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이유씨엔씨 [1] “페인트 시공만으로 에너지를 줄일 수 있습니다”
[스케일업 x SBA] 스케일업코리아는 서울경제진흥원(SBA)과 함께 ‘2023년 스케일업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스케일업코리아는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한 각각의 스타트업이 지금 진행 중인 사업 전반을 소개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도전 중인 문제를 조명합니다. 이를 해결하도록 여러 전문 영역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를 연결해 도움을 주고자 합니다.
[IT동아 권명관 기자] 2023년을 살아가는 지금, 전 세계는 탄소중립에 집중하고 있다. 소위 말해 ‘꽂혀 있다’. 찌는듯한 폭염, 그칠 줄 모르는 소나기, 점점 규모를 키워가는 태풍 등 매년 반복되는 이상기후를 겪으며 ‘이대로는 안 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친환경, 에너지 절감, 탄소 저감, ESG 등 자구책 마련에 집중하는 이유다.
더 이상 우리나라도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올해도 예상보다 일찍 시작한 폭염과 함께 폭우가 찾아왔다. 3일은 비 오고, 4일은 맑다는 장마 법칙도 깨졌다. 동남아시아 지역 등 적도 인근에서나 볼 수 있었던 스콜도 한반도에 등장했다. 그렇게 때이른 더위가 찾아온 지난 2023년 6월 말, IT동아가 인천 환경산업연구 단지에 입주하고 있는 이유씨엔씨를 방문했다.
지난 2019년 설립한 이유씨엔씨는 페인트를 생산하는 제조 기업이다. 그런데, 친환경 페인트란다. 심지어 이 친환경 페인트를 사용하면, 에너지를 절감하고 탄소를 저감할 수도 있단다. 이유씨엔씨 최장식 대표는 “우리가 개발한 페인트를 시공하면 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한다.
페인트를 시공하면,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습니다
IT동아: 만나서 반갑다. 먼저 이유씨엔씨 소개를 부탁한다.
최장식 대표(이하 최 대표): 이유씨엔씨는 환경친화적이고, 기술적 트렌드 변화에 맞춰 페인트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기업이다. 친환경 페인트라고 할 수 있다. 감히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고, 탄소를 저감할 수 있는 친환경 페인트 기술의 선두 주자라고 자신한다(웃음). 단열과 차열을 동시에 시공할 수 있는 특수 목적 도료(페인트)를 생산하고 있다.
IT동아: 에너지 절감과 탄소 저감을 할 수 있는 페인트라는 뜻인가.
최 대표: 맞다. 이유씨엔씨 페인트를 사용하면, 에너지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 에너지 사용량을 줄인 만큼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탄소 발생량도 줄일 수 있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단·차열 페인트이기 때문이다. 조금 어려울 수 있겠지만, 이유씨엔씨의 페인트는 근적외선 전자파를 반사하는 세라믹 무공체와 열 전도를 차단하는 세라믹 중공체 구성의 소재를 사용해 단열과 차열 성능을 동시에 구현할 수 있다. 아주 쉽게 풀이하자면, 우리 페인트를 외부에 시공한 건물은 여름에 덜 덥고, 겨울에 더 따뜻하다.
테스트 결과 에너지 사용은 기존 대비 49.5% 정도 절감할 수 있다. 태양광 근적외선 반사율은 94.4%다. 더운 여름철에 내리쬐는 햇볕의 열을 반사한다는 뜻이다. 우리 페인트를 시공하지 않은 컨테이너와 우리 페인트를 시공한 컨테이너와 비교하면 차열 효과는 8도~13도 정도 난다. 여름철 그만큼 더 시원하다. 또한, 낮은 열전도율(0.041 w/mk)로 인해 단열 효과는 7도~8도 정도다. 겨울철 그만큼 더 따뜻하다.
IT동아: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페인트 시공만으로 여름에 더 시원하고 겨울에 더 따뜻하다는 것인가. 이를 통해 에너지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는 뜻이고.
최 대표: 정확하다. 경쟁사 페인트와 다른 제조 레시피, 우리가 개발한 페인트의 가장 큰 장점이다. 실제로 시중에 판매하는 경쟁사 제품은 단열 또는 차열 페인트로 나뉜다. 단열과 차열을 동시에 만족하는 제품은 없다. 전 세계 어디에서도 이유씨엔씨의 페인트와 같은 제품은 찾기 어렵다고 자신한다. 독자 개발한 레시피를 통해 직접 생산하는 우리만의 제품이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제품이냐는 질문에)
단·차열 페인트는 없다고 단언한다. 단열 또는 차열 페인트만 있을 뿐이다. 제품 개발 후 기존에 없던 제품이기에 관련 제품을 인증할 수 있는 방법도 없었다. 나아가 페인트로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고, 탄소를 저감할 수 있다는 인증도 없었다. 이에 관련 기관 등과 협력하며 성능을 시험하고, 인증할 수 있는 방법을 처음부터 만들었다. 없던 제품이고, 없던 성능이니, 이를 테스트할 수 있는 환경도 없었던 셈이다.
반사율 시험 성적서, 열전도율 시험 성적서를 통해 성능을 검사했고, 지난 2022년 환경표지 인증(단·차열 수성 상도, 방염 수성 상도), 녹색기술 인증(저탄소 인증), 혁신 제품 지정 인증(혁신 조달 등록), CRRC(COOL ROOF RATING COUNCIL, 미국의 에너지 절감형 도료 인증 제도) 인증까지 받았다. 현재 단열 및 차열 도료 조성물 관련 특허는 6건을 등록했고, 7건 출원 중이다(1건은 기술이전). 아, 해외 특허도 진행 중이다.
기존에 없던 제품을 개발해 인정받았습니다
IT동아: 새로운 제품, 기존에 없었던 인증… 이거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제품의 성능이나 품질을 검수하는 기관에서 이전 방식으로 테스트할 수 없는 제품을 인증해 주는 일은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최 대표: 맞다. 쉽지 않았다. 지극히 단순한 이야기다. 생각해 보자. 페인트를 시공했다고 여름에 더 시원하고, 겨울에 더 따뜻하다는 말을 누가 쉽게 믿겠는가. 이를 검증하고, 테스트하고, 인증까지 받아내는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에너지 절감, 탄소 저감도 마찬가지다. 얼마나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는지, 실제 효과는 있는지, 탄소 저감은 얼마나 되는지 등을 검증하는 과정도 수월하지 못했다.
지금에 와서 하는 말이지만, 참 지난한 과정이었다(웃음). 1년 정도 걸린 것 같다.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알리기 위해 집중했다. 우리 페인트로 시공하면 도료 내 소재가 단열층과 차열층으로 분리되어 자리 잡는다. 고성능 현미경으로 시공한 페인트의 단면을 촬영해 실제로 그렇게 분리 형성되는 것을 증명했다. 참고로 한번 테스트하는 비용만 약 100만 원 정도 필요하다.
IT동아: 어떻게 기술을 개발했는지 궁금하다.
최 대표: 이유씨엔씨 설립 전, 특수 페인트를 연구개발하는 업체에서 5년 동안 일했었다. 그리고 건설 자재 생산 현장에서 15년 정도 경험을 쌓기도 했고… 그런 와중에 2019년 페인트 생산 공장을 인수할 수 있는 기회와 닿았다. 당시 공장은 한 건설사가 보유하고 있었는데, 방열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후 지금의 핵심 기술은 러시아로부터 들여왔다. 다만, 단·차열 페인트를 동시에 만족하는 기술은 아니었는데, 내부에서 연구개발하며 소재를 완성했다. 이후 소재를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그 때 연구원들과 나눴던 대화가 생각난다. 단·차열을 한번에 할 수 있는 소재를 개발해 달라는 말에 “대표님이 화학을 아시냐? 그건 어렵다. 그런 소재는 없다”라고 말했었다.
그 때부터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꽤 많은 시간과 자금을 투자했다. 1,000만 원 상당의 가치 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10배 이상의 연구투자 비용이 필요하다는 말을 실감했다. 그래도 어쩌나. 다른 경쟁사 제품과 다른, 우리만의 경쟁력을 갖춘 제품이 필요했다. 그런 과정을 거쳐 소재 레시피를 완성했고, 단·차열 페인트를 완성할 수 있었다. 농담처럼 “이게 왜…?”라는 말을 들은 것 같다(웃음).
그리고 약 2년 동안 PoC 과정을 거쳤다. 소재 레시피를 발견한 후에도 외부에 노출하지 않았다. 섣불리 기술을 공개할 경우, 자칫 경쟁사에게 알려져 잘못될 수도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유씨엔씨는 국내에서 원료를 수급해 제품을 생산하는 체계를 갖췄다.
IT동아: 아… 일부 공감 가는 말이다. 그럼 지금은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것인가.
최 대표: 2022년 혁신 조달 등록을 마무리한 뒤, 대부분 B2G로 대응하고 있다. 가장 큰 장점은 저렴한 가격이다. 페인트 시공은 크게 하도, 중도, 상도라는 3가지 과정이 필요하다. 일종의 작업 순서다. 쉽게 설명하자면, 하도는 페인트가 잘 붙을 수 있도록 접착성을 높여주는 작업이고, 중도는 페인트를 칠하는 작업이다. 상도는 최종적으로 표면을 정리하고 코팅하는 작업이다.
또한, 페인트를 시공하는 도포면 재질(콘크리트, 시멘트 몰탈, 목재, 석고보드, 철재, 알루미늄, 아연강판철 등)에 따라 시공 여부가 달라진다. 이를 위한 맞춤 과정이 필요하다. 페인트가 수성인지 유성인지에 따라 작업 방식이나 순서 등도 조금씩 달라진다. 하도, 중도, 상도는 그런 환경에 맞춰, 페인트에 맞춰 필요한 작업 과정이다.
때문에 페인트 시공을 위한 시간이 꽤 필요하다. 즉, 인건비가 많이 들어간다. 흔히 페인트 시공에 필요한 비용은 원료비 30%, 인건비 70%라고 하는 이유다. 하루 이틀 사이에 끝낼 수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들어가는 비용이다.
IT동아: 그런데 이유씨엔씨는 더 싸다는 뜻인가?
최 대표: 맞다. 저렴하다. 이유씨엔씨의 단·차열 페인트는 하도, 중도 과정이 필요 없다. 용도별로 맞춤 생산도 할 수 있어 오로지 상도 1회 도장만으로 시공을 마무리할 수 있다. 다른 경쟁사의 단열 또는 차열 페인트를 사용해 우리와 같은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단열 페인트와 차열 페인트를 각각 시공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시공 비용은 더 차이 날 수밖에 없다.
특수 페인트이다 보니 일반 페인트 대비 가격이 비싼 것 아니냐고 오해할 수 있는데, 전체 시공 비용으로 따져 보면 오히려 저렴하다. 전체 시공 비용은 50% 정도 절감할 수 있고, 시공 기간은 60% 정도 단축할 수 있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인정받고 있는 이유씨엔씨
IT동아: 시공 사례를 듣고 싶다.
최 대표: 2022년 혁신 제품으로 인증받은 뒤, 11월에 혁신제품 조달 등록을 완료해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한국환경공단 내부에 우리 제품을 시공했다. 겨울이라 외부 도장은 못했는데, 완료 후 겨울을 지내며 직원들이 겨울을 따뜻하게 보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올해 다른 내부에도 시공을 요청받은 상태다. 이외에도 환경산업연구 단지, 인천 항만공사, 코엑스 등에도 시공했다.
참고로, 바닷가에 가깝게 위치한 건물일 경우, 도포면이 철 재질이면 녹이 잘 슨다. 이럴 경우 페인트를 원활하게 도장하려면 녹을 벗겨내야 하는데, 우리 제품은 그런 과정도 필요 없다. 이 역시 시공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다.
추가로 코이카(KOICA) 지원 사업을 통해 국내 ESG 제품을 해외에 지원하는 일도 하고 있다. 우리 페인트를 사용할 경우 에너지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는 특징에 맞춰 베트남, 인도네시아, 알제리, 카자흐스탄 등 여러 국가에서 연락을 받았고,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 우리 제품을 보냈다. 이후 인도네시아와는 현지법인과 합작공장 설립까지 준비 중이다. 날씨가 더운 동남아시아 특성에 맞춰 우리 제품의 성능을 잘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외에도 경기도에 있는 축사와 공장 등에도 우리 페인트를 사용해 시공 후 온도 저감 효과(기존 축사와 비교 시 5~7도 저감)를 입증해 차기 협력을 진행 중이며,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등과도 논의 중이다.
IT동아: 에너지 절감, 탄소 저감 등 전 세계가 집중하고 있는 탄소중립과도 잘 어울리는 아이템인 것 같다.
최 대표: 환경표지, 녹색기술 등과 같은 저탄소 친환경 인증을 받은 이유다. 이 같은 준비를 통해 전 세계가 집중하는 에너지 절감, 탄소 저감에 대한 관심은 직접적으로 느끼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는 중이다. 인도네시아 법인 설립을 준비하며 미국 현지에서도 요청을 받아 6월 말 첫 제품을 보냈다.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판매를 시작해 작년 매출은 33억 원을 달성했는데, 올해 예상 매출은 89억 원 규모다. 이중 국내와 해외 비중은 6:4 정도다.
IT동아: 확실히…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성능, 가격 등 기존 페인트 시공과는 확연히 다른 장점을 지니고 있지 않은가.
최 대표: 2019년 초기창업패키지를 통해 이유씨엔씨를 설립했고, 이후 정부 R&D 과제에 참여하며 기술을 고도화했다. 2022년 혁신 조달과 함께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 국내외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최근에는 4년간 40억 원 규모의 정부 연구개발 사업도 진행 중이다. 열심히 준비한 우리 제품과 이유씨엔씨의 기술에 보내주는 관심에 감사할 따름이다.
설립 초기 다래전략사업화센터로부터 시드 투자를 유치했고, 지난 2022년 프리-시리즈A 투자도 유치했다. 제품 개발 단계부터 제품 판매까지 매출도 유지하며 자금에 어려움을 겪지도 않았다. 오는 2025년에서 2026년이면 기업 공개(IPO)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하고 있다.
어려웠지만, 열심히 준비했다. 지난 시간 동안 제품 개발과 완성을 위해 노력했다면, 올해를 기점으로 사업 확장에 정진할 계획이다. 우리 제품 성능과 품질에 대해서는 자신하고 있다. 전 세계가 집중하는 탄소중립 트렌드에 맞춰 충분한 테스트도 진행했다. 앞으로도 우리 이유씨엔씨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