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옐토 [1] 장애인식개선 소셜 벤처의 수익·지속성 확보 방안
[스케일업 x 동국대 캠퍼스타운] 스케일업팀이 동국대학교와 함께 ‘2023년 스케일업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스케일업팀은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한 스타트업들이 진행 중인 사업 전반을 소개하고, 이들의 비즈니스모델을 분석합니다. 이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도전하는 문제를 해결하도록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를 연결해 도우려 합니다.
※옐토는 누구나 당당한 삶을 살도록, 도전과 용기의 메시지를 담아 선물하는 소셜 디자인 브랜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협업 콘텐츠, 다양한 교육 사업과 전시회 등 소셜 활동을 벌인다. 장애인 상품 크라우드펀딩과 제작 판매, 디자인 작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활동을 펼치며 장애인식개선을 시도하는 기업이다.
[옐토 BM 분석 ‘사회적 영향력을 키우는 힘’]
참으로 하는 일 많은 소셜 벤처, 옐토
옐토는 소셜 디자인 브랜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에 보이지 않는 선을 지워가자’고,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가자’고 독려한다. 장애인의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 ‘장애인식개선’이 자신들의 소셜 미션이라고 밝힌다.
외롭고 힘들지만, 꿋꿋하게 사회적 미션을 수행하는 멋진 모습을 기대하며 이들의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이런 필자의 기대와는 달리, 옐토의 고유 캐릭터로 만든 다양한 디자인 제품과 쇼핑몰이 먼저 나타난다. 토끼인지 강아지인지 모를 노랑이 친구 ‘옐토’가 그려진 문구류와 키 링, 폰 케이스와 의류 등 매우 다양한 종류의 캐릭터 상품을 팔고 있었다.
재고는 어떻게 관리하나 싶을 정도로 많은 종류의 캐릭터 상품을 파는데, 판매 수익의 일부를 ‘보송보송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베이비박스 시설, 영아원 등에 후원하기까지 한다.
너무나 다양한 캐릭터 상품을 보면 얼핏 ‘소셜 벤처라고 말하는 디자인 상품 기업’이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든다. 하지만, 홈페이지를 둘러보면 옐토가 소셜 벤처 본연의 다양한 일을 한다는 것을 발견한다.
이들이 사회적 의미를 담아 하는 일들을 살펴보자. 먼저 전시 활동이다. 발달장애 작가들의 작품 전시회, 어린이 환우들을 응원하는 메시지를 담은 전시회 등을 운영한다.
옐토의 이상훈 대표는 인스타툰 작가이기도 하다. 나름대로의 의미와 메시지를 담은 인스타툰을 꾸준히 공개하는 한편, 다른 사회 단체와 협업해 기금을 모을 디자인 제품도 생산 판매한다.
또 하나 놀라운 사실은, 이상훈 대표가 카페도 직접 운영한다는 사실이다. 이 곳은 카페 겸 옐토의 캐릭터 상품을 판매하는 매장 역할까지 한다. 바빠도 너무 바쁘다.
BM은 정체성에 대한 고민부터
어떤 사업이건, 그 사업을 하는 기업에게는 미션(임무)이 있다. 미션에 따라 비전과 목표, 전략이 정해지며 그 전략에 따라 비즈니스모델이 완성된다. 거창하게 이야기했지만, 쉽게 말하면 그 회사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미션’이고 그 미션을 수행할 구체적 수단으로 ‘비즈니스 활동’이 이어져야 한다는 말이다.
옐토는 ‘장애인식개선’이라는 미션을 가졌다. 동시에 소셜 벤처 기업이므로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 장애인식개선과 수익 창출의 수단으로 이들이 택한 비즈니스는 캐릭터 상품 판매와 전시 기획, 굿즈 개발과 카페 운영 등이다. 그렇다면, 이들 비즈니스는 옐토의 소기의 목적과 임무에 적합한 것일까?
소셜 벤처가 지속성을 가진 기업이 되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하는 사회적 미션(장애인식개선), 수익성을 판단 기준으로 삼고 옐토의 다양한 비즈니스의 포지션을 매핑해보면 위와 같은 비즈니스 포트폴리오가 나온다. 위 맵의 1/4분면이 공익성과 수익성을 만족하는 영역인데, 그 영역에 흡족하게 만족스러운 비즈니스는 딱히 보이지 않는다. 간신히 발달장애 작가의 일러스트 상품과 미술 교실이 걸쳐졌을 뿐이다.
지속성을 갖고 싶다면 이들처럼
혹시 ‘베어베터’라는 기업에 대해 들어보았는가? 네이버 공동창업자인 김정호 대표와 역시 같은 네이버 출신인 이진희 대표가 2012년 공동 창업한 사회적 기업이다. ‘중증 장애인을 고용하고 이들의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자’는 사회적 미션을 지난 12년 동안 훌륭히 수행했다. 무려 250명이 넘는 발달 장애인을 고용했으며, 지금은 ‘장애인 표준사업장’이라는 모델을 만들어 대기업과 협력, 전국으로 일자리를 넓히고 있다.
베어베터의 사업 방식은 어떤 점에서 돋보일까? 이들은 거래하는 고객의 ‘선의’에 의존하지 않는다고 밝힌다. 대신 근로자 50인 이상의 기업에 적용되는 ‘장애인의무고용’ 제도에서 답을 찾았다. 대상 기업은 장애인을 전체 고용인원 중 3.1% 이상 고용해야 한다. 이를 미달할 경우 고용부담금을 내야 한다. 고용부담금을 피하려면 장애인 표준사업장과 거래하면 된다. 그러면 거래 금액의 50%까지 고용부담금을 감면 받는다.
이 제도를 활용해 베어베터는 기업에게 복사, 제빵, 꽃과 같은 서비스와 상품을 경쟁사보다 오히려 높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었다. 기업도 베어베터와의 거래 금액의 50%를 고용부담금 감면에 활용해 결론적으로 더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공급받을 수 있었다.
베어베터는 장애인 표준사업장을 하나의 비즈니스모델로 만들어 전국 약 500여개 기업과 협약했다. 이들 기업의 자회사로 장애인 표준사업장을 설립하고, 그 자회사가 사내 카페를 운영하도록 지원해 전국적으로 더 많은 장애인을 고용할 수 있도록 사회적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이들의 사회적 미션은 ‘장애인의 고용’이었고 현재 250명 이상의 장애인을 직접 고용했다. 나아가 기업의 자회사 출자 모델로 전국에 5만 명 이상의 고용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 밝힌다. 수익성도 좋다. 장애인의무고용 제도와 고용부담금 감면 제도에 힘입어 이들은 설립 2년차부터 흑자를 달성했다고 한다. 소셜 비즈니스로서는 정말 보기 드문 지속성을 가진 회사가 된 것이다.
옐토는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옐토는 장애인식개선이라는 사회적 미션을 어떤 비즈니스로 이뤄낼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옐토가 가진 자원을 잘 살펴봐야 한다. 이 가운데 필자의 눈길을 끄는 한가지는 ‘발달장애 작가들의 작품’이었다.
게다가 옐토의 이상훈 대표 또한 미술과 디자인에 역량을 갖춘 작가다. 최근에는 ‘옐토당’이라는, 사회적 미션을 돕는 동아리 성격의 조직까지 갖췄다. 이런 자원을 엮으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필자는 그 해답의 실마리를 우연히 발견한 벽화에서 찾았다.
스위스의 그래피티 아티스트 토마 뷔유(Thoma Vuille)는 장난꾸러기 고양이 ‘무슈샤(M.Chat)’라는 캐릭터를 만들고, 그가 활동하는 파리의 전철역과 건물 벽 등지에 무슈샤를 그리고 다녔다. 허락을 받고 벽화를 그린 것이 아니라서 그는 경찰에 적발된 적이 있다고 한다. 이 때 무슈샤 그림의 예술적(?) 가치를 인정 받아 벌금 300유로(약 42만 원) 납부와 집행 유예라는 매우 가벼운 처벌에 그쳤다고 한다. 그 뒤 토마 뷔유는 세계 곳곳에 고양이 그림을 그리고 다니기 시작했다. 심지어 무슈샤는 우리나라 서울에서도 발견된 적이 있다.
공공 미술이라는 새로운 방향성
옐토가 가진 발달장애 작가들과의 네트워크, 이상훈 대표 자신의 디자인 역량, 옐토당이라고 하는 조직을 모두 엮어 ‘공공 미술’이라는 새로운 방향을 설정하려 한다. 그리고 사회적 미션 실행이라는 ‘공익성’과 참여자와 수익을 나누는 ‘수익성’을 함께 갖춘 모델을 제언하려 한다.
위 사진에 보이는 경남 통영의 동피랑 마을은, 공공 미술 덕분에 하루에 3,000여 명이 찾는 관광 명소가 됐다. 더 중요한 것은 약 80여 가구가 참여한 통영 제1호 생활협동조합이 운영 주체가 돼서 구판장 운영, 기념품 판매 등 관광 수입을 올리고, 마을 주민이자 조합원들이 이를 균등하게 나누는 점이다.
같은 이치로, 옐토는 관광 자원을 만드려는 지자체나 ESG 차원에서 공공 미술을 활용하려는 기업들을 고객으로 맞을 수 있다. 이런 고객들에게 발달장애 작가들의 작품, 혹은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캐릭터를 환경 혹은 건물과 어울리도록 최적화해 제공할 수 있다. 여기서 발달장애 작가와 그 작업을 지원하는 장애인을 직접 고용한다면, 옐토 그 자신이 장애인 표준사업장이 될 수 있다. 그러면 기업에게 고용부담금 면제 혜택도 제공할 수 있다.
옐토가 제공하는 공공 미술에 발달장애 작가를 참여하도록 꾸미면 고객(지자체나 기업)이 느끼는 가치는 더 특별해 질 수 있다. 이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작가에게 돌아가는 작품 라이선스료 등의 수익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 모델을 비즈니스모델 관점으로 보면 세 가지를 충족한다. 첫번째, 반복 구매다. 한번 설치된 공공 미술은 2년~3년을 주기로 재단장해야 하므로, 완전히 컨셉이 바뀌지 않는 한 고객의 재구매로 이어진다. 두번째, 회사 밖의 자원을 활용하는 점이다. 옐토당을 더욱 활성화하려면 그들에게 목적과 역할이 명확한 프로젝트를 줘야 한다. 공공 미술 프로젝트는 목적과 역할이 명확한, 그래서 사회적 미션에 관심 있는 전국의 수많은 청년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프로젝트다. 세번째는 확장성이다. 옐토가 서울 수도권을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지방의 각 거점 지역별로 같은 방식의 장애인 표준사업장을 만들어 사업을 확장 가능하다는 점이다.
진정한 사회적 미션을 위해
옐토는 하는 일이 많다. 그래서 바쁜 것도 알겠다. 하지만, 비즈니스 포트폴리오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공익성과 수익성을 만족시키는 비즈니스를 창출하지 못하면 옐토의 지속성 또한 없을 것이다. 나아가 소비자들에게 선의에 의지해 상품을 판다는 인식을 줄 우려가 있다.
이상훈 대표가 스케일업을 계기로 자신의 비즈니스를 돌아보기를 바란다. 지금의 비즈니스가 원래 목적과 맞는 것인지 냉철하게 진단하고, 지속성을 확보할 과감한 변화를 시도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자신이 외치던 ‘눈치 보지 말고 당당하자’는 옐토의 철학과 목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만들어가기를 바란다.
글 / 인사이터스컨설팅 황현철 대표 / 비즈니스모델 전문가
실전 비즈니스모델 컨설팅 전문가. 20여 간 비즈니스 전략, 프로세스, 생산, 품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현장 중심의 컨설팅을 수행했으며,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대기업에서 스타트업까지 실체적 비즈니스모델 컨설팅과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본격 기업 극화 소설 '비즈니스모델러'의 저자이기도 하다.
정리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