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어포유 "반려동물이 편히 쉴 수 있는 공간, 케어펫 뮤트" [동국대학교 캠퍼스타운]
※ 동국대학교의 캠퍼스타운은 ‘Hi! 동국, Hello 중구’라는 문구를 내걸면서, 청년들에게 ‘창업 기회’를 지역의 주민과 기업들에게 ‘상생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이들은 현재 스타트업 30곳에 창업공간과 맞춤형 육성 프로그램을 제공하면서,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있다. 이에 IT동아는 동국대학교 캠퍼스타운이 지원하는 유망 스타트업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져 본다.
[IT동아 한만혁 기자] 개와 고양이는 소음에 민감하다. 개의 경우 귀에 있는 18개 근육으로 소리를 모으기 때문에 사람보다 4배 먼 곳의 소리도 들을 수 있다. 작은 소리도 감지한다. 보호자와 다른 사람의 발소리를 구분하고 외부 움직임을 빠르게 알아차린다. 개의 청각은 잠자는 동안에도 반응한다. 천둥, 청소기, 초인종 같은 일상 소리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 이런 이유다.
문제는 이런 일상 소음 탓에 반려견의 스트레스와 불안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짖음이 심해지고 공격적인 행동을 보인다. 심한 경우 구토나 설사를 하기도 한다. 고양이 역시 마찬가지다. KB금융지주가 지난 6월 발표한 2023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반려묘가 가장 스트레스 받는 상황은 소음에 노출되는 상황이라는 응답이 43.1%로 가장 높았다. 반려묘의 경우 스트레스를 받으면 식사량, 배변 횟수와 양, 활동량, 몸무게에 변화가 생긴다.
반려동물의 소음으로 이웃과의 분쟁도 늘고 있다. KB금융지주의 ‘2021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반려인의 56.9%가 이웃과의 분쟁을 경험했고, 그중 소음으로 인한 분쟁은 50.8%를 기록했다.
케어포유는 반려동물을 위한 방음 펫하우스 ‘케어펫 뮤트’를 만들고 있다. 김준용 케어포유 대표는 “사람처럼 반려동물도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라며 “케어펫 뮤트는 일상 소음이나 진동에 방해받지 않고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라고 소개한다. 케어포유는 소리나 진동 차단을 넘어 반려동물 행동까지 모니터링할 수 있는 스마트 펫하우스도 준비 중이다.
경험에서 찾은 아이템
김준용 대표의 경우 처음부터 창업을 생각한 것은 아니다.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대학생 시절 친환경 화장품 용기를 만드는 스타트업에서 인턴 생활을 했는데 그때 스타트업의 매력을 체험했다. 이를 계기로 창업을 결심했고, 2019년 11월 케어포유를 설립했다.
창업 아이템을 찾는 과정은 수월했다. 김준용 대표는 “평소 불편한 부분이 있으면 해결 방안에 대해 고민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어서 기존에 생각했던 아이템 중 사업화 가능성을 따지며 선정했다”라며 “산업디자인 전공이어서 특정 기능을 제품이나 솔루션으로 구현하는 것은 자신 있었다”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요양환자 용변 수거 처리 제품 ‘닥터루’를 만들었다. 당시 할아버지가 요양병원에 있었는데 간병 과정에서 대소변 처리 부분이 특히 힘들었다. 이에 용변을 좀 더 편하게 처리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었다. 이를 기반으로 예비창업패키지, 청년창업사관학교, 사회적기업 육성 사업 등을 거치면서 사업을 구체화했다. 하지만 테스트 모델을 만들고 상용화를 앞둔 시점에서 벽에 부딪혔다. 자금 문제다.
김준용 대표는 “생산 시설을 새로 구축하고 상용화하는데 적어도 10억 원은 필요했다”라며 “특허나 상표도 확보했고 테스트 단계에서 매출도 나왔지만 투자자 찾기가 쉽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사업을 보류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후 반려동물 용품으로 눈을 돌렸다. 아이템은 역시 경험에서 찾았다. 김준용 대표는 17년간 반려견을 키웠는데, 청각이 예민해 깊은 잠을 못 자는 문제가 있었다. 천둥, 청소기 소리에 민감하고 손님이 오면 불안해했다. 그는 반려견이 좀 더 편하게 지내길 바라는 마음에 소음과 진동을 차단할 수 있는 집을 만들었다. 이것을 상용화한 것이 바로 케어펫 뮤트다.
반려동물의 휴식 공간, 케어펫 뮤트
케어펫 뮤트의 핵심 기능은 방음, 진동 방지, 조명, 환기 4가지다.
방음의 경우 벽을 겹겹이 구조로 만들어 소리를 흡수하도록 했다. 바깥의 소리가 안으로 들어가거나 내부의 소리가 밖으로 나오는 것을 방지한다. 외부 소음의 경우 모델에 따라 다르지만 최대 50dB을 낮춘다. 덕분에 반려동물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얻고 편히 쉴 수 있다. 층간소음 문제로 인한 이웃과의 분쟁도 방지한다.
체구가 작은 개나 고양이의 경우 바닥 진동에 민감하게 반응할 때가 있다. 케어펫 뮤트는 진동 방지 바퀴와 패드 등을 적용해 진동으로 인한 불편함도 없앤다. 조명이나 환기 기능은 사용자 편의를 위한 기능이다. 발열 없는 LED 조명으로 어두운 밤에도 반려동물의 상태를 살필 수 있다. 또한 전면으로 공기가 들어가고 위쪽이나 뒤쪽으로 공기가 배출되는 순환 구조를 적용해 내부에 공기가 유연하게 흐르도록 길을 만들어 놨다. 이를 통해 환기 효과를 높인다.
조립식 모듈 방식을 적용한 것도 케어펫 뮤트의 특징이다. 각 판을 분리해 쌓으면 부피를 줄일 수 있어 배송이나 이동이 수월하다. 조립도 쉽다. 이음새를 교차해 끼우는 방식으로, 나사나 드라이버 등 공구 없이 조립할 수 있다. 힘이 약한 여성도 거뜬하다.
케어펫 뮤트는 2021년 처음 선보였다. 초기에는 이렇다 할 반응이 없었다. 방음 펫하우스라는 제품 자체가 생소한 탓이다. 하지만 이듬해 반려동물 관련 전시회 참여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오픈을 통해 제품을 알리기 시작했고 이후 판매량이 늘고 있다. 현재 케어펫 뮤트는 프리미엄, 스퀘어, 벙커, 콤팩트 4개 제품으로 나뉜다. 다양한 소비자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각각 디자인이나 기능, 소음 차단 수준이 다르다.
김준용 대표는 “실제 소비자를 만나보면 긍정적인 반응이 많은데, 그만큼 소음에 민감한 반려동물이 많다는 의미”라며 “최근에는 강아지 훈련소, 애견 유치원에서도 수요가 생기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드라이룸의 경우, 반려동물은 소음이 발생하는 공간이라는 점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제대로 쉬지 못할 것”이라며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드라이룸은 반려동물을 씻긴 후 털을 말릴 때 사용하는 제품이다.
다양한 분야로 확장할 것
사업 전개 과정에서의 어려움에 대해 묻자, 김준용 대표는 자금 문제라고 답했다. 그는 “인력 부족, 지식재산권 확보, 브랜딩 등 많은 어려움이 있었는데 결국은 자금 문제가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투자 유치는 생각하지도 않았다. 이미 요양환자 제품을 만들면서 제조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가 쉽지 않다는 것을 체감했기 때문이다. 일단 수치로 보여줄 수 있는 성과를 만들자는 생각뿐이었다. 발로 뛰었다. 공장도 직접 미팅하면서 둘러보고 시제품도 3D 프린터로 만들었다. 웬만한 것은 직접 다니면서 해결했다.
사업 전개 부분에서는 동국대학교 캠퍼스타운의 도움이 컸다. 동국대학교 캠퍼스타운은 스케일업을 위한 실무, 스타트업과의 네트워킹, 투자 유치를 위한 서류 작성, IR 피칭 참여 등 실제 사업 전개 과정에서 필요한 부분을 지원했다. 업무공간 지원도 빼놓을 수 없다. 케어포유의 경우 창고, 쇼룸 등 고정 임대료 지출이 적지 않은데 업무공간 비용을 덜 수 있어 좋았다. 김준용 대표는 “실질적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확장하는데 있어 많은 도움을 받았다”라며 “추후 케어포유와 대학생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동국대학교와의 산학 협력 기회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준용 대표는 올해 케어펫 뮤트의 소모품과 액세서리 판매도 계획하고 있다. 스마트스토어에 고체 산소 카트리지, 장난감, 쿨매트, 방석 등 다양한 제품을 추가해 고정 고객 확보와 브랜드 인지도 강화에 기여하고자 한다.
이와 함께 케어펫 뮤트에 센서 모듈을 결합한 스마트 펫하우스도 준비하고 있다. 보호자가 직접 관찰하지 않아도 수면량, 취식량, 특정 행동 여부 등을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경우 솔루션을 제시하는 기능을 추가한 제품이다. 이를 통해 제조업 기반의 데이터 회사가 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글로벌 시장 진출도 계획 중이다. 지금도 미국이나 캐나다, 동남아시아 등에서 제품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 배송비 상관없으니 보내 달라는 소비자도 있었다. 알아보니 해외에 거주하는 한국인이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정보를 접한 경우, 국내에 있는 외국인을 통해 정보를 얻은 경우가 많았다. 김준용 대표는 “해외 소비자의 공통적인 반응은 해외에 이런 제품이 없다는 것”이라며 “해외에서도 충분한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준용 대표는 “케어포유의 ‘유’는 너, 나, 우리, 동물, 사물을 포함한 의미로, 지금은 반려동물 용품에 집중하고 있지만 추후 다양한 분야로 확장하고자 한다”라며 “일상의 불편을 해소하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고민할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처음 시도했던 요양환자 용변 수거 제품도 꼭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글 / IT동아 한만혁 기자 (m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