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컴퓨터에는 없는 초고성능 메모리, ‘HBM’ 이모저모

김영우 pengo@itdonga.com

[IT동아 김영우 기자] 컴퓨터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중앙처리장치인 CPU, 주기억장치인 메모리(DRAM), 그리고 보조기억장치인 SSD나 HDD, 그리고 그래픽처리장치인 GPU 등으로 구성된다. 그 중 시스템 전반의 처리 능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역시 CPU, 그리고 GPU지만, CPU나 GPU와 데이터를 주고받는 메모리 역시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HBM의 구조(출처=AMD)
HBM의 구조(출처=AMD)

많은 제조사들이 더 빠르고 효율적인 메모리 개발을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최근 차세대 메모리 중 하나인 HBM(High Bandwidth Memory)의 상용화가 본궤도에 올랐다. HBM은 이름 그대로 높은 대역폭(데이터 전송 범위)를 갖춘 메모리의 일종이다. CPU의 시스템 메모리로 주로 이용하는 DDR5 메모리가 64bit, 주로 GPU와 함께 조합하는 GDDR6 메모리가 384bit 버스 인터페이스(데이터 통로)를 가진 반면, HBM은 1024bit 인터페이스가 기본 사양일 정도라 훨씬 높은 대역폭을 확보할 수 있다. 전력 효율 역시 기존 메모리 대비 뛰어나다.

다만 HBM이 높은 성능을 가진 것은 분명하지만 저렴하게 대량 생산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일반적인 기판과 칩을 조합해 구성하는 기존 메모리와 달리, 칩과 기판 사이에 인터포저(Interposer)라는 특수한 회로를 넣어야 하며, 적층식 칩 구조를 갖추고 있어 한층 섬세한 제조 공정을 요구한다.

이 때문에 HBM은 PC와 같은 일반적인 컴퓨터 시스템보다는 데이터센터나 워크스테이션, 그리고 이른바 슈퍼컴퓨터라고 부르는 HPC(High Performance Computing) 시스템에 주로 적용되고 있다.

2015년 AMD에서 출시한 ‘라데온 R9 퓨리’ 그래픽카드는 HBM을 탑재했다 (출처=AMD)
2015년 AMD에서 출시한 ‘라데온 R9 퓨리’ 그래픽카드는 HBM을 탑재했다 (출처=AMD)

예외적으로 AMD에서 2015년에 출시한 일반 PC용 그래픽카드인 ‘라데온 R9 퓨리(Radeon R9 Fury)’ 시리즈에 HBM이 적용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제품 생산량이 적어 수급난을 겪었다. 또한, 일반 GDDR 계열 메모리를 탑재한 경쟁사 제품이 8GB 이상의 대용량 메모리를 제공한 반면, 라데온 R9 퓨리에 탑재된 HBM은 4GB밖에 되지 않아 체감 성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도 받았다.

이후 AMD는 2017년에 8GB HBM을 탑재한 ‘라데온 베가 64’ 시리즈, 2019년에는 16GB HBM을 탑재한 ‘라데온 VII’ 등을 선보이는 등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이후에는 HBM을 탑재한 일반 PC용 그래픽카드를 내놓지 않고 있다. 현재 AMD는 전문가 및 기업용 시스템을 위한 GPU 기반 연산 가속기인 ‘인스팅트(Instinct)’에만 HBM을 탑재하고 있다.

인텔(Intel) 역시 HBM을 적용한 기업 및 전문가용 솔루션을 선보이고 있다. 올해 1월 인텔이 출시한 HPC용 CPU인 인텔 제온 CPU 맥스(Intel Xeon CPU MAX, 코드명 사파이어 래피즈 HBM) 시리즈는 CPU와 64GB의 HBM을 하나의 칩으로 통합한 구조를 갖췄다.

64GB의 HBM을 품은 인텔 제온 CPU 맥스 시리즈 (출처=인텔)
64GB의 HBM을 품은 인텔 제온 CPU 맥스 시리즈 (출처=인텔)

인텔 제온 CPU 맥스 시리즈를 탑재한 시스템은 별도의 시스템 메모리를 쓰지 않고 64GB의 HBM을 메인 시스템 메모리로 이용해 구동할 수 있다. 만약 더 큰 메모리 용량이 필요하다면 DDR5 메모리를 추가해 이를 메인 시스템 메모리로 이용하면서, CPU와 DDR5 메모리 사이에서 양쪽 처리 속도의 차이를 줄이는 캐싱(caching, 임시 저장소) 용도로 HBM을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 외에 별도의 소프트웨어 수정을 더한다면 HBM과 DDR5 메모리를 별도의 영역으로 동시에 활용하는 것도 가능한 점이 인텔 제온 CPU 맥스 시리즈의 특징이다.

이렇듯, HBM은 높은 잠재능력에 비해 아직은 활용 영역이 제한적인 편이다. 멀티미디어와 같은 일반인 대상 콘텐츠에서 HBM의 능력을 온전히 활용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다. 무엇보다도 가격 및 공급 능력이 획기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한, PC나 모바일 기기 등의 대중적인 영역에는 DDR5나 GDDR6와 같은 기존 기술 기반의 메모리가 주류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출처=SK하이닉스)
(출처=SK하이닉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모리 기업들은 HBM 관련 기술을 꾸준히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2013년에 HBM의 첫번째 버전이 개발된 이후, 2015년에는 HBM2, 2019년에는 HBM2E가 등장하는 등, HBM은 속도 및 용량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4세대 HBM인 HBM3는 작년 6월 SK하이닉스에서 세계 최초로 양산에 돌입했으며, 삼성전자 역시 올해 안에 HBM3를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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