산업용 인공지능의 개념과 효용은 아직 업계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래서 이 기술을 공정에 도입하기 꺼리는 기업이 많다. 세계 대기업도 아직 적극 활용하지 않는 기술을 우리나라의 스타트업이 만들었다는 것을 의심하는 시선도 많다.

CEO 강연 SBSBIZ2에 참가한 하승재 대표(가장 오른쪽) / 출처=에이아이비즈
CEO 강연 SBSBIZ2에 참가한 하승재 대표(가장 오른쪽) / 출처=에이아이비즈

하승재 대표의 전략은 ‘레퍼런스’다. 우리나라 내외의 첨단 기술 기업과 협업해서 성공 사례를 쌓는다. 이 사례를 앞세워 산업용 인공지능에 씌워진 편견을 벗겨내고 산업계로의 도입 가능성을 높인다. ‘다른 인공지능 기업과의 협업’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인공지능의 성장 가능성을 믿고 튼튼한 기술력을 개발해 온 기업과 손 잡고, 불모지에 가까운 산업용 인공지능 시장을 공략할 계획도 세웠다.

에이아이비즈는 최근 코트라 산호세 IT센터의 도움을 받아서 미국에 지사를 세웠다. 미국의 반도체 파운드리, 2차 전지와 태양광 기업에 인공지능 솔루션을 공급할 전초 기지다. 하승재 대표는 이미 현지의 주요 기업 여러 곳에게 기술을 소개했다며, 곧 함께 개념을 검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에이아이비즈의 솔루션을 소개하는 하승재 대표 / 출처=에이아이비즈
에이아이비즈의 솔루션을 소개하는 하승재 대표 / 출처=에이아이비즈

하승재 대표는 “인공지능을 활용해서 반도체 생산 공정의 효율과 수율을 함께 높이면 수조 원 단위의 가치가 만들어진다. 2차전지와 태양광 패널 등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 부문에서 큰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에이아이비즈는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계에 인공지능을 적용해 운용 효율을 높이고, 이들이 세계에서 겨룰 경쟁력을 갖도록 돕는 기업이 되겠다.”고 밝혔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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