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글로벌 게임잼 in 전북’을 만든 사람들
[IT동아 권명관 기자] 지난 2023년 7월 28일부터 30일까지, 전주대학교 스타센터 하림미션홀에서 전라북도콘텐츠융합진흥원(이하 전북콘텐츠진흥원)과 전주대학교(이하 전주대)가 주최하고, 전북글로벌게임센터와 전주대 실감미디어혁신융합대학사업단이 주관하는 ‘제1회 글로벌 게임잼 코리아 인 전북(이하 글로벌 게임잼)’이 열렸다. 2박 3일간 열린 이번 글로벌 게임잼은 한국과 일본, 미국, 네덜란드, 중국에서 모인 학생, 인디게임 개발자, 게임업계 종사자 등 120여 명이 참석했다.
이번 글로벌 게임잼에는 우리나라의 전주대학교, 김포대학교, 동양대학교, 계명대학교, 경기대학교, 계원예술대학교, 배재대학교, 한동대학교, 공주대학교 등 9개 대학교와 한국게임과학고등학교에서 3명의 학생이 참가했다. 또한, 해외에서는 네덜란드의 위트레흐트 예술대학교(HKU), 일본의 도쿄대학교와 니혼대학교, 미국의 노스이스턴대학교가 참가했다. 이외에도 보드게임개발자 9명, 인디게임개발자 20명도 게임잼에 참가해 열정을 불태웠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의 학생들이 참여하고, 고등학생부터 현업 개발자 등 다양한 연령대가 모인 게임잼인 만큼, 개막식 이전 행사 준비부터 폐막식 이후 마무리까지 무대 뒤편에서 온갖 궂은일을 도맡으며 노력한 이들이 있었다. 이에 IT동아가 게임잼 기간 중 그들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나눴다.
네덜란드와 일본에서 한국을 찾은 이유
- 글로벌 게임잼 이틀째. 네덜란드와 일본, 그리고 한국에서 이번 행사를 준비하고 기획한 대학교수님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IT동아: 이번 글로벌 게임잼을 기획하고 준비하는데 많이 노력한 것으로 알고 있다. 네덜란드와 일본의 교수님들은 학생들과 함께 이곳 전주대학교에 찾아오기도 했는데… 먼저 묻고 싶다. 게임잼이란 무슨 행사인가?
윤형섭 전주대학교 게임콘텐츠학과 교수(이하 윤 교수): 우리가 추구한 이번 게임잼의 의미는 ‘개발자들의 놀이터’다. 특히, 대학생들뿐만 아니라 현업에서 활동하는 인디 게임 개발자부터 고등학생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참가자들이 참여했다. 서로를 알아갈 수 있도록, 자연스러운 네트워크를 구성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IT동아: 네트워크를 중요하게 생각한 이유가 있을까?
마사 후루이치(Masa Furuichi) 니혼대학교 교수(이하 마사 교수): 현업에서 게임 개발을 위해 개발자들이 일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게임 개발사들은 대부분 프로젝트를 팀으로 제작한다. 개발자, 디자이너, 기획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팀을 이룬다. 이에 이번 글로벌 게임잼을 통해 미리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었다. 교육적인 의도를 많이 담은 셈이다(웃음).
닐스 키텔스(Niels Keetels) 위트레흐트 예술대학교(HKU) 교수(이하 키텔스 교수): 한국과 네덜란드, 일본, 미국, 중국 등 여러 나라에서 글로벌 게임잼을 위해 모였다. 즉, 평소 참가자들은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생활하고, 사용하는 언어도 다르다. 그만큼 서로 낯설고 서먹하다. ‘평화’라는 주제로 게임을 개발하고 있지만, 참가자 각각의 생각과 의견은 다를 수밖에 없다. 이렇게 다른 생각과 의견을 하나로 모아 결과를 내는 경험은 어디에서도 체험할 수 없는 경험이다. 여기에 이번 글로벌 게임잼의 의미를 두고 있다.
히로시 요시다(Hiroshi Yoshida) 도쿄대학교 교수(이하 히로시 교수): 일본에서는 게임을 마치 하나의 예술,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게임 개발 학과 학생들뿐만 아니라 인문학 학생들도 즐기는, 많은 사람이 즐기는 종합예술 중 하나다. 때문에 게임 업계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을 모집하고 채용한다. 이번 글로벌 게임잼에 참여한 이유다.
IT동아: 평화라는 주제를 선택한 이유가 있을 텐데.
윤 교수: 하하. 글로벌 게임잼을 준비하며 ‘한류’, ‘우정’, ‘협력’ 등 정말 많이 제안된 주제 중 하나였다. 어떤 주제로 결정할까 고민하던 중에 해외에서 바라보는 한국의 상황과 현재 전 세계가 처한 상황을 생각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다. 하지만, 그 어느 곳보다 평화를 원하며 지내고 있지 않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도 있고… 이에 게임을 통해 평화라는 중요성을 알리고 싶었다. 해외 참가자들의 시선을 반영한 주제로 ‘평화’를 선택했다.
IT동아: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네덜란드라는 먼 곳에서, 이곳 전주까지 참여한 이유가 있을까?
키텔스 교수: 하하. 한국은 콜라보레이션을 환영하는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협력하고 노력하는 데 열린 문화다. 이에 네덜란드 학생들에게, 게임 개발을 위해 서로 협업하는 것의 필요성을 알리고 싶었다. 실제로 이번 글로벌 게임잼에 참여하는 동안 많은 경험을 쌓고 있다. 네덜란드 학생들 입장에서는 한국, 일본, 중국의 학생들과는 사용하는 언어도 다르지 않나. 하지만, 지금 보는 것처럼 게임 개발에 다른 언어는 큰 문제점이 아니다. 서로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즐겁게, 열심히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게임은 글로벌한 산업이다. 정해진, 편향된 시선으로 봐서는 안된다. 네덜란드 사람이 개발한 게임은 네덜란드 사람만 즐긴다? 아니다. 한국과 일본, 중국, 미국 등 다양한 국가의 학생들이 즐길 수 있어야 한다.
히로시 교수: 맞다. 게임에는 언어적인 장벽이 없다. 일본인이 미국에서 개발한 게임을 즐길 수 있고, 한국에서 개발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이러한 경험을 글로벌 게임잼에서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IT동아: 게임을 통해 하나의 공통된 네트워크를 만들고 있다고 느껴진다. 아, 다음 글로벌 게임잼도 기획하고 있나.
윤 교수: 기획하고 있다. 확정할 수는 없지만, 다음은 네덜란드에서 열지 않을까 생각한다(웃음). 이번 글로벌 게임잼 행사명을 ‘제1회’, ‘in 전북’이라고 언급한 이유다. 1회가 있다는 것은 2회, 3회로 이어질 것이라는 의지의 표명이다. 또한, 전북 다음에 네덜란드나 미국, 일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뜻한다. 공간의 벽, 언어의 벽, 경험의 벽을 넘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문화 중 하나가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마사 교수: 맞다. 올해 12월 일본에서 모든 분야의 기능성 게임을 개발하고 전시하는 행사를 기획하고 있는데, 글로벌 게임잼처럼 여러 국가에서 참여하길 원한다. 6년 전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한국 포항에 위치한 포스텍에서 열린 행사에 참여한 네덜란드 학생이 당시 경험을 통해 일본으로 유학을 왔다. 한국에서 열린 행사에 참여한 네덜란드 학생이, 일본을 찾은 셈이다.
키텔스 교수: 게임잼은 일반적인 공모전과는 다르다. 서로 경쟁한다기 보다 서로 소통하는 행사를 지향한다. 시상식을 진행하기는 하지만, 그보다 우정을 나누며 서로에게 배울 수 있는 점을 찾길 원한다. 하나의 네트워크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남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더 바쁜 그들
- 글로벌 게임잼 마지막 날, 공식적인 행사 일정을 마친 뒤 전북콘텐츠진흥원 문화콘텐츠사업팀 전북글로벌게임센터 직원 두 명과 만났다.
IT동아: 지난 2박 3일 동안 글로벌 게임잼을 취재하며, 가장 많이 대화한 사람을 꼽으라면 단연코 두 분을 빼놓을 수 없다. 먼저 소개를 부탁한다.
정민주 전북콘텐츠진흥원 문화콘텐츠사업팀 전북글로벌게임센터 책임(이하 정 책임): 전라북도콘텐츠융합진흥원 문화콘텐츠사업팀에서 전북글로벌게임센터를 담당하고 있다. 올해로 4년째 일하고 있다(웃음). 게임 제작 지원 사업, 전문 인력양성사업, 게임문화페스티벌, 상용화 지원 사업, 인턴십 지원 사업, 국내외 전시 참가 지원 사업 등을 담당 중이다.
배혜인 전북콘텐츠진흥원 문화콘텐츠사업팀 전북글로벌게임센터 선임(이하 배 선임): 정 책임님과 함께 일하고 있는데, 이번 글로벌 게임잼이 첫 행사다. 진흥원에서 일한 지 이제 4개월 차다(웃음). 아직 열심히 배우고 있는 중이다.
IT동아: 배 선임이 이제 4개월 차라는 것에 놀랐다. 전혀 몰랐다. 영어로 해외에서 방문한 참가자와 대화하고 안내하는 모습을 보면서 최소 몇 년은 일한 경력자인 줄로만 알았다.
배 선임: 하하. 아니다. 정 책임님을 비롯해 전북콘텐츠진흥원 직원들, 그리고 전주대학교 등 많은 참여사로부터 도움을 받았다. 지난 2박 3일 동안 남모르게 마음을 많이 졸이고 있었던 것 같다. 행사 개막 전까지 걱정하는 일만 잔뜩 있었는데, 어떻게 마무리하고 나니 뭐랄까… 참 허무하다(웃음). 잘 마무리해서 다행이다.
IT동아: 글로벌 게임잼을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순간은 언제였는지 궁금하다.
정 책임: 음… 너무 많았다(웃음). 매 순간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정말 걱정을 많이 했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네덜란드, 일본, 미국, 중국 등 해외 곳곳에서 방문하지 않았나. 다양한 국적의 참가자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이 정말 어려웠다. 서로 다른 문화와 언어라는 장벽도 넘어야 했고….
서울이 아닌 전주에서 진행하는 행사였지 않나. 이곳으로 모시고 오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해외 참가자의 경우 인천공항 1터미널, 인천공항 2터미널, 김포공항에 도착했는데, 도착 시간도 제각각이었다. 가장 먼저 도착한 참가자가 기다릴 수 있는 방법도 마련해야 했고… 어떻게 행사를 마무리했는지 모르겠다(웃음).
배 선임: 100m 달리기를 앞두고 스타트 라인에 서 있을 때가 가장 긴장되는 것처럼… 개최 전날이 가장 어려웠던 것 같다. 몇 개월 동안 준비한 것을 내일이면 시작한다는 부담감이 가장 컸다. 준비할 것들은 계속 부족해 보이고, 본의 아니게 대행사에게 어려운 부탁을 전하고, 서로 고생을 많이 했다.
IT동아: 이해한다. 글로벌 게임잼과 같은 오프라인 행사는 준비할 때가 가장 어려운 것 같다. 아무리 준비를 완벽하게 했더라도 현장에서 예상하지 못한 사건사고는 꼭 한번 터지기 마련이고… 어떤가. 이제 모든 일정이 끝났는데.
정 책임: 큰 사고 없이 잘 마무리해서 다행이다. 생각하기에 따라 짧은 2박 3일 일정일 수도 있지만, 수상팀들이 상을 받아 가는 것을 보니까 뿌듯하기도 하고…. 참가자들이 헤어지는 순간 서로 아쉬워하며 안아주고 악수하는 모습을 보니 ‘뭔가 해내긴 했구나’라는 기분이 들었다.
배 선임: 많이 배웠다. 입사하고 진행한 첫 행사인데, 이렇게 많은 참가자가 여러 국가에서 올 줄 몰랐다. 제 자신에게 좋은 선례를 남긴 것 같다(웃음). 아, 정 책임님에게 꼭 감사하다는 말도 전하고 싶다.
IT동아: 행사 담당자이자 진행 책임자이기에 당연하겠지만, 글로벌 게임잼 기간 동안 두 사람의 모습을 정말 많이 봤다. 시상식 때였던 것 같다. 정 책임의 넋 나간 듯한 모습을 보며 살짝 걱정했었는데.
정 책임: 하하. 아마도… 시상식에 지급하는 상장 때문이었던 것 같다. 글로벌 게임잼은 한 팀당 4~5명으로 진행했는데, 수상팀만 모두 9팀이었다. 개인부문 협력상도 3명있었다. 이에 준비해야 하는 상장만 80개 이상이었다.
(왜 80장 이상이었는지?)
해외 참가자를 위해 한글과 영어, 2가지 버전으로 준비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예상하지 못한 숙제가 하나 있었다. 시상식 바로 전에야 수상팀과 수상자가 결정됐는데, 영어와 한글로 이름을 적어야 했다. 이게 생각보다 어려웠다. 수상팀과 수상자 이름을 영어 필기체와 한글 붓글씨로 적어야 했는데, 결과 발표 후 시상식까지 준비하는 시간이 짧았다.
지인을 총동원했다. 영어 필기체를 잘 쓸 수 있는 사람을 찾기 시작했다. 진흥원과 센터에서 누가 필기체를 잘 쓰나 콘테스트를 열 정도였다(웃음). 그렇게 센터 직원의 지인을 섭외해 영어 필기체로 수상팀과 이름을 쓰고, 전주대학교 사업단 선생님 중 한 명을 섭외해 한글 붓글씨로 수상팀과 이름을 적었다.
배 선임: 정말 급했다(웃음). 빨리 상장에 수상팀과 이름을 적어야 하는데,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네덜란드 교수님들은 그저 느긋했다. 시상식 시간은 바로 코앞으로 다가오고, 점수 집계는 끝나지 않았고… 마음은 급한데 뭘 할 수가 없었다. 그때 정 책임님이 심사위원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점수 결과를 스마트폰으로 사진 촬영해 카톡으로 보내주고, 그걸 받아서 상장에 바로 이름을 적었다.
정 책임: 많이 초조했던 순간이다. 시상식 이후에는 해외 참가자를 위해 전주 한옥마을 투어를 준비해 둔 상황이기도 했고, 돌아가는 참가자들을 위한 준비도 필요했다. 행사를 끝낸 뒤, 물품도 정리해야 하고… 이래저래 마음이 다급했던 순간이었다.
IT동아: 마지막으로 전해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정 책임: 전 세계적으로 단절된 사회를 살아가야 했던, 코로나19라는 팬데믹 시대를 보낸 이후 우리 전라북도에서 글로벌 행사를 개최해 뿌듯하다. 큰 사고 없이 마무리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추억을 담아 간다는 참가자들의 말 한마디에 감사할 따름이다(웃음).
이번 글로벌 게임잼을 많이 도와주신 윤형섭 전주대학교 교수님과 우리 최용석 전북콘텐츠융합진흥원 원장님, 그리고 최훈 본부장님께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아, 그리고 전북글로벌게임센터 직원들 - 무엇보다 제 옆에 있는 배혜인 선임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 싶다. 앞으로도 전북콘텐츠융합진흥원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