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데스크톱 부럽지 않은 게이밍 노트북, 에이수스 ROG 제피러스 M16
[IT동아 권택경 기자] 봄은 한 해를 책임질 새로운 세대의 제품들이 쏟아지는 시기다. 게이밍 노트북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들어 인텔 13세대 프로세서와 엔비디아 지포스 RTX40 시리즈 등 최신 칩세트를 탑재한 게이밍 노트북이 차례차례로 출시되며 봄, 신학기를 맞아 고성능 노트북을 구매하려는 이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번에 살펴볼 에이수스 ROG 제피러스 M16 또한 그중 하나다. 에이수스의 대표적인 고성능 게이밍 노트북 제품군 답게 최고 사양 제품 기준으로 13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 i9-13900H와 엔비디아 RTX4090 랩톱, 메모리는 32GB DDR5 듀얼 채널 구성을 갖췄다.
13900H는 고성능과 휴대성을 동시에 챙기는 H 시리즈 중에서도 최대 5.4GHz 주파수로 작동하는 상위 제품군에 속하는 제품이며, 엔비디아 RTX4090 랩톱 또한 엔비디아의 모바일 지포스 제품군 중에서는 현존 최고 사양 제품이다. 웬만한 최신 고사양 데스크톱에 견줄만한 게이밍 경험을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적합한 제품이라 할 수 있다. SSD 용량도 2TB로 상당히 넉넉해 용량이 수십 GB는 거뜬히 넘는 최신 게임들을 여러 개 깔아도 부담이 없다.
외관도 고성능 게이밍 노트북에 딱 맞은 모습이다. 매트한 검은색 마감에 키보드에는 RGB 조명이 들어있어 색을 바꿔가며 은은히 빛난다. 상판은 촘촘히 타공된 구멍 사이로 LED가 숨겨져 있어서 마치 전광판처럼 빛을 내며 각종 문양이나 글자를 표시할 수 있다. RGB나 LED 효과는 함께 제공되는 앱 ‘아머리 크레이터’에서 자유롭게 조절이 가능하다. 특히 상판 LED 효과는 날짜나 시간, 배터리 잔량, 이메일 알림을 표시하도록 설정할 수도 있어 멋뿐만 아니라 실용성도 살렸다.
외관만큼 성능도 멋질까. 게임 성능 측정을 위해 가장 흔히 쓰이는 3D마크 점수를 확인해봤다. 파이어스트라이크에서는 33896점, 타임스파이에서는 18339점, 포트 로얄 12408점이 측정됐다. 가장 최근에 등장한 새로운 테스트인 스피드웨이 점수는 5098점으로 측정됐다. 수치상으로는 한 세대 전 데스크톱 제품 중 상급 제품인 3080과 3090을 오가는 성능 정도라고 할 수 있다. 같은 4090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최신 데스크톱 GPU에는 못 미치지만 노트북으로 이 정도 성능을 내는 것만으로도 놀랍다.
실제로도 웬만한 최신 게임은 아주 거뜬하게 돌리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먼저 사이버펑크2077을 최고 그래픽 설정인 ‘레이 트레이싱: 울트라’에서 벤치마크 테스트를 실행한 결과 초당 프레임 수치가 112 이상으로 측정됐다. 부드럽고 쾌적한 게임 경험의 최소 조건이 60프레임 이상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라고 본다면, 112 이상은 충분하고도 남는 수치다. QHD 해상도의 노트북 자체 디스플레이 대신 외부 디스플레이를 연결해 4K 해상도로 구동하더라도 평균 60프레임 이상을 보장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있는 성능이라 할 수 있다. 이외에도 기어즈5의 벤치마크 테스트에서는 평균 117프레임, 포르자 호라이즌5의 벤치마크 테스트에서는 80프레임 이상의 안정적 수치를 보여줬다.
아무리 그래픽이 뛰어난 고사양 게임을 원활히 돌린다고 해도 그에 걸맞은 디스플레이를 갖추고 있지 않다면 그 의미는 퇴색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제피러스 M16은 그래픽 성능에 걸맞은 수준의 디스플레이도 갖추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14인치 QHD급 해상도 디스플레이에 최대 240Hz 고주사율과 3ms의 응답속도를 지원해 움직임이 빠르고 화면 전환이 격한 게임을 하더라도 잔상이 덜하고 부드러운 화면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고주사율 디스플레이라면 화면 밝기나 색 표현력은 아쉬운 경우도 있지만 제피러스 M16은 예외다. 영상 업계 표준으로 통하는 색 영역인 DCI-P3를 지원하는 데다 색상 전문 기업 펜톤의 인증까지 받아 풍부하고 정확한 색 표현을 기대해볼 수 있다.
미니LED를 적용해 최대 1100니트 밝기를 구현하며, 화면 구역에 따라 LED 밝기를 유동적으로 조절하는 로컬 디밍 기능까지 지원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일반적인 액정 디스플레이보다 어두운 장면은 더 어둡게, 밝은 장면은 더 밝게 표현할 수 있고, 색상 표현도 더 풍부하다. 물론 명암과 색상 표현을 풍부하게 해주는 기술인 HDR도 지원하는데, 무려 베사 디스플레이HDR 1000 인증을 받았다. 디스플레이HDR은 미국 비디오 전자공학 표준위원회가 HDR 구현 능력을 평가해 부여하는 등급이다. 1000이면 상당한 고가 게이밍 모니터 정도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높은 등급으로, 그저 ‘지원은 한다’ 생색만 내는 수준이 아니라 제대로 된 HDR을 지원한다고 할 수 있는 수준이다. 돌비의 HDR 규격인 돌비비전도 지원하니 이를 지원하는 영상 감상에서도 빛을 발할 수 있다.
미니LED를 적용한 LCD의 고질적 문제로 꼽히는 후광 효과가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후광 효과는 어두운 화면에 밝은 물체가 표시될 때 주변에 희미한 빛이 후광처럼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블루밍 현상이라고도 한다. 픽셀 단위로 밝기를 조절할 수 있는 OLED와 달리 어느 정도 크기가 있는 구역으로 나눠 밝기를 조절하는 기술적 한계 때문에 비롯되는 현상이라 할 수 있는데, 제피러스M16은 네뷸라 HDR이라는 특별한 알고리즘을 적용해 이 후광 효과를 25% 줄였다고 한다. 실제로 블루밍 현상이 흔히 관찰되는 유형의 영상을 띄어놓고 확인해봤더니 기존 미니LED 디스플레이보다 확실히 개선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스피커 또한 2W급 우퍼 두 개를 포함한 스피커가 나름대로 무게감 있는 소리를 들려주며, 돌비의 입체음향 규격인 돌비 애트모스도 지원하므로 고품질 디스플레이와 합을 맞추기에 손색이 없는 수준이다. 다만 게이밍 노트북 특성상 냉각을 위한 소음이 심할 수밖에 없어 게임을 할 때는 노트북 자체 스피커의 성능을 온전히 즐기기 힘들다. 7개의 히트파이프와 리퀴드 메탈과 같은 신소재를 활용한 최신 냉각 기술이 적용되어 있다고는 하나 최신 게임을 돌릴 때에는 쿨링 팬이 최대 출력으로 동원될 수밖에 없다. 그 탓에 노트북 이용자들이 흔히 말하는 ‘비행기 이륙 소음’에 가까운 굉음을 뿜어낸다.
제피러스 M16의 입력단자는 3.5mm 오디오 단자, HDMI2.1, 마이크로SD 슬롯, USB 3.2 Gen 2 2개와 USB C타입 단자 2개로 구성되어 있다. USB C타입 단자의 경우, 우측에 있는 건 디스플레이포트 1.4와 PD 충전, USB 3.2 gen2를 겸한다. 좌측에 있는 USB C 단자도 디스플레이포트 1.4와 PD 충전을 겸하는 건 같지만 썬더볼트4와 USB4까지 지원한다는 점이 다르다. 호환성을 위한 USB A타입 단자부터 최신 썬더볼트 단자와 USB4 단자까지 갖출 건 다 갖춘 구성이지만 유선 인터넷 연결 단자가 없다는 점은 강력한 무선 인터넷 환경을 미처 꾸리지 못한 게이머들에겐 아쉽게 느껴질 수 있다.
배터리는 최대 90와트시(Whr)지만 전력 소모가 심한 고성능 게이밍 노트북이란 걸 고려하면 장시간 전원 연결없이 이용하는 건 무리가 따른다. 참고로 충전은 USB 단자를 활용한 PD 충전 이외에 별도의 전원 단자를 통해서도 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최대 280W의 전원 공급이 가능하다. 280W 어댑터 외에 USB-C 단자로 PD 충전할 때 쓸 수 있는 100W짜리 어댑터를 추가로 주는데, 훨씬 작고 가벼우니 혹시라도 외부에서 휴대하며 이용할 일이 있다면 100W 어댑터를 이용하면 좋을 듯하다. 다만 노트북만 해도 무게가 약 2.3kg이니, 오랜 시간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해야 한다면 가급적 들고 나갈 생각을 하지 않는 게 정신건강에 이롭다.
전반적으로 에이수스 ROG 제피러스 M16는 부족하거나 아쉬운 점을 떠올리기 힘든 게이밍 노트북이다. 다만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제피러스 M16 2023년형 제품 가격대는 16GB 메모리와 지포스 RTX 4070이 탑재된 최소 사양 모델도 300만 원 중반부터 시작된다. 이번 리뷰에 살펴본 모델은 약 560만 원대다. 가격대를 생각하면 모자란 부분이 있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고 할 수 있다. 거금을 치러서라도 고사양 데스크톱 못지않은 게이밍 환경을 고품질 디스플레이까지 곁들여 한 번에 장만하고 싶다면 제피러스 M16도 나름 합리적 선택지가 될 것이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