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JOLED 사실상 파산, 韓·中 OLED 2파전 굳혀
[IT동아 차주경 기자] 일본 소니와 파나소닉, 재팬디스플레이와 산업혁신기구가 모여 만든 OLED 제조 통합회사 ‘JLOED’가 3월 27일 일본 도쿄 지방법원에 민사재생절차를 신청했다. 사실상 파산 조치다. JLOED는 OLED 제조와 판매는 포기하고, 연구 인력과 지식재산권 등 기술력만 남기는 식으로 사업을 정리할 예정이다.
2015년 1월 결성한 JOLED의 목표는 소니와 파나소닉의 OLED용 산화물 반도체 및 플렉서블 화면 기술, 재팬디스플레이의 화면 제작과 양산 기술을 융합해 세계 수위의 OLED 기업이 되는 것이었다. 태블릿 PC와 노트북 PC, 사이니지 등에 OLED를 공급하고 플렉서블 화면을 포함한 차세대 화면과 기기를 개발할 계획도 세웠다.
성과도 냈다. 2019년 11월 세계 최초로 ‘인쇄식’ OLED 생산 라인을 가동한 것. OLED는 진공 환경에서 RGB 재료를 가열, 증발시켜 패널에 입히는 ‘증착식’으로 만든다. OLED 패널의 크기에 따라 각기 다른 증착 방법을 쓴다.
반면, JOLED의 인쇄 방식 OLED 생산 기술은 RGB 재료를 패널에 인쇄한다. 그러면 진공을 유지할 필요가 없고 모든 크기의 패널에 적용하면서도 이론상의 생산 비용을 최대 20%까지 줄인다. 이 기술로 만든 OLED를 일본의 고성능 PC 모니터, 의료용 화면 제조사에 납품도 했다.
하지만, JOLED는 인쇄식 OLED 생산 라인의 안정성을 높이는데 애를 먹었다. 여기에 비용과 시간을 쓰는 가운데 코로나19 팬데믹이 닥쳤다. 세계 반도체 수급난과 OLED의 수요 급감, 가격 경쟁 격화 등 악재도 연이어 닥쳤다. 자금을 꾸준히 소진하던 JOLED는 2022년 3분기에 자본잠식에 빠졌다. 2023년 기준, 부채만 337억 엔(약 3333억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JOLED는 투자금 유치를 시도하고 사업 지원 파트너를 찾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그럼에도 이대로 사업을 유지할 경우, 철수 비용마저 회수하지 못할 정도로 사정이 나빠졌다는 판단에 민사재생절차를 신청한다고 밝혔다. 민사재생절차는 어려움에 빠진 기업이 도산이나 파산할 때 사업과 가치를 최대한 살리도록 유도하는 절차다.
JOLED는 민사재생절차의 일환으로 재팬디스플레이와 업무협약을 맺고, OLED 기술 개발에 한해 지원을 받는다. 반면, OLED 패널이나 상품의 제조, 생산과 판매에서는 완전 철수한다.
재팬디스플레이는 JOLED의 기술과 인력을 차세대 OLED인 ‘eLEAP’ 양산에 활용할 계획을 밝혔다. eLEAP는 OLED의 단점인 수명 문제를 개선해 오래 사용 가능하며, 화면의 휘도는 높고 전력 소모량은 적다. 2.2 x 2.5m 대형화도 가능하며 재료도 이전보다 더 적게 쓴다. 생산 시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이전보다 적은 친환경 기술로 알려졌다. 재팬디스플레이는 eLEAP를 2024년 안에 양산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소형 OLED 시장은 삼성디스플레이가, 대형 OLED 시장은 LG디스플레이가 장악했다. 최근 중국 OLED 기업이 약진해 점유율을 늘리는 추세다. 제 3의 세력으로 기대를 모으던 JOLED가 OLED 제조와 생산, 판매를 중단하면서 세계 OLED 시장 판세는 우리나라, 중국의 2파전 양상으로 더욱 굳어질 전망이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