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앤빈, 전자파와 방사선을 막아내는 ‘스쿠텀’ [스타트업in과기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창업지원단은 창업보육센터를 통해 유망 스타트업에 입주공간과 멘토링, 네트워킹, 사업화 지원을 제공하며 그들의 성장을 돕고 있습니다. '스타트업in과기대'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창업보육센터를 보금자리로 삼아 도약을 꿈꾸는 스타트업들의 얘기를 전합니다.
[IT동아 권명관 기자] 전자파와 방사선.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단어지만,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일상 속에서 한번쯤 들어 본 말이다. 정확하게 무엇인지 설명하라면 선뜻 답하기 어렵지만, 뒤 따르는 연상은 대부분 비슷하다. ‘과하면 좋지 않은 것’, ‘막아야 하는 것’ 등이다. 포털에서 전자파를 검색하면 ‘영향’, ‘차단’ 등이고, 방사선을 검색하면 뒤 따르는 단어는 ‘보호’, ‘노출’, ‘부작용’ 등이 나타난다. 사람이 전자파와 방사선에 과도하게 노출될 경우,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어 비롯된 결과다.
비단 인체만이 아니다. 전자파와 방사선은 전자기기에도 적지 않은 악영향을 끼친다. 정밀한 기기일수록 오류를 발생시킨다. ‘EMP(Electro-Magnetic Pulse, 전자기펄스)’를 예로 들 수 있다. PC와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를 필수품으로 사용하는 현대사회 한복판에서 EMP가 발생하면, 전기와 인터넷으로 연결된 모든 시스템을 무력화시켜 금융망, 통신망 등을 마비시켜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매우 짧은 시간 안에 전자 장비를 파괴시키고, PC의 데이터도 지워버릴 정도로 위력적이다.
지난 2021년 6월 설립한 스페이스앤빈(SPACE & BEAN)은 전자파와 방사선을 방어할 수 있는 신소재를 개발, 이를 활용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스페이스앤빈이라는 사명에는 작은 콩(BEAN)부터 우주(SPACE)까지 아우르는 방호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전자파와 방사선을 막는 브랜드, 스쿠텀(SCUTUM)
IT동아: 오랜만이다. 지난 2022년 11월에 스케일업 프로그램을 통해 만났으니, 약 9개월만에 재회한 셈이다. 당시 전자파와 방사선을 막아내는 신소재를 개발하고, 제품과 서비스, 솔루션을 선보이고자 노력 중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민경령 대표(이하 민대표): 하하. 이렇게 다시 만나 반갑다(웃음). 많이 바빴다. 제품과 서비스, 솔루션을 어느 정도 확립했다. 나름의 브랜드, ‘스쿠텀(SCUTUM)’도 만들었다. 라틴어로 ‘방어’, ‘방패’를 뜻한다. 우리가 개발한 전자파와 방사선을 방어하는 신소재를 통해 각 산업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상품을 어느 정도 완성했다는 뜻으로 이해했으면 좋겠다.
IT동아: 그러니까 작년 말까지만 해도 신소재 기술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면, 이제는 브랜드를 통해 상품을 알리는 단계까지 올라 왔다는 뜻인가.
민 대표: 맞다. ‘우리 기술을 어디에 활용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표를 ‘우리 기술을 여기에 활용한다!’라는 느낌표로 전환했다. 브랜드 스쿠텀으로, 크게 4가지 라인업으로 분류했다. 우주방사선을 차단하는 하우징 제품 ‘스쿠텀 R(Radiation)’, X-선을 막아내는 기능성 의복 ‘스쿠텀 X(X-ray)’, 전자파를 차단하는 이동형 차폐 부스 ‘스쿠텀 S(Sheid)’, 전자파와 방사선을 차단하는 복합 제품 ‘스쿠텀 P(Protection)’다. ‘전자파와 방사선으로부터 보호한다’라는, 다소 어려운 의미를 보다 쉽게 전달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현재 주력하고 있는 것은 스쿠텀 R이다. 항공우주 산업 업계와 긴밀하게 연결하고 있다. 인공위성을 예로 들어보자. 다양한 목적으로 우주에 쏘아 올리는 인공위성은 내부에 정밀한 구조의 전자부품을 탑재한다. 그런데, 우주에는 우주방사선이 존재한다. 때문에 우주방사선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전자부품의 오류를 막을 수 있어야 한다.
상용 전자제품을 인공위성에 담는, 스쿠텀 R
IT동아: 아… 잠시 쉬어가야 할 타이밍 같다. 우주방사선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부터 좀 어려워졌다(웃음). 정리하자면, 우주에는 전자기기의 작동을 방해하는 방사선이 있다는 뜻인가.
민 대표: 우주에는 지상까지 내려오지 않는 우주방사선이 많다.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방사선이다. 방사선이 많으면 전자제품은 망가지기 마련이다. 결국 고장으로 이어진다. 까마득한 상공, 우주 위에 떠있는 인공위성 속 부품이 고장났다고, 사람이 방문해서 고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때문에 우주방사선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대비를 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 수많은 시간과 인력, 자금을 들여 우주 환경에 적합한 전자부품을 만들고 개발해 인공위성에 탑재했다.
그런데, 최근 우주산업의 트렌드가 변화했다. 과거에는 국가 단위의 정부 주도로 우주라는 미지의 영토를 개발했다면, 기술의 발전과 함께 민간 주도로 우주를 개발하고 있다. 기상이나 위치정보 등 공공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인공위성을 쏘아올리던 목적에서 인터넷, 자율주행 등에 사용하기 위한 상업용 위성을 쏘아 올린다. 또한, 인공위성 크기도 초소형으로 작아졌으며, 수십~수백 대의 위성을 연결하는 군집위성을 이용한 서비스도 등장했다.
IT동아: 맞다. 자율주행 자동차로 유명한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스페이스X가 떠오른다. 촘촘하게 쏘아올린 인공위성을 활용해 위성 인터넷 ‘스타링크(Starlink)’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 않나.
민 대표: 스타링크는 하나의 사례일 뿐으로, 정말 많은 인공위성이 우주로 날아간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시간과 비용이다. 우주방사선에서 자유로운 전자부품 하나를 만들기 위해 수억~수십억 원의 자금을 투자할 수는 없지 않나. 초소형 위성에 맞도록 부품 크기도 줄여야 하고…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 이미 지상에서 사용하는 전자부품을 그대로 우주에 쏘아올려 사용할 수 있다면 말이다. 즉, 상용 전자제품이다. 우주방사선을 막아낼 수 있는 우리 소재를 통해 상용 전자제품을 탑재하는 형태다. 지구에서 PC와 자동차에 사용하는 부품을 그대로 이용하는 셈이다.
IT동아: 아… 확실히 인공위성 개발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겠다.
민 대표: 이런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전자제품을 우주방사선으로부터 막아낼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 우주에서 인공위성이 직면하는 가장 큰 문제가 우주방사선 피폭이다. 초소형 위성의 경우 평균수명은 3년 정도이며, 1년 이내 58% 고장률로 인공위성 운영에 어려움을 초래한다. 고장의 원인으로 우주방사선 영향이 차지하는 비율은 50%이상으로 분석된다.
현재 처한 상황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고가의 우주급 부품 구입비, 높은 수입 의존률, 상용 전자부품 대비 낮은 성능, 긴 제조 및 배송기간으로 인한 개발비 상승, 초소형 위성에 맞지 않는 부품 크기 등…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정리하자면, 스쿠텀 R은 상용 전자부품을 활용해 우주방사선을 막아낼 수 있는 맞춤형 서비스이자 솔루션이다.
이에 실제 우주 환경을 구현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성능을 해석하고, 시제품을 제작해 우주방사선을 얼마나 막아낼 수 있는지 테스트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을 밝힐 수는 없지만, 관련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웃음). 지난 2023년 8월,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프로그램 ‘스타트업 아우토반 코리아 2023 (STARTUP AUTOBAHN Korea 2023)’에서 30:1의 경쟁률을 뚫고 최종 선정되기도 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스쿠텀 R은 전문적이고 특수한 분야의 연구개발 프로젝트이기에 많은 내용을 공개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음…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대기업과 열심히 개발 중이라고만 알아줬으면 좋겠다(웃음).
X-레이 촬영 시 산란방사선을 막아내는 기능성 의복, 스쿠텀 X
IT동아: 스쿠텀 X는 혹시 작년 말에 스케일업을 진행하며 언급하기도 했던 기능성 의료용 의복인가. X-레이 촬영기기에서 방출되는 방사선(X-선)을 막아낼 수 있는, 마치 앞치마처럼 생겼던 의복이었던 것 같은데.
민 대표: 맞다. 의료용 X-선은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가장 흔한 방사선이다. 물론, 일반인이 어쩌다 한번 건강검진 등으로 촬영하는 X-레이로 인해 방사선에 심각하게 피폭되는 일은 거의 없다. 하지만, X-레이를 자주 사용하는 의료 현장의 의료진은 어떨까. 실제로 X-레이를 지속적으로 촬영하는 의료진은 방사선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무거운 납복 등의 보호장비를 착용해야만 한다.
그리고 최근에는 방사선/CT실이 아닌 일반 병실이나 진료실에서 사용하는 휴대용 X-레이도 많이 늘어났다. 특히, 치과 진료를 위해 진료실에서 촬영하는 휴대용 X-레이가 대표적이다.
IT동아: 일반 CT실이 아닌 휴대용 X-레이 사용 빈도가 많아졌다는 뜻인가.
민 대표: 많아졌다. 휴대용 X-레이는 간편하게 신체 내부를 촬영해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때문에 의사, 간호사 등이 자주 사용하는 의료기기인데, 촬영을 반복할수록 방사선에 노출된다. 특히, ‘산란방사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산란방사선은 X-레이 촬영 시 환자를 통과하거나 부딪혀 여러 방향으로 산란되는 방사선을 뜻한다. 직접 촬영하는 직선상에 위치하지 않더라도 노출될 수 있다는 뜻이다.
치위생사를 예로 들어보자. 20~30대 가임기인 여성이 많이 일하는 직업이다. 진료에 휴대용 X-레이를 촬영하면, 산란방사선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여성 암 발생 1위가 갑상선암인데, 치과에서 휴대용 X-레이를 촬영하면 턱 아래부터 가슴 위까지 산란방사선에 가장 많이 노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고로 갑상선 암의 발생 원인은 매우 다양하지만, 입증된 원인 중 하나가 방사선 노출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IT동아: 아, 그러니까 어쩌다 한번 촬영하는 환자가 아닌 의료 종사자에게 방사선이 위험할 수도 있다는 뜻인가.
민 대표: 맞다. 의료 종사자에게 X-선은 위험한 방사선이다. 흔히 납복이라고 불리는 방사선 저감복을 입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번 촬영할 때 방사선에 노출되는 양이 많지 않더라도, 오래 지속적으로 반복될 경우 위험할 수 있다. 스쿠텀 X 아이디어 발안은 실제 의료 현장에서 일하는 종사자로부터 얻었다. 약 3년간 개발해 이번에 출시를 앞두고 있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제품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중이다.
지난 5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치과 기자재 전시회(SIDEX 2023)’에서 스쿠텀 X의 설문조사를 진행했었다. 당시 치과의사와 치위생사 등으로부터 ‘산란방사선을 알고 있다(98%)’, ‘방사선 보호 의복을 착용할 의향이 있다(94%)’, ‘제품이 가볍다(88%)’, ‘구매할 의사가 있다(85%)’ 등의 의미있는 조사 결과를 얻었다.
IT동아: 얼마 전, 스쿠텀 X 관련해 해외에도 다녀 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민 대표: 유럽과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지역 등에서 제품에 관심을 받이 보이고 있다. 현지 의료 장비 업체와 새로운 판매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고, 스쿠텀 X 양산 제품을 현장에서 테스트하는 곳도 있다.
기술이 아닌, 브랜드 ‘스쿠텀’을 알리고자 합니다
IT동아: 스쿠텀 S와 P는 전자파와 방사선을 차폐하는, 스케일업 당시 소개했던 솔루션인 것 같은데.
민 대표: 조금 다른데, S는 이동형 부스이고, P는 전자파와 방사선을 함께 차단하는 복합제품이다. 스쿠텀 S는 소형 전자기기, 예를 들어 스마트폰의 성능 테스트 등에 사용하는 차단 부스다. 스마트폰 성능을 테스트할 때는 일반적인 성능으로 출력을 높여 고성으로 장시간 테스트하는데, 이 때 발생하는 전자파가 외부로 방출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 다양한 현장에서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여기저기 옮길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게 맞춤형으로 제작한 것이 스쿠텀 S다.
스쿠텀 P는 지난 스케일업에 참여하며 소개했던 솔루션이다. 데이터 센터와 같은 민간/공공시설, EMP 방호를 필요로 하는 군 시설 등에 적용할 수 있는 차폐 룸, 차폐 장비 등이다.
IT동아: 확실히…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기술이 아닌 제품과 서비스, 솔루션으로 전환한 느낌이다.
민 대표: 많이 고민했다. 2021년 예비창업패키지, 2022년 초기창업패키지, 2023년 팁스에 선정되면서 한걸음씩 시장 진출을 위해 걸어 왔다고 생각한다. 작년 말까지 ‘뭐를 해야지?’라는 질문에 올해는 ‘이렇게 하겠다’라는 답을 찾았다.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계속 찾았고, 목소리를 들으며 제품과 서비스로 스페이스앤빈의 기술을 완성하고 있다.
작지만, 스쿠텀X를 판매하는 계약도 체결했고,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투자 유치를 위한 IR도 준비 중이다. 이렇게 말하는 것이 이상하지만, 이제야 100m 달리기 출발선 앞에 신호를 기다리는 느낌이다(웃음). 앞으로 달리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사업 내용이 일반적이지 않은, 특수하고 전문적인 분야이다 보니 많은 자료를 공개하지 어렵다. 다만, 이것 하나만큼은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
전자파와 방사선 차단 및 저감 소재를 바탕으로 가고자 하는 길을 찾았다고 말이다. 앞으로도 우리 스페이스앤빈에 지속적인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