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 3사 “2시간 미만 장애 10배 보상”…과실 입증은 소비자가?

정연호 hoho@itdonga.com

[IT동아 정연호 기자] 이동통신 3사가 통신 서비스 장애 시 보상 기준을 담은 이용약관을 개정했다. 장애가 일어난 시간만큼, 해당 시간에 상응하는 사용 요금의 10배를 보상하고 장애 판정 시간을 연속 3시간에서 연속 2시간으로 줄인 것이 골자다. 시민단체는 회사의 고의·중과실이 독소 조항이라며 추가 개정을 요구했다.

SK텔레콤·KT·LGU+ 통신 3사는 지난달 이 같은 내용의 개정된 이용약관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에 신고했다. 통신 3사가 개정한 약관은 이달 1일부터 적용됐다.

개정 약관에 따르면 ▲통신 서비스 장애가 연속 2시간 이상 발생한 경우 ▲통신 서비스 장애가 1개월에 누적 6시간을 초과한 경우 ▲회사의 고의나 중과실로 인해 서비스를 2시간 미만 제공하지 못할 경우, 통신 3사는 장애 시간에 해당하는 요금의 10배 상당을 보상한다. 이 때, 장애 시간에 해당하는 요금은 ‘최근 3개월간의 일 평균 요금을 24로 나눈 뒤 서비스 장애 시간을 곱해서’ 책정한다.

통신사 이용약관상 손해배상 기준 개정 결과, 출처=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회
통신사 이용약관상 손해배상 기준 개정 결과, 출처=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회

통신 3사의 기존 약관은 ‘연속 2시간 이상의 통신서비스 장애’만 피해 보상을 받는다고 규정했다. 이 경우에도 이용고객은 서비스 장애시간으로 환산한 요금의 10배를 받는다. 통신3사의 개정 이용약관에는 ‘기업 고의 및 중과실로 인한 서비스 제공을 못한 경우 (장애시간) 2시간 미만’도 배상을 받는다는 항목이 추가됐다.

통신 3사의 개정 이용약관은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약관심사과가 이들 기업의 불공정약관을 심사하는 도중에 나왔다. 지난 2021년 10월 발생한 KT 통신장애 사건 이후로 시민단체들은 이용약관이 통신사에게만 유리하다며 공정위에 불공정약관심사를 청구했다. 통신 3사가 개정 이용약관을 과기정통부에 신고하자 공정위는 이들의 개정 이용약관 내용을 수용하고, 통신 3사 불공정약관 심사를 조기 종료했다.

하지만, 소비자주권시민회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회(이하 경실련) 등의 시민단체는 통신 3사의 개정된 이용약관에 대해 “피해 구제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개정약관에도 남아있는 ‘기업의 고의 및 중대과실’ 기준을 없애고, 배상금액을 높여야 한다”고 촉구한다.

가민석 경실련 간사는 전화통화에서 “통신사들이 자신의 고의나 중대과실을 인정하게 되면 배상과 관련된 문제가 ‘배상금액이 적합한지’ 정도로 좁혀진다. 하지만, 통신3사가 기업의 고의 및 중대과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이용고객이 통신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 이때 이용고객이 직접 기업의 고의나 중대과실을 입증해야 한다. 서비스 장애 관련 자료는 기업 내부자료라 이용고객이 이를 확인할 수 없다. 피해 입증이 쉽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한 통신사 관계자는 “통신서비스 중단으로 장애가 발생하면 통신사가 중단사실과 손해배상 기준을 고지한다. 또한, 방송통신위원회 등이 통신 서비스 장애의 원인을 조사한다. 이용고객이 직접 피해 규모와 사실 등을 입증하지 않아도 이들은 배상을 받게 된다”고 반박했다.

다만, 문제는 통신사들이 통신서비스 장애가 ‘기업의 고의나 중대 과실’에 의해 발생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할 때다. KT는 지난 2021년 10월 25일 발생한 통신서비스 장애의 원인이 디도스 공격(분산 서비스 거부)이었다고 사고 초기에 발표했다. 통신 장애의 고의나 중대 과실에 의한 사고가 아니라고 발표한 것이다. 하지만, 이 사건은 기업 망 라우터(네트워크 연결기기) 교체작업에서 작업자가 잘못된 설정명령을 입력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가민석 경실련 간사는 “KT가 초기에 그랬던 것처럼 통신사가 통신장애의 고의성이나 중대과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이용고객은 손해배상 소송을 걸어야 한다. 피해 구제를 위한 시간이 지체되고, 소송 등으로 인해 관련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통신3사는 이용약관에서 ‘기업의 고의나 중대과실일 경우 보상’이란 기준을 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통신사 관계자는 이러한 주장에 대해 “아직 발생하지 않은 특정 상황을 가정해 답변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한편, 소비자주권시민회의 관계자는 “통신서비스 장애에 대한 배상금액의 규모도 크지 않아서, 통신사들이 장애를 예방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2021년 10월 발생한 KT네트워크 장애 사태에서 KT는 총 350~400억 수준의 배상안을 내놨다. 당시 통신서비스 장애 사태로 인한 피해에 비해서 KT의 보상규모는 너무 적다는 비판이 나왔다.

글 /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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