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팁스] 위트젠 정민우 CTO, “인공지능으로 암을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습니다”
[IT동아 권명관 기자] 지난 2022년 9월, 한국초기투자기관협회(KESIA)는 중기부 주관 민간주도형 예비창업 지원 프로그램 ‘시드팁스(Seed TIPS)’ 주관 기관으로 선정됐다. 2022년 처음 추진한 시드팁스는 전문성을 갖춘 민간 운영사가 창업팀 구성부터 시드 투자 유치까지 창업팀의 초기 단계 성장을 책임지고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시드팁스는 대표적인 민관 협력 창업 프로그램인 기존 팁스의 이전 단계 지원 프로그램으로 투자 유치 이력이 없는 예비창업자 또는 극 초기 창업 기업을 선발해 사업화 자금, 보육 프로그램 등을 지원해 초기 투자를 유치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번 시드팁스는 인포뱅크, 프라이머 시즌 5, 스파크랩, 앤틀러 등 4개 기관이 민간 운영사로 참여했다.
지난 2022년 12월에 설립한 위트젠 바이오테크놀로지(이하 위트젠)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암 치료 의사결정를 돕는, 종양 단일 세포 분석 테스트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미국 인디애나주에 위치한 공립 종합 퍼듀대학교에서 컴퓨터 사이언스를 전공한 정민우 CTO와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클리대학교에서 MBA를 이수한 이상윤 CEO, 캐나다 맥길대학교에서 암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김민준 CSO가 공동창업했다.
이에 IT동아가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클리에 거주하고 있는 위트젠 정민우 CTO와 화상으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같은 암 종양 안에 다른 성질의 암세포가 존재한다?
IT동아: 만나서 반갑다. 먼저 위트젠 소개를 부탁하고 싶다. 인터뷰 전 위트젠이 어떤 기업인지 소개받았지만… 정확히 어떤 스타트업인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암 치료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겠다(웃음).
정민우 CTO(이하 정 CTO): 하하. 음… 예시를 들며 조금 풀어서 설명하겠다. 어떤 사람이 병원을 방문했는데, 암 진단을 받았다고 가정하자. 그다음 필요한 것이 암 조직 검사다. 암 조직 검사는 암 종양 조직의 일부를 떼어낸 뒤, 현미경을 이용한 미세 관찰을 통해 진단한다. 가장 전통적인 방법으로 의사, 병리학자 등 사람이 직접 살핀다. 경우에 따라서 DNA 유전자 검사 등을 추가로 시행한다.
암 조직 검사를 시행하는 이유는 정확히 어떤 암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어떤 암인지 확인해야 치료 방법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수술로 제거해야 하는지, 약물로 치료해야 하는지 등이다. 그런데 당혹스럽게도 같은 폐암이지만, 종양 위치만 동일할 뿐 암 종류는 다를 수 있다. 고난도 수술이 필요한 암일 수도 있고, 간단하게 약물로 치료할 수 있는 암일수도 있다.
IT동아: 그러니까 암 조직 검사는 암 종양의 일부를 떼어서 보다 정확하게 진단하고 치료 방법을 결정하는 것인가.
정 CTO: 맞다. 암은 종양 덩어리다. 비정상적인 세포 성장으로 인해 유발되는 질병으로, 양성 종양과 악성 종양으로 구분된다. 양성 종양은 비교적 성장 속도가 느리고 전이되지 않는 반면, 악성 종양은 양성 종양에 비해 성장 속도가 빠르고 신체 다른 장기로 전이될 수 있다. 흔히 암이라고 부르는 질병은 이 악성 종양을 말한다.
세포는 분열하면서 성장한다. 암 종양도 세포 분열을 통해 만들어진다. 하나의 암 종양 덩어리는 수많은 세포 분열을 통해 성장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암 종양은 세포가 분열하는 과정에서 계속 변이할 수 있다. 때문에 하나의 암 종양 덩어리에서 다른 성질을 보이는 세포를 발견할 수 있다. 이렇게 다른 성질의 암세포는, 치료 방법도 달리해야 한다.
IT동아: 치료 방법이 달라진다? 그러니까, 하나의 암 종양인데 다른 치료를 해야 한다는 뜻인가?
정 CTO: 맞다. 여기 100개의 세포로 이뤄진 암 종양이 있다고 가정하자. 100개 세포 중 80개 세포는 A라는 약물로 치료할 수 있는데, 20개 세포는 A 약물로는 치료할 수 없다. 이럴 경우, 아무리 약물 치료를 계속해도 암 종양이 남는다. 하나의 암 종양이 같은 세포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를 ‘암 이질성’이라고 말하는데, 암마다 제각각 유전적 기원과 성질, 항암제에 대한 반응이 서로 다름을 의미한다. 더 나아가 암 이질성은 같은 암종이라도 사람에 따라 다르다. 심지어 같은 사람에게서 발생한 암이라고도 종양의 시작과 재발, 전이 등 암이 진행되는 동안에 전혀 다른 유전변이를 동반한다.
IT동아: 아… 어떤 뜻인지 이해했다.
정 CTO: 이러한 암 이질성은 암을 연구하는 시장에서 굉장한 화두다. 조직 검사한 암의 각 세포가 어떤 성질을 가지고 있는지 사람이 직접 눈으로 정확하게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단일 세포 유전체 분석을 진행한다. 어려운 의학적 용어를 쉽게 풀자면, 수많은 세포가 있는 조직을 세포 단위로 하나하나 떼서 분석하는 방법이다. 과거 세포조직을 파악했다면, 이제는 세포 하나하나 유전체 분석해 각 성질을 파악하는 셈이다. 다만, 아직 암 진단 시장에서 범용적으로 사용되고 있지 않다. 연구 단계다. 새로운 기술이다 보니 비용과 시간 등 여러 가지 해결할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IT동아: 정리해 보자면, 더 세밀한 암 진단을 위해 세포 단위로 유전체를 분석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말로만 들어도 그 양이 상당한 것 같다. 하나하나 떼내는 것도, 떼어낸 수많은 세포를 분석하는 것도, 분석한 결과를 정리하는 것도, 정리한 결과를 토대로 치료 방법을 찾아내는 것까지… 어려울 것 같다.
정 CTO: 정확하다. 세포 단위로 분석한 데이터양만 엄청나게 많다. 한 사람의 암 종양 세포조직 하나에서 몇백 개가 나온다. 빅데이터다. 그리고 계속 다른 변이가 일어나기 때문에 자동화하기 어렵다. 데이터를 파악하는 시간도, 파악한 데이터를 분석하는 시간도, 분석한 데이터를 토대로 적합한 치료를 적용하기까지 시간과 비용이 모두 많이 들어갔다. 특히, 데이터를 분석하는 전문가와 분석한 데이터를 토대로 치료를 처방하는 의사를 연결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위트젠은 여기에 도전하고 있다. 시간을 줄이고, 비용을 아낄 수 있는 방법을 인공지능을 활용해 해결하고자 한다. 암 조직 검사 단계에서 세포 단위로 정확하게 판별하고, 의사에게 필요한 정보를 빠르게 전달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정확한 암 진단과 치료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IT동아: 암 조직을 세포 단위로 분석하는 시간과 비용을 줄여서 의사가 진단해 치료를 결정하는 과정을 빠르게 할 수 있도록 제공한다는 것인가.
정 CTO: 맞다.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고, 머신러닝을 통해 학습시켰다. 하위 암 종 예측에 대해서 96%의 정확성을 확보했다. 기존 연구 자료를 긁어모으는 것에서 시작했다. 가장 먼저 유방암 자료에 집중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자료를 계속 수집했다. 이후 학습시키는 과정을 지속했다. 기존 진단 기법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웠던 것을 더 완벽하게 - 세포 단위로 - 진단할 수 있도록 돕는다. 환자 데이터를 통해 어떤 종류의 암이 얼마나 섞여 있는지 알려준다.
IT동아: 검사 시간은 얼마나 걸리나.
정 CTO: 현재 하루에서 이틀 정도 필요하다. 다만, 정확한 데이터를 받을 수만 몇 시간 단위로도 줄일 수 있다. 현재 스탠퍼드대학교와 캐나다 맥길대학교 등과 협업하고 있다. 의사, 대학교수 등과 함께 기존 기법으로 밝혀내기 어려운 것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도록 연구개발하고 있다. 우리의 목표는 암 진단 후 치료했는데 자꾸 재발하는 암 때문에 고통받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현재 초기 모델을 완성한 상태다. 웹을 통해 자료를 받으면, 분석한 결과를 제공한다. 아직은 비공개로 연구개발을 협력하는 곳과 테스트하는 단계다. 의학적으로 결과를 인증받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관련 논문도 준비 중이다. 올해 안으로 논문을 완성해 발표할 예정이다.
IT동아: 상당히 전문적인 영역이다. 의학적으로도 기술적으로도… 각각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춰야 하는 것 아닌가. 인공지능 학습과 암 진단이라는, 기술과 의학 두 분야를 어떻게 지금의 서비스, 제품으로 발전시켰는지 궁금하다.
정 CTO: ‘유전자 데이터를 활용하면 뭔가 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2년 전부터 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지난 2022년 1월 같은 생각을 하고 있던 공동창업자 2명을 만났다. 그때부터 데이터를 모으고, 학습시키며 고도화하기 시작했다. 암 진단 결과와 대입하면서, 의사가 내리는 1차 암 진단에 적용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지난한 과정이었다(웃음).
퍼듀대학교에서 컴퓨터 사이언스를 전공하며 인공지능을 공부했다. 대학교 졸업과 함께 위트젠을 창업했다. 대학교에서 전공을 공부하며 시장에서 어떻게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 결과다. 그런 과정에서 지금의 공동창업자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IT동아: 정 CTO를 포함해 공동창업한 3명의 이력이 인상적이다. 거짓말처럼 스타트업에게 딱 필요한 인력이 잘 모인 것만 같다.
정 CTO: 하하. 감사하다. 앞으로 위트젠을 알리는 대외적인 활동은 이상윤 CEO가 담당할 예정이다. 인공지능 기술 학습과 고도화는 내가 담당하고, 의학적인 효과와 검증은 김민준 CSO가 담당한다. 현재 연구개발하고 있는 성과를 통해 실리콘밸리 투자사로부터 인터뷰 요청도 받고 있고, 스탠퍼드대학교에서도 개발 중인 프로덕트를 완성하면 소개해 주겠다는 약속도 받았다.
IT동아: 제품? 서비스? 솔루션?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위트젠이 진행하고 있는 프로덕트는 언제 공개할 수 있을까?
정 CTO: 길게 보면 1년 정도 더 필요할 것 같다. 논문을 발표한 뒤 서비스를 공개할 예정이다. 준비하고 있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암 연구 영역에 필요한 소프트웨어와 암 진단 영역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다. 각각의 영역에서 요구하는 것에 맞춰 우선해 대응하고자 한다. 하나의 서비스, 하나의 제품으로 다듬어서 공개할 계획이다. 기술적으로, 의학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결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스타트업,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선택이라 생각합니다.
IT동아: 대학교 졸업 후 취업이 아닌 창업을 선택했다. 이유가 궁금한데.
정 CTO: 창업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가장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취업은 어딘가에 소속돼서 묶여야 한다. 취업한 회사를 위해서 프로젝트를 수행해야 하지 않나. 즉, 프로젝트에 속한 한 명의 개인으로 인해 선택할 수 있는 일은 한정적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창업은 안정적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었다.
그런 과정에서 지금의 좋은 파트너를 만났다. 각자 스스로 지닌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3명이라고 생각한다. 아,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빼놓을 수 없었다.
IT동아: 시드팁스 프로그램을 얘기하는 것인가.
정 CTO: 프라이머를 통해 시드팁스를 소개받았는데, 스타트업에게 정말 매력적인 옵션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테스트하고 있는 웹 기반의 서비스를 구축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 필요한 인력을 채용하기 위한 자금 등 많은 것을 지원받았다. 이를 통해 우리가 기획한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 서버 개발자부터 UI/UX 디자이너 등을 찾을 수 있었다.
한국이 아닌 미국에 있는 현재 상황을 이해하고 지원받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준 프라이머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진행사항이나 사업 계획, 투자 관련해서 많은 조언을 얻을 수도 있었고… 한국 및 해외 특허에 대한 것도 지원받아 출원할 수 있었다. 또한, 이 자리를 빌어 한국초기투자기관협회의 김지현, 김주현 매니저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웃음).
위트젠은 이제 막 법인을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우리가 목표로 하는 결과를 내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다행히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관심을 받고 있고, 좋은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앞으로도 우리 위트젠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