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유선 이어폰을 쓰는 이유
[IT동아 한만혁 기자] 무선 이어폰이 대세다. 케이블이 없다는 장점을 앞세워 빠르게 대중화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유선 이어폰을 고집하는 소비자가 있다. 무선의 편리함보다 이어폰 본연의 기능인 음질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세로 자리 잡은 무선 이어폰
무선 이어폰은 편하다. 이어폰과 소스기기를 연결하는 케이블이 없으니 옷이나 가방, 마스크에 거치적거리지 않는다. 케이블이 옷에 닿으면서 발생하는 잡음도 없고, 엉킨 케이블을 푸느라 신경 쓸 필요도 없다. 일정 범위 안에서는 소스기기와 떨어져 자유롭게 움직일 수도 있다.
최근에는 외부 소음을 차단하는 노이즈 캔슬링, 두 개의 소스기기와 동시에 연결하는 멀티포인트 등 편의 기능도 추가되고 있다. 스마트폰 제조사도 자동 페어링, 조작 편의성 등 자사 스마트폰과의 궁합을 강화한 무선 이어폰을 선보이는 추세다. 애플 에어팟 시리즈나 삼성전자 버즈 시리즈가 대표적인 예다.
덕분에 무선 이어폰이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7월 발표한 ‘스마트폰 사용률&브랜드, 스마트워치, 무선 이어폰에 대한 조사’ 리포트에 따르면 만 18세 이상 무선 이어폰 사용률은 2020년 41%에서 2023년 56%로 증가했다. 특히 20대는 83%가 사용하고 있으며, 50대와 60대의 사용률도 각각 48%, 44%다.
유선 이어폰을 고집하는 이유
하지만 여전히 유선 이어폰을 고집하는 소비자가 있다. 일부 마니아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최근 이효리, 블랙핑크 제니, 한소희 등 유명 연예인이 예능 프로그램과 유튜브에 출연해 유선 이어폰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 화제가 되기도 한다.
이들 소비자가 유선 이어폰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선의 편리함 못지 않은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가장 많은 소비자가 꼽는 장점은 음질이다. 무선 이어폰의 경우 오디오 신호를 무선으로 전달받기 때문에 대역폭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음질 저하가 생긴다. 최근에는 aptX HD나 LDAC 등 고음질 음원을 구현할 수 있는 코덱이 나오긴 했지만 여전히 한계는 있다. 반면 유선 이어폰은 오디오 신호를 직접 전달 받기 때문에 원음과 소스기기의 역량을 그대로 구현한다. 원음의 밸런스와 디테일을 그대로 살려 무선 이어폰 대비 좋은 음질을 즐길 수 있다.
지연 현상도 없다. 무선 이어폰으로 영상을 보거나 게임을 즐길 때, 화면과 사운드가 맞지 않는 지연 현상(레이턴시, 딜레이)이 생긴다. 오디오 신호를 무선으로 전송하면서 사운드가 화면보다 늦게 재생되기 때문이다. 최근 코덱과 칩셋 등 기술이 발전하면서 많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민감한 사용자는 불편을 겪는다. 지연 현상을 방지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유선 이어폰을 사용하는 것이다.
배터리 충전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무선 이어폰을 구동하기 위해서는 전원 공급이 필수다. 배터리가 모두 소진되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에 수시로 배터리를 충전해야 한다. 유선 이어폰은 전원을 공급하지 않아도 소스 기기에 연결하기만 하면 언제든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분실 위험도 덜하다. 무선 이어폰의 경우 크기가 작기 때문에 잃어버리는 경우도 많다. 서울교통공사가 8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접수된 선로 유실물 중 무선 이어폰이 차지하는 비중은 16%로 스마트폰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반면 유선 이어폰은 케이블 덕에 분실 위험이 덜하다. 특히 이어폰 한쪽만 잃어버릴 염려가 없다.
여전히 다양한 유선 이어폰
요즘 이어폰 제조사는 유선 이어폰보다 무선 이어폰에 비중을 두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유선 이어폰 출시도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무선 이어폰에 주력하던 애플도 유선 이어폰 이어팟(EarPods)을 새롭게 출시했다. 신제품인 아이폰 15 시리즈에 맞춰 단자를 USB 타입C로 바꾼 것이다. 인체공학 디자인을 적용해 착용감을 높이고, 조작 편의를 위한 리모컨도 지원한다. 이외에도 젠하이저, 슈어 등이 다양한 유선 이어폰을 선보이고 있다.
시중에 출시된 유선 이어폰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저렴한 가격으로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보급형 제품과 음질에 비중을 둔 프리미엄 제품이다. 프리미엄 제품의 경우 출시 주기가 긴 편이지만 꾸준한 소비가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인 프리미엄 제품으로는 젠하이저 IE900을 꼽을 수 있다. 공기 흐름을 제어하는 X3R 시스템과 7mm 다이내믹 드라이버를 통해 선명한 고음과 풍부한 저음이 어우러진 균형 잡힌 사운드를 재생한다. 넓은 대역폭과 높은 출력, 빠른 반응 속도로 세밀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는다.
참고로 요즘 나오는 스마트폰은 3.5mm 단자를 지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유선 이어폰을 사용하려면 스마트폰 단자와 호환되는 이어폰을 사용하거나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 신호로 바꾸는 DAC(Digital to Analog Converter)를 연결해야 한다.
DAC는 칩셋이나 용도에 따라 가격과 크기가 천차만별이다. 신호 변환 시 발생하는 미세한 소음까지 잡아내는 프리미엄 제품이 있는가 하면 휴대성이나 효율성에 초점을 맞춘 보급형 제품도 있다. 짧은 케이블 형태로 양끝에 USB 타입C와 3.5mm 단자를 장착한 일명 ‘꼬다리 DAC’도 있다. 선택지가 넓으니 주로 사용하는 오디오 플레이어의 단자와 유선 이어폰 사용 환경에 따라 적절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무선 이어폰이 대세라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음질을 중시한다고 해서 반드시 유선 이어폰을 써야하는 것도 아니다. 서로 장단점이 분명하기 때문에 우열이 아닌 취향으로 가리는 것이 합리적이다. 제품을 고를 때도 개인의 이어폰 사용 패턴에 맞는 제품을 선택하면 된다. 유선과 무선 이어폰을 모두 장만하고 그날 일정이나 상황에 맞춰 골라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글 / IT동아 한만혁 (m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