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 IT(잇)다] 농업회사법인 신선 “청주신선주로 전통주 문화 넓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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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차주경 기자] 친지들과의 식사, 모임 등 즐거운 자리에서 와인을 즐기는 문화는 우리나라에서 많은 인기를 모았다. 독특한 맛과 향, 주류에 담긴 이야기와 오랜 역사를 함께 즐기는 이 문화는 수입 맥주와 위스키 등 주류 전반으로 퍼졌다.
하지만, 이 문화를 굳이 해외산 주류로만 즐길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전통주도 해외산 주류 못지 않은, 더러는 그보다 훨씬 향긋한 이야기와 오랜 역사를 가졌다. 농업회사법인 신선이 빚는 전통주 ‘청주신선주’가 좋은 사례다.
박준미 농업회사법인 신선 대표는 충북무형문화재 4호 청주신선주의 19대 전수자이자 대한민국식품명인이다. ‘19대 전수자’라는 점에서 가늠하듯, 청주신선주의 역사는 500년을 훌쩍 넘는다. 오랜 역사 가운데 유지한 원칙은 수입산 재료는 일절 사용하지 않는 것, 충북 청주에서 자란 깨끗한 밀과 쌀로만 만드는 것이다. 국화꽃과 약재를 가져오는 곳도, 이 약재를 구증구포(아홉 번 찌고 아홉 번 볕에 말려 품질을 높이는 것)하는 곳도 모두 충북 청주다.
박준미 명인은 청주신선주를 포함한 전통주의 전통을 이을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 더 깊고 굳은 뿌리를 내리도록 이끌려 한다. 그래서 농업회사법인 신선을 세우고 전통주의 역사와 장점을 알린다. 이 곳에 오면 청주신선주를 어떻게 만드는지, 얼마나 오랜 역사를 가졌고 어떤 뿌리를 가졌는지 배운다.
전통주를 젊은 소비자들에게 알리려는 노력도 기울인다. 새로운 소비자에게 먼저 찾아가야 전통주의 명맥이 이어지고 저변도 넓어진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전통주와 어울리는 음식 연구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박준미 명인은 뿌리 깊은 전통주와 맛있는 음식, 지역의 역사를 모아 문화로 만들면 전통주의 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청주신선주를 젊은이에게는 새로움을, 중장년층에게는 추억을 주는 술로 만들려 한다.
청주신선주는 증류주와 탁주, 약주 세 종류다. 주정에 물을 타 만드는 화학식 소주가 아니라, 명인이 재료를 손수 손질하고 숙성해 만드는 전통주다. 같은 재료를 써도 어떻게 빚고 얼마나 숙성하는지에 따라 각기 다른 술이 된다고 한다. 박준미 명인은 먼저 직접 농사 지은 토종밀로 누룩을 띄운다. 이 누룩에 바람과 나무, 꽃과 빛 등 자연의 결을 담아 발효하면 자연효모가 생긴다. 정제된 인공효모와 달리, 자연효모는 바람 속 꽃 향기가 은은하게 청주신선주에 배어들도록 이끈다.
청주신선주의 장점은 향뿐만이 아니다. 동의보감에 나온 약재와 자연효모를 쓴 덕분에 약선, 몸을 보호하는 효과를 낸다. 약재 손질과 숙성 방법 모두 대대로 전해내려온 전통 방식으로만 한다. 그래서 숙취가 적다. 자연효모 성분이 소화를 도우니 식전주로 마시기도 알맞다.
박준미 명인은 전통을 지키면서 최신 기술, 문화와의 융합도 시도한다. 그 결과물이 신제품인 ‘신선주 라이트’다. 알콜 도수를 낮추고 가격과 맛을 대중화한 제품이다. 이어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우리나라 토착 효모 기술을 한국농업기술진흥원으로부터 기술이전받아 만든 ‘신의 한술’도 선보였다. 우리 누룩에서 좋은 효모만 뽑아 연구 개발한 한국 토착 효모와 생쌀발효 기술로 만든 이 술은 맛과 향 모두 부드러운 대중술이다. 소비자가 히비스커스, 딸기 등 상큼한 향과 맛을 원하는 대로 조절해 담가 먹도록 돕는 ‘신선 담금주’도 내놨다.
농업회사법인 신선의 주요 상품, 청주신선주 약주 16도를 마셨다. 뚜껑을 따자 진한 꽃 내음이 풍긴다. 한 잔 따라 마시면 국화꽃 향기 뒤로 살짝 신 맛이 입 안을 맴돌다가 여운을 남기며 목으로 흐른다. 잔에 따를 때마다 향이, 입에 넣을 때마다 맛이 미묘하게 달라지는 점이 뚜렷한 인상을 남긴다.
이어 청주신선주 증류주 42도를 마셨다. 알콜 도수가 높아선지 향도 맛도 묵직하다. 그러면서 약주 16도의 상쾌한 느낌도 준다. 좋은 술은 머금어도 역한 느낌이 들지 않고, 도수가 높아도 한결 부드럽게 목으로 넘어간다. 이 술이 그렇다.
박준미 명인은 청주신선주를 만들면서 외식 사업 연계와 음식 디자인 교육, 식문화와 청년 취창업 교육도 함께 한다. 외식 사업 연계는 전통주를 만들 때 쓰는 기술, 제조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활용한 것이다. 술을 빚고 남은 지게미로 장아찌와 쿠키를 만들고, 탁주를 가공해 알콜 도수가 없는 모주를 만든다. 맥주 키트를 활용해 맥주를 집에서 만들어 마시듯, 집에서 만드는 모주 키트도 개발했다.
음식 디자인 교육과 식문화 교육은 충북 청주의 특산 농산물을 알리는 동시에, 청년 취창업을 도우려고 만들었다. 청주신선주와 잘 어울리는 음식, 보기 예쁘고 먹기도 좋은 한식 요리를 만드는 방법을 가르친다. 음식 조리 면허 취득도 돕는다. 박준미 명인은 그저 가짓수만 많은 것이 아니라, 먹을 때는 맛있고 먹고 나면 깊은 인상을 받는 한식을 전파하는 것이 목표다.
이는 자연스레 청주신선주와 한식 요리를 활용한 전통주 펍(Pub), 바(Bar)의 창업 교육으로도 이어진다. 1년~2년에 걸쳐 무료로 제공하는 이들 과정을 들으면, 우리나라 어느 곳에 가도 현지 특산물로 술과 요리를 만들 능력을 가진다고 한다.
나아가 농업회사법인 신선은 충북 청주시와 협력, 지역 부흥과 상생을 시도한다. 먼저 체험형 관광상품을 마련한다. 청주의 지역 음식과 문화를 관광과 결합한 것이다. 이 곳에서만 듣는 전통주 교육, 사과와 딸기와 블루베리 등 청주 특산물로 빚는 술 체험도 제공한다. 마을기업 음식관광 사업도 연다. 이 지역 농가의 노년층 주민과 함께 누룩을 만들고 술을 빚는 소득 증대 사업도 편다. 한편으로는 술을 빚고 남은 지게미를 식품, 비누 등으로 가공하는 업사이클링도 시작한다.
독일과 프랑스 등 주류 문화가 발전한 나라의 정부는, 지역 명주 기업에게 연구소 설립과 설비 지원 혜택을 준다고 한다. 오늘날 세계에서 인기를 끄는 맥주와 와인이 이렇게 만들어졌다. 전통주는 좋은 재료의 손질과 장시간 숙성이 필수이기에, 제조 기간이 길고 들이는 노력도 많다.
박준미 명인은 발효와 효모 기술을 이전해 준, 홍보 마케팅과 벤처창업 활성화 사업을 지원한 한국농업기술진흥원에게 고맙다고 밝혔다. 이어 연구개발과 설비 등 풍부한 지원을 받으면, 우리나라 곳곳에 숨겨진 전통주도 세계의 명주로 자리매김할 잠재력이 있다고 강조한다.
농업회사법인 신선은 앞으로 전통주 제조 공장 규모를 늘려 생산량을 확보하고, 대중화에 박차를 가한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고 사랑하는, 지역과 상생해 만든 전통주를 널리 보급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통해 전통주는 물론 역사, 문화 전반을 알리려 한다.
박준미 명인은 “청주신선주 제조뿐만 아니라 음식문화 활성화와 취창업 교육도 한다. 전통에 갇힌 전통주가 아닌, 새로운 소비자에게 다가가 가치를 알리고 저변을 넓힐 전통주와 역사문화 콘텐츠를 만들겠다. 청주신선주를 접한 소비자들이 전통주를 이어나갈 새로운 원동력이 됐으면 한다.”라고 밝혔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