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디지털 아티스트 작품 한 자리에 ‘더 게이트웨이: 코리아’
[IT동아 한만혁 기자] 아시아 최대 블록체인 콘퍼런스 ‘코리아 블록체인 위크(KBW 2023)’의 메인 행사 중 하나인 ‘더 게이트웨이: 코리아(The Gateway: Korea)’에는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하는 디지털 아티스트의 NFT(대체불가토큰) 작품 전시회가 함께 열렸다.
전시회에는 역대 가장 성공한 디지털 아티스트로 꼽히는 비플(Beeple)과 데이터와 AI 알고리즘으로 몽환적 작품을 구현하는 래픽 아나돌(Refik Anadol), 렛츠워크 시리즈를 제작한 한국 디지털 아티스트 디케이(Deekay) 등 유명 작가를 비롯해 세계 3대 경매회사 크리스티즈(Christie’s), 글로벌 패션 브랜드 아디다스의 쓰리 스트라입스 스튜디오(///Studio)가 참여했다. 그중에는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작품도 있었다.
디지털 아트 분야에서 활발한 NFT
NFT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희소성을 부여한 토큰이다. 단 이름만 ‘토큰’일 뿐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가상자산과는 다르다. 기존 가상자산의 경우 같은 이름의 가상자산이 여러 개 있기 때문에 교환이나 거래가 가능하다.
하지만 NFT는 자산의 원본 여부와 창작자, 거래 이력, 소유자 등 고유의 정보를 담고 있다. 같은 정보를 담은 두 개의 NFT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토큰으로 대체하거나 교환할 수 없다.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기 때문에 위변조가 불가능하다. 이런 특징 덕에 유형 또는 무형 자산에 대해 원본 여부와 소유자를 검증하는 일종의 증명서로 사용된다.
NFT를 이용하면 스포츠 카드, 부동산, 게임 아이템, 공연 티켓 등 다양한 자산을 디지털화할 수 있다. 실물 자산의 경우 직접 수집하지 않아도 소유권을 보장받을 수 있다. 복제가 쉽고 원본과 복사본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디지털 자산에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
NFT의 시초는 2017년 블록체인 프로젝트 ‘대퍼랩스’가 개발한 고양이 육성 게임 ‘크립토키티(CryptoKitties)’다. 특정 속성을 지닌 고양이 NFT를 모으고 교배해 자신만의 희귀 고양이를 육성하는 게임이다. 지난 2021년 고양이 NFT ‘드래곤’이 600ETH에 거래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시세로 약 10억 원이다.
2021년 3월에는 트위터 공동창업자 잭 도시가 게재한 ‘최초의 트윗’ NFT가 당시 290만 달러(당시 환율로 약 33억 원)에 낙찰된 사례도 있다. 잭 도시의 최초 트윗은 2006년 3월 21일에 게재한 ‘just setting up my twttr(이제 막 내 트위터를 세팅했다)’다.
NFT는 최근 게임, 서비스,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그중 특히 활발한 것이 디지털 아트다. 미술, 음악, 영상 등 디지털 아티스트가 자신의 창작물을 NFT로 발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복제와 전송이 자유로운 디지털 작품에 원본 여부와 소유권을 명시해 가치를 높이기 위함이다.
디지털 아트 NFT 중 가장 성공한 사례로 꼽히는 것은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Beeple)의 ‘매일: 첫 5000일(Everydays: The First 5000 Days)’이다. 자신의 작업물과 온라인에서 수집한 디지털 이미지로 제작한 작품으로, 지난 2021년 3월 세계 3대 경매회사 크리스티즈(Christie’s)에서 6930만 달러(약 920억 원)에 낙찰됐다. 판매 금액만 따졌을 때 생존 작가 중 3위다.
비플부터 디케이까지 유명 디지털 아트 한 자리에
더 게이트웨이: 코리아가 서울 성수동 에스팩토리에서 열렸다. KBW 2023의 메인 이벤트 중 하나로 글로벌 디지털 아티스트 기조연설과 작품 전시 등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더 게이트웨이: 코리아는 세계적인 웹3.0 이벤트 ‘더 게이트웨이’의 세 번째 행사다. 지난해에는 글로벌 아트 페어 ‘마이애미 바젤’ 기간에 개최돼 1만2000명이 참석하기도 했다.
현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비플의 작품이다. 비플은 이번에 ‘매일: 2022 컬렉션(Everydays: 2022 Collection)’을 처음 공개했다. 프레임부터 독특하다. 4개의 옆면을 디스플레이로 두른 두 개의 블록을 쌓아두고 서로 다른 방향으로 돌아가도록 만들었다. 디스플레이에는 여러 개의 짧은 동영상이 재생된다. 한 면에 하나의 영상이 나올 때도 있고, 수많은 영상이 나오기도 한다.
비플 작품을 비롯해 NFT 작품 경매에 적극적인 크리스티즈는 ‘키스 해링(Keith Haring)’이 1980년대 중반에 제작한 디지털 드로잉 5점에 대한 NFT 작품을 공개했다. 키스 해링은 1990년까지 미국 뉴욕에서 활동한 그래피티 아티스트다. 대담한 선과 색채를 기반으로 독특한 스타일을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에 세계 최초로 공개하는 5점의 작품은 오는 14일~19일 크리스티 뉴욕에서 전시회를 열 예정이다. 경매는 12일~20일에 진행된다. 예상 낙찰 금액은 개당 30만~50만 달러다.
글로벌 패션 브랜드 아디다스의 웹3.0 활동을 총괄하는 ‘쓰리 스트라입스 스튜디오 (///Studio)’는 디지털 아트 프로젝트 ‘레지던시(Residency)’에 참가한 작가 카이 로스 임호프(Kai Raws Imhof), 디어 노스탤지아(Dear Nostalgia), 몬키모토(Monkeemoto), 마이크 포그(Mike Fogg)의 작품을 전시했다. 작품은 현장에서 바로 구매할 수 있다. 가격은 작품마다 다르며 0.03~0.15ETH(이더리움)다.
빛과 기술, 소리를 작품에 통합하는 시도로 주목받고 있는 한국계 캐나다 아티스트 크리스타 김(Krista Kim)은 ‘레소넌스(Resonance) V.1’을 전시했다. 지난 2021년 가상주택 ‘마스 하우스(Mars House)’가 NFT 아트 플랫폼 슈퍼레어에서 50만 달러(약 6억6000만 원)에 판매되면서 유명세를 얻은 작가다.
데이터와 AI(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사용해 디지털 감수성을 표현하는 디지털 아티스트 '래픽 아나돌(Refik Anadol)'는 이번에도 추상적이고 몽환적인 작품을 들고나왔다. ‘센스 오브 힐링(Sense of Healing) 시리즈로 브레인 데이터플로우(Brain Dataflow), 파라메트릭 메모리즈(Parametric Memories), 뉴럴 클라우드(Neural Clouds), 뉴럴 랜드스케이프(Neural Landscapes), 뉴럴 플루이드 드림(Neural Fluid Dreams) 5점이다.
디지털 아티스트 디케이는 ‘아이 러브 코리아(I Love Korea)’를 전시했다. 디케이 스타일의 캐릭터가 달리기를 하는데 배경으로 국내 명소가 나온다. 음악까지 곁들여 게임 화면을 보는 느낌을 준다. 디케이의 대표작 중 하나인 ‘렛츠워크(LET'S WALK)’ 시리즈는 세계 3대 경매 회사인 소더비에서 경매를 진행한 바 있다.
더 게이트웨이: 코리아 행사장은 전반적으로 어두웠다. 작품이 걸려 있는 벽면도 검은색이다. 디스플레이를 통해 구현되는 작품에 집중하라는 배려다. 덕분에 색감이나 구도를 빛 반사 없이 명확하게 감상할 수 있었다.
다만 부족한 작품 설명이 아쉽다. 주최측에서 의도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작품이나 작가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면 감상이 한결 수월했을 것이다. 도슨트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다. 한국어 설명이 부족한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글 / IT동아 한만혁 (m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