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1인치 [1] “단골가게는, 손님과 사장님을 연결하는 플랫폼입니다”
[스케일업 x SBA] 스케일업코리아는 서울경제진흥원(SBA)과 함께 ‘2023년 스케일업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스케일업코리아는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한 각각의 스타트업이 지금 진행 중인 사업 전반을 소개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도전 중인 문제를 조명합니다. 이를 해결하도록 여러 전문 영역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를 연결해 도움을 주고자 합니다.
[IT동아 권명관 기자] 인천에 40년 넘게 살고 있는 기자는 오래도록 방문하는 단골가게가 꽤 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지금까지 방문하고 있는 백반집은 20년 가까이 인연을 이어오고 있으며, 동인천역 순대골목에 위치한 순댓국집은 올해 대학교에 입학한 아들과 함께할 정도로 친근하다.
오래된 단골가게는 곧 허물어질 듯 마치 노포처럼 생긴 외관 때문에 처음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게 조금 껄끄럽지만, 신기하게도 그 안에 섞이면 독특한 사람 냄새를 느낄 수 있다. 단골가게 사장님과 같이 세월을 보내며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은 작은 덤이다. 이제 막 걷기 시작했던 아들과 순댓국집을 방문했을 때 사장님으로부터 축하 선물로 받은 곱창전골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그런 단골가게 입구 한편에는 항상 낡은 장부가 놓여 있다. 장부에는 “적어 주세요”라는 손님들의 이름과 금액이 빼곡하게 적혀있다. ‘미리 돈을 내고 차감하며 방문하는’ 손님들이다. 매번 돈을 주고받는 과정을 축소한, 손님과 사장님 사이의 약속된 나름의 편의 서비스다. 다만, 다소 불편하다. 가끔 손님과 실랑이가 벌어진다. 서로의 기억에 의존하기에 손님이 방문한 횟수와 금액 등이 맞지 않아 말다툼이 일어난다. 대부분 ‘아, 맞다. 그때 그거!’라고 넘어가지만, 간혹 앙금으로 남는 일도 있다.
지난 2020년 6월 설립한 1인치는 이처럼 오래된 가게를 위해 ‘단골가게’ 앱을 개발했다. 단골가게 앱은 낡은 장부를 대신한다. 손님이 일정 금액을 먼저 지불하면, 가게가 할인과 같은 혜택을 제공해 보답한다. 기억에 의존해야 했던 낡은 장부 속 정보를 스마트폰 앱 속 디지털 정보로 전환한 것이 포인트다. 30년 가까이 친구로 함께하고 있는 김율(이하 김 대표), 주형익 공동대표(이하 주 대표)의 경험을 담은 선결제 할인 앱이다.
작지만 혁신적인 변화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IT동아: 만나서 반갑다. 먼저 1인치 소개를 부탁한다.
김 대표: 1인치(1inch)는 ‘One Innovative Change’의 ‘In’과 ‘Ch’ 따온 이름이다. 우리의 일상생활을 보다 편리하게 바꿀 수 있는, 작지만 혁신적인 변화를 추구하자는 의미를 담아 지난 2020년 6월 설립했다. 올해로 만 3년째를 넘긴 스타트업이다(웃음). 어렸을 때부터 함께한 친구인 주형익 공동대표와 아이디어를 고민하며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다.
경기고등학교, 연세대학교를 함께한 우리는 평소에도 많은 대화를 나누는 친구 사이지만, 성향은 정반대에 가깝다. 대학교 전공도 서로 어울리기 힘든, 문과와 이과 출신이다(김 대표는 연세대 경영학/신문방송학을 주 대표는 연세대 컴퓨터산업공학과 카이스트 경영대학원에서 정보미디어 MBA를 전공했다). 하지만, 뭐랄까… 그래서 오히려 서로에게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새로운 모험이나 도전을 즐기는 편이다. 어렸을 때부터 “이런 것은 어때?”라며 지금 돌이켜보면 다소 어이없는 아이디어를 주 대표에게 많이 상담했었다. 주 대표는 그럴 때마다 “이건 이래서 위험하다”라며 냉철하게(?) 분석했다. 그렇게 수많은 아이디어 중에 “괜찮다”라고 동의한 것이 1인치 설립으로 이어졌다(웃음).
IT동아: 단골가게 앱에 대해서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다.
김 대표: 단골가게는 일상생활 속 불편함을 해결할 수 있는 작은 혁신, 여기서 시작한 아이디어다. 평소 자주 이용하는 미용실이 있다. 미용실에 미리 일정 부분 가격을 지불하고, 가족 모두가 이용하는 곳이다. 20~30만 원을 미리 지불하면 일부 서비스를 추가로 받는다. 미용실도 장기 고객을 확보할 수 있어 서로에게 윈-윈인 부분이다. 사실 이처럼 미리 선결제하고 추가적인 서비스를 받는 것은 일상에서 흔히 겪는다.
미용실뿐만이 아니다. 자주 이용하는 정육점, 반찬가게, 과일가게, 카페 등도 비슷하다. 어떤 업종의 가게든 10년 이상 운영하고 있는 곳에는 이런 장부를 보유하고 있는 곳이 많다. 그런데, 대부분 손으로 쓴다. 아날로그다. 이런 부분에서 서로 오해가 생길 수 있다. 이걸 디지털로 변환해 가게와 손님 모두에게 정보를 공유한다면, 불편함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수기로 기입하는 장부 외에도 흔히 배달 음식점에서 운영하는 쿠폰도 비슷하다. 대부분 10번 시켜 먹으면 1번은 서비스로 제공하지 않나. 방문할 때마다 명함에 도장을 찍어주는 것도 있고… 형태는 다양하지만 넓게 보면 장기 고객을 위한 서비스다.
IT동아: 아… 맞다. 손님은 더 많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가게는 장기 고객 관리를 이용할 수 있는 셈이다. 단골가게도 김 대표님의 아이디어였는지.
김 대표: 맞다. 2019년 9월이었다. 지금도 명확하게 기억한다(웃음). 주 대표와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대략적인 아이디어를 얘기하고, 다음 날 다시 만나 구체화시켰다.
주 대표: 사실 김 대표의 아이디어는 대부분 그냥 던지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단골가게 아이디어는 얘기할수록 과거부터 있었던 것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일상생활 속 불편함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무언가 느끼는 바가 있었다. 손님과 가게 양측 모두에게 유용한 아이디어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결심했다. ‘진짜로 한번 해보자!’라고.
가게와 손님을 연결하는 선결제 할인 플랫폼, ‘단골가게’
IT동아: 가게와 손님을 연결하는 플랫폼이다.
김 대표: 맞다. 손님은 선결제를 통해 가게가 제공하는 조건에 맞춰 서비스를 추가로 제공받는다. 가게는 선결제한 손님을 락인(lock-in)해 단골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가게 입장에서는 한번 방문하고 마는 손님이 아닌, 높은 확률로 다시 방문할 수 있는 손님이지 않나. 손님과 가게를 연결하는, 맞닿는 지점에 우리 단골가게 앱이 위치한다고 생각한다.
2020년 6월 1인치를 설립하고, 12월에 브랜드 개발과 서비스를 기획한 뒤, 2021년에 단골가게 앱을 개발했다. 한 가지 특징은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사업에 따라 온라인 지불, 결제대행업체를 거치지 않는 Non-PG 방식을 채용했다는 점이다. 카드 단말기로 결제하는 것과 동일해 영수증에도 가게 상호가 표기된다. 이를 통해 가게는 수수료 부담을 덜 수 있고, 손님은 현금 없이 결제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결제 수수료는 PG 방식일 경우 3~3.5%, Non-PG 방식일 경우 0.5~1% 수준이다.
2022년 1월 단골가게 앱 베타버전을 출시했고, 중소벤처기업부 프리팁스(Pre-TIPS)와 신용보증기금 Start-Up NEST 등에 선정됐다. 이후 NICE 평가정보의 ‘Open Innovation’, 포스코의 ‘idea Market Place’ 등에 선정되며 기술력과 사업성을 인정받았고, 포스텍홀딩스, 신용보증기금, 머스크 투자조합 등으로부터 10억 원 규모의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IT동아: 쉽게 말해, 손님이 현금이 아닌 카드로 가게에 선결제해 할인 혜택을 얻는 것이다. 가게는 선결제를 통해 다음 방문을 보장하는 장기 고객을 유치하는 셈이고.
김 대표: 맞다. 선결제 금액과 최저 할인율을 참고해 내부 기준을 세웠다. 이후 푸드 카테고리와 라이프 카테고리로 나눠 가게를 유치했다. 즉, 가게가 너무 높은 기준으로 선결제 금액을 책정할 수 없도록 5만 원 이하의 선결제 상품을 제공하고 있으며, 할인율은 최소 5% 이상이다(할인율은 가게에서 정한다). 예를 들어 3만 원일 경우 5%, 5만 원일 경우 10%, 10만 원일 경우 15%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주 대표: 앞서 잠깐 얘기를 나눴지만, 이미 많은 가게는 장기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한다. 도장이나 쿠폰을 발행하고, 포인트를 제공한다. 이러한 방식은 모두 고객이 다시 방문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즉, 이미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셈이다. 다만, 두 방식 모두 손님 입장에서는 할인을 ‘뒤’에 받는다. 가게를 꾸준하게 이용하고 모은 도장이나 쿠폰, 포인트를 이용하는 형태다. 하지만, 단골가게는 선결제하는 동시에 할인을 ‘앞’에서 받는다. 우리가 생각한 차별점이다
IT동아: 가게와 손님, 플랫폼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 원하는 것을 제공한다는 점에 동의한다. 다만, 1인치가 단골가게 앱을 제공하면서 어떻게 수익을 올릴 수 있는지 궁금하다.
주 대표: 계획한 비즈니스 모델은 있다. 다만, 어느 시점에 붙일 수 있을까 고민 중이다. 단골가게 앱으로 규모를 키우기 위해서 먼저 함께하는 가게 유치를 우선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2022년 1월 단골가게 베타버전 앱을 출시했고, 서비스 이용을 모두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했다. 현재 입점한 가게는 서울시내 11개 구에서 2200개에 달한다.
김 대표: 커피숍, 일반 음식점, 정육점, 반찬가게, 과일가게, 야채가게, 샐러드 전문점, 디저트 전문점 등 많은 푸드 카테고리 가게와 미용실, 네일숍, 피부관리숍, 스크린골프, 세차장, 안경점, 세탁소 등 라이프 카테고리 가게가 입점했다.
가게와 손님, 모두를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IT동아: 단골가게를 알리기 위해서는 먼저 많은 가게와 함께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한다.
김 대표: 맞다. 첫 번째 그리고 두 번째… 단골가게의 취지에 공감해 함께하기로 약속한 가게 모두 기억에 남아 있다. 앱을 출시하기 전 시장 조사 차원에서 방문했던 대치동에 위치한 가게들이다. 돈가스를 주로 판매하던 일반 음식점과 치킨집이다. 두 가게 사장님 모두 우리를 많이 응원해 주셨다. 첫 번째 가게였던 일반 음식점 사장님은 현장에서 1시간가량 우리의 설명을 듣고 바로 계약서에 사인을 해주셨다.
두 번째로 입점한 치킨집은 1마리에 8500원에 판매하는 포장/배달 전문 옛날통닭집이었다. 사장님께서 영업, 마케팅 등에 많이 고민하셨는데 우리 서비스를 듣고 “오래 지속했으면 좋겠다”라고 얘기하셨다. 이후 조금씩 성장하는 우리의 소식을 들으며 많이 기뻐하셨다(웃음).
주 대표: 단골가게 앱 서비스 초기 아무것도 없었을 때, - 우리가 제공해 드려야 하는 부분인데 - ‘단골가게 앱으로 이용하면 할인해 드립니다’라는 포스터를 직접 작성해 대자보처럼 매장에 붙여주시기도 했다. 다시 생각해도 정말 고마운 분들이다. 요즘은 우리를 걱정해 주시는 분들이 많다. 가게를 운영하시는 사장님들은 현장에서 영업을 직접 하고 있기 때문에 수익 구조를 누구보다 명확하게 잘 알지 않나(웃음). 최근 우리 스스로 정한 비즈니스모델을 가게 사장님들과 얘기하며 분석 중인데, 많은 조언을 얻고 있다.
IT동아: 확실히 단골가게와 같은 플랫폼 서비스는 많은 공급자와 수요자가 참여해야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데.
김 대표: 초기에는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을 중심으로 시작해 서초구, 송파구 등으로 지역을 넓혔다. 대치동이었던 이유는 우리가 오래도록 잘 아는 동네라는 점과 테헤란로 주변 회사 상권과 주거지, 학원가가 골고루 형성되어 있어 초기 표본 모델로 많은 데이터를 얻을 수 있겠다는 취지였다. 그렇게 서울시내 지역구를 조금씩 늘려 이제 11개 구로 넓혔다. 내부적으로 2024년 말이면 약 1.2만 개의 가게가 입점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주 대표: 곧 업데이트할 예정인 기능도 있다. 마치 배달 앱처럼 가게가 설정한 메뉴를 보며 단골가게에 미리 주문하고 결제할 수 있는 기능이다. 이 기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가게에 주문을 알릴 수 있는 콜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하는데… 준비 중이다.
IT동아: 손님에게는 할인 혜택을, 가게 사장님에게는 장기 고객 관리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으로 보인다.
김 대표: 맞다. 손님과 가게를 위해 혜택과 기능을 추가하기 위해 고민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받으며 업데이트 중이다. 손님이 미리 선결제한 금액을 보증할 수 있는 방법을 준비했고, 혹여 많은 금액을 선결제한 가게가 없어질 경우 보상받을 수 있는 방법(자동 환불 시스템 등)도 마련했다. 단골가게 앱 이용 데이터를 통해 가게를 도울 수 있는 방법도 고민 중이다. 결제 데이터를 통해 주변 지역의 고객 확보 전략, 효과적인 메뉴 도입 등을 제공할 수 있을 것 같다.
주 대표: 처음 김 대표와 2명으로 시작했던 1인치는 3년이라는 시간 동안 12명이 근무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지금까지 대외적인 홍보와 마케팅을 전혀 진행하지 않았지만, 단골가게 앱을 이용하는 손님과 가게 사장님들의 입소문을 통해서 서비스 지역도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중이다. 선결제한 손님의 재방문율 96%, 재구매율 70%라는 데이터도 얻었다. 올해는 단골가게 앱을 보다 적극적으로 알릴 생각이다.
김 대표: 선결제 할인 플랫폼 ‘단골가게’는 이전에 없던 서비스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상생활 속에서 아날로그로 이뤄졌던 가게와 손님의 결제 방식 중 하나를 조금 더 편리하게 디지털로 전환했을 뿐이다.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서비스와 기능을 추가하며 보다 편리한 고객 관리, 예약, 주문, 콜, 배달 등으로 확장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앞으로도 우리 1인치 단골가게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