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ing] 이스터 “지루성 두피를 위한 샴푸를 만듭니다”
[IT동아 권택경 기자] 피부에 피지 성분이 과다하게 분비되며 염증이 일어나는 피부 질환을 지루성 피부염이라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 유병률이 5%로 추정되니 결코 드물지 않은 질환이다. 지루성 피부염 증상이 특히 흔히 나타나는 부위가 바로 두피다. 지루성 두피를 지닌 이들은 만성적인 붉은기, 각질 등에 시달린다. 그러다 보니 샴푸 하나도 신중히 가려서 쓰게 된다.
이스터는 지루성 두피를 지닌 이들을 애용하는 헤어케어 제품을 만드는 전문 제조 업체다. 항진균제를 함유한 샴푸 등 지루성 두피를 비롯해 두피나 모발 관리가 필요한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헤어케어 제품군을 갖추고 있다. 양진모 이스터 대표는 “저희 제품의 효과는 실제로 써본 고객들의 후기가 입증하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이스터는 발품과 입소문으로 성장한 회사다. 이스터의 시작은 미용실과 두피관리실 등에서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시술용 제품이었다. 헤어디자이너로서 직접 미용실 경영을 하기도, 화장품 회사에 재직하기도 한 양진모 대표는 경험을 살려 2010년 처음 전문가용 헤어케어 제품 제조 사업에 발을 디뎠다. 양 대표는 당시 지나치게 복잡한 두피 케어 과정이 미용실에도, 소비자들에게도 골칫거리라고 생각했다.
“두피 관리를 제대로 하려면 상담부터 마무리까지 16단계나 되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그런데 핵심은 결국 각질 벗겨내고, 샴푸로 씻어내고, 증상 개선하는 앰플 바르는 이 세 가지거든요. 과정이 복잡하다보니 소비자들이 직접 하기도 번거롭고, 시술 비용도 비쌉니다. 업소들 입장에서도 두피 관리를 위한 제품, 기물을 다 갖추려면 800만 원에 가까운 돈이 드니 부담이 큽니다.”
양진모 대표는 세 과정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샴푸를 만들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머리는 매일 감으니깐, 샴푸로 만들면 안 쓸 이유가 없을 것”이라는 게 양진모 대표의 생각이었다. 그렇게 이스터 첫 제품인 이스터 샴푸가 탄생했다. 문제는 아직 검증이 안 된 제품에 선뜻 손을 내미는 업소가 없었다는 거다.
제품을 알리려면 결국 효과를 직접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양 대표는 두피 카메라를 챙겨 들고 전국 미용실을 돌기 시작했다. 직접 원장들의 머리를 감겨준 후 카메라로 변화를 보여주면서 제품의 효과를 직접 입증했다. 그렇게 5년 동안 전국 미용실을 찾아 발로 뛰며 영업한 결과, 전국에 대리점을 갖춘 업체로 성장했다.
기본적으로 이스터의 영업 구조는 대리점을 통해 미용실이나 관리실로 시술용 제품을 판매하고, 이들이 다시 제품 일부를 자가 시술을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구조다. 상거래의 무게 중심이 온라인으로 점차 옮겨갔음에도 이스터는 이 오프라인 중심의 구조를 유지했다. 온라인 시장에 섣불리 진입했다가는 저가 경쟁에 휘말리며 기껏 쌓아 올린 오프라인 영업망을 망가뜨릴 위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온라인이라는 대세를 완전히 거스를 수는 없었다. 그래서 2019년 무렵, 홍보만 할 목적으로 네이버 스토어에 처음으로 제품을 등록했다.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구매자들에게 연락해 판매 목적이 아니라고 설명하고 주문을 취소했지만, 일부 구매자들은 상관없으니 제품을 보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마침 터진 코로나19 때문에 온라인 수요는 더욱 치솟았다. 미용실이나 두피 관리실 방문 자체가 어렵고 불편해지니 더더욱 온라인으로 제품을 구매하려는 이들이 많았다. 이러한 소비자들의 열망을 확인한 현재는 합리적인 가격에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판매하며, 온라인 판매 비중을 점차 높이고 있다. 양 대표는 “미용실 및 두피관리실에서 지루성 두피 시술용으로 사용하는 샴푸를 집에서도 쓰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온라인에서도 빠르게 입소문을 타는 중”며 “높은 만족도는 높은 재구매율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판매를 시작하면서 생긴 고민도 있다. 치열한 경쟁으로 인한 허위·과대광고 문제다. 시중에 지루성 두피를 겨냥한 제품은 많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러한 제품들은 기능성 화장품이 아니다. 화장품법 시행규칙에 의해 인정되는 기능성 화장품 범위에 지루성 두피 관련 제품은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기능성 제품으로 인증을 받고 싶어도 받지 못하는 상황인 셈이다.
단순히 지루성 두피가 아닌, 염증을 의미하는 ‘지루성 두피염’이란 표현을 사용하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행정처분 대상도 된다. 의약품으로 오인케 하는 허위과대광고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많은 업체가 식약처 가이드라인을 무시하고 ‘지루성 두피염’이란 표기를 사용하는 관행이 퍼져있다.
양진모 대표는 “지루성 두피염과 지루성 두피의 키워드 검색량을 비교해 보면 3배나 차이가 난다. 그러니 가이드라인을 지키는 회사들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문제가 불거져 소비자 불신과 오해를 사면 업계 전체가 공멸할 수도 있다. 공생을 위해서라도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은 다 같이 지키는 분위기가 자리 잡았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