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중계 콘텐츠, OTT의 새 먹거리일까 자충수일까

권택경 tk@itdonga.com

[IT동아 권택경 기자] 생중계 콘텐츠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으려던 넷플릭스가 체면을 구겼다. 생중계 방송이 두 번째만에 기술적 문제로 불발되면서다.

앞서 지난달 4일(이하 현지시간) 코미디언 크리스 록의 스탠드업 코미디 ‘선택적 분노’로 첫 생방송을 성공적으로 마쳤던 넷플릭스는 지난 16일 두 번째 생방송 콘텐츠를 예고했었다. 리얼리티 연애 예능인 ‘연애 실험:블라인드 러브’의 출연자들을 초대해 근황을 듣는 내용의 방송이었다.

그러나 예정된 시간에서 1시간이 넘도록 방송은 시작되지 못했고, 결국 생중계는 취소됐다. 취소된 이유는 기술적 문제로 알려졌다. 결국 방송은 다음 날에야 녹화로 공개됐다.

16일 예정됐던 생방송은 예정 시작 시간을 훌쩍 넘긴 끝에 결국 취소됐다. 화면은 생방송이 곧 시작된다고 알리는 화면. 출처=트위터
16일 예정됐던 생방송은 예정 시작 시간을 훌쩍 넘긴 끝에 결국 취소됐다. 화면은 생방송이 곧 시작된다고 알리는 화면. 출처=트위터

생중계가 불발되자 소셜 미디어에서는 경쟁 업계의 뼈 있는 농담이 이어졌다. 케이블 방송국인 브라보TV는 트위터에 “우리는 시청자를 절대 기다리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썼고, 비디오 대여 업체 블록버스터는 “우리에게서 비디오를 빌려보던 시절을 생각해 봐라. 제시간에 문제 없이 시작할 수 있었다”고 거들었다.

생방송 콘텐츠는 광고 요금제, 계정 공유 유료화와 함께 성장 정체와 수익성 악화를 타개하기 위해 넷플릭스가 야심 차게 마련한 돌파구다. 광고 요금제 출시는 실제 가입자를 늘리는 효과를 내기도 했지만, 계정 공유 유료화는 이용자들 반발을 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화제 몰이를 할 수 있었던 생방송 콘텐츠 불발은 넷플릭스에 악재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생방송 취소 사태 이후인 지난 17일 넷플릭스 주가는 장 중 한때 전거래일 대비 2.4% 이상 하락했다가 1.75%로 소폭 회복한 332.72달러(약 43만 8200원)로 장을 마쳤다.

애플은 애플TV+를 통해 미국프로축구를 10년 동안 독점 생중계하기로 했다. 출처=애플
애플은 애플TV+를 통해 미국프로축구를 10년 동안 독점 생중계하기로 했다. 출처=애플

생방송 콘텐츠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성장 정체를 돌파하려는 시도를 넷플릭스만 하고 있는 건 아니다. 최근에는 특히 스포츠 경기 중계권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애플은 지난해 자사 OTT 서비스인 애플TV+에서 미국프로야구(MLB) 중계를 시작한 데 이어, 미국프로축구(MLS)를 올해부터 10년간 독점 생중계하는 계약을 맺기도 했다. 아마존 또한 지난해부터 아마존 프라임비디오에서 미국프로풋볼(NFL) 경기 일부를 독점 중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쿠팡플레이가 올해 한국 프로축구 K리그1, K리그2 전 경기 독점 중계를 시작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포뮬러 원(F1) 전 경기 중계권도 확보했다. 쿠팡플레이는 지난해 손흥민 선수 소속팀인 영국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 내한 행사인 ‘쿠팡플레이 시리즈’를 주관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영화, 드라마 등 주문형 비디오(VOD) 콘텐츠를 중심으로 케이블 방송 수요를 빼앗아 왔던 OTT 업계가 이번에는 생방송 콘텐츠로 케이블 방송의 홈그라운드까진 넘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들이 OTT 업계의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출처=셔터스톡
출처=셔터스톡

미국 매체 와이어드는 “텔레비전 방송에서는 생중계가 간단한 일처럼 보이지만, 다른 기술을 쓰는 OTT들에겐 그렇지 않다”고 지적한다. 지상파나 케이블은 전파나 신호를 여러 사람에게 동시 다발적으로 전달할 수 있지만 OTT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데이터를 덩어리로 나눠 전달하는 방식 때문에 방송보다 화면이 늦는 지연이 발생하기도 하며, 시청자가 늘어나면 대역폭 부족으로 인한 화질 저하나 끊김이 발생하기도 한다. 매체는 실제로 지난 2018년 훌루의 슈퍼볼 중계, 피콕의 도쿄 올림픽 중계 시도가 모두 기술적 장애로 신음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와이어드는 이번 넷플릭스의 방송 취소 사례를 놓고 “생방송에 있어서는 TV가 OTT보다 우위에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하면서 “넷플릭스는 생방송 콘텐츠를 일관되게 제공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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