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제품, 물 만난 물고기 됐다
전자제품을 쓸 때는 물을 멀리해야 한다. 자칫 내부에 수분이 들어가면 고장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때로는 의지만으로 무리일 때가 있다. 여름철이면 많은 사람이 침수된 제품을 들고 전자제품 A/S센터를 찾는데, 이들 중 고의로 제품을 물에 넣은 사람은 거의 없다. 변기에 빠트리거나, 커피를 엎지르거나, 소나기를 흠뻑 맞거나, 심지어 땀을 흥건하게 흘려 망가트린 경우다. 사실 아무리 조심한다고 하더라도 불의의 사고를 100% 예방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물을 만나야 하는 상황이 자주 닥친다면, 매번 고장 걱정에 노심초사하느니 차라리 방수 제품을 선택하는 것은 어떨까. 물에 빠트려도 걱정 없고, 심지어 물로 세척까지 할 수 있는 방수 제품들을 소개한다.
샤워 중에 면도를, 필립스 아쿠아터치
초기 전기면도기는 방수 기능이 없어서 건식면도(마른 상태에서의 면도)밖에 지원하지 못했다. 어쩌다 세면대에 놓고 쓰다가 물에 젖기라도 하면 낭패를 보기 일쑤였다. 이에 최근에는 면도기 헤드 부분을 방수 처리해서 습식면도(젖은 상태에서의 거품면도)까지 지원하는 생활방수 제품이 인기를 얻는 추세다. 특히 필립스의 ‘아쿠아터치’는 헤드 부분뿐만 아니라 제품 전체를 방수 처리한 완전방수 전기면도기다.
아쿠아터치의 장점은 샤워 중에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샤워 따로, 면도 따로 할 필요가 없다. 특히 기존 전기면도기에 비해 피부 자극이 적어 피부 보호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청소방법도 간편하다. 면도가 끝난 후 뚜껑을 열어 흐르는 물에 아무렇게나 씻으면 된다. 헤드부분만 방수가 되는 생활방수 면도기보다 한결 관리하기 편하다. 아침 시간이 유독 바쁜 학생이나 직장인에게 적합한 제품이다. 가격은 10~20만 원대.
물놀이 추억을 담자, 소니 방수 핸디캠
여름 바캉스철에 유독 높은 판매량을 보이는 제품이 있다. 바로 방수 카메라다. 스마트폰에 탑재된 카메라의 성능이 점차 좋아지면서 놀러 나갈 때 콤팩트 카메라를 가져가는 일이 많이 줄었는데, 방수 카메라만큼은 여전히 귀빈 대접을 받는다. 최근에는 동영상을 찍을 수 있는 방수 캠코더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소니의 핸디캠 ‘HDR-GW77V’는 캠코더 시장의 강자 소니가 첫 번째로 선보인 방수 캠코더다. 각종 버튼, 마이크, 단자 부분이 모두 방수 처리되어 물 속에서도 안심하고 촬영할 수 있다. 소니의 주장에 따르면, 수심 5m에서 최장 1시간까지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충격방지 장치까지 더해져 물놀이에 더욱 적합하다. 일본 출시 가격은 7만 엔(한화 약 100만 원)이며, 국내에도 곧 출시된다.
나노코팅으로 스마트폰을 보호한다, 리퀴펠
스마트폰이야말로 침수 위험에 가장 많이 노출되는 전자제품 중 하나다. 그러나 방수 스마트폰은 찾기 힘들고(드물긴 하지만 있긴 하다), 시중에서 인기를 끄는 스마트폰 대부분은 방수를 지원하지 않는다. 이에 미국의 방수코팅 전문회사 리퀴펠(Liquipel)은 주요 스마트폰을 대상으로 방수처리를 해주는 서비스를 상용화했다. 60달러(한화 약 7만 원)를 내고 자신의 스마트폰을 리퀴펠로 보내면, 방수처리를 한 후 다시 배송해준다. 문제는 미국 외 거주자들은 값비싼 항공택배를 이용해야 한다는 것.
아쉬운 대로 방수 케이스나 방수 팩을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제품 자체에 방수 처리를 하는 것보다 휴대성이나 터치감 등이 크게 저하된다. 더구나 방수 팩은 몇 번 사용하면 구멍이 날 수 있으므로 주기적으로 교환해야 한다. 이래저래 손이 많이 가는 셈이다.
물 속에서도 렌즈 장착 가능한 올림푸스 D-SLR, 펜 E-PL3, E-PM1
물놀이철은 물론 장마철에도 카메라는 물에 닿을 일이 많은 제품이다. 특히 비오는 날이라도 외부에서 사진 촬영 활동을 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카메라용 방수팩을 넘어 아예 방수 카메라가 적합하다. 올림푸스의 방수 D-SLR 카메라인 E-PL3와 E-PM1은 수심 45m에서도 1,230만 화소의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여기에 LED 플래시와 수중 화이트밸런스 기능도 갖추고 있어 어두운 수중 촬영도 문제 없다. 특히 물 속에서도 매크로(접사) 렌즈나 와이드(광각) 렌즈를 부착할 수 있어 다양한 앵글을 연출할 수 있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