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모델·상품 사진 갑론을박…혁신 vs 위해
[IT동아 차주경 기자] 인공지능 사진 제작 기술이 모델, 상품 사진 등 '상업 사진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 인공지능 업계는 기술이 상업 사진의 가격 부담을 줄이고 시공간 제약을 없앨 혁신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사진 업계는 인공지능으로 만든 사진의 완성도가 낮고 오남용 우려가 크다며 위해라고 비판한다.
2023년 3월 네덜란드의 기업가 대니 포스트마(Danny Postma)는 인공지능 모델 스튜디오 ‘딥 에이전시(Deep Agency)’를 세웠다. 사용자가 모델을 선택하고, 그 모델의 포즈와 스타일을 자유자재로 바꿔 쓰도록 돕는 서비스다. 카메라와 조명의 종류도 임의 설정 가능하다. 그는 딥 에이전시를 모델 사진 촬영 전반을 가상 스튜디오에서 하도록 돕는 서비스로 소개했다.
이어 5월에는 구글이 인공지능 상품 사진 제작 도구인 ‘프로덕트 스튜디오(Product Studio)’를 공개했다. 저화질 상품 사진을 고화질 사진으로 바꾸는 해상도 향상 기능, 상품의 모습은 유지하고 배경만 자유롭게 바꾸는 배경 변경 기능을 지원한다. 구글은 프로덕트 스튜디오를 쓰면 누구나 고화질 상품 사진을 손쉽게, 싼 가격에 만든다고 강조했다. 상품 사진의 배경을 바꿔 새로운 느낌을 주거나 유행에 맞는 사진으로 만드는 것도 된다. 이어 이 서비스를 구글 쇼핑 상품 판매자에게 배포 예정이라고도 밝혔다.
6월에는 세계 최초 인공지능 사진 작가를 자처하는 서비스 ‘포토 AI(Photo AI)’가 등장했다. 이 서비스에 소비자 자신이나 다른 사람의 인물 사진을 30장 이상 업로드하고, 원하는 사진의 특징이나 색상이나 분위기를 글로 입력하면 그대로 사진으로 만들어준다. 포토 AI는 자신들의 서비스를 활용하면 여권 사진이나 해외 유명 관광지를 배경으로 한 인물 사진, 옷이나 액세서리의 가상 피팅 사진과 SNS 업로드용 합성 사진을 손쉽게 만든다고 말했다.
이들 인공지능 사진 제작 기술을 두고 업계간 찬반 토론이 격렬하게 일어났다. 옹호하는 이들, 인공지능 업계는 이 기술이 상업 사진 작업 전반의 효율을 높이고 비용을 줄여 대중화를 이끌 것이라고 주장한다. 지금까지 모델 사진 촬영 시에는 알맞은 모델과 촬영지를 찾아 이동하고, 수많은 장비를 사용해 오랜 시간 작업했다. 자연스레 작업 효율이 낮고 비용도 비싸다. 상품 사진도 마찬가지다.
인공지능 업계는 모델과 촬영지, 소품과 조명 등 상업 사진 촬영 시 필요한 요소를 모두 기술로 대체 가능하다며 이것이 상업 사진 업계의 새로운 관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의 비용 부담도 많이 줄일 것이라는 의견, 누구나 손쉽게 고화질 상업 사진을 만들 것이라는 의견도 함께 냈다.
반면, 인공지능 사진 제작 기술의 완성도가 낮고 오남용 가능성이 있다며 경계하는 목소리도 크다. 지금 단계의 인공지능 사진 제작 기술은 사람의 손가락이나 발가락, 치아를 정확하게 묘사하지 못한다. 사진 업계는 모델이나 상품 사진 등 상업용 사진에 이런 오류가 생기면 회사나 브랜드의 신뢰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논리를 편다.
다른 사람의 얼굴을 활용해 만든 모델 사진, 다른 기업의 상품을 가져와 만든 상품 사진은 수많은 윤리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모델이나 상품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담아 만든 사진과 달리, 인공지능으로 만든 사진은 사진보다 일러스트에 가까워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지 못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사진 합성은 곧 왜곡이라는 논리다.
인공지능 업계와 사진 업계 사이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무게추는 인공지능 업계쪽으로 기울어지는 모양새다. 상업 사진의 대표 주자, 스톡 이미지(상업 활용 사진) 시장의 주요 기업들이 속속 인공지능 사진 제작 기술을 도입하고 있어서다. 세계 스톡 이미지 기업 팬서미디어(PantherMedia)는 올해 인공지능 스톡 이미지 시장 규모가 40억 달러(약 5조 1,016억 원)에 달할 것이라며 이 부문 공략을 가속한다고 밝혔다. 다른 세계 스톡 이미지 기업들도 인공지능 사진 제작 기술 도입을 서두른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