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K 120프레임은 공수표?…"현세대 콘솔서 30프레임 게임 늘어날 것"
[IT동아 권택경 기자] 최근 현세대 콘솔 게임으로 출시됐거나 출시 예정인 게임이 고정 30프레임만 지원하는 사례가 점점 늘면서 게이머들 불만이 커지고 있다.
논란에 불을 붙인 건 지난 12일 예약판매를 시작한 베데스다 게임 스튜디오의 ‘스타필드’다. 이날 마이크로소프트는 엑스박스 게임 쇼케이스에서 스타필드 특집 방송으로 1시간가량 게임 시연을 진행하며 많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이후 스타필드가 엑스박스 콘솔에선 초당 30프레임만 지원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곧바로 논란이 일었다.
초당 프레임 수치는 1초에 게임 화면이 몇 장 표시되는지 나타내는 수치다. 수치가 높을수록 게임 화면이 부드러워져 쾌적한 게임 플레이가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고정 30프레임 이상만 되면 게임플레이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문제는 현세대 콘솔로 인해 게이머들 눈높이가 높아졌다는 점이다. 플레이스테이션5와 엑스박스 시리즈X 모두 최대 4K 120프레임을 지원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시장에 등장했다. 제품 포장 상자에도 4K 120프레임 지원한다는 표시를 해둘 정도로 핵심 기능으로 강조했다.
물론 실제 4K 해상도에 120프레임을 온전히 지원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이번 세대 들어 많은 게임이 해상도를 다소 희생하더라도 60프레임이나 120프레임의 고프레임 모드를 선택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제공했다.
이 때문에 현세대 게임이 고정 30프레임 모드만 지원하는 건 현세대 콘솔 게임의 기준에 뒤떨어지는 것으로 여겨지곤 한다. 앞서 지난달 출시된 레드폴 또한 콘솔에서 30프레임만 지원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실망감을 안긴 바 있다. 지난해 10월 출시된 ‘고담 나이트’나 ‘플래그 테일: 레퀴엠’도 같은 이유로 뭇매를 맞았다.
개발사들은 해상도나 그래픽 품질 등을 향상시키기 위해 프레임 희생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한다. 스타필드의 디렉터이자 베데스다 게임 스튜디오 대표인 토드 하워드는 미국 매체 IGN과의 인터뷰에서 게임이 30프레임 고정 모드만 지원하는 이유에 대해 “지금 수준의 충실도와 기능을 모두 원하기 때문”이라며 “그 어느 것도 희생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 게이밍 부문 사장 필 스펜서는 스타필드가 30프레임 모드만 지원하는 게 기기의 성능 부족 때문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게임 매체 자이언트밤 생방송에 출연해 “(스타필드가 30프레임 고정인 건) 플랫폼의 문제가 아니라, 창의적 결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스타필드가 게임 구조상 60프레임을 달성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전문가의 견해도 나왔다. 게임 기술 분석 매체 디지털 파운드리의 존 린네만은 개인 트위터에서 “스타필드는 베데스다 게임 스튜디오의 이전 작들처럼 게임 세계 속 임의의 물체 위치를 저장하고 추적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범위를 고려하면 이러한 것들이 계속 쌓이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1000개 이상의 행성이 존재하는 우주를 배경으로 한 스타필드와 같은 게임에서 게임 속 물체들의 위치를 하나하나 추적하고 저장하기 위해서는 많은 연산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물론 납득할 만한 이유 없이 고프레임 모드 지원이 누락되는 경우도 있다. 레드폴과 고담 나이트의 경우, 비슷한 수준의 그래픽이나 기능에도 60프레임 모드를 제공하는 게임이 있음에도 30프레임 모드만 지원해 더욱 빈축을 샀다. 실제 두 게임은 기술적 문제뿐만 아니라 게임의 전체적인 완성도 부족으로 혹평을 면치 못했다. 단순히 개발사의 역량 부족이었던 셈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현세대 콘솔 게임기에서 고정 30프레임 모드만 제공하는 게임이 점차 늘어나는 게 불가피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디지털 파운드리의 리처드 레드베터는 “지난 몇 년간 60프레임 및 120프레임 지원 게임이 급증할 수 있었던 건 세대 전환 과도기가 전례 없이 길었기 때문”이라며 “현세대 전용 타이틀이 늘어날수록 60프레임 지원 게임이 점차 줄어들 것을 예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