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 IT(잇)다] 와일드웨이브 “우리나라만의 사워 맥주 보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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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차주경 기자] 다양한 원재료를 독특한 제조 기법으로 다뤄서 만드는 '크래프트 맥주(수제맥주)'. 개성 있는 맛과 향을 가진 크래프트 맥주의 인기는 나날이 늘어난다. 한국수제맥주협회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그래프트 맥주 시장 규모는 해마다 수십 %씩 성장해서 2021년에는 약 1,520억 원에 달할 정도로 커졌다.
이 크래프트 맥주 시장에 일찌감치 도전한 이들이 있다. 우리나라 고유의 식재료와 효모로 만든 크래프트 맥주, 우리나라에서만 맛보는 크래프트 맥주를 만들려는 이들이 ‘와일드웨이브’다.
김관열 와일드웨이브 대표는 2013년 맥주양조사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독일 베를린 브이엘비 양조연구소에 발을 딛었다. 이 곳에서 맥주 제조 기술을 배우고 우리나라로 돌아온 그는 크래프트 맥주 기업의 총괄 양조사로 일하면서 실전 경험을 쌓았다. 김양근 와일드웨이브 이사도 미국 시카고 양조연구소 출신이자 홈브루잉(집에서 맥주를 만드는 것) 실력자다. 한원준 와일드웨이브 양조팀장 역시 경기 파주에서 오랜 시간 맥주를 만들었다.
정상급 맥주양조사로 성장한 이들은 기술력과 전문성을 앞세워 다른 나라에서 만들지 못하는, 오직 우리나라만의 크래프트 맥주를 만들기로 결심하고 와일드웨이브를 세운다.
와일드웨이브가 주목한 것은 ‘효모’와 ‘미생물’이다. 맥주를 만들 때 맛과 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재료에 속한다. 김관열 대표는 수만 년 전부터 우리나라에서 자란 효모와 미생물의 잠재력을 주목했다. 이들을 활용해 우리나라 최초의 맥주 자연발효 기술도 개발했다.
와일드웨이브의 맥주 자연발효 기술은 공기 속 효모와 미생물만 활용한다. 인공의 것을 일절 쓰지 않고 만드는 프랑스의 ‘내추럴 와인’, 자연의 효모와 미생물로만 만드는 벨기에 브뤼셀 ‘람빅’ 맥주와 비슷하다. 효모와 미생물을 전통 방식으로 다루고, 물의 미네랄 함유량까지 조절한다. 여기에 부산 기장 딸기와 황매실, 경남 포도, 제주도 금귤 등 우리나라 전국 각지의 특산물을 넣어 맥주를 만든다.
맥주를 만든 다음에는 오크 통에 넣어 수 년간 숙성한다. 오크 통에 있는 미세한 공기 통로로 미생물이 오가면서 유기산과 부산물을 만든다. 이것이 와일드웨이브 맥주 특유의 맛과 향을 낸다. 오크 통을 숙성하는 시설 자체도 나무로 만든다. 이렇게 만든 맥주를 연차별로 분류하고 블렌딩한다.
와일드웨이브가 만든 크래프트 맥주 가운데 인기가 많은 대표 제품은 ‘설레임’과 ‘더 와일드웨이브’ 두 가지다. 설레임은 유산균 맥주 효모를 원료로 드라이호핑 기법으로 만든다. 이 맥주를 한 모금 마시면 감귤과 오렌지, 레몬의 상큼한 느낌과 열대과일의 뒷맛을 느낀다고 한다. 유산균 고유의 산미도 독특한 풍미를 더한다. 도수는 5.5%, 일반 에일 맥주 수준이다.
더 와일드웨이브는 오크통 숙성의 장점을 잘 드러내는 크래프트 맥주다. 미생물 덕분에 맛의 스펙트럼이 아주 다양하다고 한다. 와인과 비슷한 풍미를 가지면서 라거나 에일 맥주보다 뚜렷한 맛을 낸다. 도수는 6.5%다. 와일드웨이브는 이 맥주를 샴페인 병에 담아 판매한다. 샴페인이나 화이트와인처럼 즐거운 자리에서 분위기를 돋우는 맥주, 독특한 산미와 풍부한 맛을 가진 맥주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와일드웨이브는 이미 우리나라 맥주 마니아들로부터 ‘사워 맥주’, 즉, 산미가 강한 맥주의 명가로 인정 받았다. 이들의 크래프트 맥주를 마신 소비자들은 감귤, 오렌지 등 열대 과일의 상큼한 맛이 난다며 좋아한다. 드링크, 과실주처럼 맛있게 마시는 맥주라며 호평을 보낸다.
와일드웨이브는 이에 우리나라 곳곳의 특산물을 맥주 원료로 삼으려 한다. 부산 기장과 경남 진해의 벌꿀을 더해 맥주의 신 맛을 보완하고, 부산 금정산성의 블루베리와 산딸기로 새로운 맛도 만든다. 5월에 등장할 신제품 유자민트 사워 맥주가 그 일종이다.
김관열 대표는 맥주 마니아들에게 감사를 전하면서 더 많은 소비자들이 와일드웨이브의 맥주를 즐기도록 ‘하이브리드 맥주’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맛이 다소 강하다는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와일드웨이브의 신제품 맥주는 우리나라의 효모와 특산물 과일에 고유의 양조 기술을 더해 만든, 맥주와 와인의 장점만 가진 주류다. 이들은 고유의 원료와 기술을 써서 누구나 맛있게 마시는 맥주, 강한 인상을 받고 다시 사는 맥주를 만들려 한다.
김관열 대표는 한국농업기술진흥원 덕분에 와일드웨이브 맥주의 상품화와 홍보를 원활하게 했다고 말한다. 대기업과의 연합과 기업공개 기회도 여러 번 받았다고 한다. 와일드웨이브의 주요 파트너 기업 롯데그룹도 팝업스토어를 세우고 지식재산권을 지원하는 등 성장을 이끌었다.
그 결과, 와일드웨이브는 대한민국주류대상에서 4년 연속 대상을 받았다. 롯데칠성 수제맥주 오디션에서도 수위에 올랐고, 코리아 인터내셔널 비어 어워드에서도 금상을 거머쥐었다.
파트너 기업·기관의 도움, 여러 수상 성과를 토대로 와일드웨이브는 차근차근 성장한다. 도전 과제도 하나씩 푼다. 가장 큰 도전 과제인 스케일업은 최근 해결했다. 양조장의 규모를 키워 부산 기장에 새 둥지를 만들었고, 캔 맥주 생산 설비도 갖췄다. 부산 영도에 오프라인 매장이자 컨템포러리 다이닝 바 ‘사우어영도’를 세워 6월 1일부터 정식 운용한다.
캔 맥주를 만들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 후 도전할 과제는 유통망 확대다. 지금 와일드웨이브 맥주는 대형 마트, 와인샵 일부에서만 판매 중이다. 김관열 대표는 크래프트 맥주 시대가 곧 올 것으로 예상하고, 소비자들이 간편하게 즐길 캔 맥주를 만들어 편의점에 공급할 예정이다.
해외 크래프트 맥주 시장 진출도 도전한다. 이미 미국, 싱가포르 주류 기업이 와일드웨이브의 맥주에 관심을 갖고 샘플을 요청했다. 이런 기회를 더 많이 만들려고 해외의 유력 전시회에 참가한다. 와일드웨이브는 롯데그룹, 코트라와 ‘대한민국 브랜드 엑스포 in 오세아니아’에 참여한다. 부산시의 지원을 받아 태국 타이펙스 식품 전시회에도 나간다.
김관열 대표는 “부산에 마련한 컨템포러리 다이닝 바 사우어영도를 중심으로 지역 크리에이터들과 다양한 문화 행사, 커뮤니티 이벤트를 열겠다. 우리나라 곳곳에 숨겨진 원재료를 발굴해 우리나라에서만 맛보는 맥주, 한 번 마시면 누구나 ‘이런 맥주가 있었구나’라는 탄성을 자아내도록 하는 개성 있는 맥주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