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 IT(잇)다] 제노사이언스 “재조합 균주로 홍삼 고부가가치 원료화”
[KOAT x IT동아] 한국농업기술진흥원과 IT동아는 우리나라 농업의 발전과 디지털 전환을 이끌 유망한 스타트업을 소개합니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상품, 그리고 독창적인 기술로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할 전국 각지의 농업 스타트업을 만나보세요.
[IT동아 차주경 기자] 인삼은 사람을 건강하게 하는 여러 약용 성분을 가졌다. 가장 잘 알려진 약용 성분이 ‘진세노사이드(Ginsenoside)’다. 식물이 가진 생리활성물질 ‘사포닌(Saponin)’의 일종인 진세노사이드는 항암과 항산화, 콜레스테롤 저하 등 우리 몸에 유용한 효과를 가져다준다.
그래서 세계 농산업계는 진세노사이드 연구 개발에 한창이다. 이 물질을 더 많이 추출하는 기술을 고안하고, 고유의 효능을 높여 다양한 제품에 적용하려고 연구한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의 한 농산업 스타트업은 원론으로 돌아가서 인삼과 홍삼의 진세노사이드 함량 자체를 높이려고 시도했다. 연구 끝에 진세노사이드 함량을 높이는 기술을 개발한 곳이 한국농업기술진흥원 스타트업 '제노사이언스'다.
최호윤 제노사이언스 대표는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원에서 분자생물학을 십여 년 동안 연구했다. 이 기술로 우리나라 산업계를 도울 제품, 서비스를 찾으려던 그는 ‘토양 미생물 분석’을 주목한다. 우리나라의 근간 산업인 농산업, 그 기반인 땅의 건강을 측정하고 지력을 돋울 기술이다. 최호윤 대표는 분자생물학 지식으로 토양 미생물 분석과 분자 진단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제노사이언스를 창업했다.
우리나라 곳곳의 토양의 미생물을 분석하고 상태를 진단하던 그는 인삼 재배 농가와 만난다.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고부가가치 농작물이자 건강 식품의 원료, 인삼의 재배 효율을 더욱 높이려면 토양 진단이 필수였던 까닭이다.
최호윤 대표는 인삼 재배 농가와 함께 토양을 연구했다. 분자생물학으로 인삼의 생장을 더디게 하는 토양 병해충을 진단하는 기술을 개발하던 그는, 여기에 미생물 기술을 더해 인삼 원물을 가공하는 새로운 사업 모델을 떠올렸다. 이에 인삼 농가에 제안, 홍삼의 원물을 공급 받아 자신의 사업 모델을 구체화한다. 세대융합, 오랜 연륜을 쌓은 인삼 농부들의 성과와 지식을 젊은 과학자가 분석해 새로운 가치를 낸 사례다.
진세노사이드는 인삼이나 홍삼을 발효 가공해서 추출한다. 이 때 특정한 미생물을 활용하면 발효 과정이 달라지면서 진세노사이드의 유효 성분 함량이 많이 늘어난다. 추출 시간도 많이 짧아진다. 다당류가 단당체가 되는 원리를 활용한 것이다.
제노사이언스는 이 원리를 ‘재조합 균주 기반 홍삼 발효 기술’로 고도화했다. 홍삼 발효 시에 쓰는 균주에 분자생물학 이론을 더해서 개량, 발효 효율을 높이고 특정 성분의 함유량을 강화하는 기술이다. 그러려면 미생물의 DNA를 개조하는 기술, 원료에 넣어 배양하는 기술, 발효를 성공리에 마치도록 유지하는 기술을 갖춰야 한다.
연구 개발 끝에 최호윤 대표는 재조합 균주 기반 홍삼 발효 기술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개념 증명과 실증도 순조롭게 마쳤고, 이렇게 추출한 진세노사이드를 화장품 원료로 가공하는 성과도 거뒀다. 나아가 이 원료로 화장품 완제품까지 만든다. 연구를 시작한지 불과 2년여 만에 거둔 성과다. 그는 분자생물학 지식을 농산업의 원물에 적용, 새로운 가치를 만든 이 순간을 잊을 수 없다고 말한다.
제노사이언스가 만든 화장품 원료는 다른 원료보다 진세노사이드 함유량이 많다. 그 덕분에 피부 노화 속도를 느리게 하면서 미백 효과도 발휘한다. 고유의 효능인 원기 회복도 가졌다. 최호윤 대표는 재조합 균주 기반 홍삼 발효 기술이 진세노사이드의 함유량뿐만 아니라, 고유의 악용 성분까지 늘리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한다. 이들의 기술을 눈여겨본 화장품 기업이 새로운 재료의 연구 개발을 의뢰할 정도다.
제노사이언스의 주요 경쟁력은 분자생물학 지식이다. 최호윤 대표가 쌓은 지식을 토대로 새 가치를 만들고 전파할 임직원들이 속속 합류했다. 제노사이언스의 임직원은 대부분 이공계 연구원 출신이다. 기술의 연구 개발은 최호윤 대표가,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고 현실화해서 널리 알리는 역할은 산업 이해도가 높은 임직원이 맡는 구조다. 기술을 다듬어 우리나라 농가와 사회에 공헌할 제품을 만드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한국농업기술진흥원도 이들의 목표 달성을 돕는다. 제노사이언스의 연구 개발 비용과 마케팅 비용을 지원하고 특허 출원을 도왔다. 다양한 교육과 박람회 참여 기회를 제공해서 스케일업을 이끌었고, 농식품 벤처육성 지원사업을 주선해 함께 성장 중이다.
이들 도움 덕분에 최호윤 대표는 주요 도전 과제인 제노사이언스의 브랜딩과 마케팅을 해결 중이다. 이를 맡을 인재와 전문가, 기술을 고도화할 연구자도 차근차근 섭외 예정이다. 우리나라 농가가 만든 농작물에 숨겨진 가치, 고부가가치 원료로서의 가능성을 현실로 이끌 기자재와 기술도 도입한다.
덕분에 제노사이언스는 새로운 원료인 ‘누에’를 찾았다. 이를 원료화할 재조합 균주 추출물도 개발했다. 올해 안에 누에의 재조합 균주 추출 기술을 고도화해서 화장품 원료로 만드는 목표도 세웠다. 2024년부터는 이 원료로 실제 제품을 양산 예정이다. 누에의 항산화·항염증 효능을 고스란히 발휘하는 화장품이 곧 나온다.
한편으로는 재조합 균주 기반 홍삼 발효 기술의 활용 범위를 화장품에서 식품으로까지 넓힐 전망이다. 원료 제작 공정을 개선하면 가능하다. 최호윤 대표는 분자생물학의 미생물 제어 기술을 꾸준히 고도화하면 의약품의 원료인 펩타이드까지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이 단계에 다다르면 제노사이언스는 투자금을 유치, 스케일업 후 우리나라의 농산물을 고부가가치 원료로 만드는 대표 기업으로 발돋움할 예정이다.
최호윤 대표는 “제노사이언스의 기술을 활용해서 우리나라 화장품 원료 시장에 힘을 싣겠다. 동물 사료에서부터 펩타이드 의약품에 이르기까지, 사업 영역을 넓혀 산업군 전반에 고부가가치 원료를 공급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밝혔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