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개선이 최우선'…구독 가격 인상 이어진다
[IT동아 권택경 기자]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비롯한 주요 구독 서비스들의 가격 인상이 도미노처럼 이어지고 있다. 구독자 확보에서 수익성 개선으로 우선순위가 바뀜에 따른 것인데, 연쇄 인상에 지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불만도 터져 나온다.
디즈니 플러스는 오는 11월부터 국내 요금제 체계를 변경한다고 지난 7일 밝혔다. 월 9900원 단일 요금제였던 요금제는 ‘스탠다드’와 ‘프리미엄’ 두 종류 나뉜다. 스탠다드는 월 9900원, 프리미엄은 1만 3900원이다.
스탠다드 요금제는 기존 요금제와 가격은 같지만 해상도는 1080P, 동시 접속은 최대 2명으로 제한된다. 기존과 같은 4K 해상도, 최대 4명 동시 접속 혜택을 누리려면 프리미엄 요금제를 이용해야 한다. 사실상 4000원이 인상된 셈이다.
이같은 개편은 지난해 미국에 이미 적용된 요금제 체계 개편이 국내에 뒤늦게 적용된 것이다. 디즈니는 월 7.99달러 단일 요금제를 월 10.99달러로 인상했다가, 다시 월 7.99달러의 스탠다드 요금제와 월 10.99달러로 구성된 2단계 요금제 체계를 개편했었다. 다만 광고가 포함된 요금제인 미국의 스탠다드 요금제와 달리 국내 스탠다드 요금제는 광고 없이 이용 가능하다.
소니도 플레이스테이션5의 게임 구독 서비스인 플레이스테이션 플러스 가격을 이달 6일부터 인상했다. 12개월 기준 4만 4900원인 에센셜은 6만 원, 7만 5300원이었던 스페셜은 10만 1700원, 8만 6500원이었던 디럭스는 11만 6100원으로 올랐다.
소니는 “이번 가격 조정으로 앞으로 플레이스테이션 플러스 정기 구독 서비스에 고 퀄리티의 게임 타이틀과 혜택을 지속적으로 제공해 드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마이크로소프트의 게임 구독 서비스도 가격을 인상한 바 있지만 인상 폭이 최대 13% 수준이었던 반면, 플레이스테이션 플러스는 최대 35% 수준으로 비교적 인상 폭이 커 소비자 반발도 큰 상황이다.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혜택은 그대로인데 인상 폭이 너무 크다”, “이제 구독 끊어야겠다”는 등 소비자들의 부정적 반응이 이어졌다.
가격 인상 대신 혜택 내용을 일부 변경하거나 조정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네이버는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의 대표적인 혜택 중 하나였던 시리즈온 최신 영화 할인 혜택을 오는 20일에 종료하기로 했다. 시리즈온에서 영화를 구매할 때 월 1회 최대 2만 캐시까지 할인 혜택을 제공해 사실상 매월 최신 영화 한 편을 무료로 제공하는 혜택이었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인 바이브 이용권 제공도 마찬가지로 종료된다.
소비자 단체는 이같은 변화가 네이버 측의 일방적 혜택 축소라며 반발하고 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지난달 28일 성명을 내고 “멤버십 혜택을 줄이면서도 소비자 의견 수렴 과정은 전무했다”면서 “일방적인 멤버십 혜택 축소는 기업의 횡포”라고 비판했다.
구독 서비스들이 잇따라 가격을 올리는 건 성장 둔화, 비용 증가, 경쟁 심화로 인해 수익성 개선 없이는 살아남는 게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출혈 경쟁을 감수하며 구독자를 확보하는 단계에서 수익성 개선으로 내실을 다지는 단계로 국면 전환이 일어난 셈이다. 지난 7월에는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가 12년 만에 처음으로 프리미엄 요금제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스포티파이는 14년 연속으로 적자를 기록 중이다.
디즈니도 구조조정, 가격 인상, 광고 요금제 도입 등을 통해 스트리밍 사업부의 손실 규모를 줄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2분기 10억 6000만 달러(1조 4066억 원)였던 스트리밍 사업부 영업손실은 올해 2분기 5억 1200만 달러(6794억 원)로 절반 넘게 줄었다.
업계 1위인 넷플릭스 또한 가격 인상과 광고 요금제 도입, 계정 공유 단속 등 대대적인 수익성 개선 작업에 나선 바 있다. 최근에는 미국, 캐나다 등 일부 국가에서 광고 없는 요금제 중 가장 저렴한 베이식 요금제 신규 가입을 중단하기도 했다. 광고 요금제 수익이 베이식 요금제를 앞지름에 따라 베이식 요금제를 유지할 실익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