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T 산업혁신기반구축사업, 광개토대왕함 살렸다

[IT동아 김영우 기자] 국가의 번영을 담보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국방력, 그리고 경제력이다. 그리고 이 두가지 요소는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 국방에 필요한 각종 장비를 확보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기술과 자본이 필요하며, 국민이 풍족한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안보상황, 그리고 혁신적인 기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정부를 비롯한 공공기관은 국방력 강화 및 기술 개발, 시장 활성화, 그리고 기업 육성을 위한 다양한 정책과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이러한 생태계가 잘 돌아가고 있는 국가 중 하나다. 올해 초까지 진행된 3200톤급 해군 구축함 ‘광개토대왕함’의 엔진 정비 사업의 과정은 좋은 사례다. 광개토대왕함은 디젤엔진 클러치 잠금장치 손상으로 수리가 필요한 상태였다. 하지만 이런 특별한 부품을 조달하기 위해서는 발주 및 제조, 납품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고, 이는 수 개월 이상의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그동안 군함의 기능을 수행할 수 없으니 전력공백이 불가피했다.

이때 해결책으로 논의된 것이 바로 3D 프린팅 기술이다.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하면 원하는 형태의 물체를 빠르게 만들 수 있어 개발 단계의 시제품 제조, 혹은 소량 생산 제품의 제조에 큰 도움이 된다. 다만, 3D 프린팅 장비는 기본적으로 매우 고가이며, 원하는 크기 및 재질, 그리고 강도까지 갖춘 부품을 만들 수 있는 장비를 찾아 구비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광개토대왕함 엔진의 정비를 담당한 해군군수사령부정비창(이하 해군정비창) 역시 이러한 3D 프린팅 장비를 갖추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이때 큰 도움이 된 것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의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하 KIAT)에서 전개하고 있는 ‘산업혁신기반구축’ 사업이었다. 산업혁신기반구축사업은 중소기업이 구축하기 어려운 연구장비를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으로, 양질의 연구장비를 연구기관, 대학 등에 구축하고 필요한 기업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여, 기업의 기술적 혁신 활동 및 난제 해결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이렇게 구축된 장비는 i-Tube(아이튜브)에 등록하여 기업 및 연구자가 쉽게 검색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i-Tube는 전국 장비지원기관으로부터 총 3만여개 이상의 다양한 공동활용장비를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 중에는 도입 가격이 수억원을 넘는 고가의 장비도 다수 포함되어 있어, 비용의 문제로 인해 산업기술 R&D에 필요한 연구장비의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중견기업에게 특히 유용하다고 알려졌다.

해군정비창은 산업혁신기반구축 사업의 연구센터 중 한 곳인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하 생기원)이 보유한 금속와이어 3D 프린팅 기술을 통해 광개토대왕함을 수리할 수 있었다. 금속와이어 공급기 및 레이저를 탑재한 로봇 팔이 정교하게 부품을 다듬었으며, 이를 통해 시간과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었다.

해군정비창의 안석 사무관은 취재진과의 인터뷰를 통해 "고장 난 엔진 부품을 해외조달 할 경우, 최대 1년여의 시간이 걸릴 것이 예상되어 전력운용에 큰 차질이 발생할 뻔했으나 생기원과의 협업을 통해 불과 3~4일만에 수리를 완료할 수 있었다"며 산업혁신기반구축 사업의 유용성을 높이 평가했다.

사업을 통해 얻은 기술과 노하우가 다른 기업들에게 공유되는 점 역시 산업혁신기반구축사업의 우수 성과 중 하나이다. 이번 광개토대왕함 엔진정비 사업을 통해 얻은 기술을 이전 받은 3D 프린팅 스타트업 ‘에이엠솔루션즈’의 김대중 대표는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이번에 이전 받은 기술을 신중히 연구해 회사 성장의 동력으로 삼을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한편, 이번 사업을 통해 엔진 수리를 마친 광개토대왕함은 시운전 평가 이후 다시 현장에 투입되어 해군 작전을 수행 중이다. KIAT는 이번 사업을 통해 방산 부문의 부품 조달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3D 프린팅 제조기술을 확보했다고 자체 평가했다. 또한, 3D 프린팅 소재 및 관련 장비의 특성에 대한 데이터, 그리고 이들을 운용하며 얻은 노하우는 향후 다른 기업이나 기관의 기술연구를 지원할 때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