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소비자, 몰입감 위해 지갑 연다
[IT동아 권명관 기자]
“‘사람들이 좋아하는 광고’를 만드는 게 가장 큰 목표였습니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광고를 보지 않기 위해 매달 결제까지 합니다. 나름 열심히 만든 광고인데…, 광고를 돈까지 쓰며 거부할 정도로 귀찮게만 생각하는 것 같아 씁쓸하네요.”
10년차 광고회사에서 일한 AE 안모(38)씨가 아쉬움을 담아 전한 말이다. 실제로 약 5~6년 전부터 사람들은 영상 시청 시 나오는 광고를 껄끄러워 하고 있다. 영상 중간에 등장하는 광고를 제거하는 유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도 크게 늘어났다.
유료 영상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유? 몰입감 때문
지난 2020년부터 시작했던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거치며 국내 콘텐츠산업 관련 매출액은 매년 6~7% 이상 성장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강제적인 실내 생활을 지속해야 했던 사람들이 영상 콘텐츠로 눈을 돌렸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영상 콘텐츠 중간에 등장하는 광고를 거부하기 위해 돈을 지불하는 유료 서비스 사용자도 늘어났다.
지난 2022년 말 기준, 대표적인 영상 플랫폼 유튜브의 유료 구독 서비스 ‘유튜브 프리미엄(국내 기준 월 1만 450원)’ 가입자는 8,000만 명(전 세계 사용자)을 넘어섰다. 유츄브 프리미엄 가입자가 늘어난 주요 이유는 ‘광고 제거’ 기능 때문이다. 영상 콘텐츠 이용 시 방해 요소로 느껴지는 광고를 제거할 수 있다는 마케팅 전략이 통한 결과다.
유튜브 프리미엄처럼 영상 유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구독자가 돈을 지불하면서 까지 광고를 제거하는 이유는 ‘몰입감 때문’이다. 영상 시청 도중 갑자기 노출되는 중간 광고로 인해 몰입하며 시청하던 흐름을 깨뜨리지 않기 위해 지갑을 연 셈이다.
몰입감을 위한 다음 키워드, 화질(Image Quality)
지난 2023년 5월 14일, 구글은 유튜브 블로그를 통해 ‘프리미엄 회원에게만 1080p 프리미엄 화질을 제공하겠다’라고 발표했다. 구글이 말한 1080p 프리미엄 화질은 기존 1080p 화질보다 비트레이트(Bitrate, 초당 전송하는 데이터의 양)를 개선한 버전으로, 쉽게 말해 화질을 개선한 영상 서비스다.
사실 2022년 말부터 구글 유튜브가 ‘유료 구독자에게만 기존 화질보다 개선한 프리미엄 화질을 제공할 것’이라는 가능성은 꾸준히 있었다. 일반적으로 비트 전송률이 높을수록 영상 품질은 좋아진다. 영상 시청에 방해되는 광고를 제거하는 형태로 유료 서비스를 선보인 뒤, 다음 단계로 화질을 구분해 유료 서비스의 경쟁력을 강화한 셈이다.
이미 넷플릭스는 유료 서비스 요금제에 따라 화질을 구분해 제공한다. 넷플릭스는 베이직 요금제는 HD(1280×720), 스탠다드 요금제는 FHD(1920×1080), 프리미엄 요금제는 UHD(3840×2160)까지 시청할 수 있도록 구분한다. 그리고 최근 구독 데이터 분석업체 ‘안테나(Antenna)’가 발표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미국 내 넷플릭스 신규 가입자 4명 중 1명은 비싼 요금임에도 불구하고 최상위 등급인 ‘프리미엄(25%) 요금제’을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2022년 말 기준). 사용자들이 더 좋은 화질을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고 있다는 뜻이다.
영상 콘텐츠 화질을 유료로 제공하는 국내 서비스 중 ‘네이버플러스 멤버십’도 요금제에 따라 화질을 구분해 제공한다. 무료 회원에게는 720p 화질로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월 1만 1,500원(프리미엄)을 결제한 유료 회원에게는 EPL, 라리가, 세리에A, 챔피언스 리그는 물론 MLB 등 다양한 스포츠 경기를 1080p 화질로 제공한다. 네이버 유료 멤버십 회원 수는 2022년 말 기준 900만 명에 달한다.
더 좋은 화질을 위해 돈을 지불하는 이유 역시 몰입감 때문이다. 영상 콘텐츠 이용자들은 돈을 지불하며 몰입감을 유지하기 위해 광고를 제거하고, 몰입감을 높이기 위해 고화질 요금제를 선택한다.
인공지능 기술로 영상 화질 높인다
이에 영상 콘텐츠 업계는 고화질 영상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넷플릭스와 같은 대형 OTT 업체는 회사의 경쟁력이라 할 수 있는 오리지날 콘텐츠(직접 촬영, 제작하는 드라마나 영화)를 반드시 4K(UHD, 3840×2160) 화질 이상으로만 촬영하거나, 내부 기술 전문가 그룹이 선정한 고화질 전용 촬영장비만 사용하도록 제한한다.
다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4K 이상 초고화질 영상 콘텐츠는 부족한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Omdia)’는 2023년 8K(7680×4320) TV 출하량은 작년 대비 약 5.8% 정도 소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며, 해당 이유로 ‘8K 전용 콘텐츠 부족’을 꼽았다. 8K 전용 TV/촬영장비 등은 준비되어 있지만, 촬영 결과물인 콘텐츠는 아직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영상 콘텐츠 업계는 영상을 개선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주목한다. 많은 비용이 필요한 초고화질 영상 콘텐츠를 새롭게 제작하기보다 과거 인기를 끌었던 ‘검증된 콘텐츠’의 화질을 개선하려는 시도다. 실제로 영상 개선 AI 솔루션을 개발한 포바이포는 13년 전 HD 화질로 제작했던 드라마 ‘성균관스캔들’을 최근 8K 영상으로 개선해 제공하고 있다.
포바이포 윤준호 대표는 “AI 기술을 통해 영상 화질을 개선하는 기술은 최근 몇 년 사이 크게 발전했다. 반도체 형태로 TV에 장착해 영상을 개선하는 기술 보다 더 좋은 화질을 구현할 수 있다. 처음부터 8K 화질로 촬영한 영상과 비교해도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라며, “8K 영상 콘텐츠를 향한 시장의 관심은 높다. 하지만, 직접 촬영하고 제작하기 위한 고비용은 걸림돌로 작용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존 영상을 8K 고화질로 개선하는 AI 기술은 좋은 대안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