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스쿨버스 [1] “우리 아이들의 안전한 통학을 책임집니다”
[스케일업 x SBA] 스케일업코리아는 서울경제진흥원(SBA)과 함께 ‘2023년 스케일업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스케일업코리아는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한 각각의 스타트업이 지금 진행 중인 사업 전반을 소개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도전 중인 문제를 조명합니다. 이를 해결하도록 여러 전문 영역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를 연결해 도움을 주고자 합니다.
[IT동아 권명관 기자] 지난 금요일이었다. 모처럼 연차를 내고 쉬고 있던 기자는 베란다 창문 너머에서 들려 오는 큰 소리에 놀랐다. 밖을 내다 보니, 5살 정도로 보이는 어린이의 손을 잡은 어머니가 노란색 스타렉스 운전석을 향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가만히 들어보니 무더운 날씨에 어린이집 통학 차량이 약속했던 시간보다 꽤 늦게 도착한 모양이다. 기사님도 짜증 났던 모양인지 뭐라 이유를 말했던 것 같은데, 그 이후 오가는 목소리는 더 커지기만 했다. 말다툼할 일인가 싶지만,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 입장에서 이해도 된다.
사실 출근길에 종종 노란색 가방을 메고 통학 차량을 기다리는 아이들을 발견한다. 어린이집, 유치원에서 돌아오는 아이의 통학 차량을 기다리는 부모의 모습도 눈에 띈다. 한여름 무더위에 굳이 밖에서 기다리지 않아도 미리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배달 전 도착 시간을 알려주는 알림 서비스처럼 말이다.
아이들의 안전한 통학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IT동아: 만나서 반갑다. 먼저 스쿨버스 소개를 부탁한다.
김현 대표(이하 김 대표): 스쿨버스라는 이름 그대로다. 유치원, 학교, 학원 등에 통학 셔틀의 모든 것을 책임지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렇게 말하는 것이 어울릴지 모르겠지만, 엄마의 마음으로 우리 아이들의 안전한 통학을 책임지기 위해 노력 중이다(웃음).
IT동아: 사실 스쿨버스라는 업체명을 들었을 때 어느 정도 예상했다. 워낙 의미하는 바가 명확하지 않나.
김 대표: 맞다. 누구나 (어떤 기업인지)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이름이다. 다만, 이것 하나만큼은 꼭 강조하고 싶다. 통학 서비스는 결코 쉽지 않다고 말이다. 단순히 통학 차량을 제공하고, 운전하는 기사님을 제공하는 일이 아니다. 통학 현장에는 말 못할 고충이 늘 뒤따른다.
지난 2018년 설립해 6년 이상 서비스를 제공하며, 많은 경험을 쌓았다. 그 결과 스쿨버스만의 통학 서비스 노하우를 찾았다. 통학 차량은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아이들은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기사님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교육 기관(유치원, 학원 등)에 제공해야 하는 정보는 무엇인지 등… 직접 겪지 않으면 모를 현장의 요구사항을 발견했다. 그리고 올해 1월, 우리가 그동안 경험한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통학 차량 관리 플랫폼 ‘라이드(RIDE)’를 출시했다.
IT동아: 통학 현장의 어려움이라는 것을 조금 더 자세히 듣고 싶다. 그게 그렇게 어려운 것인가? 아이들 시간에 맞춰서 차량에 태워 데려오면 끝인 것 같은데…
김 대표: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생각보다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이제 막 개원한 학원을 예로 들어보자. 학원 입장에서 무엇이 필요할까? 아이들이다. 우리 학원을 다닐 아이들을 모집해야 한다. 이 때 꼭 필요한 것이 통학 차량이다. 통학 차량을 운행하지 않는 학원은, 절대로 아이들을 모집할 수 없다.
그럼 통학 차량은 누가 운전할까? 학원 선생님이 운전할 수는 없지 않나.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더 좋은 교육을 위해 노력하기에도 바쁘다. 그래서 막 개원한 학원은 원장님이 운전하는 경우가 많다. 그게 아니라면 원장님 가족이나 친인척 중 누군가가 운전대를 잡는다.
IT동아: 아… 맞다. 우리 아들이 다니던 학원도 원장 선생님의 아버님께서 통학 차량을 운전했었다.
김 대표: 원장님 가족이나 친인척이 운전대를 잡는 이유는,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통학 차량 운전은 아무에게나 허투루 맡길 수 없는 일이다. 기사님이 어떻게 통학 차량을 운영하느냐에 따라 학원 원생 수가 달라질 수 있는, 중요한 서비스다.
학생 10명을 같은 시간에 맞춰 통학 차량을 운영하는 학원이 있다. 그런데, 한 학생의 부모님이 “우리 아이는 멀미가 심하니까 가장 마지막에 태워 주세요”라고 요청한다. 그런데, 10명 학생의 통학 노선 상 그 학생은 도저히 마지막에 태울 수 없는 위치에 살고 있다. 통학 차량 기사님은 어쩔 수 없이 똑같이 운행했고, 얼마 뒤 부모님이 원장 선생님에게 연락한다. “기사님이 요청한 내용을 들어 주지 않아 아이를 학원을 못 보내겠다”라고 말이다.
유치원, 어린이집 등 다른 교육기관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통학 차량 기사님은 학원 원장님과 소통해야 하고, 학생과 소통해야 하며, 부모님과도 소통해야 한다. 그래서 어렵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작은 오해로 인해 서로에게 상처를 남기는 경우는 종종 발생하는 일이다. 원장이 직접 또는 가족이나 친인척 등 지인을 동원하는 이유다.
원장님과 부모님, 기사님의 불편을 해결할 수 없을까?
IT동아: 스쿨버스를 설립한 이유인가.
김 대표: 맞다. 원장님과 부모님, 기사님 사이에 있는 불편과 불안, 불만족한 경험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에 서로 필요로 하는 부분을 연결하는 플랫폼을 고민했다. 하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단순하게 기사님과 원장님을 연결하는 것 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제도적인 맹점도 있었다. 통학 차량이라는 특수한 조건이 발목을 잡았다. 통학 차량은 노란색 색상이어야 하며,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안전 장치를 달아야 하고, 교육 시설이 직접 소유하고 있는 차량만 통학 차량으로 허용하는 등의 조건을 지켜야 한다. 교육 시설에 대한 기준도 명확하지 않았다. 한때 태권도 학원, 검도 학원, 합기도 학원 등은 교육 시설에서 빠져 있었다. 즉, 통학 차량 기준을 만족하지 않아도 운영할 수 있었던 셈이다.
그래서 직접 시작했다. 플랫폼이 아닌, 우리가 직접 통학 차량과 기사님을 하나의 서비스로 학원에 소개했다.
IT동아: 정리하자면, 학원에 직접 찾아가 통학 차량과 기사님을 직접 제공하겠다고 제안한 것인가.
김 대표: 아이러니하게도 학원에 찾아가기 전 먼저 연락을 받았다(웃음). 통학 차량을 준비하고, 운전할 수 있는 기사님을 모집하기 위해 공고를 냈을 때였다. 영어 학원 개원을 준비하고 있던 원장님이 우리가 진행하고 있는 기사님 채용 공고를 보고 “정말 필요했던 서비스”라며 스쿨버스를 직접 찾아왔다. 통학 차량과 기사님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라면 비용을 내고서라도 이용하겠다고 말이다. 그리고 우리의 1호 계약으로 이어졌다.
그 다음부터 학원을 찾아 직접 영업에 나서는 일은 거의 없었다. 스쿨버스 홈페이지를 오픈한 이후, 서비스 이용 문의와 전화가 이어졌다. 지금도 한달에 평균 100건, 하루 3~5건씩 문의가 이어지는 중이다. 한번 계약한 학원은 1년~3년까지 이어질 정도로 계속 이용하신다. 장기 우량 고객이 꽤나 많다(웃음).
스쿨버스 통학 차량 서비스를 찾는 이유, 라이드 앱
IT동아: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서비스라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김 대표: 우리는 학원이 통학 차량 서비스를 찾는 이유에 대해 분석했고, 원장님과 부모님, 그리고 기사님의 소통을 투명하게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간단하다. 부모님은 통학 차량이 늦는 이유를 궁금해 한다. 우리 아이는 왜 마지막에 타야 하는지 궁금해 한다. 원장님도 30분 전에 통학 차량을 몰고 나간 기사님이 왜 늦는지 궁금해 한다. 이를 시스템으로 풀었다. 통학 차량 위치를 실시간으로 표시하고, 기사님의 이동 경로를 기록했다. 통학 차량 운전 매뉴얼을 확립해 원장님과 기사님, 부모님에게 전달했다.
IT동아: 그게 라이드 앱인가.
김 대표: 맞다. 라이드 앱은 정확한 소통과 차량 운행 기록을 제공한다. 그리고 기능을 하나씩 추가했다. 혼자 통학하는 아이가 걱정되는 부모님에게 승차 알림으로 제공했고, 손으로 작성해야 했던 운행 일정표(탑승지, 탑승자 정보 등) 관리 기능을 업데이트했다. 급감속, 급가속 등 위험 운전 발생 횟수와 시간 및 위치 정보를 알 수 있는 집계 리포트를 통해 안전 운행 지수도 만들었다.
이외에도 주유비, 정비 등 비용 정보를 정리할 수 있는 차량 일지, 통학 차량을 운행하는 학원이 공공기관에 제출해야 하는 서류를 손쉽게 제출할 수 있는 기능 등도 담아냈다. 데이터와 시스템, 보기 편한 모바일 앱 ‘라이드’를 통해 정공법으로 설득해 신뢰를 얻었다.
샌드박스 특례 인증을 받은 스쿨버스
IT동아: 대표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통학 차량 운영에 대한 기준, 제한 등이 궁금해졌다.
김 대표: 챙겨야 할 것이 많다. 통학 차량 운행 자체를 아무나 할 수도 없거니와, 학교, 학원, 유치원 등 교육 기관에 따라 준수해야 하는 운행 허가와 규정도 다르다.
통학 차량을 운행할 수 있는 교육 기관은 차량의 소유권을 직접 소유하거나 운전자와 공동 소유하는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교육 기관이 차량 공동 소유를 선택했다면, 관련 자동차 등록증을 가지고 경찰서에 찾아가 통학 차량에 대한 규정을 잘 지키고 있는지 확인 받아야 한다. 어린이 통학 차량 신고필증이다. 또한 관할 지자체에 교육 기관과 운전자가 해당 지역에서 통학 차량을 운영할 수 있다는 유상 운송 허가증도 받아야 한다.
IT동아: …뭐가 이리 어려운가.
김 대표: 하하. 결과만 말하자면, 통학 차량 운행을 위한 현행 기준을 모두 지키기 위해서는 관할 기관마다 찾아가 각각 필요한 인증을 받아야만 한다. 때문에 현실적으로 교육 기관과 통학 차량 기사님들이 알면서도 제대로 못 지켰다. 특히, 민감한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지켜야 하는 기준은 늘어나기만 했다. 규제는 늘어나고 번거로워지기만 했다.
이에 몇 년 전부터 신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일정 조건(기간·장소·규모) 하에서 현행 규제를 면제 또는 유예해 시장 출시와 시험·검증할 수 있도록 특례를 부여하는 규제 샌드박스를 준비해, 지난 2023년 3월 ‘세이프 스쿨버스 플랫폼 서비스: 실증특례’를 받았다. 당시 심의위원회는 규제 특례에 대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실시간 정보 제공 등을 통해 학생·학부모의 편의성이 증대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언급했다.
지난 6년간 스쿨버스를 운영하며 현장에서 직접 통학 차량 서비스를 제공했다. 그 동안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통학 차량 관리 플랫폼 라이드도 선보였다. 라이드는 스쿨버스가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데이터로 축적해 더 향상된 안전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의 안전한 통학을 위해 노력하는 스쿨버스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