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 IT(잇)다] 제로나인메트리얼 “삶의 질 높일 LED·PBM 선도화”
[KOAT x IT동아] 한국농업기술진흥원과 IT동아는 우리나라 농업의 발전과 디지털 전환을 이끌 유망한 스타트업을 소개합니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상품, 그리고 독창적인 기술로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할 전국 각지의 농업 스타트업을 만나보세요.
[IT동아 차주경 기자] 오늘날 우리 생활 공간 곳곳에서 LED(Light Emitting Diode)가 활약한다. 형광등을 대신하는 조명이자 피부 진정 효과를 발휘하는 미용 기기로, 살균 소독 기구인 동시에 생명에게 에너지를 주는 빛으로. LED의 활용 영역이 꾸준히 넓어지는 만큼 우리에게 주는 편의도 한층 다양해진다.
스마트팜 산업계에서도 이미 LED가 활약 중이다. LED의 파장을 조절하면 태양광과 비슷한 영양소 보급 효과를 낸다. 덕분에 빛을 보고 자라는 엽채류 농산물 재배에 유용하다. 이런 LED의 특성을 강화하고 구조를 더욱 고도화하면 엽채류뿐만 아니라 곡물류, 나아가 반려동물과 사람 등 동물에게도 유용한 효과를 낼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한국농업기술진흥원과 함께하는 스타트업 ‘제로나인메트리얼’이 이를 증명할 것이다.
2020년 2월 문을 연 제로나인메트리얼은 바이오 융복합 LED인 ‘Photo Bio Modulation(이하 PBM)’을 연구 개발한다. 창업자는 20여 년 동안 일본 전자 회사에서 광 계측기를 만든 경력자 구본준 대표다. 그는 일본에서 일할 때 의료 기기를 포함, 사람의 삶의 질을 높이는 다양한 LED 제품군을 만난다. 우리나라는 LED 개발 능력과 제조 기술 모두 세계 수위권인 선진국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일본과 달리 LED를 대부분 조명으로만 쓴다.
구본준 대표는 세계에서 겨룰 정도로 수준이 높은 우리나라의 LED 제조 기술력을 활용, 선진 LED 기술인 PBM을 개발하고 시장을 개척할 결심을 했다. 이어 LED 모듈 설계, 제작을 맡을 인재 남범우 개발자와 방열 기술을 개발할 전미경 연구자, PBM을 식물 스마트팜에 적용할 연구 전문가 윤혜원 소장을 영입하고 제로나인메트리얼을 세운다.
연구 개발 끝에 이들은 살균과 항균, 곰팡이 사멸 효과를 발휘하는 PBM을 만든다. 이 기술로 벤처기업 인증을 받았고 반려동물 광조사기, 초음파 발산과 조명 등 관련 특허를 속속 출원하고 등록했다. LED가 어떻게 살균과 항균 기능을 발휘할까? LED의 파장, 제로나인메트리얼의 PBM의 구조에 그 비밀을 풀 열쇠가 담겼다.
빛은 파장으로 이뤄진다. LED도 파장을 내뿜는다. LED의 파장 가운데 405nm는 살균과 항균 효과를, 660nm는 생물의 성장 촉진과 피부 진정 효과를 각각 낸다. 이어 850nm 파장은 곰팡이 사멸, 940nm는 신체의 염증 치료 효과를 각각 발휘한다. LED 살균기, LED 피부관리기 등이 바로 이 파장을 활용한 제품이다.
기존 LED는 모듈 하나당 한 개의 파장만 내뿜었다. 제로나인메트리얼의 PBM은 모듈 하나가 파장 다섯 개를 내뿜도록 설계됐다. 즉, PBM 모듈 한 개가 LED 모듈 다섯 개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파장을 순식간에 변화, 다섯 개를 차례대로 바꿔 노출하는 원리다. 덕분에 제로나인메트리얼의 PBM 모듈은 기존 LED 모듈보다 크기가 작다. 그래서 더 다양한 곳에 설치 가능하고 전력 소모량도 적다.
이들이 PBM으로 만든 첫 제품은, 반려동물의 곰팡이성 피부염을 완화하고 치료하는 치료 하우스다. 전북대학교 수의학과와 공동 실험, PBM 광선 치료가 쥐에게 투입한 아토피 균을 완전히 박멸하는 효과를 검증하고 논문으로 발표했다.
구본준 대표는 이어 한국섬유개발연구원과 PBM의 살균 효능을 검증했다. 항 진드기 실험의 결과 기피율이 99.9%로 나타날 정도로 좋았다. 지루성 피부염을 일으키는 균, 여성 질병의 원인인 칸디다균, 충치를 만드는 뮤탄스균의 사멸 효과도 99.9%에 달했다.
제로나인메트리얼은 이 기술을 응용해서 가축의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전북농업기술원 잠사시험장에 PBM을 설치, 전북 특산물인 누에의 생장을 촉진하는 실험을 했고 탁월한 성과를 거뒀다.
이어 구본준 대표는 PBM을 스마트팜에 도입해 식물의 전염병을 예방하고 성장을 이끌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기존의 온실 스마트팜 LED는 식물의 엽록소 일부의 생장을 촉진하는 파장을 내뿜는다. PBM은 기존의 온실 스마트팜 LED보다 더욱 다양한 파장을 발산한다. 태양광과 유사한 수준이다. 덕분에 엽채류뿐만 아니라 곡물류에도 풍부한 생장 촉진 효과를 가져다준다. 곡물별로 최적화한 파장을 쏘는 것도 된다. 게다가, PBM은 부피가 작아 다양한 곳에 배치 가능하다. 제로나인메트리얼은 PBM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곡물류 스마트팜을 만들면, 논밭에서 곡물류를 기르는 것보다 생산성이 수십 배 이상 높을 것으로도 예측한다.
여기까지 다다르려면, 제로나인메트리얼은 여러 도전 과제를 풀어야 한다. 먼저 PBM, LED의 편견을 없애고 잠재력을 널리 알려야 한다. 시장에는 ‘LED가 인체에 유해한 자외선(Ultra Violet, UV)이다’라는 편견이 퍼졌다. 사실은 아니다. 자외선의 파장은 400nm 이하다. 반면, LED는 405nm 이상의 파장을 쓴다. 이 파장대는 오히려 살균 효과는 높고 인체에는 무해한, 이로운 파장대다. 이 인식을 성과로 증명, 해소하는 것이 구본준 대표가 받은 과제다.
인식을 개선한 다음에는 PBM의 실증 범위를 넓혀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지금 PBM을 포함한 LED의 유효성을 검증하는 기관이 없어 도움을 받기 어렵다. 구본준 대표는 PBM이 닭이나 오리의 조류독감, 돼지 콜레라 등 치명적인 동물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한다. 이들 질병은 바이러스가 퍼뜨리는데, PBM이 바이러스를 탁월하게 제거하는 덕분이다. 이를 실증으로 증명하려 하나, 첫 단계인 농가 섭외조차 어렵다고 한다. 그는 전북대학교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를 포함, 우리나라의 기관들과 힘을 합쳐 동물 질병을 박멸할 연구를 하고 싶다고 말한다.
제로나인메트리얼은 2021년부터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의 지원을 받았다. 농식품 벤처 육성 지원사업에 참가해 초기 기반을 다졌고, 멘토링을 거쳐 기술과 기기를 고도화했다. 전시회 참가와 마케팅 지원을 받아 이름도 널리 알렸다.
지원을 업고 기술과 활용 성과 모두 차근차근 쌓은 제로나인메트리얼은, 앞으로 PBM 전파에 더욱 적극 임한다. 올해 이미 PBM 모듈의 시제품을 만들었기에, 이제는 적용 영역을 넓히고 또 다른 성과를 쌓는 일만 남았다. 먼저 올해 구축한 PBM 식물 팩토리와 가축 사육장을 더욱 고도화한다. 제로나인 메트리얼의 PBM 식물 팩토리는 엽채류를 다루는 여느 스마트팜과 달리, 쌀과 밀 등 곡물류를 생산할 것이다. 우리나라 최초로 만든 누에 스마트 사육장도 전파한다. 2025년에는 반려동물 광치료 하우스를 상용화할 예정이다.
제로나인메트리얼은 2029년경 사람용 PBM 광 치료기를 만들 계획도 세웠다. 이미 아토피와 무좀균 박멸 효과를 입증했다는 자신감이 원천이다. 연구 결과를 데이터화해서 인공지능을 적용, 식물과 동물과 곤충 등 농산업의 필수 요소들의 생장을 가장 잘 촉진하는 차세대 PBM의 연구 개발도 주요 목표다.
구본준 대표는 “PBM의 폭넓은 가능성을 우선 농산업에서 증명하겠다. 성과를 토대로 PBM을 반려동물과 사람에게 편의를 가져다줄 의료 기기로 고도화할 예정이다. 빛으로 사람의 삶의 질을 높이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밝혔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