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하려면 SSD 필수'…HDD 지원 중단하는 게임사들
[IT동아 권택경 기자] 하드디스크(HDD)가 게이밍 PC 시장에서 조만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전망이다. 최소 사양으로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를 요구하면서 HDD는 지원하지 않는 게임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지난 12일 폴란드 게임 개발사 CD프로젝트는 ‘사이버펑크 2077’가 더이상 하드디스크를 지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같은 시스템 요구 사항 변경은 사이버펑크 2077의 추가 콘텐츠를 담은 확장팩인 ‘사이버펑크 2077: 팬텀리버티’ 발매를 앞두고 이뤄진다.
이날 발표된 새 시스템 요구 사항에 따르면 사이버펑크 2077은 앞으로 최소 사양으로 70GB 이상의 SSD 저장 공간을 요구한다. 이전까지는 동일 용량의 HDD 저장 공간을 최소 사양으로 요구했었다.
CD 프로젝트는 시스템 요구 사항 변경 이유에 대해 “사이버펑크2077을 실행하는 데 필요한 요구 사항을 더 잘 이해하고 예상 성능을 쉽게 평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SSD는 HDD에 비해 더 빠른 로딩 시간, 향상된 스트리밍 및 더 나은 전체 성능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최소 사양으로 SSD를 요구한다고 해서 HDD에 게임을 설치하고 실행하는 게 불가능해지는 건 아니다. 다만 앞으로는 HDD 환경에서 정상적 작동을 보장하기 위한 적극적 지원이나 테스트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CD프로젝트 측은 설명했다.
최소 사양으로 SSD를 요구한 게임은 사이버펑크2077뿐만 아니다. 같은 날 예약 판매를 시작한 베데스다 게임 스튜디오의 기대작 ‘스타필드’도 시스템 요구 사항에 ‘SSD 필수(SSD Required)’를 따로 명시해두었다.
앞서 올해 1월 출시된 ‘데드스페이스’도 최소 사양으로 SSD를 요구했다. 이를 무시하고 HDD에 설치해 게임을 실행할 경우, 오류가 발생해 정상적인 게임 진행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최근 게임 개발사들이 HDD의 공식 지원을 중단하고 나선 건 PC 시장에서 SSD가 HDD를 이제 완전히 대체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출하된 노트북의 92%가 SSD를 탑재했으며, 올해는 96%까지 오를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실제 PC 게이머들 사이에선 SSD가 저장장치 표준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사이버펑크 2077이나 스타필드와 같은 최신 고사양 게임을 즐기는 PC 게이머가 HDD를 저장장치로 쓸 가능성은 희박하다.
플레이스테이션5, 엑스박스 시리즈X·S 등 현세대 게임 콘솔들도 이제 고성능 SSD를 기본으로 탑재했다는 점도 HDD 지원 중단을 앞당긴 요인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멀티 플랫폼 게임 개발이 콘솔을 기준으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콘솔조차도 HDD를 쓰지 않는다면, HDD 지원을 유지할 이유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HDD는 여전히 데이터센터, 기록 보관용 등으로 수요가 있지만 이마저도 SSD에 대체되는 추세라 점차 설 자리를 잃을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커스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하드디스크 출하량은 전년보다 42.5% 줄었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