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이후 영국, '굿바이 유럽, 웰컴 글로벌'[K비즈니스 가이드]
80억 인구가 기다리는 글로벌 시장은 무한한 기회의 땅입니다. 본지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이하 KOTRA)는 K팝, K뷰티, K푸드 등의 뒤를 이은 새로운 K트렌드의 등장을 응원하기 위한 공동기획, ‘K비즈니스 가이드’를 준비했습니다. KOTRA에서 운영하는 글로벌 경제 정보 포탈인 ‘KOTRA 해외시장뉴스’에 최근 올라온 소식 중, 주목할 만한 것을 소개합니다. 이와 더불어 각종 용어에 대한 해설, 새로운 트렌드에 대한 분석을 덧붙여 글로벌 시장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높이고자 합니다.
참고: Post-Brexit 시대, 영국의 경제정책 및 국제관계 구축 동향(2023. 6. 7, KOTRA)
요약: 영국은 ’21.1.1.부 EU 탈퇴, ’22년 총리 2명의 연이은 사임 등에 따른 정치적 혼란과 이에 따른 경기 불안정이 동시에 발생, 정부 신뢰도 제고와 경제 정상화가 정부의 핵심 과제로 부상함. 리시 수낙(Rishi Sunak) 총리는 ’22년 10월 취임 이후 재정 건전화, 에너지 안보 및 탈탄소 전환, 반도체 산업 지원 강화 등의 정책을 선보였으며, 새로운 글로벌 파트너십 구축을 위해 환태평양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추진함.
[IT동아 김영우 기자] 2016년 6월 24일, 세계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영국의 유럽연합(이하 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에서 가결이 선언되었기 때문이죠. 영국(Britain)의 EU 탈출(Exit)을 의미하는 ‘브렉시트(Brexit)’에 관한 논쟁은 이전부터 있어왔지만 진짜로 국민투표가 이루어지고 가결까지 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았습니다.
물론 회원국간의 경제적/제도적 장벽이 최소화된 EU 체계하에서 외국인 이민자가 급증하는 것에 불만을 품는 영국내 목소리가 분명 있었고, 상당량의 EU 분담금을 지출해야 하는 것에 비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EU라는 큰 범주 내에서 국가간 협력을 강화하고 자유로운 무역을 함으로써 얻게 되는 이득이 확실히 컸기 때문에 설마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것이라고 생각하긴 힘들었죠.
하지만 2016년 국민투표를 통해 51.9%의 영국 유권자들이 브렉시트 찬성에 투표하며 반대(48.1%)를 앞섰기 때문에 브렉시트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이런 투표 결과에 영국 국민들도 큰 충격을 받았고, 수년 간 많은 혼란이 있었지만 2021년 1월 1일, 영국은 EU로부터 최종적으로 탈퇴를 완료했습니다.
브렉시트에 따른 혼란은 이후에도 이어졌습니다. 2022년에는 영국 총리 2명이 연이어 사임할 정도로 정치적 혼란이 심했으며, 파운드화 가치가 37년만에 최저치로 하락했습니다. 국채 매도세가 몰리면서 금리가 폭등했으며, 물가 상승세도 지속되어 IMF(국제통화기금)은 2023년 영국의 경기 실적이 G20 중 최하위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죠.
또한, 브렉시트 국민투표 당시, 청년층(반대 우세)과 중장년층(찬성 우세), 그리고 잉글랜드(찬성 우세)와 스코틀랜드(반대 우세)의 표심이 확연히 갈라졌기 때문에 세대 간, 지역 간 갈등이 증폭되기도 했습니다. 스코틀랜드의 경우는 아예 분리독립을 외치는 목소리가 커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영국인들은 이제 브렉시트라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추세입니다. 영국 정부 역시 브렉시트 현실화 후의 영국, 이른바 ‘포스트 브렉시트’의 청사진을 그리는데 여념이 없죠. 특히 작년 10월에 리시 수낙(Rishi Sunak) 총리의 취임으로 출범한 새 내각에서 선보이고 있는 다양한 정책은 포스트 브렉시트 시대의 영국이 어떤 길을 갈 것인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유럽 국가들과 주로 교류하던 EU 회원국 시절과 달리, 보다 폭넓은 국가들과 국제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아시아 태평양 국가들의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이하 CPTPP)에 영국이 가입한 일입니다.
CPTPP에는 뉴질랜드, 말레이시아, 멕시코, 베트남, 브루나이, 일본, 싱가포르, 칠레, 페루, 캐나다, 호주 등 11개국이 참여하고 있으며, 대한민국 역시 가입을 검토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영국이 지난 3월 29일 가입이 확정되어 12번째 CPTPP 회원국이 되었지요. 이 과정에서 영국은 농산물 시장 개방을 비롯한 가입 조건을 수용했으며, 시장접근, 위생검역 요건, 투자자-국가분쟁해결제도 등을 비롯한 다양한 기준 역시 기존 회원국의 동일하게 적용할 예정입니다.
이는 유럽을 대체할 만한 새로운 대형 경제권 및 교역 파트너를 찾고자 했던 영국의 의도를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향후 영국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으로 교역의 중심을 옮길 예정이며, 이를 통해 영국의 경제 영토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와 더불어, 지난 3월에 영국 정부가 에너지 관련 정책을 다수 발표한 것 역시 주목할 만합니다. 화석 에너지 수요 감축 및 청정 에너지 확대를 통한 탄소중립(Net Zero)의 추구가 주요 내용이며, 궁극적으로는 에너지 리스크 극복을 통한 에너지 안보 강화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해상풍력 및 태양광을 비롯한 재생에너지 산업을 진흥하기 위한 지원 정책을 편다고 발표했습니다. 또한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며, 그 규모는 최대 200억 파운드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죠.
그 외에도 영국 정부는 지난달 19일,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생산 기업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겠다는 정책도 밝혔습니다.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단순히 생산량을 늘리는 것에서 한발짝 더 나아가 G7 국가를 중심으로 다자간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관련 기술을 보호하기 위한 보안 정책 역시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정리하자면, 2021년 1월, 영국의 EU 탈퇴가 최종적으로 마무리되면서 브렉시트 사태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습니다. EU 탈퇴가 진짜로 실현될 것인지를 고민하고 논쟁하던 시대를 벗어나, 이제는 ‘포스트 브렉시트’에 적응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영국 국민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기 때문이죠
이러한 영국의 상황은 대한민국에게도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최근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영국은 명목 GDP 기준 세계 6위(2022년 IMF 기준 총 3조 3,760만 달러)의 경제 대국입니다. 특히 항공 우주 산업이나 제약업, 금융업을 비롯해 한국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부문에서 영국은 강점을 가지고 있지요.
2022년 기준, 영국은 한국의 주요 수출 20위 국가이며, 독일(10위) 다음으로 중요한 서유럽 시장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 유럽을 벗어나 아시아 태평양 국가들과의 관계를 강화하고자 합니다.
특히 영국 정부에서 청정 난방 시장, 해상풍력 시장을 확대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에 주목할 만합니다. 이를 통해 한국의 히트펌프 제조업체들이나 원전, 조선 기자재 관련 업체들이 비즈니스 기회를 가지게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한, 영국의 반도체 설계 역량과 한국의 반도체 제조 역량이 합쳐지면 기대 이상으로 큰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됩니다. 올해 5월 영국 정부에서 발표한 국가 반도체 산업전략에서도 글로벌 협력 강화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영국은 스타트업 생태계가 잘 발달된 나라 중 하나입니다. 런던에만 6,000여개에 달하는 스타트업이 활동 중이며, 정부에서도 다양한 스타트업 육성 기관 및 정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KOTRA에서도 한국 스타트업의 영국 시장 진출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달 12일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 과학기술 연례행사인 ‘런던테크위크(London Tech Week) 2023’에 사이버보안, SaaS, IoT 등 기술분야의 국내 7개사를 이끌고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브렉시트로 인해 영국은 유럽으로부터 다소 멀어졌지만, 이를 계기로 그 외의 다른 글로벌 시장, 특히 아시아 태평양 시장과 한층 가까워질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특히 친환경 및 미래기술 분야의 대한민국 스타트업이라면 브렉시트 이후 달라진 영국 시장의 면모를 주의 깊게 살펴보길 바랍니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